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9화 (9/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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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새로운 관계

킹스크로스역,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을 지난 리브는 호그와트 급행열차에 올라탔다. 빈 객실은 찾던 소녀는 얼마 안지나 에밀리를 발견했다. 그녀는 얼굴 가득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는데 백금발의 남학생과 함께였다. 그리고 사촌인 오리온 블랙까지. 리브는 자신의 친구에게로 걸어가다가 오리온과 눈이 마주쳤다. 소녀는 가볍게 눈인사를 한 후 에밀리를 톡톡 건드렸다.

“오, 리브!”

에밀리는 리브를 껴안으며 반가움을 표출했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벽안을 깜박이던 리브는 문득 백금발의 남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아브락사스 말포이였다. 리브는 아브락사스를 리들과 인사를 하며 몇 번 마주쳤었다. 물론 대화는 한 번도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안면 정도는 있었다. 아브락사스는 리브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걸어왔다.

“우리 구면이지? 리들한테 인사하는 래번클로 아가씨.”

“아, 네.”

에밀리는 작게 대꾸하는 리브의 손을 끌며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아브락사스가 따라 들어왔고 에밀리는 빽 소리쳤다.

“뭐야, 왜 따라와!"

“누군 너랑 있고 싶은줄 알아? 빈객실이 여기 뿐인 것을.”

“그러니까 다른 곳으로 가! 오리온을 따라가면 되잖아!”

내가 있는 객실은 자리 꽉 찼어. 그냥 같이 앉지? 오리온의 말에 에밀리가 그를 노려보며 외쳤다.

“내가 알게 뭐야!”

멍하니 서있던 리브는 자리에 착석해서 두 남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둘이 잘 모르는 사이라던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리브가 또록또록 눈을 굴리며 옥신각신 싸우고 있는 두 남녀를 응시했다. 에밀리가 무어라 소리치자 아브락사스가 백금발을 쓸어올리며 대꾸했다.

“이봐, 정혼녀 씨. 이러면 곤란해. 피차 맘에 안드는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멋있는 척 머리카락 쓸어 올리지 마! 그런 허세로 여자들을 얼마나 홀렸는지 몰라도 난 어림도 없어!”

에밀리의 말에 오리온이 웃음을 뱉어낸다. 아브락사스가 그런 오리온을 노려보았지만 청년은 뭘 보냐는 듯 쳐다볼 뿐이었다. 아브락사스의 얼굴에 약이 오른 듯한 표정이 잠깐 머물렀다.

“맥밀란, 나랑 약혼하게 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

“아직 약혼은 하지도 않았거든? 그리고 할 생각 없어!”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결국 아브락사스는 객실 안으로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에밀리는 청년을 쫓아내지 못한게 열받는지 이를 부득갈았다. 지금도 둘의 말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패턴을 보아하니 말포이가 얄밉게 입을 놀리고 에밀리는 발끈하는 식이었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거지? 약혼은 하지도 않았다니… 일이 잘 풀린건가?

“너 래번클로답게 머리는 좀 돌아가는 모양이더라. 약혼을 미뤄준 것은 고맙지만 소란을 피우지는 않았으면 좋겠는데.”

“소오~란? 지금 소란이라고 했어?”

“그렇게 싫다는 티 좀 내지마라. 내 이미지는 생각해줘야 하는거 아니야?”

“야, 너 상견례 자리에서 그딴 말을 지껄여놓고는 이미지를 운운하는거야?”

대체 뭐라고 했길래… 자신의 조언대로 약혼자에게 깽판치는 건가 생각했던 리브는 에밀리가 진심으로 아브락사스를 진저리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초면에 말포이가 무례한 말을 한 모양이었다. 궁금한 기색이 가득한 리브를 보며 오리온이 툭 내뱉었다.

“‘이왕이면 예쁜 애가 좋은데’라고 했거든. 그 것도 초면에 말이지.”

“에밀리 정도면 예쁜데…….”

리브의 중얼거림을 들은 오리온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아브락사스는 눈이 높으니까……. 그 말을 들은 에밀리가 야차같은 표정을 짓더니 빽 소리쳤다.

“야! 너 나가! 당장 네 객실로 썩 꺼져!”

“오냐.”

