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10화 (10/115)

0010 / 0115 ----------------------------------------------

Chapter 3. 새로운 관계

희망하는 멘토나 멘티를 적어내는 1주일의 기간동안, 많은 지지율을 보인 학생 중 하나는 슬리데린 4학년생, 톰 리들이었다. 리들은 슬리데린의 천적으로 소문난 그리핀도르에서 조차 인기가 높았다. 슬리데린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고, 후플푸프와 래번클로 역시 못지 않았다. 수많은 학생들이 톰 리들을 멘토 혹은 멘티로 지목했는데 그 비율은 여학생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리브는 그런 여학생들을 보며 속으로 혀를 끌끌찼다. 이게 무슨 톰 리들이랑 연애하기인 줄 아나. 그리고 ‘그’ 톰 리들이 누군가의 멘티로 기어들어갈 일은 절대 없을걸.

“멘토링 프로그램은 오래가지 못 할거야. 역기능이 벌써부터 드러나는 것 같거든.”

이는 리브의 룸메이트 중 하나인 유진 리가 한 말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7학년생들은 졸업 후 진로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것이다. 그런데 이와 중에 멘토링 프로그램이라니? 바빠 죽겠는데 멘토링은 무슨 얼어 죽을. 그리하여 7학년들이 합심해서 교수들에게 항의해 보았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이 의견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는 답변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머리를 썼다. 다른 기숙사 학생과 미리 입을 맞춰놓고 서로의 이름을 적어서 각 기숙사 사감에게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멘토링 프로그램에 열과 성을 다해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대다수의 래번클로 7학년 학생들은 그 방법을 쓰고 있었다. 이번에는 원칙주의자로 자자한 학생회장 세실리아 클리어워터 역시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선배들이 속닥거리는 것을 들으니 슬리데린 6학년생과 벌써 얘기가 끝났다고 했다. 다른 기숙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리라.

역기능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평소 마음에 담았던 이성의 이름을 적어내기도 했다. 가령 톰 리들 같은. 이 부분이 특히나 심했는데 서로의 발전과 화합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은 벌써부터 연애의 전초전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었다.

“요즘 반장들이며 학생회장까지 멘토링 프로그램 때문에 교수님들 돕느라 엄청 바쁘잖아. 세실리아가 말하는 걸 들었는데 톰 리들을 지목하는 여자 애들 숫자가 엄청나대. 물론 저학년 남학생들도 많지만. 어쨌든 걔네 심보는 뻔하지. 톰 리들과의 로맨스 뭐 이런 걸 꿈꾸는거야. 하지만 그런게 가능할리가! 주제를 알아야지.”

톰 리들은 호그와트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여학생들은 잘생기고 뛰어난 능력의 청년을 사모해마지 않았고, 남학생들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선보이는 그를 동경하거나 추종했다. 하지만 추종자라면 모를까, 톰 리들의 간택을 받아 그와 연애를 할 수 있는 영광을 부여받은 여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듣자하니 그는 수많은 고백을 받지만 전부 거절한다고 했다. 하긴, 톰 리들이 사랑을 한다니. 사랑의 묘약이 아닌 한 불가능할걸.

“과연 톰 리들이 누구를 지목할지 궁금해. 슬리데린 여자애들이 이를 갈고 있어. 혹 여학생이 파트너가 된다면 독약이라도 먹일 기세야.”

리브는 그 불쌍한 학생에게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톰 리들이 지목하는 일은 없을 테지. 만약 지목한다면 엿 먹이려고 그러는 게 분명하다. 리브는 정말이지 진심으로 톰 리들과 엮일 그 누군가가 불쌍해졌다.

“여학생 뿐 만이 아니야, 슬리데린 대부분이 이를 갈고 있어.”

연회장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도중 에밀리가 한 말이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오리온은 톰 리들이 자신의 멘토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있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만약 급에 맞지 않는 학생이 선정된다면 자신은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래. 그건 오리온 뿐 만이 아니야. 자신들의 아이돌을 뺏긴 여학생들은 물론이고…….”

한마디로 그에게 매료된 많은 학생들이ㅡ미래의 추종자일 것이다ㅡ 벼르고 있다는 것이렷다. 리브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렇게 차갑고 싸늘한 눈빛을 하고 있는 사람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거야? 그러던 리브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에밀리 역시 톰 리들을 선망의 눈길로 본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리브는 내심 그녀가 리들을 멘토로 지목할 거라 예상했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그런데 에밀리, 너도 리들 선배님을 좋아하지 않았어?”

“톰 리들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 난 슬리데린 애들 무서워서라도 그를 멘토로 지목하는 그런 간 큰 짓은 못해. 그리고 여학생들 중에 진심으로 그랑 사귀길 바라는 애들이 설마 있을까? 주제를 알아야지.”

