소설리스트

멘토링-36화 (3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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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 변화

리브는 진정 물약 원액을 비롯해 온갖 마법약을 처방받아 수시로 복용해야만 했다. 젤러 부인은 리브가 한동안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그 누구의 면회도 허용하지 않았다.

“브릴리언트 양은 실어증이 채 낫지도 않았는데! 그 아이가 정신력이 강해서 이 정도에서 끝났지. 정말 큰일날 뻔했어요! 어둠의 방이라니! 폐쇄된 장소가 어째서!”

치료사는 열을 내며 대체 일개 학생들이 그런 장소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고 불만을 표했다. 교수들 역시 이같은 악질적인 장난에 난색을 표하며 범인을 찾으려 했지만 도무지 증거가 없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또다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어둠의 방을 완벽하게 소멸시킬 것을 건의했다.

*

리브의 면회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젤러 부인 때문에 리들은 또다시 야밤에 병동을 침입했다. 리브는 그때와는 달리 건강해보였다. 젤러 부인이 쏟아 붓는 온갖 치료마법과 약물의 효과였다. 리브는 갑작스러운 침입자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멍하니 그런 소녀의 모습을 보던 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털썩 침대에 걸터앉았다. 리들의 얼굴에 서려있었던 감정을 읽어낸 소녀는 리들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 눈을 마주친다.

‘리들 선배, 전 괜찮아요.’

“……”

‘고마워요. 나기니에게도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처음에는 불만스러웠다. 왜 그와 얽혀서 나는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걸까. 정말 톰 리들과 얽혀서는 되는 일이 없다. 화가 났다. 저 반반한 얼굴에 욕을 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내가 당신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해야 해!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따지고 싶었다. 물론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테니 전혀 소용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그 순간 환한 빛과 함께 구원받는듯한 느낌을, 자신을 보며 답지 않게 불안감 가득한 얼굴로 나를 끌어안던 그 손길을. 그 따스한 온기를. 그리고 지금 이렇게 나를 찾아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 톰 리들이 잘못한 것은 없었다. 잘못한 것은 그들이었다.

“브릴리언트, 괜찮아?”

리들이 손을 들어 소녀의 금빛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눈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네가 나와 있을 때는 모든게 끝나 있을거야.”

심상치 않은 느낌, 리브는 리들이 몹시 화가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기니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손찌검을 한 그였다. 나기니를 학대하고 감금까지 시킨 그들을 가만 둘 리가 없었다.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지. 파르르 눈꺼풀을 떠는 소녀를 보며 리들이 작게 속삭였다.

“무서워 할 필요 없어. 그 녀석들은 더 이상 널 건드리지 못할거야. 아니 그럴 수 없는 상태가 되겠지.”

“…?"

“없애 버릴 거니까.”

“…!!”

리들은 그렇게 말하며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눈빛은 차디찼다. 순간 리브는 청년의 흑안에서 붉은 빛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다. 자신이라고 그들에게 화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수모를 당하며 자신 역시 이를 부득 갈았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톰 리들의 분노는 자신의 것을 뛰어 넘어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그들은 리들의 눈밖에 나있는 상태다.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는 미래의 볼드모트니까. 안 돼.

“그러지 말아요.”

소녀의 작은 입술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살짝 목이 메인듯한 가냘픈 목소리. 리들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 너 말을-”

리들이 소녀의 양 어깨를 잡았다. 소녀의 긴 머리카락이 리들의 손을 간지럽혔지만 청년은 개의치 않았다. 소녀는 잡힌 어깨가 아픈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청년은 다시 말할 것을 요구할 뿐이었다. 리브가 작은 입술을 움직이며 다시 목소리를 냈다.

“아파요.”

리들은 그제서야 힘을 풀었다. 하지만 손을 떼지는 않았다. 너무 가깝다. 하지만 너무나도 진지해 보이는 얼굴에 리브는 청년의 손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듯한 느낌에 리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리브는 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사실 입을 열면 가장 먼저 꺼내고 싶은 화제였고, 가장 먼저 그에게 말하고 싶었다. 소녀 역시 청년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 하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사람은 이해해주겠지. 그는 나에게 동질감을 갖고 있으니까.