오리온은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과 어조로 대꾸하더니 뒤도 안돌아보고 객실을 나가버렸다. 그 태도에 에밀리가 더 열받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 때, 놀라울 정도로 활기찬 오리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들 선배! 언제 오시는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리브가 화들짝 놀라며 책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쳐들었다. 설마 톰 리들? 맙소사… 설마 이 객실에 오는건… 오겠구나! 그는 아브락사스 말포이와 친구니까! 리브는 책을 탁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밀리, 우리 객실 옮기지 않을래?”

“응?”

“보니까 넌 말포이 선배랑 한 객실을 쓰고 싶지 않은 것 같아서…….”

리브의 말에 대꾸한 것은 에밀리가 아닌 객실 안으로 들어온 리들이었다.

“다른 곳은 객실이 다 찼다더라. 그냥 여기 있는게 좋아. 브릴리언트.”

에밀리가 작게 ‘톰 리들이다……’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브는 살짝 당혹감에 벽안을 두어번 깜박였다. 리들의 품에 있던 나기니는 쉭쉭거리며 소녀에게 반가움을 표출하고 있었다. 리브다. 리브!

물론 리브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얼음처럼 굳어있을 뿐이었다. 소녀의 머릿속에는 리들이 자신의 뺨을 쳤던 그 날의 일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었다. 리브는 살짝 떨더니 자신도 모르게 그 때 맞았던 왼쪽 뺨을 어루만졌다. 그 모습을 보고 리들이 아주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순간이었고 이내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난 전부 잊었어, 너도 잊어줘.”

리브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잊어달라고? 살짝 어이가 없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잊으라고 한다고 쉬이 잊혀 질 리는 만무했다. 소녀는 그 감정을 표출하기 보다는 리들의 흑안을 지긋이 응시할 뿐이었다. 얼굴은 굳어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영롱하고 또렷하다. 리브의 푸른 눈동자와 마주하던 리들은 슬며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역시 무의식 적으로 마른 침을 삼킨다.

“앉아.”

리들의 묘하게 강압적인 말에 리브는 주저앉듯 자리에 앉았다. 둘을 잠깐 번갈아보던 오리온은 은회안을 반짝이며 리들에게 이것저것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에밀리는 신기한 광경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저 무뚝뚝하고 차가운 녀석이…….

리브 역시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아주 톰 리들 앞에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구나. 아브락사스 말포이 역시 리들을 보자마자 호의를 듬뿍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톰 리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둘의 대화를 받아준다.

에밀리는 어느새 오리온의 놀라움에서 벗어나 리들의 잘생긴 얼굴을 선망어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아브락사스가 툭 내뱉었다.

“너도 리들한테는 꼼짝 못하는구나.”

“적어도 말포이 너보다는 그가 훨씬 나으니까. 그가 내 정혼자였으면 난 아주 영광으로 받아 들였겠지.”

에밀리의 말에 아브락사스는 대놓고 실소를 터뜨렸다.

“주제를 알아라, 주제를. 네가 리들의…? 하!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말도 안되는 건 나도 아니까 그 입 좀 닥치지? 말도 못해?”

아이고, 둘이 또 싸운다. 리브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보았다. 리들의 얼굴을 보니 살짝 거슬려하는 것 같았다. 그래,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댔지. 리들의 품에서 혀를 낼름거리던 나기니는 리브를 향해 쉭쉭거리고 있었다.

[쟤네 더럽게 시끄러워, 그렇지 리브?]

리브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나기니, 네가 더 시끄러워. 그러던 리브는 순간 리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소녀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이번에는 리브가 책으로 눈을 돌리면서 시선을 피했다. 싸늘한 눈빛과 마주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그런 경험을 굳이 사서 할 필요는 없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아브락사스와 에밀리의 싸움이 멈춘 것은 손수레를 밀며 간식을 파는 마녀가 왔을 때였다.

“얘들아, 뭐 먹을거니?”

“네!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젤리랑 개구리 초콜렛이랑… 리브, 넌 안 먹어?”

리브는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브락사스는 리들에게 묻지도 않은 채로 그의 몫까지 간식을 잔뜩 사고 있었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리들, 널 위해 이렇게 많이 샀어.’였다. 리들에게 공물을 바치는 아브락사스의 모습을 보며 리브는 과연 미래의 데스이터(Death Eater)답다고 생각했다. 그가 구입한 것들을 훑어보니 종류별로 다양하다. 리들은 살짝 한숨을 쉬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말포이, 나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

“정말 하나도 안 먹을거야?”

