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25화 (2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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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진실

리코리스와 가끔 서신을 주고받으며 기운을 차린 지니아는 연락을 끊고 또다시 마법세계에 대한 향수에 시달려야만 했다. 침대 밑에 숨겨놓은 지팡이를 꺼내보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 날도 지니아는 남편이 없는 집 안에서 지팡이를 꺼내보고 있었다. 불과 4년 전만해도 수족처럼 휘두르던 지팡이였다. 그것을 쥐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간단한 마법 정도라면 상관없겠지. 큰 마법이 아니라면 마법부도 감지하지 못한다. 감지하더라도 그저 머글 태생의 아이가 어딘가에 있으려니 생각하겠지.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지니아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가장 기초적인 주문을 입안에서 굴려보았다. 상자가 둥둥 떠올랐다. 4년 만에 써보는 마법의 힘은 여전히 친숙했다. 지팡이는 여전히 자신의 뜻대로 마법을 발휘해주었다. 그렇게 감격에 젖어있는데 그 순간 뒤에서 무언가 우당탕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지니아가 뒤를 돌아보았고 서있는 사람은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온 올리버였다. 지니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오,올리버…” 지니아는 지팡이를 뒤로 숨겼다 동시에 둥둥 떠있던 상자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부드럽기 그지없던 올리버의 연갈색 눈동자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남자는 휘적휘적 다가오더니 여자가 뒤로 숨긴 손을 낚아채고 지팡이를 두 눈으로 확인했다. 남편의 입에서 머글치고는 제법 익숙하게 흘러나오는 말들.

“마법 지팡이(Magic Wand)… 지니아, 당신 마녀였어?”

지니아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기지를 발휘해 기억력 마법을 사용한다거나 해서 남편의 기억을 지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는 상태였다. 거기까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과학자인 남편이 자신이 지팡이로 마법을 쓰는 모습을 보고 마법 지팡이와 마녀라는 용어를 뱉었다. 대답하지 않는 아내를 보며 올리버의 얼굴이 마구잡이로 일그러졌다.

“마녀였어… 하, 부엉이가 드나들 때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설마, 설마 했어. 혹시나 했어도 당신을 믿었다고!”

“오,올리버…?”

“그 망할 부엉이로 편지를 주고받고 있었어. 그 혐오스러운 당신들 족속과 말이야!”

“다,당신이 어떻게-”

지니아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약 남편에게 들키게 된다면 미지의 힘에 대해 충격을 받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거라 예상했던 지니아는 몹시 당황했다. 올리버는 마법사들의 통신 수단인 부엉이의 역할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이야기하는 남편의 얼굴에는 혐오감과 경멸이 가득했다.

“어떻게 아냐고? 고작 머글 따위가 이를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나보군?”

남편의 입에서 머글이라는 용어까지 흘러나왔다. 마법사가 아닌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 머글 당사자들은 절대로 알지 못하는 용어. 그걸 이 사람이 어떻게? 이어서 남편의 입에서 감정이 복받친, 믿을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열한 살까지 그 망할 마법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호그와트 입학장도 못받았지. 그리고 생물학적 부모에게 버림받고 집에서 쫓겨났어! 그리고 머글세계에서 철저하게 머글로 살아왔어. 날 버린 마법세계 따위 더 이상 매달리지 않을테다. 그렇게 이 악물고 살아왔어. 너도 알다시피 난 성공했지. 천재 과학자라 칭송받는 학계의 유망주가 되었으니까!”

지니아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아아, 남편은 스큅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강박적인 거부감을 보인거였나. 일반 머글이라면 신기하게 생각할 부엉이를 남편은 날카롭게 응시했다. 자신이 미래를 위해 마법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려고 하면 진저리를 치며 극명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단순한 거부감이 아니라 혐오였다. 이해하지 못한게 아니라 이해하려고 하지 않은 것이었다.

“오,올리버. 난 당신이 스큅이어도 상관없어. 애초에 머글인 것을 알고도 사랑했는데 스큅이라고 달라질 것은 없어. 당신도 그렇지? 내가 마녀라고 해도… 여전히 날 사랑하지?”

대답하지 않는다.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올리버는 단 한 번도 자신을 이런 눈으로 본적 없었다. 항상 부드럽고 사랑스럽다는 듯이 자신을 응시하던 연갈색의 눈동자가 이제 혐오와 증오를 담고 있다. 그런 남편을 보며 지니아는 심장이 쿵 내려앉은 것을 느꼈다. 이러지 마. 안돼. 그러지마

“난 당신네 족속들을 혐오해.”

