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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본색
도서관으로 향하던 리브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여러 명의 여학생들이었다. 파트너 대면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리브는 교수들에게 톰 리들의 멘티 자리를 반납하겠다고 이의 신청을 하지 않았다. 결국 리브는 리들의 도발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의 말대로 자신이 파트너 자리를 반납한다면 그녀들의 협박과 횡포에 무릎을 꿇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알고있다. 이게 바로 톰 리들이 원하는 것이겠지. 내가 그의 도발에 넘어가서 결국 멘티가 되는 것. 그런데도 리브는 리들의 도발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리들보다 저 슬리데린 계집애들이 더 괘씸했다. 저 계집애들의 뜻을 이루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고약한 일들을 당하면서 리브는 톰 리들보다 저 계집애들을 더 밟아주고 싶어졌다. 이건 나의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가만 안두겠어. 상대가 톰 리들이 아닌 이상, 리브는 인정사정 봐줄 생각이 없어졌다. 자신의 앞 길을 막는 것은 톰 리들로 족하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 어딜 까불어.
리브는 그 날 이후로 자신을 건드리는 슬리데린 여학생들에게 철저하게 보복을 감행했다. 우선적으로 리브의 손을 베이게 만든 슬리데린 여학생은 약초학 시간에 온실로 침입한 뱀에게 물려 까무륵 기절하고 말았다. 해당 여학생은 곧바로 병동으로 실려갔고 그 이후로도 몇 몇 꽤 많은 여학생들이 더 뱀에게 물려야만 했다. 병동의 치료사인 젤러(Zeller) 부인은 독사가 아니라 다행이라며 무슨 학교에 이렇게 뱀이 나돌아다니냐고 투덜거렸다. 그 이후로 학생들은 뱀을 잡으러 다니는 관리인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전부 리브의 짓이었다. 리브는 호그와트에서 파셀통그의 능력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다. 그녀가 파셀마우스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톰 리들 뿐이었다. 그리고 톰 리들이 파셀마우스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나와 덤블도어 교수 뿐. 톰 리들, 너 엿 한 번 먹어봐라. 아마 뱀과 관련한 일이면 덤블도어는 그를 의심하고 추궁하리라. 안 그래도 덤블도어는 다른 교수들처럼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퍼준다거나 총애하거나 하지 않았다. 아마 상당히 귀찮아질걸. 덤블도어 교수는 보통 인물이 아니니까! 리브의 말대로 리들은 덤블도어 교수에게 추궁 비스무리한 것을 당해야만 했는데 아마 리브가 이 모습을 보았더라면 쾌재를 부르며 기뻐했으리라.
어쨌든 리브는 남몰래 뱀이 나올만한 금지된 숲 근처로 향했다. 뱀들은 파셀마우스인 리브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꺼이 소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리브는 어렸을 적에 뱀에게 물려 죽을 뻔한 일 때문에 뱀을 무서워했지만 나기니와 가까이 지내서 적응이 되었는지 몰라도 그들이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 물론 꼬물꼬물 움직이는 뱀을 보면 소름이 끼쳤고 여전히 만지는 것은 여전히 극히 꺼려졌지만 말이다. 그리고 리브는 보복을 위해서라면 뱀과 마주하는 것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통 여자애들은 뱀을 무서워한다. 슬리데린의 상징이 뱀이라고 해도 걔네는 슬리데린 소속이기 이전에 계집애지. 어디 뱀 맛 좀 봐라. 리브에게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슬리데린다운 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뱀에게 호되게 당한 여학생들은 그게 리브의 짓이라는 것을 알기 못했기에 계속해서 리브를 괴롭혔다. 리브는 이제 발을 거는 것들을 그저 꾹 밟아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소녀는 신발 밑창에 압정같은 뾰족한 것들을 심어놓았다. 그냥 밟아서는 말 귀를 못알아쳐먹으니 고통을 제대로 줘야지. 말 안듣는 것들은 매가 약이랬어. 리브는 고통스러워하며 울음을 터뜨리려 하는 여학생들을 무시하며 무슨 일 있었냐는 듯이 지나가버렸다. 물론 얼굴에 비웃음과 고소하다는 표정을 가득 띄우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마법의 약 시간에 자신에게 또 칼침을 놓으려는 여학생에게 리브는 오히려 칼침을 돌려주었다. 실수를 가장해서 칼을 떨어뜨린 것이다. 그녀들의 발을 향해서- 그리고 가증스럽게 괜찮냐며 미안하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물론 정말로 찔렀다가는 대참사가 날테니 살짝 방향을 틀어주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이 칼이 네 발등을 향할 수 있다는 경고의 귓속말은 잊지 않았다.(“다음에는 네 발등으로 향할거야. 조심해.”) 리브는 매 수업시간 전에 재료를 손질하는 칼을 날카롭게 벼려두었다. 보란 듯이 돌에 칼을 북북 가는 리브를 보며 래번클로 학생들은 절대로 그녀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역시 착한 애가 제대로 화나면 무서운 법이다.
