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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본색
* 오늘은 후기를 읽어주세요.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리브는 덤블도어 교수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소녀는 온갖 생각을 했다. 머글식 폭력이 아니라 마법을 쓰는 건데… 사실 리브는 파킨슨을 밟아준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후회가 없었다. 그저 방식이 과격했다는 것은 후회스러웠다. 난 평소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으니까 괜찮을거야. 하지만 자신이 상해를 입힌 상대가 파킨슨이었다. 오늘 아침에 파킨슨 가문에서 호그와트로 엄청난 항의편지를 보냈다던데… 슬리데린 여학생들이 떠들던게 떠올랐다.
“너에 대한 처분이 거의 정해졌단다.”
“…소란을 피워서 죄송해요.”
덤블도어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파킨슨 양 역시 너에게 언어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이 참작되었단다.”
언어폭력이라… 누구인지 몰라도 꽤 그럴듯한 말주변으로 교수님들을 설득한 모양이었다. 리브는 마음속으로 그 누군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네가 파킨슨 양에게 폭력을 휘두른 일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를 한다면 기숙사 점수를 감점하는 것만으로 일을 최대한 마무리 짓기로 했단다.”
이는 정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아마 평소 모범적인 수석학생인 리브에 대한 교수들의 총애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하지만 리브는 사과를 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사과라고? 방법은 후회하지만 그녀를 밟아준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사실 리브는 겨우 머리채 잡은 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다. 역시 마법을 난사해야 했던 것을…
“제가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거죠?”
리브의 물음에 덤블도어 교수가 하늘색 눈동자를 깜박였다.
“퇴학을 당하게 되나요?”
“오, 이런 일로 호그와트는 학생을 퇴학시키지 않는단다.”
모범적이고 우수한 학생임과 동시에 교수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리브를 호그와트에서 퇴학시킬 일은 절대로 없었다. 리브가 또렷하고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절대로 파킨슨에게 사과를 하지 않을거에요.”
절대로 사과할 생각은 없다. 리브는 그녀를 더 손봐주지 못한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사과를 하라고? 그 계집애한테? 내가 크루시아투스 저주를 날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그 때 생각난게 머리채 잡는 것뿐이었거든. 이제 덤블도어 교수는 반달 안경 너머로 리브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원인 제공을 한 것은 파킨슨이에요. 그녀는 평소에도 저를 괴롭히고 있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아직 분에 차지 않아요. 그녀는 저와 제 어머니를 모욕했어요.”
“올리비아 브릴리언트”
덤블도어가 나지막하게 리브의 풀네임을 불렀다. 리브는 잠깐 벽안을 깜박였지만 그 뿐이었다. 여전히 덤블도어는 소녀를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걱정마세요. 앞으로는 파킨슨에게 머글식 폭력을 쓰지 않을거니까요.”
이제는 저주를 난사해줄거다. 덤블도어의 하늘색 눈이 리브의 벽안을 꿰뚫듯이 응시했다. 리브는 덤블도어가 자신에게 레질리먼시를 쓰고 있음을 눈치챘다. 오클러먼시를 써본적은 없지만 어떤 원리로 하는지는 알고있다. 하지만 리브는 굳이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리고 덤블도어는 소녀가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음을 알아차렸다.
“리브, 네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니”
“물론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책임지겠어요.”
“……”
“하지만 절대로 사과는 하지 않을겁니다. 이게 제 뜻이에요.”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리브는 자신이 파킨슨에게 사과를 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면 일이 더 시끄러워질거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절대로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톰 리들한테 뺨을 한 대 더 맞고 말지. 비유가 이상하지만 어쨌든 그 정도로 싫었다.
“차라리 징계를 내려주세요. 무엇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
“책임을 져야한다면 징계를 받겠어요. 소란을 피운 것은 사실이니까요.”