“그 날, 그러니까 제가 비를 맞은 그날 말이에요.”

그는 나에게 자신의 어머니 얘기를 해주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나는 그가 나에게 자신은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피를 이어 받았노라는 혈통 자랑을 하는 것인가. 그리 여겼다.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레질리먼시로 내 트라우마를 오롯이 보여 주었다는게 너무나도 싫어서 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으리라. 나중에 깨닫고 말았다.

“선배는 나에게 조언을 해주려고 한 거였죠. 그래서 어머니의 얘기를 꺼내신거죠?”

“…그래.”

나는 내 슬픔에 취해 그 진심어린 마음을 보지 못했다. 너무 힘들었으니까.

“선배가 날 걱정하고 있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나는 너무 힘들어서…”

“말하지 않아도 알아.”

리들이 다시 한 번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리브는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참아내고 말을 이어나갔다.

“리들 선배 말이 맞아요. 기억조차 나지 않는 부모에게 감정 소모하는 것은 어리석고 쓸데없는 짓이죠. 오히려 내 자신만 망가질 뿐. 그런데 선배네 어머니는 내 어머니를 다르게 선배를 끝까지… 나를 버린 어머니가 나는…”

“그만해, 말하지 마. 알아.”

“선배 말이 다 맞아요. 아버지가 내 존재를 알든 모르든, 사는 세계도 다르고 앞으로 만날 일도 없고 그냥 없는 존재로 생각하면… 난 정말-”

조곤조곤 시작되었던 소녀의 말은 점점 울음이 섞이고 있었다. 리브는 감정적으로 나약한 자신이 싫었다. 이성적으로 담담하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브릴리언트-“

“나는 내 자신을 견딜 수가 없어요.”

마음을 정리하고 간신히 평정을 찾았다. 슬픔을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증오만큼은 버릴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용서했지만 그 남자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것마저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면 정말-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아무도 너에게 뭐라고 안 해. 네가 아버지를 증오하는 건 당연해.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해도, 아니 그래도 상관없어. 나는 너를 이해해.”

리브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도리질 쳤다. 소녀의 벽안에서 쏟아지는 눈물에 리들은 손수건을 꺼내 부드럽게 닦아준다. 그 따스한 손길에 나는 견딜 수가 없어진다.

“괜찮아.”

나도 네 어머니의 죽음과 내 어머니의 죽음이 다르다는 것은 알아. 때로는… 나도 너처럼…. 리들은 그런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떴다. 울어서 붉어진 눈을 비비고 있는 리브의 손을 제지하며—“비비지 마, 눈에  안좋아.”— 리들이 말했다.

“안 그래도 나기니에게 네가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참이야.”

말투는 부드럽지만 눈빛은 날카롭다. 리브가 또록또록 눈을 굴리며 그의 눈치를 보았다.

“이렇게 기특하게도 먼저 말문을 열었으니 더 이상 문제 삼지는 않을게.”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상냥하게 웃었다.

*

리들은 혼동 마법을 비롯한 일종의 세뇌를 걸어 존슨 패거리를 모조리 어둠의 방에 가둬놓았다. 하지만 얼마 안 지나서 관리인이 꺼내주는 바람에 리들은 입맛을 다셔야만 했다. 뭐 상관없다. 전부 죽여버릴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리들은 오늘도 야밤에 병실을 침입했다. 리들은 그 때, 마저 얘기하지 못했던 존슨 패거리의 처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때 말한대로 네가 나오면 모든게 끝나있을거야, 없애 버릴거니까.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분위기는 몹시 살벌했다. 리브는 또다시 그러지 말라며 고개를 저었고 리들은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리들은 리브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레질리먼시로 기억을 읽어보았다.(수면상태에 있을 때, 물론 리브는 알지 못했다.) 그런 취급을 당하고도 자신에게 그만하라고 하는 리브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성녀 납셨네 아주, 그 자식들은 질이 나빠. 널 곱게 끌고 가서 가두기만 했어? 나랑 엮어서 너에게 모욕을 줬겠지.”