얼마나 지독한 열등감에 빠져왔던가. 남들은 당연하게 쓰는 힘을 자신은 갖지 못한 채로 태어났다. 그로 인해 핍박받으며 결국은 친가족에게까지 버림받았다. 그 상처는 크디컸다. 마법의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린 날의 나는 얼마나 안간힘을 썼던가. 얼마나 지독한 열등감에 시달려 왔던가. 올리버가 과학자가 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마법이란 존재하지 않아. 부정하고 또 부정할테다. 마법은 없어. 이는 올리버의 발악이었다.

“약혼자가 있다고 했었나? 하, 순수혈통이었나 보군. 그냥 마녀도 아니라 순수혈통이라니…”

남자의 눈에 담긴 증오가 더 짙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여자는 심장이 갈가리 찢어지는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올리버, 이러지 마. 나 이제 마녀 아니야. 당신처럼 머글이야! 다시는 마법 안쓸게. 제발, 올리버 제발 이러지마!”

“머글이라고? 당신은 마녀야. 방금 당신 손끝에서 펼쳐지던 힘을 봐.”

나는 결코 쓸 수 없는 그런 힘이지. 겨우 잊었던, 마음 속 깊이 묻어놨던 열등감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눈앞의 아내는 그 마법의 힘을 갖고 있는 마녀였다. 어린 날의 자신이 그렇게 갈망하고 바란- 거기다 아내는 그냥 마녀가 아니라 마법세계의 귀족이라 할 수 있는 순수혈통의 마녀였다.

“나 당신 하나만 보고 모든 것을 버렸어. 가족도, 친구도, 마법도 전부 포기했다고! 내 세계를 버렸어! 당신이 원하면 이 지팡이도 당장 부러뜨릴게. 다시는 마법 따위 그리워하지도, 쓰지도 않을게. 제발 이러지 말아!”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지니아의 모습은 몹시 애처로워 보였다. 하지만 올리버는 그녀를 차갑게 내쳤다. 더 이상 전처럼 안아서 달래주지 않았다. 더 이상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지도 않았다.

“널 사랑해서 나도 모든 것을 버렸어. 창창한 미래를 집어 던지고 너 하나만 보고 여기까지 왔어. 그런데 그 대가가 마녀인 아내라니?”

“올리버! 제발-”

올리버의 열등감과 마법에 대한 증오는 깊었다. 지니아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아주 어린 날부터 가슴 속 깊이 묻어왔던 것이었다. 어쩌면 마법세계에 대한 증오가 지니아에 대한 사랑보다 더 깊을 지도 모른다. 올리버는 지니아에게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될, 결국 훗날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초석이 될지도 모를 그 말을 뱉고 말았다.

“당신이 마녀라는 것을 알았으면 나는 절대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을거야.”

“…!!”

“참 신기하지. 그토록 사랑스럽게만 보인 당신이 혐오스러우니 말이야.”

“제발-”

“더 이상 널 사랑하지 않아.”

그렇게 올리버는 아내를 버리고 집을 나갔다. 그리고 지니아는 그 이후로 남편을 볼 수 없었다. 죽는 날까지.

*

지니아는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울었다. 하지만 항상 자신을 달래주던 남편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울고 또 울다가 지쳐 쓰러졌다. 여자가 정신을 차렸을 때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꿈일거라고, 방금 있었던 일은 지독한 악몽일 뿐이라고, 평소처럼 남편이 다가와서 무슨 슬픈 꿈을 꿨길래 이렇게 울었냐며 달래 줄거라고, 그렇게 믿으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은 없었다. 그리고 남편의 방은 텅 비어있었다. 그렇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던 지니아는 바닥을 굴러다니는 지팡이를 발견했다. 저 것 때문이야. 그립고 또 그리워했던 마법의 힘이 그토록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 때 내가 마법을 쓰지 않았더라면, 아니 아예 지팡이를 가지고 와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지니아는 지팡이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무를 가져와 벽난로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지팡이를 휘두르면 벽난로에 불이 붙는 것은 순간이었지만 지니아는 더 이상 마법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 힘 때문에 남편이 집을 나갔다는 생각이 들자 그 힘이 증오스러워졌다. 더 이상 쓰지 않을테다.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의 불을 보며 지니아는 지팡이를 집어던졌다. 배롱나무로 만들어진 지팡이가 함께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니아는 그 것을 바라보며 한참을 울었다.