그렇게 말한 에밀리는 예전에 그에게 고백했던 예쁘기로 소문난 고학년 생의 이름을 대며,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 여자선배 꽤 예뻤는데… 하지만 차였지.

“그런데 리브 너는? 넌 톰 리들이랑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잖아. 너라면 오리온도 별말 안 할 거 같은데. 걔는 너를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잖아.”

반갑게라니……. 에밀리 네 눈에는 그게 반가워보였니? 하긴, 톰 리들이 나에게 먼저 인사를 한 것도 여러 번 됐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리브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법약은 블랙이 나보다 더 잘해.”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 거지. 한 과목 정도는 못해야 인간미 있어. 넌 그 외에는 전부 톱이잖아.”

두 소녀의 대화는 연회장 안으로 수많은 부엉이가 날아 들어옴으로써 중단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슬리데린 테이블에 배달된 호울러 때문이었다. 슬리데린에서 호울러를 받았어! 누군가의 커다란 외침에 학생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누구야? 누가 호울러를 받은 거지? 그리고 그 수신인의 정체는 곧 드러났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울렸던 것이다.

[아브락사스 말포이!!!!! 호그와트에서의 네 행태에 대해서는 에드가에게 전부 들었다!!! 네 여성편력에 대해서는 그동안 별 말 하지 않았지만 정혼녀를 두고 그런 경거망동을 하다니!!! 정말 실망이다 아브락사스! 맥밀란 부부에게 얼굴 들 낯이 없더구나!! 예전부터 자중하라고 편지로 몇 번이나 말했는데 하나도 나아지지 않다니!]

말포이 부인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는 아브락사스 때문에 가문이 망신을 당했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말포이가 어떤 여학생과 진한 키스신을 연출하고 있었지 아마. 물론 에밀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ㅡ여러 번 본 장면이라서, 물론 매번 다른 여학생이었다ㅡ 문제는 에드가가 그 모습을 봤다는 것이다. 그는 길길이 날뛰며 자신의 여동생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말포이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에드가는 자신도 부엉이가 있으면서 에밀리에게 골드(에밀리의 애완부엉이)를 빌려갔었다. 리브는 아무래도 에드가가 집안 어르신들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을까하고 상당히 그럴듯한 추측을 해보았다.(나중에 알고 보니 에드가는 리브의 예상대로 알고 있는 순수혈통 어르신들 전부에게 말포이의 여성편력을 고발하는 편지를 날렸다고 한다.)

[악튜러스(블랙가의 가주)가 점 지어준 정혼녀를 그런 식으로 모욕하다니! 보통 아가씨도 아니고 맥밀란 가문의 고명딸을! 내가 이 혼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너에게 누누히 일렀거늘! 정말이지 실망스럽구나!]

정혼녀라는 이야기에 수군거리던 연회장은 맥밀란 가문의 고명딸이라는 이야기에 더욱더 웅성이고 있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걔 아니야? 후플푸프 집안에서 래번클로 들어갔다는 여자애! 이미 래번클로 학생들의 시선은 전부 에밀리를 향해 있었고 에밀리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에드가 이 개자식. 에밀리가 작게 욕설을 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슬리데린 테이블의 아브락사스 역시 잔뜩 붉어진 얼굴로 호울러를 질린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호울러는 아브락사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어이쿠, 아예 정혼녀 이름까지 알려주시네요.

[당장 에밀리 양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하도록 해라! 초면에 무례한 짓을 해도 에밀리 양이 너그럽게 넘어가 주었는데.. 우린 널 그렇게 가르친 적 없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귀에 들어온다면 그 때는 당장 집으로 끌려올 줄 알아라!]

마지막으로 호울러는 에밀리에게 사과의 뜻을 표한다고 부드럽게 말하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이 재로 변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아브락사스는 멍한 표정이었고 몇 몇 사람들이 소리 내어 웃는가 싶더니 연회장은 다시 왁자지껄 해졌다. 에밀리는 쪽팔려 죽겠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다가 이젠 후플푸프 테이블에 앉아있는 자신의 오빠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슬리데린 테이블의 아브락사스 역시 마찬가지로 에드가를 죽일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드가는 그 험악한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식사를 할 뿐이었다.

*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다는거야!”

“무슨 짓? 너는 내 여동생을 모욕했어!”

“에드가 오빠, 넌 그 입 좀 닥쳐, 너 때문에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고!”

아브락사스와 에밀리는 에드가에게 아침에 있었던 호울러 사건에 대해 따지고 있었다. 이건 나와 말포이 사이의 일이니까 에드가 넌 신경쓰지 말란 말이야! 거봐, 네 여동생은 상관없다고 하잖아!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쓱 몸을 돌려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자리를 피하는게 나을 듯 싶었다.

