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31화 (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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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8. 변화

    오리온은 처음에 리브가 실어증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에밀리의 심한 원망에 대꾸하지 못할 정도로. 블랙가의 청년은 차마 죄책감에 소녀를 방문하지도 못했다. 무슨 낯으로 내가 너를 볼 수 있을까, 널 이토록 무너뜨린건 나인데. 내내 전전긍긍하던 오리온은 소녀가 퇴원을 하루 남긴 저녁에서야 병동을 방문할 수 있었다. 사실 리들이 오리온을 끌고 갔기 때문이었다. 표정이 심하게 가라앉은 리들을 보며 오리온은 혹시 리브와 불화가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리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리온은 그런 선배의 의사를 알아듣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리들은 이틀 전에 리브에게 거의 협박을 하다시피 지팡이를 겨눠 말문을 열게 하려고 했다. 그것도 야밤에 병동에 침입해서. 사실 리들은 그러려고 갔던게 아니었다. 문제의 그 날, 소녀가 잘못알고 있었던 것들을 친히 시정해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물론 그 날의 괘씸한 언행도 한소리 해줄 생각이었다. 그래,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다.

    실어증이라고? 하, 말도 안돼. 리들은 믿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충동질을 해서 소녀를 극한 상황까지 몰아넣었다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말문을 닫고 있는 것 일뿐, 야밤에, 아무도 없으면, 단 둘이 있으면 입을 열겠지. 입을 닫고 있으면 그 입을 열게 하면 되는 거잖아. 리들은 감정에 무지했고 그에 관해서는 섬세한 면이 조금도 없는 족속이었다. 소녀가 그 날 말한 대로 리들은 배려를 몰랐다.

    정말로 실어증에 걸린 듯, 벙어리가 되어버린 소녀를 보며 리들은 충격 비슷한 것을 받았다. 그리고 그 생기 없는 얼굴에 지독한 공허함까지. 이어지는 것은 짜증과 분노, 그리고 엄습하는 불안감. 차라리 화를 내. 차라리 그 날 처럼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분노를 쏟아내란 말이야!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거야. 대체 왜!

    그리고 끝끝내 소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대로 하라는 듯 지팡이 앞에서 눈을 감아버린다. 그 모습에 리들은 정말로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다음날 깨달았다. 자신이 그 날 밤 병동에 간 목적을 상실하고 말았다는 것을. 원래대로라면 소녀가 그러던가 말던가 자신의 의사만을 전달했을 것이다. 그런데 쓸데없이… 또 이런다. 언제부턴가부터 계속 이래 왔다. 브릴리언트, 네 앞에만 서면 나는 이상해져.

    두 청년은 복잡한 얼굴로 병동에 들어섰다. 실어증에 걸린 리브를 보며 오리온은 또다시 후회를 곱씹어야만 했다.

    “리브, 미안해. 정말…”

    “……”

    “네가 이렇게 된 것은 나 때문이야.”

    오리온은 쉴새없이 미안하다고 내뱉었다. 평소의 리브라면 따스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리브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공허한 얼굴로 물끄러미 오리온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얼굴에 조금도 청년에 대한 원망을 띄우지 않았다. 괴로워하는 오리온을 보며 리브는 벽안을 깜박이다가 청년의 손을 꼭 잡았다.

    “리브…?”

    괜찮다는 듯, 그러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리브는 말없이 오리온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희미한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오리온은 깨달았다. 공허하게 인형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도 리브는 여전히 따스함을 잃지 않았노라고. 트레이드 마크는 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한편 리들은 그런 소녀와 청년의 훈훈한 장면을 못마땅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잘생긴 얼굴은 평소처럼 잔잔했지만 흑안에는 못마땅함이 가득했다. 소녀는 자신의 존재를 아예 모른 척하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등 아예 공기 취급하고 있었다. 아니, 공기라도 이렇게는 못 대할 것이다. 공기는 코로 들이 마시기라도 하지!