*

지니아는 올리버가 돌아올거라고 믿었다. 지금 당장은 집을 나갔지만 결국은 돌아올거라고, 지니아는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 실날같은 희망을 붙잡은 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언젠가 돌아올거라고,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순간의 감정으로 집을 나간거라고,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속삭일거라고 그리 믿었다. 올리버가 돌아오면 아무 것도 문제 삼지 말고 웃어줘야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리고 우린 다시 행복하게 살면 돼.

“브릴리언트 부인, 요즘 왜 선생님이 통 안나오세요?”

“저… 그이가 어디를 좀 갔어요. 말씀을 미리 못드려서 죄송해요.”

“그런가요? 아, 그보다 저희가 이번에 과일을 땄는데 드셔보세요.”

올리버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 한 명의 어머니—이웃이기도 했다.—가 과일이 가득 담긴 소쿠리를 내밀었다. 지니아는 같이 맛보자며 여자를 집으로 들여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과일을 베어 먹으려던 지니아는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며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몸이 안좋으신거 같아요."

“아, 괜찮아요. 냄새만 맡았을 뿐인데…”

“부인, 어디 아프세요?”

“아니에요, 요즘 통 이러네요.”

요즘 지니아는 식욕도 없었고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헛구역질이 올라와 심하게 고생하고 있었다. 여자는 지니아를 빤히 쳐다보다가 말했다.

“혹시… 임신하신거 아니에요?”

“…!!”

“의사 선생님께 한 번 가보세요.”

지니아가 사는 시골 마을에는 큰 병원은 없었지만 작은 의원이 하나 있었다. 요즘 자신의 증상을 하나하나 되새겨보다가 지니아는 이웃의 권유대로 결국 의원으로 향했다. 올리버와 살면서 지니아는 머글식 치료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있었다. 그리고 지니아를 진찰하던 의사는 임신 2개월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때는 올리버가 떠난지 한 달 가량이 지난 시기였다.

임신한 지니아를 보며 이웃들은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남편이 알면 좋아하겠다며 한마디씩 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웃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브릴리언트 부부의 금실은 동네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지니아의 배는 불러오는데 올리버는 여전히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이웃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둘이 헤어진거 아니냐, 남편이 집을 나간거 아니냐… 이웃들은 올리버가 임신한 지니아를 버리고 집을 나간 모양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들은 어쩌다 그 사이좋은 부부가 이 모양이 되었냐며 어쩐지 항상 밝던 브릴리언트 부인의 얼굴이 어두워지지 않았냐고 그녀를 가여워했다.

지니아는 임신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남편이 돌아올거라는 믿음은 점점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 이는 지니아가 슬픔을 견디기 위한 현실 도피힐 뿐이었다. 산달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믿음은 점점 옅어졌다. 그리고 지니아는 자신이 올리버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을 점점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지니아는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그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돌아올거야. 그는 돌아올거야. 여전히 지니아는 올리버와 함께한 시간들이 생생했다. 올리버 특유의 지적인 분위기, 자신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부드러운 목소리, 자신을 따스하게 응시하던 연갈색 눈동자. 너무 미안해서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거야. 그는 돌아올거야. 언젠가 돌아올거야.

스큅이 얼마나 마법세계에서 핍박 받는지는 지니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종종 어느 집안에서 스큅을 호적에서 팠다며 암암리에 소문이 돌았으니까, 스큅은 마법세계에서 버림받은 존재였다. 마법부에서는 스큅들이 머글세계에서 적응해서 살아가도록 장려한다. 하지만 그 전에 그들은 가족에게 버림받기 일쑤였다. 물론 버리지 않고 머글세계에서나마 잘 살아가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는 부모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스큅을 부끄러워하며 수치스럽게 여겼다. 특히 올리버는 스큅들 중에서도 최악의 대우를 받은 사람이었다. 아마 평생토록 마법세계를 증오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지니아는 지금까지 간신히 지켜온 것들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부정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올리버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올리버는 자신을 버렸다. 그 것을 받아들이지 마자 몰려오는 것은 분노였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난 당신을 사랑해서 모든 것을 버렸는데- 어떻게 당신이 나한테 이럴수가 있어! 그 때는 뱉지 못한 원망의 말을 지금에서야 뱉어보지만 남편은 없다. 지니아의 마음속에서 올리버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제발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애원하고 매달렸던 레귤러스가 떠올랐다. 미안했다. 레귤러스에게 자신은 죄인이었다. 알고 있었다. 그가 어릴 적부터 나만을 바라봤다는 것을. 파혼을 선언하면서도 너에게 얼마나 미안했던가. 안타까웠다. 내가 너를 사랑했다면-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리 쉽던가. 나는 레귤러스가 아닌 올리버를 사랑했다. 그렇게 나는 내 사랑을 택했다. 그리고 레귤러스가 나를 잊기를 바랐다. 그래서 더 냉정하고 잔인하게 굴었다. 너는 여전히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내가 올리버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너 역시 그러할까. 레리, 너도 이렇게 아팠니. 내가 정말 너에게 몹쓸 짓을 했어. 나는 내 남편을 잊지 못할지도 몰라. 하지만 너는 부디 나를 잊기를. 차라리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기를.

