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30화 (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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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갈등

“브릴리언트, 리들 군은 내보냈단다.”

젤러 부인의 말에 리브는 뒤집어쓴 이불을 내리고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또록또록 눈을 굴린다. 없는 것을 확인한 소녀는 그제서야 이불을 걷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법의 힘—젤러 부인이 걸었다—으로 저절로 깎이고 있는 사과를 하나 집어 들더니 앙 베어 먹는다. 젤러 부인은 사소한 대화를 건네며 리브의 말을 이끌어내려고 했지만 소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리브는 선물로 들어온 책을 끌어와 펼침으로써 젤러 부인의 시도를 차단했다.  치료사는 방금 병동을 방문한 학생을 치료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한참 동안 책을 읽으며 과일을 집어먹던 리브는 약 기운에 잠이 쏟아지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퍼뜩 정신을 차린 리브는 몽롱한 눈으로 책을 덮어 옆으로 밀고는 누워서 잠을 청했다.

오리온에게 리브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에밀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병동으로 거의 날아가다시피 했다. 하지만 리브는 잠이 든 상태여서 에밀리는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한 편, 젤러 부인은 통 말을 하지 않는 리브를 보며 고민에 휩싸여야만 했다. 열병으로 인한 후유증일까? 하지만 아까 리들 군이 꼬집었을 때 분명 소리를 냈는데. 젤러 부인은 고민 끝에 성 뭉고 병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전직 성 뭉고 병원 치료사인 젤러 부인의 편지에 얼마 지나지 않아 치료사 한 명이 플루 가루 네트워크를 통해 호그와트에 도착했다.

“젤러 부인, 당신이 치료하지 못할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벽난로에서 나타난 마녀가 넉살 좋게 건낸 말에 젤러 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빨리 오셨네요. 스미스 씨(Mrs.Smith)”

“오늘 오프(Off)거든요.”

잠깐 안부를 나누던 젤러 부인은 리브의 상태를 설명해주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치료사 마녀는 몇 가지를 더 묻다가 리브가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자신을 ‘제인 스미스(Jane Smith)’라고 소개하며 마녀는 제인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리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없이 자신이 먹고 있는 사과가 담긴 접시를 살짝 밀 뿐이었다. 제인은 고맙다고 하며 사과를 집어들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제인이 무어라 말을 건네도 소녀의 입술은 결코 열리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거나 할 때만 열릴 뿐이었다. 또 다시 잠이 든 소녀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 커튼을 쳐준 제인은 젤러 부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히스테릭한 면도 없고 순해요. 그런데 역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네요. 원래도 말 수가 없는 성격인가요?”

“낯을 가리기는 해도 저렇게까지 말 수가 없는 학생은 아니에요.”

리브의 평소 성격에 대해 듣던 제인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브릴리언트 양은 본인 의지로 입을 열지 않는 것 같아요. 사고로 가족을 잃거나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환자 분들 중에 종종 저런 증상을 보이시는 분들이 있어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상태가 장기화된다면 실어증이 확실해요. 치료 방법은 딱히 없어요. 이 경우에는 머리를 다친 것도 아니고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영향이라서…

“진정 물약을 정기적으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심리가 불안정한 거라면…”

젤러 부인의 말에 제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전혀 소용이 없어요. 브릴리언트 양은 몹시 잔잔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저… 마음의 문을 닫은 거에요. 혹시 최근에 충격을 받거나 그런 일이 있지 않았나요? 아직 어린데 가엾게도…”

“그럼 그저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는 없는 건가요?”

“안타깝게도 그래요. 환자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거라서… 때가 되면 본인이 마음 정리를 충분히 하고 입을 열거에요. 강제로 입을 열게 해서는 안된다는거 알죠?”

*

다음 날 기숙사 학생들과 병동을 방문한 에밀리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리브가 실어증에 걸린 것 같으니 강제로 입을 열게 하지 말라는 젤러 부인의 당부에 다들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거냐, 목소리가 안 나오는거냐는 에밀리의 물음에 치료사는 본인 의지에 의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젤러 부인은 혹시 병동에 실려오기 전에 리브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일이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 순간 에밀리의 손에 들려진 선물 상자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오리온네 집에 다녀온 후부터… 에밀리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봐도 리브는 대답하지 않았다. 재차 묻는 친구에게 소녀는 제발 부탁이니 아무 것도 묻지 말아달라고 했다. 그건 흡사 애원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에밀리는 차마 말을 해달라 채근할 수가 없었다.