리브는 분명하게 자신의 뜻을 표현했다. 사과를 하지 않을거라고. 차라리 징계를 받겠노라고. 어떤 징계든 달게 받겠노라고. 학교에서 소란을 피웠으니 그에 따른 벌이라고 생각하고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머글식 폭력으로 파킨슨을 밟아준 것에 대한 벌로 받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
리브는 파킨슨에게 사과를 함으로써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 짓기보다는 기꺼이 징계를 받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안 그래도 슬리데린 여학생들이 어째서 리브가 벌을 받지 않고 사과 따위로 넘어가는 거냐고 항의를 했을 뿐만 아니라 파킨슨 가문에서도 항의 편지가 날아와서 골치가 딱딱 아픈 참이었다. 교수들은 결국 리브에게 징계를 내렸다. 물론 그들은 덤블도어와는 달리 리브가 전혀 미안해하지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리브의 징계는 간단했다. 핀스 부인을 도와 한 달동안 도서관의 책들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파킨슨을 밟아준 이후로 리브에게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고약한 일들이 싹 사라졌다. 더 이상 파킨슨을 비롯한 톰 리들 팬클럽 여학생들은 리브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녀들은 리브를 욕하다가도 소녀와 눈이 마주치면 움찔했다. 그리고 리브가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긴 머리를 쓸어내리면 화들짝 놀라며 후다닥 달아났다. 리브가 언제든지 자신들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내동댕이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어쨌든 리브는 한결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론 학생들이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는ㅡ“쟤가 파킨슨 머리채 잡은 애야? 그렇게 안보이는데”ㅡ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맞다, 어떤 저학년 생들은 슬금슬금 피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파킨슨은 기가 팍 죽어서 전처럼 활개치고 다니지 않았다. 아무래도 곱게자란 순수혈통 아가씨에게 머글식 폭력은 큰 충격인 모양이었다. 리브는 어쩌면 마법을 난사한 것보다 머글식 폭력을 휘두른게 그녀에게는 더 좋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그 결과로 그녀는 쪽팔려서 얼굴을 제대로 들고 다니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 때 그 꼴을 머릿 속에 꼭꼭 넣어서 절대 잊지 말아야지. 그렇게 일이 잘 해결 되었지만 리브는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 날 이후로 덤블도어 교수와 사이가 소원해진 것이다.
“사실 난 징계를 안받을 수도 있었어.”
리브가 남몰래 에밀리에게 속닥였다. 지금 에밀리는 도서관 책을 정리하는 리브를 도와주고 있었다.
“파킨슨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하래. 그래서 그건 싫다고, 차라리 징계를 내려달라고 했어. 난 파킨슨을 밟아준 것에 대해 후회 안해. 다음에는 저주를 쏴줄거야.”
리브의 말을 들은 에밀리는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었다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리브의 얼굴은 조금 어두웠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내게 실망하신 것 같아. 내가 반성을 하나도 안했다고… 날 지긋이 응시하시는데 으으”
“오, 리브. 나 같아도 그 계집애한테 사과하고 싶지 않았을거야. 잘했어. 덤블도어 교수님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주실거야. 그 교수님은 너를 좋아하잖아.”
에밀리가 애써 리브를 위로했지만 소녀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 책 정리를 끝내고 도서관을 나온 리브는 에밀리와 대화를 나누며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너무 우울해하지마, 음.. 이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려나? 조만간 호그스미드 첫 방문이 있을 예정이래!”
에밀리의 말에 리브가 벽안을 깜박이며 물었다. “정말?” 리브의 표정이 조금 밝아지자 에밀 리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응! 그 때 허니듀크에 가자. 리브 넌 단 것을 좋아하니까 분명 마음에 들거야. 그리고 스리브룸스틱스에 가서 버터맥주도 마시고…”
“아직 편지를 못 받았나보지?”
그 때 에밀리와 리브의 뒤에서 낯익은 남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밀리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휙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뭐야, 말포이! 너 스토커야? 왜 쫓아와?”
“이게 누굴 뭘로 보고!”
“너 말이야 너, 아브락사스 말포이! 너! 스토커!”
“이게 진짜- 야, 오늘은 너랑 싸우러 온거 아니니까 잘들어.”
아브락사스가 백금발을 쓸어올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넌 나랑 호그스미드에 가야해.”
“…미쳤어? 내가 왜 너 따위랑!”
“누군 뭐 너 따위랑 가고싶은 줄 아냐? 부모님께 편지가 왔어. 호그스미드에 같이 가서 시간을 보내래. 아직 넌 못 받은거야?”