    이제 리들의 싸늘한 흑안은 소녀가 꼭 부여잡고 있는 후배의 손으로 가있었다. 순간 리들은 저 두 손을 끊어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무척이나 거슬렸다. 그렇게 리들이 불만스러운 오오라를 가득 피어내는데 오리온은 심기 불편한 선배를 보고 흠칫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불러본다.

    “리들 선배? 무슨…”

    오리온은 리들의 흑안이 향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저런 표정으로… 아…? 오리온은 또록또록 은회안을 굴려 친구와 소녀를 번갈아보았다. 철저하게 리들을 외면하고 있는 리브, 오리온과 맞잡은 소녀의 손을 씹어먹을 듯이 쳐다보는 리들. 오리온은 은회안을 깜박이며 다시 한 번 둘을 번갈아 보았다. 무언가가 퍼뜩 떠오른 듯, 하지만 동시에 스쳐가는 의문의 표정.

    오리온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소녀를 부드럽게 떼어놓았다. 오리온은 온기가 사라지자 살짝 아쉬운 심정이었지만 그보다 리들을 살피는게 우선이었다. 손이 떨어지는 순간 내내 싸늘했던 흑안이 풀린 것 같기도 했다. 아니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그 흑안은 손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있었다. 소녀에게로 분명하게 꽂히는 날카로운 시선. 오리온의 얼굴에 혼란과 불신의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블랙, 브릴리언트와 개인적으로 할 이야기가 있어.”

    “…아, 네. 전 이만 가볼게요.”

    리브의 얼굴에 떠오르는 반갑지 않은 표정, 리들과 단 둘이 대화를 하는게 팀탁치 않다는 의사.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리온은 리브에게 푹 쉬라는 말을 남긴 뒤 병동을 나갔다. 리들은 사람이 없는 병동을 휘휘 돌아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전히 소녀는 청년을 외면한 채였다.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 하지만 톰 리들이 그러한 것을 신경쓸 인물이던가.

    “입은 닫혀도 귀는 열려 있겠지.”

    “……”

    “잘 들어, 네가 단단히 잘못 알고 있는게 있으니까”

    그날 밤에 이 얘기를 먼저 꺼내는게 순서였는데… 리들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앞에만 서면 나는 이상해져. 그렇게 생각하던 리들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리브가 코웃음을 친 것이다. 허, 이 것 봐라? 괘씸함이 올라 왔지만 리들은 그걸 꾹꾹 눌렀다. 브릴리언트는 아픈 애야.

    “그래, 네가 나에 대해 했던 말들을 전부 부정하지는 않겠어.”

    리들은 한 템포 쉬었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내가 항상 너에게 레질리먼시를 쓰고 있었다는 말에는 틀렸다고 해두겠어.”

    그 말에 리브가 외면하던 고개를 휙 돌려 리들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소녀의 메시지며 감정이 리들에게로 흘러들었다. 넌 정말 기분 나쁠 정도로 나를 잘 알아. 순간 리들은 그 문장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거짓말, 지금도 읽고 있으면서!’

    “그야, 지금은 네가 말을 안하니까, 이건 정당한 행동이야. 벙어리랑 의사소통을 하려면 레질리먼시가 필요하지 않겠어? 너 수화할 줄도 모르잖아. 네가 안다고 해도 소용없어. 난 모르거든.”

    기분 나쁠 정도는 아닐지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능력인 레질리먼시를 쓰는 것은 나의 자유야. 불만이면 네가 오클러먼시를 써서 나를 막으면 되잖아?”

    그렇게 말하는 리들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린다. 리브가 눈을 부릅뜨고 리들을 쏘아보았다. 물론 리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화의 주도권은 청년에게로 넘어갔다. 리들은 이제 여유를 완전히 찾은 상태였다. 그는 톰 리들이었다.

    “그런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하아?”

    리브는 강하게 쏘아보고 있었다. 메시지를 담아서,

    ‘거짓말 하지마, 당신은 항상 레질리먼시를 쓰고 있었어! 그래서 나에 대해 그토록 잘 알았던거야.’

