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21화 (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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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6. 진실

    “리들 선배!”

    호그스미드를 방문한 오리온은 저 멀리서 리들을 발견하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리들의 옆에 있는 아브락사스는 보이지도 않는지 보기드문 미소를 지으며 리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기 여념이 없다. 그 사이에 아브락사스는 에밀리와 데이트를 해야한다며 휭 가버렸다. 리들은 오리온에게 버터맥주를 마시지 않겠냐고 했고 청흑발의 남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이미 친구들은 버렸다— 그를 따라갔다. 스리브룸스틱스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망토에 부착된 후드를 눌러쓰고 있는 리들과 오리온은 구석에 자리 잡았다. 버터맥주를 마시며 둘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고 편하게 시간을 보내던 둘은 손으로 자신들의 후드를 눌렀다. 바람이 불며 둘의 후드가 벗겨질 뻔한 것이다. 바람이 분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지금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교수들이 보였다. 리들은 빠르게 교수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덤블도어, 비어리, 메리쏘우트, 슬러그혼… 네 명의 기숙사 사감이 다 모였네.

    “교수님들도 술집을 오시네요.”

    “그러게.”

    네 명의 교수들은 꿀술이나 파이어위스키 같은 것들을 시키고—슬러그혼은 파인애플 설탕 절임이 없냐고 묻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리들과 오리온은 버터맥주를 들이키다가 낯익은 이름이 흘러나오자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멈칫했다.

    “리브는 참 착한 아이에요, 누군들 그 아이를 미워할 수가 있겠어요.”

    “거기다가 모범적이고 우수하죠. 2년 연속 전과목 필기 만점이라니… 전 리들 군 외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점수라고 생각했어요.”

    “리브는 또래 아이들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을 겁니다. 거기다 변신술 과목에서는 그 누구도 리브의 발끝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미네르바도 그 정도는 아니었지요.”

    교수들은 리브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고 있었다. 오리온은 변신술 시간에 별로 힘들이지 않고 마법을 부리는 리브를 떠올리며 버터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리들 역시 리브와 멘토링을 하면서 가끔 소녀의 뛰어난 두뇌에 놀라곤 했다. 리브는 머리가 정말로 좋았고 가르치는 대로 쏙쏙 스펀지마냥 흡수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신이 내준 숙제의 질도 확연히 높아져서 과연 교수들이 혀를 내두를 만하다고 리들은 내심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조실력도 서서히 나아지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많이 서툴긴 했지만 기초를 차근차근 잡아주니 아예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그야말로 가르치는 보람이 있었다.

    “톰이 리브에게 멘토링을 잘해주고 있는 모양이에요. 실력이 늘었어요. 껄껄”

    슬러그혼은 그렇게 말하며 술잔을 들이켰다. 슬슬 취기가 오른 모양인지 얼굴이 살짝 붉었다. 남자는 추억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 “보면 볼수록 지니아를 닮았어. 내가 처음 호그와트 교수가 되었을 때 지니아가 몇 학년이었더라…” 슬러그혼은 이제 어두운 얼굴로 지니아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다른 교수들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리들과 오리온은 이제 대화를 중단한채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전 그 애를 볼 때마다 너무 가여워서… 전 처음에 알버스의 말을 듣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어요. 지니아가 자살을 했다니? 저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아직도 지니아가 떠들던 모습이 선해요.”

    갈라트 메리쏘우트 역시 슬러그혼과 덤블도어처럼 과거에 지니아를 가르쳤던 여교수였다. 슬러그혼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갈라티,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어요. 지니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그랬을테지. 지니아가 머글 남자와 사랑의 도피를 한 것도 충격인데 자살을 했다니… 그 것도 어린 딸을 남겨두고 말이야.”

    “레귤러스는 지니아와 정말 친했어요. 전 당연히 둘이 결혼할 줄 알았는데… 기억하시죠? 악튜러스 블랙의 막내 동생 말이에요.”

    “아아, 기억하고 말고요. 전 지니아가 리코리스와 항상 붙어다니던 모습도 선명해요. 둘은 가장 친한 친구였죠.”

