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멘토링-7화 (7/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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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2. 경계 혹은 관심

    2학년을 마치고 고아원으로 돌아온 리브는 우울한 얼굴로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코올 부인은 얼굴이 어두워졌다며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냐고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리브는 고개를 저으며 그저 피곤해서 그렇다고 호그스미드 허가서에 서명을 부탁할 뿐 이었다.

    그리고 쭉 방에 틀어박혔다. 이제 톰 리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지난 1년 간, 고군분투해서 알게된 어머니의 비극 때문에 우울하고 또 우울했다. 그 때, 도서관에서 남몰래 눈물을 쏟아낸 이후로 리브는 더 이상 부모님을 떠올려도 울지 않았다. 그때는 너무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서 울어버린거야. 나는 본래 눈물이 많은 성격이 아니었다. 왜 그 때 울어버린거지. 몸이 열두 살이라고 정신까지 열두 살이 되어 버린거야? 정신차려.

    하지만 슬픈건 슬픈 것이었다. 아, 이래서 부모와 자식을 천륜으로 이어진 사이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다고 한들, 현재의 부모가 나를 낳은 것은 변치않는 사실이었으니까. 물론 그들은 죽고 없지만, 나를 버렸지만.

    아버지는- 왜 내 어머니를 버린걸까. 리브는 순간 톰 리들의 가정사가 떠올랐다. 사랑의 묘약으로 태어난 아이. 설마 내 어머니도 아버지에게 사랑의 묘약을 쓴걸까?

    그럴 리 없다. 교수들에게서 얼핏 들은 자신의 어머니는 그런 마녀가 아니었다. 지니아 라이트(Zinnia Wright)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마녀였다. 집안의 사랑을 둠뿍받고 자란- 학대받으며 자란 톰 리들의 어머니인 메로프 곤트와는 전혀 다른 성품이다. 사랑의 묘약을 써서 남자를 유혹할 만큼 사랑에 목을 맬 인물이-

    그래, 목을 맸구나. 결국 목을 매고 말았지. 그녀는 어린 나의 앞에서 목을 맸어. 나는 그 장면을 본게 분명했다. 배를 타고 호그와트에 입성하는 1학년 때와는 달리, 2학년 때부터는 세스트랄이 끄는 마차를 타고 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세스트랄을 보았다. 죽음을 본 자에게만 보이는 동물인 세스트랄을.

    그래, 나는 어머니의 죽음을 보았구나. 기억은 전혀 나지 않지만- 보았구나. 그래 보았어. 그녀는 내 눈 앞에서 목을 맨 거야. 그렇게 죽어버린 것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그리고 그녀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슬리데린이었잖아. 사람은 모르는거야. 정말 사랑의 묘약을 써서 아버지를 얻어냈을지 어떻게 알아?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나도 그처럼 사랑의 묘약으로 태어난걸까? 그런 거짓된 감정으로 태어난, 그런 아이일까. 그래서 버림 받은걸까. 믿고 싶지 않아. 믿지 않아. 사랑의 묘약이라니. 내 어머니가 그런 저급한 방법을 쓸리가 없어.

    [리브(Liv), 리브(Liv), 러브(Love), 러브(Love)]

    나기니는 오늘도 리브의 방에 꼬물꼬물 기어왔다. 새하얀 뱀은 기운 없는 소녀를 보며 걱정스러워했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에게 ‘요즘 리브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 무슨 걱정이 있는걸까? 항상 우울우울해.’라고 말해주었다. 물론 리들은 ‘그러니?’라고 대꾸할 뿐이었지만. 리들 역시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자신의 아버지와 비밀의 방으로 인해 예민한 상태였다.

    어쨌든 지금 나기니는 리브의 이름으로 말장난을 하고 있었고 소녀는 반응 한 조각 내어주지 않았다. 뭐야, 재미없게!