    소녀는 커텐을 치려는 듯 손을 뻗었다.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하지만 리들이 소녀의 손목을 낚아챔으로써 그것은 차단되었다. 붙잡힌 손을 뿌리치려는 듯 바둥거리는 소녀를 단 번에 제압한 리들이 미소가 사라진 얼굴로 말했다.

    “내가 너에 대해 잘 아는 이유는…”

    “……”

    “브릴리언트, 너이기 때문이야.”

    그 순간 바둥거리던 리브의 움직임이 멈췄다.

    “내가 너를 하루이틀 봐?”

    항상 너를 보고 있었어. 신경 쓰이니까, 자꾸 눈에 밟히니까, 이제는 언제부터인자 기억조차 나지 않아.

    “레질리먼시 따위 쓰지 않아도 너는 보인다고.”

    “……”

    여전히 소녀의 손목을 틀어쥔 채로, 리들의 입술에서 제법 진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가 울던 그 날, 내가 너를 위로한건 거짓이 아니었어.”

    사실 리들로서는 그게 진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거짓은 아니었다. 그리고…

    “네가 안타까웠어. 그래, 너를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해두지.”

    “…!”

    리들은 리브의 손목을 놔주었다. 거의 리들에게 기대다시피 있던 리브가 침대 아래로 추락하려 하자 리들이 빠르게 붙잡았다. 리브는 당황한 듯 벽안을 깜박이다가 리들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너의 가치관에 공감할 수 없어.”

    “……”

    “하지만 적어도 너에게 만큼은 진심으로 대할 수 있어. 그래서 그렇게 해왔지.”

    리브가 지긋이 입술을 깨물었다. 소녀의 고운 얼굴에 당황한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난 분명히 말했어, 나에 대해 멋대로 판단하지 말라고.”

    “……”

    “그런데 너는 항상- 대체 나를 뭘로 보는거야?”

    리브는 살짝 고개를 숙임으로써 리들의 시선을 회피했다. 소녀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들이 얽혔다.

    “그 날, 네가 말이 심했던건 알지? 사과해.”

    그 말에 리브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고운 얼굴에 화룡점정으로 박힌 푸른 벽안이 지긋이 리들을 응시한다. 그리고 결심한듯 고개를 젓는다. 사과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 그 모습에 리들의 흑안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리브는 자신의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조금도 떨지 않은채 청년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쪽이야 말로 나에게 한 모든 행동들을 사과해요. 특히 레질리먼시로 내 기억을 멋대로 읽은 것, 그건 정말 무례한 행동이었으니까.’

    “하! 그 쪽? 무례? 지금 네 태도가 무례하다는 생각은 안들어?”

    선배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는 말이 100% 홧김에 한 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제 둘은 서로를 진득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눈싸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서로를 마주보던 둘 중에 승리자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리브는 아랫입술을 깨문채 눈을 부릅떴다. 눈에 무리가 간 모양인지 시간이 지나자 소녀의 벽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리들은 갑작스러운 눈물에 눈을 깜빡일 뻔했다. 그리고 리브는 눈물이 떨어짐에도 눈꺼풀을 살짝 떨뿐 기어이 눈을 감지 않았다. 리들이 그 모습을 보며 툭 내뱉었다.

    “이 독한 계집애…”

    리들의 말에 리브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청년은 개의치 않고 손을 들어 소녀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와 동시에 리들도 흑안을 몇 번 깜빡였다. 그 역시 눈에 무리가 가고 있었던 것이다.

    “쓸데없이 고집 좀 그만 부려라, 응?”

    달래는 듯한 말투, 어찌 보면 한숨을 쉬는 것 같은 억양, 리브는 리들의 손이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 청년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손의 온기가 싫지 않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야.”

    말에 담긴 의미에 비해 말투는 그리 싸늘하지도,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그 대신 전부 퉁치는거야. 없던 일로 하자고.”

    리들은 리브에게 자신이 한 행동들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리들은 소녀의 눈을 가리던 손을 뗐다. 소녀는 뺨에 물기가 있는 것을 깨닫고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가져다댔다. 저번에 리들이 상처를 치료해준 후 무릎을 묶어줬던 그 손수건, 청년이 길이를 늘려놓았던 것을 소녀는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았다.

