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12화 (1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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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새로운 관계

“뭐어? 톰 리들?”

“쉿, 에밀리 조용히 좀… 누가 듣겠어…”

자신의 멘토에 대한 충격에서 어느정도 벗어난 에밀리는 그제서야 리브에게 파트너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녀는 친구의 입에서 호그와트에서 가장 유명한 남학생의 이름이 새어나오자 은회안을 동그랗게 떴다. 리브는 지금 누가 들을까봐 전전긍긍해하고 있었다. 에밀리는 은회안을 반짝이며 리브에게 부럽다는 얼굴을 해보였지만 소녀의 얼굴은 몹시 어두웠다.

“톰 리들이 멘토라니… 정말 부럽다… 허세남 말포이가 멘토라니 난 미치겠어.”

나도 미치겠어. 볼드모트가 멘토라니… 그 톰 리들이 멘토라니! 차라리 말포이가 백 배 낫겠어. 리브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앞으로 닥쳐올 상황을 생각하자 절망적이었다. 슬리데린 여학생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거야. 하지만 난 그 따위 애들보다 톰 리들이 더 무섭다. 졸업하면 바로 머글세계로 튀어야겠다. 심정 같아서는 호그와트를 자퇴하고 싶지만… 나중에 머글세계에서 살지언정 먹고살 길은 만들어 놔야지. 그가 해리포터에 의해 몰락하면 다시 마법세계로 돌아와야할 테니까! 리브는 머리를 굴려가며 미래계획을 수정하고 있었다. 대체 그 자식 때문에 내가 미래계획을 몇 번이나 다시 세우는거야!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을거야. 공고가 붙었어. 다음주 토요일에 대연회장에서 파트너 대면식이 있을 예정이랬어.”

자스민 러브굿의 꿈꾸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리브와 에밀리는 깜짝 놀라 펄쩍 뛸 뻔했다. 얘는 수업도 끝났는데 아직도 안나가고 여기서 뭐하는거야? 오늘 자스민의 귀에는 붉은 꽃모양의 귀걸이가 걸려있었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저건 장미꽃이다.

“자,자스민! 안나갔어?”(에밀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책을 두고와서 가지러 왔어.”

“자스민 저기…”(리브가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걱정마 리브, 비밀로 해줄게.”

그렇게 말한 자스민은 [꽃으로 할 수있는 온갖 방법들]이라는 책을 품에 안은 채로 교실을 나가버렸다. 파트너 대면식이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암울해진다.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대체 날 멘티로 지목한 꿍꿍이가 뭐야? 리브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나랑 진지하게 멘토링을 하겠다는건 절대 아닐텐데! 날 셔틀로 부려 먹으려는건가? 가장 유력한 설은 나를 엿먹이겠다는건데…

“그런데 확실히 나도 톰 리들 팬클럽이 걱정되긴 해… 특히 슬리데린 여자애들 말이야.”

리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톰 리들도 문제지만 슬리데린 여자애들도 문제다. 톰 리들의 파트너가 여자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벼르고 또 벼르던데… 앞으로 곤란해지겠어. 상당히, 그것도 아주 많이- 다음 수업을 위해 얼른 교실을 빠져나간 에밀리와 리브는 서둘러서 마법 과목 수업이 진행되는 3층으로 향했다. 시간을 보니 아직 여유가 있다. 교실에 들어가려던 리브와 에밀리는 오리온과 마주쳤다. 에밀리는 반갑게 그에게 인사를 건냈고 리브는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그러고보니 오늘 마법 수업은 슬리데린과 함께 있었지.

“에밀리, 난 먼저 들어가서 자리 잡을게, 이야기하고 들어와.”

“오늘 내가 용건이 있는건 에밀리가 아니라 그 쪽이야.”

오리온의 말에 리브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리브는 오리온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눠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서로 이름도 트지 않았고 그저 마주치면 예의상 눈인사를 할 뿐이었다. 사실 어찌 보면 서로 제대로된 인사라도 나누는 톰 리들보다도 더 못한 사이라고 볼 수 있었다.(겉으로 봤을 때)

“너 리들 선배의 멘티가 됐다며?”

오리온의 말에 리브의 벽안이 커졌다. 어,어떻게 알았지? 리브가 휙 돌아서서 오리온과 마주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에밀리의 물음에 오리온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리들 선배가 말씀해주셨으니까, 적어도 슬리데린 학생들은 다 알아.” 맙소사… 소문이 벌써 났단 말이야? 어쩐지 아침에 유독 뒤통수가 따갑다고 느꼈는데 기분 탓이 아니였어!

“브릴리언트 너 정도라면… 외모도 봐줄만 하고 공부도 웬만큼 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오리온은 리브를 위아래로 훑었다. 리브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야, 나 지금 품평 당하는거야? 발끈한 것은 에밀리였다.