“아 맞다…”
에밀리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리브는 최근에 에밀리가 부모님께 말포이와 데이트를 하라는 명령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래, 그 때 그랬었지. 요즘 일이 많아서 잊고 있었네.
“안됐지만 네 친구, 음 이름(name)이 뭐랬더라?”
아브락사스가 리브를 향해 많은 여자들을 홀렸던 그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대답한 것은 에밀리였다.
“멍청아, 브릴리언트잖아.”
“난 성(last name)이 아니고 이름(first name)을 물은거야.”
“뭐야, 왜 갑자기 친한척?”
“앞으로 자주 보게 될테니까, 리들의 멘티인데다가 정혼녀의 단짝이잖아.”
여전히 아브락사스는 리브를 향해 꽃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리브는 어색하게 웃었다. 난 별로 그 쪽 자주 보고 싶지 않은데… 물론 리브는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내 친구한테 네 마수를 뻗을 생각이라면 관둬!”
“그랬다가 호울러를 한 통 더 받게? 요즘 네 오빠가 내 연애사업을 톡톡히 방해하고 있어. 지도 연애하는 주제에… 같은 남자끼리 어쩜 그럴 수가 있냐”
“뭐? 에드가한테 여자친구가 있단 말이야?”
에밀리는 이제 은회안을 빛내며 아브락사스에게 자신의 오빠가 누구와 연애를 하냐고 재잘재잘 묻고 있었다. 그리고 아브락사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술 자신이 아는 것들을 떠들기 시작했다. 리브는 여전히 생각에 빠져있었다.
“…… 어쨌든 너 호그스미드는 나랑 가야해.”
“그냥 갔다고 편지쓰면 안돼? 우리 둘이 입을 맞추면 되잖아.”
“나 너랑 키스할 생각 없는데”
“응? 무슨 헛소리를 하-”
에밀리는 말을 뚝 멈췄다. 입을 맞추자=키스하자. 아브락사스가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에밀리는 아브락사스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이 변태 자식이!” 아브락사스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정강이를 두 손으로 감쌌다. 윽 아프겠다… 방금 그 소리 엄청났어. 리브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너 한 번만 더 그딴 소리해봐!”
“왜 이래, 키스 한 번도 안해본 사람처럼”
“……”
“호오, 진짠가보군?”
에밀리가 다시 한 번 아브락사스의 정강이를 걷어차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청년은 그 것을 쓱 피했다. 에밀리가 약이 오른 듯 소리쳤다.
“닥쳐! 어쨌든 난 너랑 같이 호그스미드 안가. 첫 방문은 리브랑 갈거야.”
“아하, 이름이- '리브 브릴리언트'야?”
아브락사스가 리브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
“이 바람둥이 자식이!”
“이제 곧 통금시간이라서 난 가봐야 해, 야 호그스미드는 나중에 얘기해. 그리고 네 성적표 한 번 갖고와. 멘토링 계획서 작성해야 한단 말이야.”
“네 성적표 보기 전에는 내 성적표 보여줄 일 없어!”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네 성적표 갖고와, 알았지?”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선 아브락사스가 멈칫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리브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봐, 리들의 멘티 아가씨.”
“…?”
“리들이 요즘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아보이는데… 혹시 왜 그런지 알아?”
리브는 벽안을 깜박이다가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브락사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의 기숙사가 있는 지하로 내려가버렸다. 리브는 그가 왜 기분이 저조할지 충분이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 알게 되었겠지. 자신의 아버지가 호그와트에 다닌 적이 없음을. 고로… 머글이라는 것을. 그 날 이후로 리브는 리들과 직접적으로 마주친 적 없었다. 그는 이제 다른 쪽 서고를 뒤지고 있었다. 아마 어머니에 대해 찾는 것으로 관심을 돌린 모양이었다. 아버지가 머글이라면… 어머니가 마녀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으니까.
*
리들은 명단에서 ‘톰 리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리들’이라는 성도 없었다. 결국 청년은 인정해야만 했다. 자신의 아버지는 호그와트에 다닌 적이 없음을, 머글이라는 것을- 줄곧 품고있던 불안감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제 어머니가 마법사일리 없다는 생각을 바꿔야만 했다. 리들은 이제 지금까지 무시해 왔던 어머니의 집안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겨진 단서가 없었다. 아는 것은 고작 ‘마볼로’라는 자신의 미들 네임 뿐이었다. ‘톰 리들’이라는 자신의 이름은 머글 아버지의 것, 미들네임은 외할아버지의 것. 외할아버지는 어머니의 아버지…
“안녕하세요. 리들 선배님”
리들은 리브와 마주쳤다. 리브의 인사에 리들은 “안녕, 브릴리언트”라고 화답했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소녀는 어색함에 불쑥 물음을 던졌다.