리들은 또 레질리먼시로 소녀의 기억을 읽어봤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말을 잘 골랐다. 저번의 실수를 또다시 저지를 수는 없었다. 만약 소녀가 알게되면 또 어찌 돌변할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정말로 자신을 안 보려고 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리들은 저번에 자신이 충동질 한 것으로 인해 리브가 어떤 결과를 맞았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던가.

“이쯤이면 성녀가 아니라 호구나 다름없어, 이 여자야.”

순간 싸늘하게 굳은 리브의 얼굴을 보며 리들이 무어라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혹시 호구라고 해서 기분이 상한건가 싶어서 슬쩍 눈치를 보았다가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이게 호구가 아니면 뭐냐고 합리화를 했다. 리브의 싸늘한 벽안이 리들에게로 향했다. 리들은 순간 흑안을 깜박였다.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개자식들 죽이지만 말고 냅둬요.”

그 때 얼마나 수치스러웠던가. 언어로 강간을 당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정말로 몹쓸 짓 당하는 줄 알고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가. 맞다. 내 머리까지 때렸지. 이름이 맥스라고 했던가. 그리고 그 자식들 날 거칠게 끌고가서 그 무서운 데다가 가뒀어. 날 그딴 식으로 대해? 부글부글 열이 받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걸 잊고 있었지? 맞아, 톰 리들이 없애 버린다고 해서…

“그 쓰레기 같은 것들, 내가 응징해주지 않으면 분이 안 풀릴 것 같으니까-”

“6학년생들을 고작 어린 여자애인 네가 뭘 어떻게 응징해? 말이 되는 소릴해.”

리들이 비어있는 컵에 차가운 물을 쪼르르 따르며 말을 이어갔다.

“맞다, 너 잘 하는거 있지. 가서 머리채라도 잡으려고?”

그 말에 리브가 리들을 흘겨보다가 이제는 버럭 성을 내기 시작했다.

“냅두라면 냅둬요! 가서 전부 고자킥을 날려 줄테니까! 전부 남자 구실 못하게 만들거야. 나한테 더러운 모욕을-”

리들이 찬 물이 담긴 컵을 리브의 손에 쥐어주며 소녀의 말을 끊었다.

“그거 마시고 열 좀 식혀. 그리고 고자킥이 뭐야, 그게 마녀가 할 소리야?”

“마녀이기 전에 여자로서 그런 소리를 듣고 참을 수 있을- 아니, 이건 선배가 알 필요 없고, 그 개자식들 고자킥이 안되면 고자샷을 날려줄 거에요. 성 뭉고 병원에서도 치료 못할 그런 마법을 쏴주겠어.”

“브릴리언트, 물이나 더 마셔.”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리브를 보며 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애를 왜 다들 이성적이고 침착하다고 하는건지…. 이런 성질을 고아원에서는 어떻게 숨기고 있었던건지 용할 따름이었다.

“네가 병동을 나오면 모든게 끝나 있을거야.”

“그 개자식들은 내가-”

“물 아직 덜 마셨어.”

됐다는 듯 손사레를 치는 리브에게 리들은 기어이 물 잔을 쥐어주었다. 억지로 물을 마시는 리브를 보며 리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내게 도전장을 내민거나 다름 없어. 안 그래도 그 자식들은 내내 거슬렸어.”

이제 전세는 역전되어 리브가 리들을 만류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말 사람 하나, 아니 걔네 몇 명이더라. 그래 네 명을 전부 죽일 기세였다.

“나기니가 그 꼴을 당했으니 리들 선배가 얼마나 화났는지 이해해요. 하지만 없애버린다니, 그런건 안돼요.”