    “멘토링은 계속 할거야. 또 그만둔다고 말해봐.”

    “……”

    “물론 그래봤자 소용없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리들이 부드럽게 웃었다. 리브는 청년의 잘생긴 얼굴에 맺힌 미소를 보며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어찌보면 한숨을 쉰 것 같기도 했다.

    *

    리브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 예외가 있다면 수업 시간에 주문을 외울 때 뿐 이었다. 그 이외에는 절대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말을 꼭 해야 하는 상황, 가령 도움이 필요할 때도 리브는 꾹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에밀리를 비롯한 리브의 친구들은 알아서 도움을 건네주곤 했다.

    리들은 더 이상 억지로 리브의 말문을 열게 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혹시 파셀통그는 하지 않을까 싶어서 나기니를 항상 대동했지만 소녀는 뱀에게도 말을 건네지 않았다. 멘토링을 해야 하는데 말을 하지 않으니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리브는 리들이 지팡이로 위협을 했음에도 입을 열지 않은 애였다. 그 후로도 꿋꿋하게 입을 다무는 리브에게 질린 리들은 레질리먼시라는 방법을 택했다. 얼굴 가득 불만을 표하는 리브에게 리들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말을 하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어. 억울하면 입을 열던가.”

    그에 대항해서 리브는 오클러먼시를 사용했다. 레질리먼시로 자신의 머릿속을 전부 보여주는 것은 사양이었다. 원리는 알고 있었으니 서투르게나마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브의 오클러먼시보다 리들의 레질리먼시가 더 강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다행히 리들은 리브의 머릿속을 휘젓지 않았다. 담백하게 소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보고 있었다.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리브의 오클러먼시가 강해진 탓도 있었다. 그리고 항상 레질리먼시를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기도 했다.

    [리브, 안녕.]

    오늘따라 나기니는 상당히 피곤해보였다. 항상 미끈했던 비늘은 왠지 푸석푸석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꼬물꼬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평소와는 달리 포근한 담요 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리브는 걱정스러운 듯 나기니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뱀을 싫어할지라도 나기니는 싫어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는 대상을 잔인하게 내칠 정도로 리브는 차가운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나기니의 수다는 내치고 싶었지만 말이다. 나기니가 자신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은 리브 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이 만져줬음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자신이 꺼리는 것을 알고 절대로 먼저 접촉하지 않는 기특한 뱀이었다. 어디 아픈걸까.

    축 늘어진 나기니를 물끄러미 보던 리브는 순간 눈을 비볐다. 자신이 헛것을 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소녀의 벽안이 커졌다. 나기니의 눈이 평소와는 달리 흐린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신기하게 나기니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리브를 보며 리들이 툭 내뱉었다.

    “곧 탈피 기간이거든. 블루 현상이야.”

    그게 뭐냐는 듯 궁금증을 담아 쳐다보는 리브에게 리들이 차근차근 설명을 해나갔다.

    “뱀은 1년에 몇 번 허물을 벗는데 그 전에 블루 현상이 있어. 블루 현상이 오면 눈이 이렇게 파랗게 변하지.”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나기니의 몸에 칙칙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고 있었다.

    “이 때는 예민하고 피곤해해서 건드리지 않는게 좋아. 그리고 지금은 건조해서 습도를 높여주는 거야.”

    리들은 뱀에게 골고루 물을 뿌려주고는 분무기를 치웠다. 나기니는 기분이 좋아진 듯 했지만 역시 골골대며 똬리를 틀었다. 어쩐지 나기니가 과묵해졌다고 생각하며 리브는 평소처럼 마법약을 제조했다. 이렇게 피곤하면 그냥 방에서 쉬지는… 그렇게 생각하며 리브는 국자로 냄비안의 내용물을 저었다.

    “나기니가 너 보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나왔어.”

    레질리먼시의 기본은 눈을 마주치는 것이다. 물론 저번에 잠이 들었을 때처럼 눈이 마주치지 않았을 때는 지팡이를 휘두르면 가능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눈을 마주치고 있어야만 했다. 내 생각을 어찌알고… 지팡이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한거지? 리브의 눈이 가늘어지자 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뻔하지.”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씩 웃었다. 리브는 고개를 휙 돌려 마법약을 시계방향으로 저었다. 한 세바퀴 쯤 저었을 때 리들이 말했다.