“찾으셨어요?”
“내가 뭐라고 답할거라고 생각해?”
대답을 안하거나 무시할거라 생각했던 리들이 의외로 반문해오자 리브는 벽안을 깜박였다. 리브는 솔직히 말하는 것을 택했다.
“말씀 안해주실줄 알았는데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 선배님의 아버지가 마법사가 아니였다면 어머니가 마녀였겠죠.”
“마녀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다고…? 그렇게 나약한…”
리들은 순간 자신이 속내를 입으로 뱉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브는 못들은척 할 수 있었지만 대꾸하는 것을 택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혹시 병에 걸려있었을지도 몰라요. 아팠을지도 모르죠. 마법사라고 아프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마음의 병, 사랑의 묘약으로 얻어낸 남편에게 불안감과 죄책감을 갖고 있었으리라. 그리고 남편에게 버림받았을 때, 자신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절망감. 돌아오지 않았고, 자신의 아이를 가진 아내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겠지.
“치료를 하면 되잖아.”
“…세상에는 치료되지 않는 병도 많아요. 마법이 만능은 아니잖아요.”
리브는 자신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돌아오지 않은 자신의 아버지, 슬픔에 목을 맨 어머니… 버림받은 나… 리브는 울컥하는 심정이었다.
“아픈 몸으로 선배님을 낳은 어머니에게 감사하시는건 어때요?”
메로프 곤트는 아이가 아버지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을 버린 톰 리들 1세를 결국 끝까지 놓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그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낳았다. 허약해진 몸 때문에 죽고 말았지만… 끝끝내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내 눈 앞에 있다. 그녀의 뜻대로 그 아이는 아버지를 빼닮은 청년이 되어있었다.
“너 지금 비꼬는거야?”
리브는 리들에게 질투가 날 지경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사랑했다. 그래서 기어이 낳고 말았다. 그런데 나는… 내 어머니는… 견딜 수가 없었다. 메로프 곤트는 마녀임을 포기했을지 언정 아들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결국은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었다. 마녀로서의 능력을 잃고 허약해진 몸으로 결국 죽어버렸지만- 뱃속의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만약 죽지 않았더라면 사랑하는 남자를 빼닮은 아들을 무척이나 애지중지 길렀으리라. 하지만 나의 어머니는… 나를 버렸다. 나를 버리고 죽음을 택했다. 리브는 리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돌아섰다. 화가난다. 슬퍼진다. 견딜 수가 없다. 그런 소녀의 어깨를 잡고 리들이 돌려세웠다.
“너 왜이래?”
소녀의 푸르른 벽안에 맺힌 눈물 방울. 리들의 흑안이 살짝 커졌다. 순간 리들은 작년에 도서관에서 보았던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참동안 눈물을 쏟아내며 슬프게 울던 그 모습이 떠올라버렸다.
“거슬리게 했다면 죄송해요. 지금은 비켜주세요.”
“이유를 말해.”
리브가 리들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눈물 방울이 또르륵 소녀의 왼쪽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리들은 흠칫했지만 여전히 소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 나쁜 자식, 꼭 들어야겠니? 리브가 자근자근 씹어버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울음을 참는 것 같기도 했다.
“내 어머니는 내 눈 앞에서 목을 맸어요.”
“…!”
“나를 버리고 죽음을 택했죠.”
그깟 사랑이 뭐라고… 소녀가 자조적인 표정을 지었다. 리들은 리브의 눈동자에서 짙은 슬픔을 읽어내고 말았다. 소녀의 어깨를 쥐고있던 청년의 손에서 스르륵 힘이 풀렸다.
“최소한 선배님의 어머니는… 그러지는 않았잖아요?”