최근 리브는 사서인 핀스 부인에게 물어서 최근에 졸업생 명단이 가득한 서고를 알아낸 상태였다. 리브는 그곳을 뒤져서 아버지를 찾을 생각이었다. ‘브릴리언트’라는 성을 찾아서 연도를 따져보면 누가 아버지인지 나오리라. 이름을 모른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뭐라도 나오지 않겠어?

“오, 리브구나.”

도서관에 가던 리브는 덤블도어 교수와 마주쳤다. 덤블도어 교수는 소녀의 인사를 받으며 자신도 도서관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어느새 둘은 발맞춰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리브, 인기가 좋더구나. 그리핀도르에서 너를 지목한 학생들이 꽤 된단다.”

“저를요? 전 그리핀도르에는 친한 학생이 없는데요.”

“그래서 너와 친해지고 싶은 학생들이 많은 모양이더구나.”

그렇게 말하는 덤블도어 교수의 말투는 은근했다. 아무래도 그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역기능, 관심 있는 이성을 지목하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우리 기숙사의 미네르바 맥고나걸을 네 멘토로 짝지어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맥고나걸 선배를요?”

사실 리브는 민달팽이 클럽에서 미네르바와 몇 번 대화를 나누며 안면을 튼 적이 있었다. 그녀가 리브에게 다가와 ‘덤블도어 교수님께 네 얘기를 들었어. 네가 올리비아 브릴리언트니?’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녀는 리브의 변신술 재능에 감탄하며 소녀가 저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학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그녀는 상당히 똑똑한 학생이었는데 리브는 과연 필리우스 선배와 항상 수석자리를 다투는 라이벌답다고 생각했다. 덧붙이자면 필리우스와 미네르바는 친분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선의의 경쟁자였다.

“그래, 사실 미네르바는 나와 따로 애니마구스 수업을 하고 있단다. 그녀에게 애니마구스를 비롯한 변신술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니?”

“저 말고도 많은 학생들이 그녀를 원할텐데요…….”

“하지만 미네르바는 너를 원했단다.”

미네르바 맥고나걸은 아름답고 똑똑한 마녀였다. 작년에 O.W.L. 최고점을 받았고 6학년인 올해도 반장을 연임하고 있었다. 그 뿐 일까, 뛰어난 퀴디치 선수이기도 했다. 물론 항상 지나칠 정도로 단정하고 무쇠 같은 도덕심으로 무장되어 있어서 고지식해 보이기도 했으나 그녀는 좋은 사람이었다. 리브는 그녀와 몇 번 대화를 나눔으로써 알 수 있었다. 또한 미네르바는 리브가 타 기숙사 학생임에도 잘해주었고 소녀는 도저히 그런 그녀를 그리핀도르라는 이유로 밀어낼 수가 없었다. 미래의 불사조기사단이라는 것을 떠올려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그녀와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엮인다면 정말로 깊은 친분을 갖게 되겠지. 하지만 멘토링 프로그램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그녀를 떠올렸을 만큼, 리브에게 미네르바 맥고나걸이라는 멘토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결국 리브는 덤블도어의 제안을 수락하고 말았다. 그리핀도르 한 명 정도는 상관없겠지.

*

졸업생 명단이 있는 서고로 간 리브는 수많은 책의 양에 질린 표정을 짓다가 의외의 인물과 마주쳤다. 톰 리들!

그는 두꺼운 책 하나를 책장에 꽂고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책을 꺼내고 있었다. 졸업생 명단이 적힌 책이라는 것을 리브는 단 번에 알아보았다. 그 역시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리브와 마주친 리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안녕, 브릴리언트.”

“아,안녕하세요, 리들 선배님.”

움찔하다가 정중하게 인사한 리브는 연도를 쭉 보며 어디서부터 봐야하나 머리를 굴렸다. 그래, 여기서부터 보자.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리들이 말했다.

“아버지를 찾는거니?”

리들의 말에 책을 꺼내려던 리브의 손이 멈췄다. 어떻게 알았지? 리브의 푸른 벽안이 리들에게로 향했다.

결국 리브는 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토록 뛰어나고 아름다운 마녀라고 전해지는 자신의 어머니를 버린, 자식인 자신까지 버린 그 비정한 남자가 궁금해졌다. 누군지 알아서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묻고 싶다. 왜 어머니와 자신을 버렸냐고. 그게 안된다면 어떤 사람인지라도 알고 싶었다. 어떤 인간인지 알지 못하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난 이 곳에 있는 대부분의 명단을 살펴보았어.”

“…선배님은 어느 쪽을 찾으시는데요?”

“글쎄, 하지만 그 책에 ‘브릴리언트’라는 성이 있냐고 물으면 그 정도는 대답해줄 수 있어.”