한편 리브는 퇴원을 하려는 듯 침대를 정돈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북하게 쌓인 선물을 응시하며 이걸 어찌해야하나 고민한다. 몇 번 왔다 갔다하면 되겠다. 초콜릿 같은 것은 거의 다 먹었으니까… 책과 오르골을 집어들고 병동을 나가려는 소녀의 모습에 젤러 부인이 펄쩍 뛰었다.

“아직 미열이 있단다. 병동에서 1주일은 더 쉬어야 해!”

젤러 부인의 말에 리브는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젤러 부인의 억센 힘에 다시 침대에 누워야만 했다.

“아직 감기 기운이 남아있단다. 특히 브릴리언트 넌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서 일상생활이 힘들거야.”

리브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젤러 부인이 주는 약을 마시기 시작했다. 정말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리브의 모습에 병문안을 온 학생들은 정말로 소녀가 실어증에 걸렸음을 깨달았다. 얼굴을 찡그리며 쓰디쓴 약을 마시던 리브는 에밀리를 발견했다. 소녀의 공허한 얼굴에 생기가 조금 생겼다. 원래의 리브라면 따스하게 웃으며 에밀리의 이름을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운 얼굴에 서려있던 특유의 따스함도 온데간데 없다. 공허함뿐. 그 모습에 에밀리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에밀리는 한걸음 한걸음 리브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친구를 끌어안으며 깨어나서 다행이라고 간신히 말을 뱉는다. 하지만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하지만 리브의 입술은 열리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끌어안은 에밀리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릴 뿐이었다. 그리고 말없이 휴지를 내민다. 그 모습에 에밀리가 더욱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학생들이 하나 둘 리브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자스민이 에밀리가 떨어뜨린 초코멜로우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 그리고 리브에게 내밀며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저번 호그스미드 방문 때, 에밀리가 너 생각하면서 사온거야.”

“……”

“몸은 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야.”

자스민의 말대로였다. ‘몸은’ 괜찮았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닫으면서 입도 닫혔다. 에밀리를 토닥이며 리브는 그 것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상자를 열어 초코멜로우 하나를 뜯어 에밀리의 입에 쏙 넣어준다. 그와 동시에 에밀리의 울음이 뚝 멈췄다. 리브는 하나 더 뜯어서 또다시 에밀리의 입에 넣었다. 달달한 초콜릿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고 오물오물 씹던 에밀리가 말했다.

“알았어, 안 울면 되잖아.”

에밀리가 눈물을 그치자 그제서야 리브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스민에게 하나 내민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한테도. 그들은 젤러 부인의 당부대로 리브의 입을 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영리하게도 고갯짓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물음을 던지거나 리브가 병동에 입원해 있을 동안 있었던 일을 풀어놓을 뿐이었다.

“리브, 수업 진도는 걱정마. 필기 보여줄게. 그리고 과제도 전부 챙겨놓았어.”

“넌 이제 과제의 산에 쌓이게 될거야. 병동에서 빨리 체력을 회복하고 나오는게 좋아.”

“리브 있지, 그리핀도르의 포터가 무슨 짓을 한 줄 알아? 피브스랑 한 판 붙었는데…”

수업 시간이 가까워오자 학생들은 리브에게 푹 쉬라고 말하며 우르르 병동을 나갔다. 시끌벅적한 병동이 조용해지자 리브는 초코멜로우를 씹다가 책을 펼쳤다. 자스민이 선물로 준, 꽃에 관한 책이었는데 두께가 상당히 얇았다. 또한 탄생화에 관해 쓰여있어 리브의 흥미를 사로잡았다. 소녀는 곧바로 자신의 생일을 찾아보았다.