열을 식힌 리브가 조곤조곤 말했다. 누가 들으면 없애버린다는 말을 과장으로 치부했겠지만 리브는 리들을 알았다. 그는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다.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단 것도 아니고 없애버린다고 했다. 정말로 없애버릴 것이다. 그들을 죽이겠지. 이게 첫걸음일지도 몰랐다. 학창시절 때 살인을 저지르면 성인이 된 후에는 더욱 더 거리낌 없어지겠지. 그리고 그렇게 볼드모트가 되고 말겠지. 이미 내 마음은 정해졌을지도 모른다. 어린 날의 결심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나는 그를 막고 싶어졌다. 볼드모트가 되어 훗날 비참한 결말을 맞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가 없어졌다.

“리들 선배, 전 괜찮아요.”

“거긴 아즈카반의 축소판이야. 넌 젤러 부인 말대로 정말 큰일날 뻔했어.”

리브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즈카반의 축소판이라뇨, 어둠의 방에 대해서는 저도 알아요. 몇 백년 전에 폐쇄된 이후로는 그 디멘터 에너지도 희미해져서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요.”

“아니, 넌 심각했어. 그 때, 네가 어땠는지 알아? 제 정신이 아니었어. 난 네가-”

무어라 말하려던 리들은 말을 뚝 멈췄다. 그 틈을 타서 리브가 말했다.

“보세요. 전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그 때는 제가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경황이 없어서 정신력이 약해진 거에요. 리들 선배도 들어가 봤으니 알거 아니에요.”

“들어가 봤기 때문에 그러는거야.”

“…리들 선배도 물 한 잔 마시세요.”

이번에는 리브가 리들에게 물 잔을 내밀었다. 고개를 휙 돌려버리며 거부를 표하는 리들을 보며 리브가 기어이 손에 쥐어준다. 그렇지만 리들은 물 잔을 소리나게 쾅 올려놓았다. 리브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그래서 그 컵이 깨지겠어요?”

“너 계속 까분다?”

리들의 싸늘한 목소리에 리브가 슬쩍 그의 눈치를 보았다.

“어쨌든 네가 병동을 나오기 전에 모든걸 끝낼거야. 그렇게 알-”

리들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리브가 리들의 손을 붙잡은 것이었다. 그리고 흥분한 듯한 청년을 지긋이 응시한다. 분노로 일렁이는 흑안이 조금 가라앉은 듯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리브가 리들의 손을 놓았다.

“제가 리들 선배라도 그들이 싫을거에요. 이해해요.”

“이해한다면서 왜 나를 막으려고 해?”

또다시 목소리가 높아지는 리들을 보며 리브가 다시 청년의 손을 잡았다.

“해서는 안될 짓을 하려고 하니까-”

“시작은 그 쪽이 먼저 했어.”

“리들 선배가 하려는 짓은… 전 선배를 알아요. 그들을 정말로 없애버릴 거잖아요. 그건 나쁜 짓이에요.”

“뭐가 나쁜 짓이라는 거야? 내가 정말로 뭘 할 줄 알고?”

리들의 당당한 태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소녀의 고운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맺혔다. 그냥 전처럼 방관하는게 나을지도 몰라. 더 이상 관여하지 마. 이제는 그렇게 되뇌어 보아도 소용없다. 세뇌는 오래 전에 깨졌다. 리브가 입술을 달싹거리며 말했다.

“살인…말이에요. 선배는 정말로 그들을 죽일거잖아요.”

리브는 그렇게 말하며 슬며시 리들의 손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붙잡힌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리브에게 리들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게 뭐 어땠다는 거지?”

정말로, 그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리들의 말에 리브는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리들 선배처럼 생각 안해요. 생명이 그렇게 우스워요?”

“내 생명도 아니고 상관없잖아.”

“자신의 생명이 소중하듯이 다른 이의 생명도 소중한 거에요. 왜 그걸 몰라요?”

“꼭 알아야 하나?”

그래,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지.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그런 오만한 사람이지. 결국은 볼드모트가 될테지. 하지만 나는 그걸 알면서도… 당신을 막고 싶어진다. 당신이 볼드모트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그를 막으려고 하고 있다. 호크룩스의 페이지를 찢은 것부터 이미 내 어린 날의 결심은 끝이 나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훗날,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리보다 먼저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이미 내 마음은, 내 의지를 떠나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그를 막겠다고.