    “거기서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려봐.”

    리브가 반대로 젓자 순식간에 마법약의 색깔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교과서에서는 시계방향으로 네 번 저으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시계방향으로 세바퀴 젓고 반대로 한 번만 더 저어주는게 더 좋아. 그 이유는…”

    리들의 설명을 들으며 리브는 옆에 펼쳐놓은 양피지에 깃펫을 놀렸다. 지금까지 적어놓은 것들을 쓱 보던 리들이 리브의 깃펜을 쏙 빼서 틀린 부분을 친히 고쳐주었다. “무게가 틀렸잖아.” 리들의 손과 리브의 손이 부딪혔다. 그러고보니 지금 생각보다 몸이 서로에게 밀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리들의 숨결이 리브의 귓가로 닿았다. 순간 둘의 눈동자가 얽혀 들어갔다. 홀린 듯이 서로를 마주본다. 그런 둘의 진득한 시선을 끊어놓은 것은 나기니였다.

    [톰! 나 물 뿌려줘!]

    리들은 그제서야 리브에게서 시선을 떼고 나기니에게로 휙 다가갔다. 어찌보면 살짝 다급해보이기도 했다. 분무기 소리가 필요의 방을 채우듯 마음속도 심장 고동소리로 차있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오늘 후기는 1초만 할게요ㅎㅎ

    런돈(오타아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분들 애쓰십니다ㅜㅜ..병림픽 엿머겅ㅗ 진짜 화딱지 나가지고.. 일일이 다 거론하기도 힘드네요. 우선 영국 신사의 나라는 개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국이 신사인 나라인 이유가 주변국에서 제발 신사좀 되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저도 줏어 들은거니까 그냥 우스갯소리로 들어주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영국만이 문제가 아님 이 개객기들앜ㅋㅋㅋㅋㅋㅋㅋㅋ평창 올림픽때 두고보자

    사실 또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음, 조아라는 어린 분들도 계시고.. 돌직구식 발언은 의지를 갖고 참을게요. 딱 한마디만 할게요. 왕따는 나빠요. 어떤 이유가 되든지! 음.. 아 이말은 너무 하고싶네요. 쾅수 이 나쁜놈앜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 그렇게 살지마슈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모그룹 팬분들의 태클은 격하게 사양함미다^0^ 의지를 갖고 태클 코멘 싸그리 지울거임. 정말임. 진지한 궁서체에요. 아니면 제 안의 파이터 본능이 눈을 뜨고 코멘란에 출몰할지도 몰라요. 아 그런데 쪽.지.확.인.좀 이런 코멘 있음 어떡하지....

    * 지인에게 "언니 요즘 나기니 분량 너무해ㅠㅠ"라는 말을 들었음돠. 오늘은 과묵하게 출연!ㅋㅋㅋㅋㅋ

    * 리들 뭔가 친절해지지 않았어요? 리브한테 '나름' 잘해주고 있어요ㅋㅋㅋ맞아, 지인들이랑 얘기하다가 푼 썰에 이런게 있었어요. 리브가 갑자기 톡톡 리들을 두드리고 눈을 마주침. 리들 레질리먼시 시전. 그런데...

    '물 주세요.'

    "뭐라고?"

    '물 달라고요.'

    본격 물셔틀된 리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2화 부분 발췌>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깜짝 놀라 휙 날아갔다. 하지만 따라잡기에는 추락하는 속도가 너무 심했고 백금발의 청년은 빗자루를 멈추고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아레스토 모멘텀!”

    주문이 빗나갔다. 다시 한 번 지팡이를 휘둘렀다.

    *

    “난 네 유희거리가 아니야. 우리는 정혼관계일 뿐이야.”

    “……”

    “연인이 아니라고, 그런건 다른 여자 애들한테 해. 난 정말 상관 안해.”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를 붙여주세요^^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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