[12월 31일, 노송나무(Chamaecyparis)]

측백과, 원산지는 아시아, 특유의 향기와 우아한 새하얀 나뭇결, 고대에 귀중하게 여겨짐, 신성한 이미지, 암수 한 그루로 각각 다른 가지의 끝에 꽃이 달리는데 수꽃은 황갈색이고 암꽃은 붉은빛이 돈다… 노송나무에 줄줄 읽어가던 리브는 꽃말이 쓰여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꽃말 : 불멸]

불멸(不滅),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아니함. 그러고 보니 톰 리들도 나와 같은 날에 태어났었지. 꽃말을 추구하고 사네. 불사를 꿈꾸고 호크룩스를 만들었으니까… 결국은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던 리브는 글귀를 훑던 손가락을 멈췄다. 꽃말이 하나 더 있었다.

[변하지 않는 사랑]

톰 리들과 사랑이라니. 당치도 않다. 그리고 나와도 어울리지 않아. 변하지 않는 사랑? 그런게 어딨어. 리브의 얼굴에 순간 비웃음과 싸늘함이 서렸다.

[꽃점 : 인내심이 강하고 착실히 일을 해나가는 사람. 당신은 정말로 강한 사람입니다.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당신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킵니다. 불타오르는 듯한 격렬한 정열의 소유자. 상대방은 처음에는 그럴 마음이 아니었다고 해도 순식간에 당신에게 휘말려 들고 맙니다.]

틀렸다. 하나도 맞지 않아. 역시 점은 점일 뿐이야. 나는 정말로 강하지 않고 그런 정열도 갖고 있지 않으니까. 리브는 씁쓸함을 느끼며 책을 덮어버렸다.

*

병동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기숙사 사감인 메리쏘우트 교수는 물론이고 슬러그혼 교수까지 찾아왔다. 슬러그혼 교수는 실어증에 걸려 말하지 않는 소녀를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파인애플 설탕 절임을 기꺼이 선물로 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지금 미네르바는 덤블도어 교수와 함께 병동을 방문했다. 젤러 부인은 병문안을 오는 사람들에게 절대로 리브의 입을 억지로 열려고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오, 리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깨어나서 다행이야.”

미네르바는 소녀를 한 번 포옹하고는 방금 덤블도어 교수님과 개인 수업이 끝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녀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는데 곧 그 이유가 드러났다.

“리브, 역시 애니마구스는 진전이 없다가도 한 순간에 이룩하는 거였어. 며칠 전에 처음으로 성공했어!”

생기 없는 리브의 얼굴에 표정이 조금 생겨났다. 미네르바는 전나무 지팡이를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몸이 작아지며 순식간에 얼룩무늬를 가진 태비 고양이로 변신했다. 그 모습에 리브의 얼굴에 놀라움이 서렸다. 리브가 침대를 내려가려하자 고양이가 펄쩍 뛰어올라 침대로 안착했다. 그리고 작게 야옹하고 울었다. 리브가 신기한듯 손을 뻗어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정말 감쪽같았다. 덤블도어는 그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볼 뿐이었다. 고양이는 다시 침대에서 내려가 덤블도어 교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남자는 지팡이를 휘둘러 원래대로 돌려주었다.

“일단 변신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원래대로 돌아가는 방법은 완전히 익히지 못했어. 오늘도 꼬리가 남아있어서 말이야…”

그 말에 리브가 소리없이 웃었다. 미네르바는 열심히 연습해서 지팡이 없이도 변신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를 거라고 말했다. 리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미네르바는 반장 업무로 순찰을 가야한다며 나갔고 병동에는 덤블도어와 리브 둘만 남았다. 침묵이 흐르자 리브는 말없이 보석함을 열었다. 오르골 특유의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 엘가의 사랑의 인사로군! 선물 받은거니?”

리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에게 받았냐는 덤블도어의 물음에 리브는 말없이 쪽지를 보여주었다. [O.A.B] 오, 블랙 군이로군. 덤블도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도 오르골 선물을 받은 적이 있노라고 말해주었다.

“리들 군이 자주 왔다갔단다.”

교수의 말에 오르골을 만지작거리던 소녀의 손이 정지했다. 사실 리들은 저번에 소녀가 축객령을 내린 이후로 모습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네가 깨어난 걸 알면 기뻐하겠구나.”

소녀는 물끄러미 오르골을 바라볼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굴은 지독히 무표정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는 빙그레 웃으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나에게는 말을 안해도 좋단다. 하지만 지팡이에게는 말을 걸어주지 않으련?”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소녀는 교수를 빤히 응시했다. 교수가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네가 내 시간에 재능을 뽐내는 모습을 보고 싶구나.”