“리들 선배, 살인은 옳지 못한 행동이에요. 살인뿐만이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은 싫다는 이유로 무조건 없애려하지 않아요. 그랬다면 이 세상은 난장판이 되었을 거에요.”

그런 당신의 위험한 사상으로 인해서 마법세계는 암흑으로 물들고 난장판이 되고 말거야. 나는 당신이 변했으면 좋겠어.

“그건 약하기 때문이야. 나는 충분히 그럴 힘을 갖고 있고 그 사람들은 그게 아닌거지.”

“언제까지 그 힘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어요.”

“나는 달라.”

“리들 선-”

리브가 말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리브의 손을 잡고 있는 리들의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간 것이다. 그 악력에 리브가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리들은 힘을 풀지 않았다. 이건 일종의 경고였다. 하지만 리브는 간신히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지… 말아요…”

“네가 그만하란다고 내가 그만할 사람으로 보여?”

리들의 싸늘한 말에 리브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궜다. 나는 그를 바꿀 수 없다. 원작은 그리 쉽게 바뀌는게 아니었다. 쓸데없는 짓을 했다. 하지만 알고있다. 나는 또다시 시도하고 말겠지. 입 안이 쓰고 또 썼다. 그런 소녀의 귓가에 리들의 차가운 목소리가 박혔다.

“난 너를 이해할 수 없어. 넌 그런 꼴을 당하고도 나한테 잘도 그만하라고 하는구나.”

“그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을거에요. 리들 선배는 너무 지나치다고요. 왜 그렇게-”

“그래, 넌 그런 여자였지.”

리들이 리브의 말을 끊음과 동시에 손을 휙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냉정하게 돌아선다. 소녀는 뒤돌아선 청년의 뒷모습에 소리쳤다.

“그럼 리들 선배는- 나도 죽일 거에요?”

소녀의 외침에 청년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괜한 것을 물었다. 바로 후회 하면서도 나는 또다시 외친다. 그 멈춘 발걸음에 희망을 걸어본다.

“내가, 당신을 거슬리게 하면- 나도, 나도 결국은 죽-”

“죽일거냐고?”

그렇게 되물은 리들은 잠깐의 침묵 후에 냉담하게 말했다.

“그래, 죽일거야.”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방금 그가 껐던 지팡이의 불빛처럼 내 희망도 꺼져버렸다. 애초에 불안정한 것이었다. 쉽게 꺼져버릴 그런 것.

“날 막는 자는 누구도 용서 안해.”

냉정한 그 말에 소녀의 마음 한켠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 여러분 키스 못하는, 그러니까 서툰 리들이 상상되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도저히 안돼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얜 성인들이 하는 놀이도 잘할거 같아요(속닥속닥)

그래도 첫키스인데 능숙한 이유를 대자면 옆에 살아있는 교본이 있잖아요! 아브가 여자애들이랑 키스하는걸 리들은 질리도록 봤기 때문에 그거 보고 알음알음... 네 그런거죠.

* 리들이 리브보고 성녀에 호구라곸ㅋㅋㅋㅋ근데 리브가 성녀라서 너의 그 뭐같은 성격 감당하는거얔ㅋㅋㅋㅋㅋㅋㅋㅋ여러분 리브는 걍 순둥순둥한거에여....슬리데린 여자애들 엿먹이는거 못보셨음?? 리브는 정말로 고자킥 고자샷 날릴 생각임ㅇㅇ 근데 저도 가끔은 호구같다는 생각을 해요. 리들전용호구.........ㅜㅜ

* 리들은 리브한테 본모습을 드러내고 리브는 리들앞에서 유독 감정적으로 변해요. 그리고 리브가 울 때는 유독 항상 리들이 함께...

그나저나 오랜만에 톰레기로 도배된 코멘을 볼것같은 기분^^!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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