“나기니라면 먹을거야. 뱀은 잡식성이니까.”

리들은 쭉 아브락사스의 것들을 훑다가 하나 집어서 비닐을 뜯었다. 그리고 나기니의 입에 물려준다. 맛있겠다! 톰 고마워! 나기니는 기뻐하며 신나게 먹었고 아브락사스의 얼굴을 보니 이걸 좋아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 듯 했다.

그러는 사이 리브는 에밀리가 주는 마쉬멜로우를 몇 개 받아먹었다.(“리브, 너무 많아. 같이 먹자.”) 오물오물 마쉬멜로우를 먹으며 달콤함에 미소를 짓는ㅡ리브는 단 것을 좋아한다ㅡ리브를 아브락사스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느낀 리브가 푸른 벽안을 백금발을 향해 돌렸다.

“너 전부터 생각했지만 참 예쁘다. 이름이 뭐야?”

아브락사스의 말에 대답한 것은 리브가 아닌 에밀리였다.

“내 친구를 꼬실 생각이라면 관둬!”

“하! 난 순수하게 이름을 묻는 것뿐이거든?”

아브락사스의 반박에 콧방귀를 뀐 에밀리는 리브에게 당부의 말을 뱉기 시작했다.

“리브, 속으면 안 돼! 저 자식은 선수야! 저 반지르르한 얼굴로 꼬신 여자가 한 둘이-”

“이봐, 정혼녀 씨. 설마 질투 하는거야?”

“질투 같은 소리하네!”

또 다시 옥신각신하는 둘의 싸움을 끊은 것은 리브였다.

“에밀리, 진정해… 난 괜찮아.”

“리브, 절대로 저 반반한 얼굴에 속으면 안 돼! 알고 보니 저 자식 카사노바였던거 있지.”

에밀리의 말에 아브락사스가 눈을 부릅뜨며 항의했다.

“누가 카사노바라는 거야!”

“오빠한테 들었거든? 네가 그렇게 여자를 후리고 다닌다며.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

“누가 후려! 난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 것뿐이야!”

“그걸 세상은 바람둥이라고 하거든?”

리브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람둥이는 맞나보네. 근데 정말 왜 몰랐지? 그러고 보니 말포이가 여자랑 있는 장면을 자주 봤던 것 같기도 했다.

그 때, 객실 문이 달칵 열리며 에밀리와 같은 연갈색 머리칼을 가진 남학생이 들어왔다.

“아, 더워. 엠(Em, 에밀리의 애칭) 호박주스 있으면 줘. 어? 리브도 있네. 안녕.”

“안녕, 에드가. 방학 잘 보냈어?”

“뭐, 너도 들었겠지만 에밀리 약혼 덕분에…. 야, 너희는 또 싸우냐.”

에드가 맥밀란(Edgar McMillian), 맥밀란 가문의 후계자이자 에밀리와는 두 살 터울이 나는 오빠였다. 당연히 후플푸프 소속이었고 에밀리와 나란히 있으면 정말 많이 닮아서 리브는 처음에 둘을 번갈아보며 신기해했다.

에드가는 리브가 첫 만남에서 ‘에드가 선배’라는 호칭과 함께 존대말을 하자 극구 사양했었다. 그리고 시원스럽게 웃으며 자신을 편하게 대하라고 했다. 지금 그의 가슴에는 P가 쓰여진 배지가 달려 있었는데 이번 학년에 반장이 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에밀리가 편지에 오빠가 반장배지를 받았다고 썼던 것 같기도 했다.

“에드가 맥밀란. 너 이 자식… 쓸데없는 소리 좀 하고 다니지 마! 누가 여자를 후려!”

“오빠는 그 애칭 좀 쓰지마! ‘엠(Em)’이 뭐야, 엠이”

아브락사스와 에밀리의 반발을 무시하며 에드가는 가볍게 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 리들 안녕.”

“안녕, 맥밀란.”

“저 둘이 좀 시끄럽지? 착한 네가 이해해줘.”

리브의 얼굴에 순간 벙찐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톰 리들이 착하다니… 에드가, 너 사람 잘못 봤어. 리브는 그렇게 생각하며 간신히 표정관리를 했다. 하지만 에드가 뿐만이 아니라 호그와트 전교생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리브가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아브락사스가 에드가에게 빈정거렸다.

“네 놈이 반장이라니, 후플푸프는 인재가 더럽게 없나보지?”