*

1927년 12월 31일, 올리버 브릴리언트가 아내를 버리고 떠난 해의 마지막 날, 지니아 브릴리언트는 딸을 낳았다. 심한 산모 우울증을 겪고 외롭고 힘겨운 임신기간 이었지만 결국은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 아이 이름은 생각해놓았냐는 산파의 물음에 여자는 줄곧 생각해놓았던 그 이름을 뱉었다. 남편의 이름인 올리버(Oliver)에서 따온 올리비아(Olivia), 그리고 미들 네임은 자신의 이름인 지니아(Zinnia)로… 지니아는 자신을 버린 올리버를 원망하면서도 결국은 놓지를 못했다. 여전히 자신은 올리버를 사랑하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것 역시 인정해야 했다.

“올리비아 지니아 브릴리언트라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어요.”

“예쁜 이름이네요. 아기가 부인처럼 푸른 눈이에요. 어머 예뻐라. 사실 이렇게 예쁜 아기는 처음봐요.”

자신의 딸을 품에 안으며 지니아는 밀려오는 슬픔에 눈물을 흘렸다. 임신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뱃속의 아이로 올리버의 발목을 잡을 수 있었을까? 답은 금방 나왔다.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래도 자신을 버렸을 것이다. 자신이 마녀라는 것을 알자마자 돌변했다. 자신을 증오와 혐오로 가득찬 눈빛으로 응시하며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녀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자신이 혐오스럽다고 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그런 올리버를 사랑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택했는데 그는 나를 버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정말로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을 버린 올리버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올리버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 자신이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나는 얼마나 그 사람에게 미쳐있었나. 그리고 지금 역시-

그와 나의 결실인 이 아이도 마녀이리라. 너도 참 불쌍한 인생이구나. 너의 존재를 알았더라도 네 아비는 너를 버렸을테지. 고로 우리 둘 다 버림받았구나. 나는 내 남편에게, 너는 네 아비에게, 차라리 너는 태어나지 않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구나. 불쌍한 것.

태어난지 몇 달이 지난 지금 아이의 머리카락을 보니 자신과 같은 골드 블론드였다. 그리고 자신과 똑같은 푸른 벽안. 얼굴 생김새도 자신을 닮았다. 이 아이는 올리버가 아닌 자신을 닮은 아이였다. 어디에도 올리버를 닮은 구석이 없다. 아직 태어난지 얼마 안돼서 아버지를 닮은 부분이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결국 지니아는 슬픔을 견디지 못했다. 아이는 어미의 죽음을 예견한 모양인지 그 어느 때보다도 빽빽 울고 있었다. 하지만 대들보에 밧줄을 매는 지니아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죽음을 택하려는 어미를 말리려는 듯,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외치는 듯 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하지만 지니아는 주저하지 않았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올리버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마 평생 돌아오지 않을테지. 이 부질없는 기다림을 언제까지 해야하는 걸까. 아아, 그가 밉고 또 밉다. 원망스럽고 증오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한다. 그런 그를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 혐오스럽다. 지독한 슬픔과 실의에 빠져 지니아는 결국 죽음을 택했다. 자신의 딸을 버리고. 그렇게 생후 몇 개월된 어린 딸의 눈앞에서 어미는 목을 맸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프리케리'님 성장 아이템 정말 감사합니다^^ 제 사탕을 받으세요♥ 그런데 성장 아이템은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요? 아니 그냥 받으면 저절로 사용되는건가요? 뭔지 몰라서...ㅋㅋㅋㅋㅋㅋㅋ

* 올리버랑 지니아가 서로를 정말 깊이 사랑한 것은 맞아요. 둘다 서로에게 주어진 것들을 기꺼이 포기했죠. 사람인 이상 예전의 삶을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거고요. 하지만 둘의 사랑은 변치 않았어요. 버림받은 스큅이라는 것과 마녀의 만남이란게 문제였죠.