    슬러그혼과 갈라티가 주거니 받거니 떠들고 있었다. 비어리 교수와 덤블도어 교수 역시 한마디 씩 하고 있었다. 오리온은 아버지를 비롯한 친척들의 이름이 나오자 더욱더 귀를 기울였다. 악튜러스 블랙은 아버지, 레귤러스는 숙부님, 리코리스는 고모님… 오리온은 최근에 받은 고모님의 편지가 떠올랐다. 리브를 한 번 만나고 싶으니 크리스마스 연휴 때 집에 데려올 수 있냐고 하셨지. 아아, 이 때문이었나… 교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리온은 리브가 머글 친척이 아닌 고아원에서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덤으로 리들과 같은 고아원 출신이라는 것까지.(“같은 고아원 동기라 그런지 톰이 리브를 잘 챙겨주는 것 같아요.”) 오리온은 처음으로 알게된 엄청난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옆의 청년을 놀란 표정으로 응시했다. 리들의 얼굴에도 당황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이래서 전 마법사가 머글과 결혼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아요. 머글들은 마법을 이해하지 못해요. 마법사라는 이유로 부부관계가 파탄나는 가정이 한 둘이 아니에요. 지니아를 보세요. 아무리 그래도 임신한 아내를 버리다니… 어쩜 그럴 수가!”

    “머글과 결혼하려면 마법사임을 포기해야하죠. 그건 쉬운 결정이 아니에요.”

    이는 마법사 비밀 법령 때문이었다. 머글에게 마법세계의 존재를 알려서는 안된다. 그래서 머글과 결혼하는 마법사들은 그 힘을 숨기고 철저하게 머글로 살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는 스큅이 아닌 이상 대부분 마법의 힘을 보이기 때문에 결국은 밝혀지고 만다. 이해해주는 머글 배우자들도 있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머글 배우자들도 많았다. 그렇게 교수들은 떠들다가 자리에서 하나 둘 일어나더니 술집을 나갔다. 리들과 오리온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리들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나에게 실망했니?”

    “그럴 리가요!”

    “난 네가 들은 대로 고아원 출신이야.”

    “전 리들 선배를 좋아하고 정말로 존경해요!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오리온의 말에 리들이 흑안을 깜박였다. 오리온은 유서깊은 순수혈통 집안인 블랙가문의 후계자였다. 그리고 리들은 지금까지 교묘하게 자신의 출신을 숨겨왔다. 절대로 누구에게도 고아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자신이 머글 고아원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 경멸하며 태도가 돌변할 줄 알았던 리들은 또 다시 당황스러운 심정에 마주해야만 했다.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잘생긴 얼굴이 또다시 당황에 물들었다. 오리온은 그 모습을 보며 쩔쩔맸다.

    “리들 선배, 죄송해요.”

    “…네가 왜 죄송해.”

    “이런 식으로 알게되서 죄송해요.”

    리들은 그 순간 리브의 말이 떠올랐다. 한창 리들이 리브를 경계하며 관찰하던 시절에, 리브는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했다. 혈통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길래 리들은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자신을 피하는 애 치고는 제법 당차게 말하고 있어서 좀 놀라기도 했다.

    [혈통이니 출신이니 이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중요한 것은 본인의 능력이야. 순수한 피? 어차피 다 똑같은 붉은 색이야.]

    왜 갑자기 떠오른걸까. 리들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또 다시 생각나고 말았다.

    [내 어머니는 내 눈 앞에서 목을 맸어요.]

    [나를 버리고 죽음을 택했죠.]

    항상 따스함을 담고 있던 브릴리언트의 눈동자에서 읽고 말았던 짙은 슬픔, 그리고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혹시 저번에 도서관에서 남몰래 울고있던 것도 혹시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전에 슬러그혼이 사랑의 도피를 운운했으니. 리들은 이제 자신의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머글이라는 것 외에는, ‘톰 리들’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머글 따위… 그리고 나약하다고 생각했던 어머니, 마녀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어서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머글이라고 경멸했던 어머니.