대부분의 명단을 살펴보았다고? 리들은 억소리 나도록 머리가 좋았다. 브릴리언트라는 성을 봤을까? 봤다면 기억하리라. 리브는 리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리들의 잘생긴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만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리들의 흑안과 리브의 벽안이 얽혀 들어갔다. 리브는 리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지만 도저히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른 책들에서도 봤는지 나는 대답해줄 수 있어.”

“…리들 선배님, 제게 원하시는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리브는 리들이 자의로 호의를 내밀 사람도, 맨 입으로 알려해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리브의 물음에 리들의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매력적인 미소를 만들어냈다.

“브릴리언트, 네가 나를 돕기를 원해.”

“……정확히.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졸업생 명단에서 이름을 찾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야. 하지만 일을 나눠서하면 좀 더 빨라지겠지.”

나에게 원하는 것은 협력인가.

“네가 이 작업을 도와준다고 약속하면 내가 읽었던 수많은 명단들 중에서 ‘브릴리언트’라는 성의 유무를 알려줄게.”

리브는 서고에 빽빽하게 채워진 책들을 한 번, 리들의 잘생긴 얼굴을 한 번 번갈아보았다. 여기 있는 명단들을 전부 다 읽는데 얼마나 걸릴까. 리브의 고민하는 표정을 캐치한 리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바로 그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고로 난 1학년 때부터 아버지에 대해 찾기 시작했어. 3년이 넘었지.”

그렇게 오래 걸린단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경악하던 리브는 리들이 ‘아버지의 이름’을 찾는다는 말에 벽안을 깜박였다. 그는 절대로 아버지 ‘톰 리들’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는 ‘머글’이니까.

“말씀해주세요. 도와드릴게요.”

고민하던 리브는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저 수많은 명단들을 다 봐야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리들의 제안은 별거 아니었다. 브릴리언트를 찾을 때 '톰 리들'을 같이 찾으면 되는 거잖아. 나쁜 짓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지, 생각해보니까 찾아볼 필요도 없네? 톰 리들 1세는 호그와트에 다니지 않았으니까. 이는 리브에게 꽤 괜찮은 제안이었다.

사실 소녀에게는 리들의 제안을 거절할 배짱이 없었다. 또한 아버지에 대해 알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이기도 했다. 평소라면 어떻게 해서든 그와 조금이라도 접점을 만들지 않으려고 애썼겠지만 리브는 궁금했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남자가.

“지금까지 내가 본 명단에 ‘브릴리언트’는 없었어. 그쪽 책장에 있는 책 전부를 뒤져도 없을 거야. 이미 내가 봤거든.”

리들은 기가 막힐 정도로 머리가 좋다. 정말 없다면 없는 것이었다. 또한 그가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선배님이 안 보신 명단은 어느 쪽에 있죠?”

리들은 말없이 자신이 책을 꺼냈던 책장을 가리켰다. 그리고 특정 책장을 가리키며 이미 다 보았노라고 세세하게 알려준다.

“웬만한 명단은 전부 보았어. 얼마 안 남았지.”

리들은 언제부턴가 불안감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만약 리들이라는 성을 찾지 못하면…… 자신의 아버지는 호그와트에 다닌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 머글이리라. 그렇게 되면 자신은 머글태생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자신은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능력이라는 ‘파셀통그’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럼 어머니가… 말도 안 돼. 자신의 어미는 그리 쉽게 죽을 만큼 나약했다. 마녀라면 그렇게 죽을 리가 없어. 아직 명단이 적힌 책은 충분히 남아있었다. 분명히 여기에 있어.

“여기에 없으면 네 아버지는 호그와트에 다니지 않은 거야.”

그리고 내 아버지 역시. 하지만 그럴 리 없다. 분명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드는 불안감 한 조각. 리들은 그 불안감을 애써 털어내려 애쓰며 소녀의 앞에 앉았다. 명단을 훑는 청년의 흑안이 차갑게 빛났다. 여전히 불안감을 담은 채로.

============================ 작품 후기 ============================

여러분 저의 연참을 받으세요~! 그리고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은 @를 붙여주세요^^

* 저번 톰 사이드 때문에 리들이 이미 방학 전부터 리브를 멘티로 지목했다고 생각하시는데 그건 아닙니다. 멘토링 프로그램이 발표된 것은 이번 학년이 시작되고 나서에요. 저번 톰 사이드에서는 리들이 왜 리브를 멘티로 지목했는지 그 심리에 대해 서술하기 위해 미래의 일을 끌어왔습니다. 중간에 있었던 싸닥션 사건을 건너뛰고요! 제가 헷갈리게 해드린것 같네요ㅜㅜ 뭐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에요. 어짜피 리들리브는 파트너가 될테니까요^^ 리브 너는 자유의 모미아냐

12.11.01. 퇴고완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