*

젤러 부인은 리브에게 잘 자라고 말한 뒤 병동 문을 잠그고 나갔다. 리브가 잠을 청하려는데 문이 달칵 열렸다. 젤러 부인이 뭘 두고 가셨나? 리브가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는데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커튼을 열어 제친다. 눈을 떠보니 어두운 병동에 누군가가 지팡이로 불을 키고 서있었다. 몸을 일으킨 리브가 눈이 부신듯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야밤에 병동을 침입한 사람은 톰 리들이었다. 소녀와 청년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리브는 리들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 침묵이 길어지자 다시 누워버리고 눈을 감는다. 그 모습에 리들이 헛웃음을 뱉었다. 날 무시해?

“야, 일어나.”

리들은 망설임 없이 리브를 흔들었다. “안 자는거 알거든? 눈 떠.”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쓰려는 리브의 시도를 막아버린다. 그제서야 리브는 리들과 눈을 마주쳤다. 물론 불만스러운 듯 노려보고 있었지만. 하지만 얼마 안 지나서 퍼뜩 놀라며 눈을 피한다. 리들은 왜 그러는지 금방 눈치챘다. 저번에 멋대로 레질리먼시를 쓴 것을 마음에 담고있는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본 소녀의 얼굴은 공허하고 생기가 없었다. 마치 텅 비어있는 유리 인형같았다.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

“너, 성대도 멀쩡하잖아. 몸도 다 나았잖아. 그런데 왜 말을 안해.”

“……”

“뭐가 문제야?”

고집스럽게 입술을 앙 다문 모습이 리들은 무척이나 거슬렸다.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실어증이라고, 본인 의지로 입을 닫아 버렸다고, 다른 사람들은 젤러 부인의 당부에 따라 절대로 리브의 입을 억지로 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더 극단적인 상황이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리들은 무서울게 없었다. 그는 소녀가 지적한대로 자기 맘대로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소녀가 말을 하지 않는 상황은 리들에게 거슬리기 충분했다. 청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지금도 말을 안할 셈이야?”

“……”

말문을 닫아버린 리브는 새로운 방식으로 리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몸을 일으키더니 커튼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금방 리들에 의해 무산되었다. 청년이 소녀의 손을 낚아챈 것이었다. 또 당할 줄 알고? 청년의 얼굴에 비웃음이 서렸다. 리브는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남자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분한 듯 손목을 잡힌 채로 리브는 입술을 깨물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를 무시하시겠다?”

“……”

리들은 리브와 눈을 마주쳤다. 청년의 흑안이 소녀의 벽안을 꿰뚫듯이 응시했다. 레질리먼시의 이질감, 이번에 리브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메시지를 담아 노려본다. 리들에게로 소녀의 여러 감정들이 함께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건 찰나였다. 리브는 서툴게나마 오클러먼시를 쓰고 있었다. 리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은 메시지뿐이었다. 더 이상 자신의 머릿속을 보여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놔!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그리고 리들은 그 메시지를 분명하게 읽었다. 손목을 놓지 않은 채로 차갑게 말한다.

“누구 때문이긴, 너 때문이지.”

“…!”

“네가 자초한 일이지. 너 혼자 질질 짜다가 비 맞고 이렇게 된거잖아. 애초에 몸을 혹사시킨 것도 너였어. 네가 나약해서 그런 걸 누굴 탓하는거야?”

리들은 자신이 리브를 충동질해서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다. 손목을 잡힌 채 바둥거리는 소녀를 청년은 휙 놔주었다. 리브는 리들을 노려볼 뿐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너, 정말로 벙어리가 되어 버린거야?”

“……”

“내가 널 이대로 둘 거 같아?”

“……”

“그 좋은 머리로 생각해봐, 이제 내가 어떻게 할 거 같아?”

리브는 더욱 더 입술을 앙 다물었다. 리들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강제로 입을 열게 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소녀는 그걸 알았다.

‘내가 입을 열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하지만 청년은 주목나무 지팡이를 꺼내 소녀에게 겨눌 뿐이었다. 그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다.

“상관있어, 나는 네 말대로 내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거든.”