    [혹시 병에 걸려있었을지도 몰라요. 아팠을지도 모르죠. 마법사라고 아프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아픈 몸으로 선배님을 낳은 어머니에게 감사 하시는건 어때요?]

    [최소한 선배님의 어머니는… 그러지는 않았잖아요?]

    브릴리언트의 말을 듣고나니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내 아버지라는 사람은 임신한 아내를 두고 무얼하고 있었을까, 일찍 죽은 걸까. 아니면… 방금 교수님들이 말씀하셨듯이, 브릴리언트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혹시 자신의 어머니 역시 마녀라는 이유로 버림받은걸까. 그래서 홀로 자신을 임신한 채로… 알 수가 없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그건 모르는 일이야. 하지만 리들은 속으로 이를 부득 갈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은 리들은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오리온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씁쓸함을 가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밀로 해줄거지?”

    오리온은 답지 않게 과장된 포즈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맹세라도 할까요?” 리들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리들은 이제 오리온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떠들고 다니지 않을까 특별히 주시했다. 하지만 오리온의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절대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아브락사스 역시 아무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오리온은 순수혈통 주의자가 아니었던가, 블랙가문 자체가 순혈주의로 유명했다. 당연히 블랙가문의 후계자인 오리온 역시 그럴거라 생각했던 리들은 무척이나 의외의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

    한편 리브는 톰 리들에게 눈물을 보인게 너무나도 분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톰 리들 앞에서 울다니! 하지만 뱀을 만지라고 하다니, 어떻게 자신한테 그런 일을 시킬 수가 있어? 내가 뱀 무서워하는거 알면서! 그래, 그걸 아니까 일부러 시킨거다. 정말이지 못되쳐먹었다. 그럴수록 더더욱 울면 안됐는데, 뭐야 이게- 약점 같잖아. 그렇게 생각하던 리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약점 같은게 아니라 약점이 맞지… 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나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필요의 방을 나온 상태였고, 왜 난 그의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저번에도 그의 앞에서 눈물을 보였지. 이번에는 아주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렸다. 리브는 도저히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때는 정말이지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는걸. 정말 무서웠어. 나기니를 어떻게 만져. 무섭단 말이야. 톰 리들 이 나쁜놈!

    “리브, 어디 아파?”

    머리를 부여잡다가 얼굴을 구기다가 한숨을 쉬다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리브의 표정을 보며 에밀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보니 자신이 추태를 부린 모양이었다. 리브는 민망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 쪽팔려. 한편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이 끝나고 메리쏘우트 교수는 래번클로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연휴 때, 호그와트에 남을 학생들은 서명하라고 했다. 리브는 매년 크리스마스 연휴는 호그와트에서 보내고 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서명을 하려는데 그런 소녀를 누군가가 불러 세웠다. “리브” 소녀를 부른 것은 이번 시간에 같이 수업을 들은 오리온이었다.

    “잠깐 할 얘기가 있어.”

    “그래, 조금만 기다려. 서명 좀 하고”

    “우선 내 얘기부터 들어줘.”

    오리온의 잘생긴 얼굴에 깃든 표정은 꽤 심각했다. 소녀는 깃펜을 집어 들었다가 서명은 나중에도 할 수 있으니 그대로 내려놓았다. 오리온은 이곳에서 할 얘기가 아니라고 말하며 교실을 나갔다. 리브는 오리온과 잠깐 이야기를 하다 가겠다며 에밀리를 먼저 보냈다. 오리온은 리브가 나오자 그녀를 인적이 드문 복도로 이끌었다. 얘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지? 그러고 보니 요즘 오리온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하지만 입술을 달싹 거릴 뿐 종국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착한 리브는 굳이 오리온에게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이냐며 다그치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기다려주겠다고 상냥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오리온?”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때, 우리 집에 오지 않을래?”

    한참을 고민하는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한다는 말이… 다짜고짜 자기네 집에 오라고? 리브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오리온은 자기가 뱉은 말을 떠올리더니 아차하며 말했다.