“야, 봐줄만 해? 리브가 얼마나 예쁜데! 그리고 공부를 웬만큼 해? 리브는 학년 수석이거든? 너 리브한테 못 이기니까 그런 식으로 깎아 내리는거지?”

“마법의 약은 내가 훨씬 더 잘해. 어쨌든 나는 너를 리들 선배의 멘티로 인정해줄게.”

“오리온 네가 뭔데 리브를 인정하고 말고야? 이래뵈도 너의 리들 선배가 리브를 지목한거야.”

에밀리의 말에 오리온의 은회안이 살짝 커졌다. 그가 소리쳤다. “뭐? 그게 정말이야?” 리브는 에밀리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까지는… 그리고 나오는 것은 한숨.

“뭐, 리들 선배가 너를 지목했다니 더욱 더 인정할 수 밖에 없겠네.”

아무래도 블랙의 세상은 톰 리들을 중심으로 도는 모양이었다. 정말이지 미래의 데스이터가 될 소질이 다분하다. 블랙 가문이 볼드모트의 추종 세력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눈 앞의 이 녀석 때문임이 분명해.

“블랙, 그래서 용건이 뭐야? 이만 교실로 들어갔으면 하는데…”

가만히 듣고만 있던 리브가 입을 열었고 오리온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별거 아냐, 나름 숨기려고 하는 것 같은데 우리 기숙사에서는 이미 네가 리들 선배의 파트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오리온의 말에 리브의 얼굴이 굳었다. 오리온이 잘생긴 얼굴에 보기드문 미소를 만들며 말했다.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남자 애들은 상관없겠지만… 리들 선배의 팬클럽은 상당히 극성이거든.”

리브는 오리온의 말대로 톰 리들 팬클럽의 극성을 톡톡히 경험해야만 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아이돌을 빼앗긴 분노를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그리고 슬리데린 3학년 학생들 중에서도 톰 리들의 팬클럽이 상당 수 있는 모양인지 리브는 곧바로 그 위력을 실감했다. 그녀가 발표를 하자마자 몇 몇 슬리데린 여학생들이 속닥속닥거리며 삿대질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리브는 말끔히 무시했지만 말이다. 사실 슬리데린 여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야유를 하는 것은 별거 아니었다. 리브가 복도를 지나가면 슬리데린 여학생들이 어김없이 나타나서 발을 걸었던 것이다. 한 번은 리브가 꽈당 넘어지자 그들은 깔깔거리며 소녀를 비웃었다.

물론 리브는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 다음번에는 발을 거는 여학생의 발을 콱 밟아서 복수를 해주었다. 나기니라고 생각하고 밟으니 어찌나 세게 밟히는지… 통쾌할 지경이었다. 사실 리브는 종종 질리게 수다를 떠는 나기니를 보면 밟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어쨌든 아파하는 여학생을 보며 리브는 기쁨을 애써 감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톰 리들 팬클럽의 횡포는 발을 걸거나 수업시간에 야유를 하는데서 끝나지 않았다. 이제 협박 편지가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네 따위가 리들 선배의 파트너라고? 당장 그 자리를 반납하지 않으면 그 반반한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을거야!]

[주제를 알아야지! 네 따위가 리들 선배의 여자친구로 어울릴 것 같아? 당장 그 자리를 반납하지 않으면…]

[여우같은 계집애야, 그 순진한 얼굴로 리들 선배를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몰라도 네 주제에……………당장 그 자리를 반납하지 않으면…]

편지들은 전부 당장 리들의 파트너 자리를 반납하지 않으면 리브를 가만 두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끝나고 있었다. 다음날도 어김없이 부엉이들이 날아들어 리브에게 협박편지를 떨어뜨렸다. 리브가 마지막 편지 봉투를 열자 강한 석유 냄새를 풍기는 연한 초록색의 액체가 소녀의 손등 위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리브의 손등에는 노랗고 커다란 종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에밀리는 냄새를 맡아보더니 경악하며 소리쳤다.

“부보투버 고름 원액이야! 누가 이런 짓을… 뻔하지!”

리브는 옆의 슬리데린 테이블로 시선을 돌려 누가 웃고 있는지 확인했다. 저 빌어먹을 계집애들… 리브는 손등에 묻은 고름을 휴지로 닦아냈다. 하지만 이미 종기는 소녀의 작은 손을 뒤덮었고 리브는 고통스러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내가 울면 저 것들이 좋아서 죽으려고 하겠지. 너희 뜻대로 내가 울거같아? 리브는 곧바로 병동으로 갔다. 어디 두고보자. 리브는 이를 부득갈았다.