메로프는 당신을 버리진 않았잖아. 그 허약한 몸으로 임신을 유지하고… 결국은 낳았잖아. 하지만 내 어머니는… 내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 남자의 딸인 나를 혐오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견딜 수가 없어진다. 하다못해 내가 아버지의 눈 색깔만이라도 닮았더라면 어머니는 나를 버리지 않았을지도 몰라. 죽음을 택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사랑하는 남자와의 딸인 나를 포기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역시 모르겠다.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소녀의 어깨를 쥐고있던 리들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리브는 청년의 손을 쳐내고는 그를 지나쳐 가버렸다.
<본색> 마침.
============================ 작품 후기 ============================
** 원작에서는 해리가 덤블도어한테 아들을 위해 살아볼 생각도 안했냐고 하잖아요. 제 생각은 달라요. 메로프는 톰 리들 1세에게 버림받고 마녀임을 포기했어요. 마법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거죠. 아니면 너무 슬퍼서 그 능력을 잃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것과는 별개로 뱃속에 있는 아들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자신을 버린 톰 리들 1세도 미워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끝까지 사랑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 증거로 아들에게 남편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주었으니까요. 거기다가 아버지를 닮았으면 좋겠다고까지 하죠.
그리고 저는 메로프가 되게 마음이 여리다고 생각하는게.. 아버지 마볼로 곤트에게 학대받고 자랐잖아요. 그런데도 아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미들네임으로 지어주었죠. 그 때 메로프가 죽지만 않았더라면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실인 아들을, 남편을 닮은 아들을 애지중지 기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러니까 결론은 메로프가 리들을 낳고 죽은 것은 아들을 위해 살아볼 생각을 했다, 안했다와는 별개로 마음도, 몸도 너무 허약해져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는 거에요. 아마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고아원 앞에서 아이를 낳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그 몸으로 용케 아이가 유산되지 않고 그대로 태어난게 용하죠. 메로프는 끝까지 임신을 유지한거에요. 기어이 아이를 낳겠다고.. 그 아이로 인해 마법세계는 암흑으로 물들었지만 말이에요.
리브는 여기서 리들에게 질투를 느끼는거에요. 메로프(리들의 어머니)는 출산 후에 몸이 허약해져서 죽은거지 지니아(리브의 어머니)처럼 자진해서 죽음을 택한게 아니니까요. 리브는 어머니와 아버지 둘 다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상당한 트라우마에요. 물론 아버지에게로 증오를 전부 돌리고 어머니를 용서했지만요... 어쨌든 여기는 저의 개인적인 해석이 들어간 부분이라 이렇게 후기에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제 생각이 잘 전달되었으나 모르겠네요.. 이 부분에 대한 무조건적인 태클은 정중하게 사양하겠습니다.
* 사실 아브락사스는 리브 이름 알고 있어요. 리들이랑 리브랑 인사하고 지낸지 오래되었죠. 거기다 바람둥이 아브락사스의 주요 관심사인 '예쁜 여자애'인데 이름도 모를리가ㅋㅋㅋ 처음에 보자마자 눈이 벌게져서 리들한테 쟤 이름 뭐냐고 물어봤음ㅋㅋ 고로 저건 일종의 작업을 판명이 났습니다ㅋㅋㅋㅋ진지한건 아니고 그냥 습관이에요. 예쁜 여자만 보면 저럽니다 쟤는... 에드가가 방해해도 꿋꿋하게 여자 만나고 다닙니다..ㅋㅋ
* 지니아의 약혼자로 등장한 '레귤러스 블랙'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요. 시리우스의 동생인 레귤러스가 아닙니다. 오리온의 차남이 레귤러스이고, 그 레귤러스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것은 저도 알아요. 동명이인이에요. 제가 창작한 인물 아니고요. 롤링 작가님이 만드신 블랙 가계도에 있습니다. 오리온의 아버지인 악튜러스 블랙의 형제이자, 오리온에게는 사사로이 작은 아버지 되는 사람이에요. 뜰에 블랙 가계도를 올려놓았으니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길 바랄게요.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항상 작품설정에 올라갑니다. 핸드폰은 리리플을 못보신다고 하는데 리리플을 후기에 넣으면 분량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져서요..ㅜㅜ 개인적으로는 작품설정에 올리는게 가장 깔끔한 것 같더라구요. 죄송하지만 PC버전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