    "오해하지는 마, 그런 의미는 아니니까“

    “오리온,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어. 그런 의미라니?”

    오리온은 리브가 의외로 이런 면에는 둔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버렸다. 리브는 더욱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오리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통 남자가 여자한테 자기 집에 오라고 초청하면 한 번쯤은 고백하는 건가, 나를 좋아하는 건가 의심할 수도 있는데 얘는 아예 자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시간 있냐고 남학생들이 종종 물어봐도 그렇게 철벽을 치더라. 데이트 신청하려고 하는 줄도 모르고 쯧쯧… 누군지 몰라도 이 여자를 좋아하게 될 남자는 꽤나 마음 고생하겠다고 생각하는 오리온이었다.

    “아냐 모르면 됐어. 별로 중요한거 아니니까”

    “…?”

    오리온은 줄곧 어떤 식으로 얘기를 꺼내야 리브가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항상 고민했다. 임신한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 어린 딸을 두고 자살한 어머니, 그런 부모를 가진 리브의 심정을 자신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부모님이 없는 리들 선배와 리브의 슬픔을 이해한다고 어줍잖게 위로의 말을 건내는 것은 지독한 위선이고 그들을 기만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리라. 그런데 나는 너에게 이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하는 것일까. 리브와 본격적으로 친분을 갖게 된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외사촌인 에밀리의 단짝이기 때문에 줄곧 주시하고 있었다. 리브는 착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진 마녀였다. 그녀는 감정이 상해도 거의 화를 내지 않는다. 그저 지긋이 응시할 뿐이었다. 정말 화가나면 항상 따스함을 담고있던 눈이 싸늘해진다. 다른 사람이 된 것 처럼. 그래, 리들 선배도 그랬다. 리들 선배는 화가 나거나 심기가 불편하면 분위기에서 그게 어김없이 드러났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그러고 보니 둘다 나쁜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비슷하구나.

    “오리온?”

    “…우선 끝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줘.”

    “그렇게 할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오리온의 심각한 표정에 리브의 얼굴에 걱정스러움이 서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토록 고민하는 걸까. 리브의 따스한 미소에 오리온은 자신의 말이 저 미소를 앗아가버릴까봐, 두려워졌다. 하지만 말해야한다. 리브도 알아야한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리브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내게는 프랑스에 사시는 고모님이 한 분 있어.”

    “응”

    “고모님은… 너희 어머니와 가장 친한 친구셨다고 해.”

    리브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살짝 커진 소녀의 벽안, 오리온은 차마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고모님이 너를 꼭 보고 싶다고 하셨어.”

    오리온은 리브를 만나보고 싶다고, 그녀의 어머니 지니아 라이트와 친한 사이였으니 부디 말을 전해달라는 리코리스 블랙의 편지를 받았다. 그래서 오리온은 정중하게 답장을 보냈다. 리브는 이미 자신의 출생을 알고 있다고, 파킨슨의 폭로가 있었고, 현재 머글 친척과 함께 살고 있으며 더 이상 들추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또 다시 답장이 왔다.

    [그 아이, 내가 꼭 만나봐야겠다. 정말로 지니아의 딸이라면… 아니, 그 애는 지니아의 딸이 확실해. 이름이 올리비아 브릴리언트라니… 더욱 더 나는 그 애를 만나봐야겠구나. 꼭 해줘야 할 이야기가 있단다. 오리온 부디 아무 것도 묻지 말아다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 때, 본가에 그 아이를 초대하지 않겠니? 꼭 만나야 하니 부탁한다. 그런데 그 아이가 머글 친척과 살고 있다고 했니? 확실한거니?]