물론 톰 리들 팬클럽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에밀리를 비롯한 래번클로 학생들은 펄펄 뛰었지만 톰 리들의 팬클럽 여학생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늘도 리브는 협박편지를 벽난로에 불태우며 이를 갈고 있었다. 누가 이딴 파트너 자리 갖고 싶은 줄 알아? 내가 왜 이딴 고생을 해야해? 리브는 톰 리들이 멘토라는 사실을 안 이후로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 저절로 발길을 끊게된 것이었다. 그와 같이 있는 것을 봤다가는 더 사단이 날테지. 거기다가 원흉인 그와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해 찾아야되는데 이게 뭐람!

그리고 지금 리브는 손에 철철 피를 흘리며 병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법의 약 시간에 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는데 슬리데린 여학생이 지나가다가 고의로 부딪혔고 리브는 칼에 심하게 베이고 만 것이다. 그 여학생은 가증스럽게도 “어머, 미안해. 괜찮니?”라고 어쩔줄 몰라했는데 리브는 그녀가 비웃음을 짓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물론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그 여학생이 흠칫할 만큼 리브의 벽안은 싸늘했다. 리브는 교실을 나와 걸으며 톰 리들을 향해 이를 부득 갈았다. 이 자식, 날 엿먹이려는거였어- 그 계집애들 가만두지 않을거야. 더 이상은 못참아. 그렇게 리브가 이를 갈고 있는데 소녀는 그 원흉과 마주쳤다. 리들은 아브락사스와 함께 있었는데 리브를 보고 한 걸음 다가갔다. 피가 흐르는 리브의 손을 보고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아브락사스였다.

“괜찮니? 이야기는 들었어. 리들의 팬클럽 여자애들이 좀 극성이지…”

“좀이 아니던걸요. 지금 저를 이렇게 만든 것도 그녀들 중 하나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리브는 리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았다. 그 모습에 리브는 열불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까 더 열받아!

“말포이, 나 브릴리언트와 이야기를 좀 할까 하는데 자리 좀 피해줄래?”

아브락사스는 리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꺼이 자리를 피해주었다. 리들이 한 걸음 다가오자 리브가 한 걸음 물러섰다. 그 모습에 리들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다시 한 걸음 다가갔지만 리브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 걸음 물러섰다. 와서 또 뭔짓을 하려고! 리들의 흑안과 리브의 벽안이 얽혀들어갔다. 침묵을 깬 것은 리들이었다.

“요즘은 왜 도서관에 안오는거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이 자식아.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리브는 말을 순화했다. 하지만 소녀의 목소리는 꽤 쌀쌀맞았다.

“보시다시피-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서요.”

리들도 알고 있었다. 리브가 소위 자신의 팬클럽이라는 여학생들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다는 것을. 물론 리들은 방관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람. 그리고 리브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저번에 발 밟는거 보니까 보통은 아니던데… 더 고약한 일들도 겪는 것 같았지만 리들은 리브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서 본색을 보여봐. 리들이 대꾸했다.

“그래도 도서관에 못 올 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선배님, 왜 저를 멘티로 지목하셨죠?”

리브가 돌직구를 날렸다. 리들의 흑안이 살짝 가늘어졌다. 하지만 리브는 개의치 않고 다시 물음을 던졌다.

“정말로 제 멘토가 되고 싶어서 그랬다는 말씀을 하시려는건 아니죠?”

“왜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이어지는 것은 리들의 반문. 리브가 사파이어 눈동자를 깜박였다. 이 기세를 타서 리들은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너를 멘티로 원했어. 문제있나?”

“지금 저랑 장난하세요?”

리브는 리들의 뻔뻔한 태도에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쏘아붙이듯 반문했다. 이 인간이 진짜-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런 고초를 겪고 있는데! 뭐? 문제 있냐고? 많다, 많아! 손은 아파 죽겠고 톰 리들은 속을 긁어댄다. 역시 날 엿먹이려고 멘티로 지목했구나. 리브의 손에서는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리들이 품에 손을 넣자 리브가 한 걸음 물러섰다. 뭐,뭐야, 내가 저렇게 말했다고 설마 주문을 쏘려는거야? 리브가 뒷걸음질치자 리들은 거슬리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성큼 성큼 다가가 소녀의 손목을 틀어쥐었다. 여름 방학 때, 청년에게 뺨을 맞았던 기억이 오버랩 되자, 리브는 힘껏 그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남자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가만히 있어.”

그렇게 말한 리들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리브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하지만 리들이 꺼낸 것은 지팡이가 아니라 손수건이었다. 청년은 피가 흐르는 소녀의 손에 손수건을 감고 있었다. 고통 대신 부드러운 재질의 천이 닿자 리브가 벽안을 깜박이다가 순간 크게 떴다. 지금- 무엇을-?

“그리 놀라워할 거 없어.”