“그러게, 반장 같은건 귀찮은데…. 하지만 적어도 네 점수는 깎을 수 있지. 작년에 네가 얼마나 여자들을 후리고 다닌지는 내가 잘 알아. 너 딴에는 약혼을 피하려고 한 모양이었겠지만 이제 엠이랑 약혼 관계가 된 이상 더 이상은 안 돼.”

에드가는 에밀리의 오빠답게 동생의 정혼자를 단속하려는 낌새를 보였다. 약혼이 아니라고 외치는 에밀리의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한 에드가는 꽤 날카로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올해도 그랬다가는 네 이미지가 완전히 바람둥이로 변해 버릴거야. 이미 네 기숙사랑 우리 기숙사에서는 유명해.”

아무래도 말포이는 작년에 슬리데린과 후플푸프 여학생들을 줄줄이 만나고 다닌 모양이었다.

“아니야, 오빠. 난 말포이가 여자를 만나든 말든 신경 안 써. 그러면 이 정혼관계가 박살나겠지. 아이고 신나.”

“거봐, 네 여동생은 상관 안한다잖아.”

에드가가 눈썹을 치켜 올렸지만 아브락사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씩 웃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에드가는 ‘그래 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웃을 수 있나보자.’라고 생각하며 객실을 나갔다.

*

에밀리와 아브락사스는 정말 질리게 싸웠다. 오죽하면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무척이나 좋은 그 톰 리들이 한 소리 할 만큼. 학교에서의 리들은 무척이나 상냥하고 호의적인 학생이었다. 리브는 속으로 리들의 이미지 세탁에 혀를 내둘렀으며 어느 정도냐면 그의 가식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연회장에 도착하자 리들과 아브락사스는 슬리데린 테이블로 가버렸고 리브와 에밀리는 래번클로 테이블로 향했다. 자리에 착석하고 기숙사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니 기숙사 배정이 시작되었다. 리브가 작은 목소리로 에밀리에게 속삭였다.

“약혼 건은 어떻게 됐어?”

“네가 조언한대로 했는데… 좀 귀찮게 됐어. 나중에 자세히 말해줄게.”

어쩐지 에밀리가 한숨을 쉰 것 같기도 했다. 어느새 기숙사 배정식이 끝나고 디펫 교수의 훈화가 시작되었다. 교장인 디펫 교수의 훈화는 신입생 시절에도 그랬지만 3학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길고 지루했다. 학생들은 다들 듣는 둥 마는 둥 어서 빨리 이 기나긴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고픈 학생들에게 디펫 교수의 훈화는 한낱 방해꾼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해꾼에게서 모두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말이 흘러나왔다.

올해부터 호그와트에서는 ‘멘토링 프로그램(Mentoring Program)’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교감인 덤블도어 교수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교수들은 회의를 거친 결과……

학생들은 처음으로 디펫 교수의 훈화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듣고 있었다. 학생들의 열렬한 반응에 디펫 교수는 기분이 좋아진 듯 했다.

정말로 디펫 교수가 설명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흥미로웠다. 학년이 높은 학생이 ‘멘토(Mentor)’가 되고 학년이 낮은 학생이 ‘멘티(Mentee)’가 되어 파트너를 이룬다.

선후배간의 돈독한 우정 쌓기가 목적인가? 흠, 괜찮네. 선배들이면 후배들보다 배움의 폭도 깊고 아는 것도 많으니까 도움이 되겠구나. 긍정적인 평을 내린 리브는 이제 멘토가 되면 좋을 것 같은 선배들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있었다. 이는 반장을 연임하게 된 필리우스 플리트윅부터 시작해서 학생회장이 된 세실리아 클리어워터까지 이어졌다.

사정은 다른 기숙사도 별 다를 바 없는 듯 했다. 옆의 슬리데린 테이블에서는 여학생들이 ‘톰 리들’이나 ‘아브락사스 말포이’, ‘오리온 블랙’같은 유명 학생들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었다. 후플푸프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리핀도르에서 샤를루스 포터가 친구들과 무어라 낄낄대고 있었다. 디펫 교수의 훈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멘토와 멘티는 호그와트 학생들 간의 화합을 위해 각기 다른 기숙사 학생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뭐야? 다른 기숙사? 디펫 교수의 말에 다들 웅성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당연히 같은 기숙사 선후배로 묶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리브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불만이 많아 보이는 것은 슬리데린 여학생들이었다. 또한 슬리데린의 일부 남학생들도(그 중에는 오리온도 있었다.) 그래 보였다.