그리고 지금, 리브와 에밀리를 가로막은 여학생 네 명. 초록색과 은색이 교차된 넥타이를 보니 역시 슬리데린이다. 1:1 공격이 통하지 않자 이번에는 단체로 달려들려는 모양이었다. 마침 복도에 사람도 별로 안 지나가고 리브를 감싸는 래번클로 학생들도 거의 없겠다. 이제 다구리를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그녀들의 의도를 파악한 리브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맺혔다. 이제 머릿수로 나를 어찌해보시겠다? 리브와 있던 에밀리는 점차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슬리데린 여학생들을 보며 살짝 겁먹은 듯 했다. 그녀들은 에밀리에게도 유감이 많아 보였다. 리브가 그녀들에게 복수할 때면 옆에서 깔깔대며 웃어대며 약올렸고 거기다가 아브락사스 말포이의 정혼녀였다. 리들 만큼은 아니지만 아브락사스 역시 인기가 많은 남학생이었다. 물론 에밀리는 리브처럼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에밀리는 유명 순수혈통 집안의 고명딸이었고 아브락사스와의 정혼은 집안끼리 정한 것이니까. 거기다가 아브락사스는 리들과 달리 원래부터가 많은 여학생들과 교제를 하는 남학생이었다. 리들과는 의미가 달랐다. 그래도 그녀들에게 리브의 단짝인 에밀리가 얄밉고 맘에 안드는 것은 매 한가지였다.
슬리데린 여학생들은 위협적으로 두 소녀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당장 리들에게서 떨어져라, 파트너 자리를 반납해라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뻔한 레파토리가 흘러나왔다. 협박 편지에서 주구장창 봤던 내용들이 또 다시 들리자 리브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머릿수에 살짝 쫀 에밀리에 비해 리브는 ‘그래 짖어라, 특별히 들어주마.’라는 태도였고 이는 슬리데린 여학생들의 화를 돋우는데 충분했다. 울그락 불그락해지는 그녀들의 얼굴을 보며 리브가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우리보다 윗학년이신 것 같은데… 후배들 상대로 이게 무슨 짓?”
리브는 언제든지 지팡이를 꺼내 주문을 쏠 수 있도록 소매 부리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 몸짓을 보며 여학생들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우리들에게 주문이라도 쏘겠다는거니?”
“우린 네 명이야, 너흰 두 명뿐이고!”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해?”
그녀들 중 몇 명이 지팡이를 꺼내들었고 리브 역시 자신의 장미목 지팡이를 빼어들었다. 그리고 거리를 넓혔다. 여차하면 주문을 쏠 생각이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에밀리 역시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한 여학생의 지팡이에서 에밀리를 향해 위협적인 빛이 쏘아졌고ㅡ“익스펠리아르무스!”ㅡ 에밀리는 꺅 소리를 질렀다. 에밀리의 지팡이가 주인의 손을 빠져나가 뒤로 휙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그 여학생은 어김없이 리브를 향해 무장해제 주문을 다시 외웠지만 리브가 더 빨랐다. “익스…” “익스펠리아르무스!” 하지만 처음 시도한 주문이여서인지 미숙했다. 그저 주문을 맞은 여학생의 손에서 지팡이가 잠깐 미끄러졌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여학생들이 낄낄거리며 리브를 비웃었다.
“무장 해제 주문을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모양이지?”
“학년 수석 어쩌고 하던데 별거 아니잖아?”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얌전하게 있는게 좋을거야.”
리브가 이를 부득갈며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익스펠리아르무스!” 이번에는 제대로 명중해 한 여학생의 지팡이가 뒤로 휙 날아갔다. 리브는 그 느낌을 기억하며 다시 한 번 무장 해제 주문을 외웠고 여김없이 명중되어 또 다른 여학생의 지팡이를 멀리 날려버렸다. 그 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자신의 비어있는 손을 보던 여학생들의 얼굴에서 비웃음이 사라졌다.
“스투페파이!”
“글리세오!”
여전히 지팡이를 갖고있는 여학생 두 명이 온갖 주문을 난사했지만 리브는 “프로테고!”라고 외치며 방어벽을 펼쳤다. 주문을 그대로 튕겨낼 정도로 강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막는데는 충분했다. 그 사이 두 명의 여학생들은 지팡이를 가지러 가버렸다. 꽤 멀리 날아갔는지 그녀들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그리고 리브는 남아있는 학생에게 다시 한 번 무장해제마법을 사용했다. “익스펠리아르무스!” 이번에 리브는 솜씨좋게 왼 손으로 해당 여학생의 지팡이를 낚아챘다. 불과 몇 번만에 무장 해제 주문을 익힌 리브는 만족감에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다시 소녀의 입술에서 주문이 새어나왔다.