현재 리들의 모습은 가히 위협적이었지만 리브는 조금도 떨지 않았다. 그저 지긋이 리들을 응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공허하고 생기가 없었다. 그 모습에 리들은 무언가 치미는 느낌이었다. 어째서-

“입을 열지 않으면 주문을 쏘겠어.”

하지만 소녀의 입술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리들이 소리쳤다.

“무슨 말이든 해! 그 때처럼 나한테 바락바락 소리라도 질러보란 말이야!”

“……”

“이래도 말을 안하고 네가 배길거 같- 하아?”

리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멈췄다. 소녀가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얼마든지 주문을 쏘라는 듯. 그렇게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지팡이를 든 청년의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다시 치켜든다.

“임페리우스 저주라면 네 입을 열게 하겠지.”

‘마음대로 하세요.’

소녀의 메시지가 리들에게로 전달되었다. 다시 청년의 흑안이 소녀의 벽안을 꿰뚫듯이 응시했다. 리브의 오클러먼시는 미숙했다. 필요한 것만 전달하고자 했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말하고 싶지 않아. 전부 다 싫어. 제발 날 내버려 둬.’

짙은 슬픔, 새까만 어둠, 그렇게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까지 리들에게로 흘러들고 말았다. 주목나무 지팡이를 치켜든 리들의 손이 또다시 아래로 추락했다. 리들은 결국 리브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걸지 못했다. 만약 걸었을지라도 소녀는 격렬하게 거부했으리라. 그것을 리들은 알고 있었음에도 시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리들이 입술을 깨물었다. 네 앞에만 서면 나는 이상해져.

한참을 미동 없이 서로를 마주보던 둘 중 먼저 움직인 것은 소녀였다. 리브는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이번에 리들은 소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지팡이를 쥔 청년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도 청년의 인기척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소녀 역시 눈을 감았지만 좀처럼 잠이 들 수가 없었다.

<갈등> 마침.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어젯밤에 올리려고 했는데... 박태환 선수 실격당한거 땜에(번복됐지만) 빡쳐서욬ㅋㅋㅋㅋㅋ여러분 캐나다를 욕하세요ㅋㅋㅋㅋㅋㅋ심판이 중국인이네 미국인이네 영국인이네 말 많았는데 결국 흑막은 캐나다로 확정났더라구요...ㅋ'캐나다대표팀'에서 이의신청했대요..ㅋ그래서 판정 번복에 시간이 그렇게 오래걸렸다고ㅡㅡ 개객기야 엿머겅ㅗ 두번머겅ㅗ 어쩐지 박태환 실격이라 통과됐던 그 캐나다 선수 말뽄새가 참 볼만했음(올림픽은 원래 이런거다 등 아오 너도 엿이나머겅)

올림픽 개최국인 영국도 하는짓이 뭐같아서(배드민턴 일정급변경 등) 나기니의 과묵함만큼 연중할까 고민함(나기니도 아프면 과묵함) 왜냐구요? 영국은 해리포터의 나라, 고로 멘토링은 영국배경..얘네 다 영국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걱정마세요. 연중이면 제가 30편을 올렸겠어요? 그리고 연중해도 비축분 다 풀고해여, 물론 캐나다 배경이었으면 진짜 연중공지 올렸을지도 모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빡치네 캐나다 엿또머겅

* 엄밀하게 따지면 리브는 자신의 의지로 입을 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함묵증'이 맞습니다.(실어증은 뇌손상 등으로 인해 일어나는 언어장애) 하지만 마법사들이 그토록 섬세하게 실어증과 함묵증을 구분할거 같지는 않아서 '실어증'이라고 쓰겠습니다.(의학용어가 그렇게 세분화 되어있지 않을 것 같다는게 제 판단이에요. 마법사들은 논리가 부족하죠. 원작 1권 보시면 헤르미온느가 그렇게 말함) 성뭉고 병원만 봐도 따로 정신과는 없는거 같더라구요... 물론 마법상해 부서에서 기억상실이나 고문으로 정신에 문제 생긴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는 해요!

* 제 닉네임인 '아피아체레(Apiacere)'는 음악용어에요. 자유롭게 연주하라는 뜻입니다^^ 코멘트에 여쭤보시는 분이 계셔서 후기에다가 적습니다.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를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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