    리코리스의 편지를 받고 오리온은 예감했다. 파킨슨의 폭로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최근에 오리온은 그녀가 머글 친척과 살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고모님은 자신에게 되물었다. 리브가 머글 친척과 살고 있는게 확실하냐고… 무엇을 알고 계시는 걸까. 오리온은 리코리스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그리 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오리온은 도저히 그녀에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파킨슨의 폭로만으로 그렇게 이성을 잃은 너에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어찌… 이는 너를 흔들어놓기에 충분하겠지. 그래서 오리온은 그녀에게 몹시 미안했다. 굳이 들춰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지니아 라이트인 이상,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 다른 이의 입에서 듣는 것 보다는 그래도, 그녀의 어머니와 친구였던 자신의 고모님에게 듣는 것이 더 나으리라. 한참동안 리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녀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역시 오리온의 예상대로 리브에게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는 예민한 주제인 듯 했다.

    “내 어머니와… 친구셨다고?”

    “…응, 가장 친한 친구셨다고 들었어.”

    어머니와 가장 친한 친구, 그러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으리라. 당시 커다란 스캔들이라고 했으니 자신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알고 있지 않을까. 누군지 알고 있을거야. 아버지를 떠올리자 리브의 마음 깊은 곳에서 증오심이 솟구쳤다. 나와, 내 어머니를 버린 남자. 하지만 동시에 호기심도 치솟았다. 알고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어머니가 많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절절하게 사랑했던 그 남자가. 아름답고 뛰어난 마녀로 정평난 자신의 어머니를 목매게 만든 그 브릴리언트가.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리브가 입을 열었다.

    “꼭 만나뵙겠다고 전해드려줘.”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항상 지난편처럼 코멘이 달렸으면 좋겠어요.... 역대 최고에요 코멘수가ㅋㅋㅋㅋ

    깜짝 놀랐어요ㅋㅋㅋㅋ역대 최고 용량때문인가요, 리브 울려놓고 오히려 당황한 리들때문인가요ㅋㅋㅋㅋㅋㅋ오늘은 별일 없어서 코멘이 또 적을듯..ㅜㅜ

    * 독자님들 코멘보고ㅋㅋㅋㅋㅋ특히 서브 덤블도어 보고 빵터졌어욬ㅋㅋㅋㅋㅋ할아버지와소녘ㅋㅋㅋㅋ무슨 해리포터판 은교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ㅋㅋ

    * 으아니 서브요? 리들이 어디 안달할 남자랍니까ㅋㅋㅋㅋㅋ그리고 어떤 남자가 리들과 상대가 되겠어요.. 리들자체가 먼치킨이라...ㅋ..ㅋㅋ..ㅋㅋㅋ밸런스 멘붕만 일으킬뿐ㅋㅋㅋㅋㅋ그리고 훗날 지 마음 자각한 후에는 진짜로 살인날지 모름ㅋㅋㅋㅋㅋㅋ하지만 리들이 안달하는 날은 올거에요. 리브가 쉽게 리들한테 넘어가겠어요? 지금 리들 하는 꼬라지를 보세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리브도 지팔자 지가 꼬는 상이라서..........아이고

    * 그보다 여러분 전부 오리온의 명복을 빌어주세요. 감히 마왕님이 고아 출신이라는 것을 알아버림...ㅋ하나 스포하면 리들은 그 이후로 호시탐탐 오리온의 등뒤를 노리고 있음돠. 오블리비아테 먹이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무서운놈... 먹일지 안먹일지는 다음편에서 확인하세요!

    *  그리고 오리온은 리들 빠돌이에요. 만약 리브 도망가면 리브 찾아내서 그 간의 정을 봐서 말해주는거라고 순순히 돌아가라고 말할 놈....... 그나마 리브가 오리온이랑 친구먹어서 다행임 만약 친구 안먹었으면 저런 말도 안하고 그냥 리들에게 곱게 갖다 바칠듯ㅋㅋㅋㅋ

    * 리코리스 블랙(Lycoris Black), 저번 편에서 사진 속의 리브를 보고 아련하게 지니(지니아의 애칭)를 불렀던 그 여성입니다. 떡밥을 던졌는데 왜 아무도 알아주지를 못하니.. 여러분과 리브를 멘붕으로 몰아넣을 거에요. 아직 전부 드러나지 않았거든요ㅎㅎ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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