어떻게 보면 나 때문이니까, 그에 대한 죄책감은 전혀 없지만-  물론 리들은 뒷 말을 굳이 소리내어 말하지 않았다.

“…전 선배님의 멘티가 될 생각 없어요.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리브의 말에 소녀의 손에 손수건을 감던 리들의 손이 순간 정지했다. 하지만 이내 손은 다시 움직였다. 제법 섬세한 손길에 비해 리들의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는 차디찼다. 주변에 아무도 없자 리들은 리브에게 본 모습을 드러냈다.

”날 거부하겠다고? 모두가 원하는 나를?”

“모두가 선배님을 원한다고 저까지 그럴거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시죠.”

리브의 벽안이 리들의 흑안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눈동자. 나를 두려워하면서도 눈빛만큼은 당당하고 또렷하다. 리브의 손에 손수건을 감던 리들의 손에 순간 강한 힘이 들어갔다. 그 바람에 리브는 손의 고통을 배로 느꼈다. 소녀의 입술에서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리들은 개의치 않았다. 소녀는 얼굴을 찌푸리다가 있는 힘껏 청년의 손을 뿌리쳤다.

이번에 리들은 리브의 뜻대로 순순히 손을 놓아주었다. 소녀의 손에 감긴 새하얀 손수건이 여전히 붉은 피로 젖어가고 있었다. 리브는 손에 감긴 손수건을 가차없이 풀어내더니 장미목 지팡이로 톡톡 두드리며 “테르지오”라고 주문을 외웠다. 붉은 얼룩이 자취를 감춰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 더 중얼거리니 손수건은 처음처럼 깨끗해졌다. 리브가 손수건을 내밀며 말했다.

“이건 돌려드릴게요. 그리고 선배님의 멘티 자리도 함께요.”

리브가 내민 손수건을 응시하던 리들의 흑안이 소녀의 벽안로 향했다. 영롱하게 빛나며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사파이어 눈동자. 리들은 손수건을 받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브릴리언트”

리들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리브는 사파이어 눈동자를 깜박이다가 손수건에서 눈을 돌려 리들의 흑요석 눈동자와 마주했다. 물론 여전히 손수건을 내민 상태였다.

“그네들의 말대로 곱게 내 멘티 자리를 반납할 생각이야?”

“멘티 자리를 반납할 생각이냐면 맞아요. 전 리들 선배님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무슨 꿍꿍이인가 이리저리 탐색하던 리브가 대답했다. 더 이상 톰 리들의 멘티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없었다.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을 뿐 더러, 벌써 이로 인해 자신에게 온 피해가 한 두개가 아니였다. 앞으로 쭉 이런 곤욕을 치뤄야 할 것이다.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자신은 그 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리고 톰 리들 역시… 자신은 감당할 수 없다. 그를 버틸 수 없다. 자신은 평화롭게, 안전하게 살고 싶었다. 볼드모트든 무엇이든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톰 리들 따위가 뭐란 말인가. 따지고 보면 평화로운 내 인생을 위협하는 모든 원흉은 눈 앞의 톰 리들이었다.

“나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은 똑바로 해야지…”

“네? 무슨-”

“겨우 이 정도에 무너지는건가? 나기니를 위협하고, 꼼짝 못하게 했다길래 기대했는데-”

지금 톰 리들은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네가 감당하지 못하는건 내가 아니라 그 계집애들이야. 겨우 슬리데린 여학생들의 이 따위 공격에 무너지는 거니? 지금 자신이 톰 리들의 멘티 자리를 반납하고 거부하면 그녀들에게 패배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이리라. 이건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 것을 깨달은 소녀의 사파이어 눈동자가 청년의 흑안을 도전적으로 응시했다. 그 모습을 보며 리들은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눈치도 빠르고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 그리고 청년은 어김없이 다시 한 번 조롱을 뱉어낸다.

“너 그렇게 근성없는 여자였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너도 별거 아니였네.”

그렇게 말하고 리들은 돌아섰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마지막 말을 내뱉는다.

“그 손수건, 마음대로 해. 내 손을 떠난 것은 더 이상 필요없어.”

리들이 모습을 감추고 리브는 그 모습을 응시하다가 손수건을 움켜쥐었다. 소녀의 손아귀에서 손수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따스함을 담고있던 소녀의 사파이어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새로운 관계> 마침.

============================ 작품 후기 ============================

* 도도한 리브 양, 리들의 손수건을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리들도 필요 없다네요.

* 톰레기에 이어서 호구리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에요. 리브 호구 아니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 편에서 호구리브의 누명을 벗겨드리겠어요.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앞에 @를 붙여주세요. 그런데 모바일은 작품설정을 못보나요?ㅜㅜ 어플로 확인하면 된다던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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