“그럼 리들 선배를 멘토로 삼을 수 없단 말이야?”

“다른 기숙사 계집애들한테 뺏길지도 모른다고?”

“리들 선배를 다른 기숙사 놈들한테 넘긴다니?”

리브는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불평들을 들으며 톰 리들의 멘토나 멘티가 될 여학생에게 애도를 표했다. 저 여학생들이 가만두지 않을거야. 그런데 톰 리들은 정말 인기가 좋구나.

“우리 교수진들은 우리 학생들의 개성과 능력을 따져서 멘토와 멘티를 정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할 예정입니다. 혹시 희망하는 멘토나 멘티가 있다면 각 기숙사 사감에게 언질을 주세요.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지목할 학생은 다른 기숙사 학생이여야 합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예외는 없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던 슬리데린 여학생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디펫 교수는 단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위해 ‘기숙사 공동 휴게실’도 만들었다고 발언했다. 기숙사 공동 휴게실이라는 말에 학생들이 흥미를 표했다. 기숙사 공동 휴게실이라면 기숙사 상관없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휴게실이렷다?

디펫 교수의 훈화가 끝나고 식사를 하는 내내 학생들은 멘토링 프로그램에 대해 떠드느라 바빴다.

“나는 필리우스 선배가 멘토가 되었으면 했는데 아깝게 됐어.”

“나는 리브 선배.”(2학년생이 말했다.)

“다른 기숙사에서 리브 선배를 노리고 있는 모양이야. 수석이잖아, 예쁘고.”

에밀리 역시 멘토링 프로그램에 무척 흥미를 느꼈는지 눈을 반짝 반짝 빛냈다. 아무래도 누구를 멘토나 멘티로 지목할까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어떤 학생들은 대충 아무나 되라며 귀찮은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른 기숙사 학생이라니. 귀찮아. 매번 따로 시간 내서 만나야하는 거잖아. 난 이제 5학년이야. O.W.L.공부를 해야 한다고. 언제 멘티 뒤치닥거리를 하고 있어. 래번클로 고학년 생들은 매우 난감해하며 N.E.W.T.수업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이야기 했다.

“리브, 넌 혹시 멘토로 원하는 선배 있어? 아니면 멘티는?”

“글쎄… 교수님들이 알아서 정해주시겠지. 이왕이면 내가 멘티가 되는게 나을 것 같은데 멘토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다른 기숙사 학생이라면 후플푸프가 좋겠다. 슬리데린이나 그리핀도르는 말고. 그렇게 생각하며 리브는 오트밀을 떠먹었다.

희망하는 멘토와 멘티를 적어내는 것은 1주일간의 기간이 주어졌다. 리브는 딱히 희망하는 학생이 없었기에 제출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에밀리는 리브에게 후플푸프의 5학년생인 ‘포모나 스프라우트(Pomana Sprout)’가 멘토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보였다.

“올해 오빠랑 같이 반장을 맡고 있는데 무척 상냥하다고 했어. 약초학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대.”

리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누군가를 지목해볼까 고민해 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작년에 덤블도어가 자신에게 소개시켜주겠다고 했던 ‘미네르바 맥고나걸’이 떠올랐지만 떨쳐버렸다. 그녀는 그리핀도르인걸.

연회가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가며 에밀리는 리브에게 방학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리브의 조언대로 에밀리는 부모님께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모양이었다. 다행히 그녀의 부모님은 에밀리의 심정을 이해해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약혼식을 조금 더 컸을 때로 미루겠다고 하셨단다. 초면인데 갑작스럽게 약혼을 하느니 서로 알아보는 기간을 가지면 어떠냐는 의견을 표했고 말포이 부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당히 귀찮아졌다. 약혼식은 보류 되었지만 정혼으로 묶이는 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은 강제연애를 해야만 했다. 둘이 정기적으로 데이트를 하는 등 만남의 시간을 가지라고 집안에서 명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내가 말포이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어. 사진을 받아봤는데 잘생겼더라고. 그런데 글쎄 날보고 뭐라고 한지 알아?”

문제의 발언은 아까 오리온이 리브에게 알려주었던 ‘이왕이면 예쁜 애가 좋은데’였다. 에밀리는 다행히 양가 어르신 앞에서 아브락사스에게 삿대질을 하고 불같이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표정으로서 불쾌함을 어김없이 드러냈다고 했다.