* 마법사 비밀법령은 강력합니다. 마법부에서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어요. 머글에게 마법의 존재를 밝히면 안된다. 이는 배우자에게까지 통용됩니다. 원작 보시면 시무스인가 딘이 입학식날에 자신의 부모님은 아직도 싸우고 있을거라고 해요..ㅋㅋㅋㅋ보통 저렇게 호그와트 입학장이 날아오면서 정체가 밝혀지는듯 아니면 애기가 마법의 힘을 발휘할 때...

* 지니아가 그냥 철없는 순수혈통 마녀였으면 교수들이며 사람들이 리브를 보면서 그녀를 그토록 칭찬하고 찬양하는 일은 없었을거에요. 그저 지니아는 사랑에 미쳐있었던거에요. 자신의 사랑이 더 소중했죠. 올리버와 살면서도 레귤러스에게는 내심 미안해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따지고보면 나쁜년맞음...올리버는 나쁜놈.....

* 여러분 리브의 아버지가 마법세계에서 어떤 집안이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순수혈통 가문의 스큅이 아니냐고 하셨는데 아닙니다. 일반 마법사 가정이에요. 순수혈통만 내쫓으란 법있나요ㅎㅎ 저 시대에는 스큅에 대한 박해가 더 심할거라고 생각해요. 마법세계의 귀족이라는 순수혈통들이 저러니 일반 마법사 가정들은 그대로 답습하겠죠.. 어쨌든 내가 네 할애비다 네 아버지 버린 것을 후회한다 이러면서 손녀와의 눈물의 상봉 그딴거 없습니다. 올리버는 평생동안 마법세계의 친가족을 찾아가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 버린 이후로 완전히 연이 끊겼어요.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가 마녀라는 이유로 돌변한 사람이 과연 친부모를 찾아갈까요? 올리버에게 부모는 자신을 입양해준 늙은 양부모, 브릴리언트 부부 뿐이에요. 깨끗하게 잊었습니다. 올리버 너란 남자, 맺고 끊는거 확실한 남자..

* 사실 따지고보면 리브는 외모는 어머니를 빼닮았지만 성격이나 내면같은건 아버지를 닮았어요.(물론 엄마성향도 있음 영악한거라던가 따스함이라던가..) 이성적이고 차분한 그런 유순한 성품은 올리버의 것이죠. 그리고 저렇게 감정에 복받치면 평소의 착한 면은 사라지고 돌변해서 욱하는 것도 올리버에요.(파킨슨 머리채 사건 기억하시죠?ㅋㅋ) 저 뛰어난 두뇌도 올리버꺼....ㅋㅋㅋ덧붙이자면 만약 리브가 성격도 엄마 닮았으면 멘토링은 여주랑 리들의 파이트 소설^^!이 되었을거에요. 리들 엿먹일 계획 세우느라 바쁠듯...아닌면 교화시키겠다고 첨부터 덤비던가ㅋㅋㅋㅋㅋ

오늘은 후기가 좀 기네요. 밤에 한 편 더 올라옵니다. 다음편 기대하셔도 좋음ㅋㅋ왜냐고요? 리들리브가 나오니까! 예고편 또 쏩니다. 이건 후기 읽으시는 분들의 특권이에요ㅋㅋㅋㅋ

<26화 부분 발췌>

“당신이 지금까지 내내 보내온 편지들! 지니아는 한 통도 받지 못했어, 왜냐고? 지니아는 죽었으니까!”

“…!!”

“지니아는 죽었어. 당신이 떠나고 1년 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당신이 죽였어. 당신이 지니아를 죽인거야!”

**

이 독한 계집애… 리들이 휘적휘적 걸어가 리브와 거리를 좁혔다.

“이래도 상관하지 말라고?”

“…가라고요! 당신은 누구 도와주고 그러는 사람 아니잖아!”

**

“묻지 않겠다고 했지, 알아내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았어.”

그럼 여러분 밤에 봐요!

아차차 리리플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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