“릭투…”
“글리세오!”
리브의 주문은 제대로 명중하여 바닥이 미끄러워졌다. 그 바람에 여학생들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그 우수꽝스러운 모습에 에밀리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여학생들은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렸고 이제 지팡이를 쥐고 있는 것은 리브 뿐이었다. 고학년 같았는데 별거 아니잖아? 남자 꽁무니나 쫓는 것들이 뻔하지 뭐… 리브는 속으로 비웃으며 무슨 주문을 쏴볼까 생각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아는 주문을 시험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
래번클로 여학생들과 슬리데린 여학생들의 결투를 학생들이 흥미롭게 구경하고 있었다. 처음에 반장을 불러야 하는게 아니냐고 걱정을 하던 학생들은 한 명의 래번클로 학생이 네 명을 상대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지팡이를 되찾아온 두 명의 여학생은 자신의 친구들이 바닥에 넘어져있자 리브를 노려보았다. 그녀들의 지팡이에서 위협적인 불빛이 새어나왔다. 리브는 프로테고 방어벽을 펼치려고 했으나 한 발 늦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들의 주문은 리브에게 명중하지 않았다. 두 청년이 나타나 지팡이를 휘두르자 주문이 상쇄된 것이었다.
“어,어떻게!”
“리들 너 설마 저 계집애를 감싸는거야?”
주문을 막은 것은 아브락사스와 리들이었다. 아브락사스는 에밀리에게 그녀의 지팡이를 내밀었고ㅡ“보기좋게 날아가더라.” “이,이리 내!”ㅡ 소녀는 낚아채듯 받아들고 있었다. 리들의 붉은 입술이 열리며 부드러운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리들의 흑안은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
“네 명의 고학년 생이 두 명의 저학년 생을 공격하는 것은 보기 안좋습니다.”
“리들!”
“5, 6학년이면 학교 공부로 충분히 바쁘실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고 계실줄은 몰랐네요.”
주문을 쏠 때 이외에는 입을 다물고 있었던, 그녀들 중에 가장 예쁘게 생긴 여학생이 소리쳤다.
“정말로 너 저 계집애한테 관심있는거야? 네가 지목했다고 들었어!”
아무래도 리들이 리브를 멘티로 지목했다는 사실까지 퍼진 모양이었다. 리브는 그제서야 왜 그렇게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리들이 자신에게 이성으로서 호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한 마디로 질투의 몸부림이었다. 리브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 톰 리들이? 좋아한다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그렇게 몰라?
“파킨슨, 보는 눈이 많아.”
고학년 생에게 거리낌 없이 말을 놓는 것을 보니 톰 리들은 저 예쁜 여학생과 친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리브는 두 남녀를 번갈아 보았다.
“교수님들이 오시면 곤란할거야. 이쯤 해둬.”
“리들 너 정말-”
“난 분명 말했어. 브릴리언트, 넌 잠깐 따라와. 내일 대면식 문제로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돌아섰다. 리브는 파킨슨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리브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리브는 빤히 쳐다보다가 벽안을 몇 번 깜박일 뿐이었다. 오히려 마지막에는 그녀를 향해 비웃음을 지어주고 리들의 뒤를 따라갔다. 파킨슨이 리브를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부었지만 소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
“파킨슨이 한 말 때문에 착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설마요. 하지만 이제 선배님의 의도는 분명히 알았어요.”
“내 의도?”
리브는 입꼬리를 올릴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야 네 놈이 나를 엿먹이려고 멘티로 지목했다는 거요.
“네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어. 내가 아니면 그만이니까”
“……”
“그리고 너, 그 정도 눈치도 없어보이지는 않으니까.”
사람보는 눈이 좀 있으시네요. 그리고 너 요즘 덤블도어 교수님이 뱀 때문에 의심하는거 같은데 네가 아니라고 그만일 문제가 아닐걸요. 추궁당하는 모습을 내 눈으로 봤어야 했는데 그거 참 안타깝네. 그렇게 생각하며 리브는 속으로 웃었다.
“뱀, 네 짓이지?”