“어떻게 초면에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지가 잘생겼으면 다야? 얼굴 조금 반반하거가지고 진짜! 나 이래봬도 어디 가서 못생겼다는 소리는 안 듣는다고! 그 자식은 정말 최악이야! 허세를 부리지를 않나……. 정말이지 최악이라고!”

리브는 흥분한 에밀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다. 그녀는 한참동안 아브락사스에 대한 험담을 했다. 어쨌든 에밀리에게 아브락사스의 첫인상이 최악이었던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았다. 리브는 아무래도 자신이 에밀리에게 조언했던 약혼을 깨기 위해 무례하게 구는 방법을 아브락사스가 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로 에밀리는 이렇게 훌륭하게 약혼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제대로 먹히지 않은 모양이었다. 양가의 부모님은 둘의 사이에 냉기가 돈다는 것을 깨닫고 강제 연애를 명하셨으니까.

“말포이랑 데이트하지 않으면 호그스미드 허가서에 서명을 안 해주신다고 하셨어. 난 결국 그 자식과 데이트를 하고 정기적으로 만나겠다고 약속해야만 했지. 아마 그건 그 녀석도 마찬가지 일거야. 그래서 난 차라리 오리온을 약혼자로 삼아달라고 했는데 당연히 악튜러스 고모부가 안 된다고 하시지 뭐야. 이미 말포이랑 정혼 관계가 성립되었고 블랙가의 후계자가 대타가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래. 물론 오리온이 그 전에 싫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까 기분 나쁘네!”

집안의 명이라 해도 에밀리는 말포이와 정말로 연애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집안 어르신들 앞에서는 연애를 하는 척만 할 것이며 학교에서는 서로에게 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미 협의가 끝난 상태라고……. 물론 서로의 이미지가 손상이 가지 않는 한도 안에서라고 했다.

“내가 그 녀석한테 까여서 정혼 관계가 깨졌다는 소문이 돌면 곤란해. 사람들이 날 뭘로 보겠어? 차라리 그 녀석이 카사노바처럼 이리저리 여자를 만나고 다녀서 관계가 깨져 버리는게 내 최대 소망이야. 그럼 그 녀석 이미지는 개판이 되겠지. 그리고 걔 혼삿길은 막힐 거야. 아이 좋아라.”

하지만 그 것도 그거 나름대로 안 좋을 것 같은데… 어쩌면 에밀리 네가 얼마나 여자로서 매력이 없으면 말포이가 정착을 못하냐는 말이 돌 수도 있어. 네 혼삿길도 막혀……. 물론 리브는 잔뜩 흥분한 에밀리에게 이 같은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전부 감사합니다^^

코멘이 7편에 비해 줄었어요..ㅜㅜ 리들이 리브 뺨 한 대 더 때려야하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팬아트 올려주신 순백의악마님 감사합니다^^ 곧 표지로 걸어놓을게요.

* 약혼이나 정혼이나 별차이 없어요. 사전적 뜻만 보자면 약혼은 혼인하기로 약속한거고, 정혼은 혼인을 정한거고.. 여기서는 '정혼'을 '집안끼리' 혼인을 정한 관계라는 의미로 해둘게요. 식을 올리지 않은 관계! 약혼의 전 단계 정도? 아 더 헷갈리시려나..ㅜㅜ 어쨌든 에밀리는 약혼과 정혼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약혼식을 올리지 않았으니까 약혼이 아니야! 이렇게요ㅎㅎ 솔직히 약혼이나 정혼이나..

* 볼드모트는 붉은 눈의 코없는 마왕이지만 원래 톰 리들이던 시절에는 흑안이 맞습니다^^

* 리브는 이미 지난 학년에 어머니에 대해서 알아낼만큼 알아냈습니다. 지니아를 가르쳤던 교수들이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리브에게 많이 해주었지만 아버지에 대해서 만큼은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오늘 연참 갈까요? 저 비축분 있는 여자에요. 많지는 않지만;;

리리플 원하시는 분은 @를 붙여주세요.

+ 아브락사스(Abraxas) 아브라삭스(Abrasax).. 아, 찾아보니까 다르네요. 가리키는 것은 똑같지만ㅋㅋ영어까지 써놓고 틀려버림ㅠㅠ보늬ED님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12.10.28. 퇴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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