리들의 말에 리브가 푸른 벽안을 깜박였다. 리들은 요즘 들어서 덤블도어의 집요한 시선에 시달려야만 했다. 덤블도어는 리들이 파셀마우스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요즘 들어 호그와트에 출몰하는 뱀들을 그의 짓으로 추측하는 듯 했다. 거기다가 피해자들이 전부 리들의 팬클럽 여학생들이니까, 아무래도 덤블도어는 자신이 지목한 멘티를 해코지하는 그녀들에게 리들이 보복을 가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리들은 덤블도어 교수에게 추궁당하며 리브가 일부러 이 상황을 의도한게 아닌가 생각했다. 꽤 유력한 추측이었다. 덤블도어와 맞닥뜨리는 일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었다. 리브는 결국 자신의 바람대로 리들을 엿먹였다. 물론 리들은 덤블도어의 집요한 시선을 하루 이틀 당한게 아니여서 그렇게 난감한 일은 아니었지만… 거슬리는 것은 거슬리는 것이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리브의 어여쁜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사실 깜짝 놀라서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지만 리브는 가까스로 미소를 짓는데 성공했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잡아떼는 소녀를 보며 리들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날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야… 너도 알겠지만 나는 인내심이 없어.”
그렇게 말하며 리들은 소녀에게로 손을 뻗었다. 그 움직임에 리브가 눈에 띄게 움찔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저번에 리들에게 뺨을 맞았던 기억이 머릿속에 강력하게 남아있던 것이었다. 마치 트라우마처럼- 하지만 뺨도, 그 어디에도 고통은 없었다. 오히려 왼 뺨에 온기가 와닿았다. 청년은 새하얀 손으로 소녀의 뺨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제 3자가 보면 둘을 연인의 모습이라 칭하겠지만 소녀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해야만 했다. 소녀의 눈꺼풀이, 입술이,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뺨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다르게 온 몸으로 느껴지는 싸늘함. 파삭파삭 굳은 소녀를 보며 청년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너 제법이더라. 순진하게 생겨가지고”
괜히 모자가 슬리데린과 고민한게 아니였어. 리들은 리브가 슬리데린 여학생들을 물먹이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보통이 아니잖아? 보면 볼수록 흥미롭다. 자신을 두려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래서 이렇게 떨면서도,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저 눈동자.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같은 벽안. 나는 네가 궁금하다. 점점 호기심이 생긴다. 알고 싶어진다.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을게.”
그렇게 말하며 청년은 소녀의 뺨을 어루만지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속삭인다.
“아직도 나의 멘티 자리를 반납할 생각이야?”
“……”
“대답해.”
“…직접 보셨으면 아실텐데요.”
리들의 흑안과 리브의 벽안이 얽혀 들어갔다. 서로를 끈질기게 응시하는 눈동자.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서로의 모습. 그러나 분명한 경계…선.
“일단 구색은 맞춰야하니 내일 대면식 때 성적표를 가져오도록 해.”
“…제 성적표를요?”
“그래, 전부 가져와.”
“…네.”
짤막하게 대답한 리브는 리들이 빤히 쳐다보자 뒤에 “리들 선배님”하고 덧붙였다. 그러자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 아무래도 톰 리들은 이 호칭이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럼 가봐. 앞으로도 도서관은 꼬박꼬박 오고”
“네, 리들 선배님”
그렇게 대답하며 리브는 몸을 휙 돌려서 휘적휘적 걸어가버렸다. 소녀는 기숙사로 돌아가며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왜 나는 저 자식 앞에만 서면 움츠러드는걸까. 대답은 간단했다. 그는 볼드모트니까, 지금은 아닐지라도 볼드모트가 될테니까, 고아원에서부터, 본모습을 드러낸 지금까지, 보면 볼수록, 볼드모트가 될 소질이 다분하다. 그러니까 당연한거야. 미래의 마법세계를 초토화시킬 마왕이라고. 하지만 짜증난다. 분하다.
소녀의 뒷모습이 작아질 때까지 지켜보던 리들의 흑안이 반짝 빛났다. 그리고 여전히 입술에 걸려있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 네 심정이 어떨지는 알아. 리들은 평소 리브가 어떤 여학생인지 알고 있었다. 외모 때문에 착하고 순한 이미지로 정평이 나있지만 자신을 건드리는 애들에게 되갚아주는 걸 보면 보통은 아니다. 네가 나를 달갑지않게 생각하는 것도 알아. 하지만 어쩔거지? 리들의 흑안이 가늘어졌다. 멘토링 프로그램이라는 것, 귀찮게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정확히는 브릴리언트에 대한 흥미지만.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알린님, 무노을님 팬아트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제 사탕을 받으세요~!
* 리브는 리들을 엿먹였습니다. 그레이트 빅엿은 아니더라도 스몰 엿이라도.. 이거라도..
* 리브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호구리브라는 말 쏙 들어가게 만들어드리겠어요.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항상 작품설정에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