    [리브, 진짜 이럴거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나기니는 소녀가 뱀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접촉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나도 언젠가 만져주면 좋을텐데. 그건 나기니가 품고 있는 마음 속 깊은 소망이었다. 하지만 이제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대꾸도 안해!

    [자꾸 이러면 톰한테 이를거야!]

    나기니는 또 다시 리브에게 고자질을 하겠다는 협박카드를 드리 밀었지만 소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어? 이게 아닌데. 괜히 뱀이 아닌 나기니는 자신의 주인이 리브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교활하게도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안 먹히려고 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나 진짜 톰한테 간다?]

    리브는 멍하니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 브-! 나 진짜 이르러 간다니까!!! 톰한테 전부 다 말할거야!!!]

    [아 진짜, 시끄러워!!]

    나기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리브가 지금 나한테 짜증낸거야?

    [야, 너 이럴거면 나가.]

    [뭐? 내가 왜!]

    [그럼 시끄럽게 굴지 말고 조용히 있어. 짜증나게.]

    지금 리브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차곡차곡 쌓으며 증오를 곱씹는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할 수가 없었다. 부정적인 감정만 깊어졌다. 그렇게 우울함과 함께 분노에 떠는데 이 빌어먹을 뱀 새끼가 자꾸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톰 리들한테 일러버린다고? 일러라, 일러. 진짜. 성질나게 하네. 안 그래도 열 받는데.

    [내가 조용히 있을거면 너한테 왜 왔겠어! 넌 나랑 대화를 해야할 의무가 있어!]

    [뭐? 의무? 지금 의무라고 했어?]

    [그래!]

    [진짜 이 뱀이 보자보자 하니까, 너 나랑 갈등을 한 번 빚어볼래?]

    나기니가 가까이 다가오자 리브는 지팡이를 치켜들고 겨누었다. 표정을 보니 정말 화났다. 나기니는 순하게만 생각했던 리브가 자신에게 분노를 드러내자 살짝 겁을 먹었다. 하지만 뱀은 자신의 주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소리쳤다.

    [토,톰이 그랬어. 어린 마법사는 방학 때 마법 못쓴다고!]

    [내가 못 쓸거 같니?]

    리브는 지금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였다. 톰 리들이든, 미성년 마법사의 행동제한이든, 뭐든 간에, 알게 뭐야. 옆에서 쉭쉭거리는 걸 그냥 냅뒀더니 이놈의 뱀이 계속 성질을 건드린다. 평소 착하고 따스한 성품인 리브였지만 그녀도 사람인지라 자꾸 건드리면 화가 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평소의 리브라면 절대 이러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 소녀는 감정적으로 몹시 예민한 상태였다.

    [학교에서 쫓겨날거야!]

    [한두 번은 경고장으로 끝나. 난 기꺼이 너에게 그 기회를 쓸거야.]

    [뭐,뭐야? 리브 나빠!]

    [뭐가 좋을까. 가장 위협적인 마법이 뭐였지? 용서받지 못할 저주는 어떨까?]

    [나,나한테 마법을 썼다가는 톰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거야!]

    [그가 날 어쩌기 전에 널 끝장낼거야.]

    리브의 사파이어 눈동자가 시리도록 차가웠다. 나기니는 꼭 화난 톰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몸을 살짝 떨었다. 그리고 소리쳤다.

    [톰한테 정말로 일러버릴거야!]

    [그러던가.]

    [정말 이럴거야? 너,너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나기니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리브가 픽 웃었다. 그리고 머릿속을 거치지 않은 채로 거친 말이 그대로 흘러나갔다.

    [지랄하네. 저리 꺼져.]

    결국 나기니는 소녀의 방에서 꺼져야만 했다. 정말로 리브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서 겁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나기니는 방을 나가며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하지만 말을 더듬는 바람에 소녀에게 전혀 위협을 주지 못했다.

    [리브. 너,너 두고봐!]

    [두고 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 하나 없더라. 아, 넌 뱀이지. 더 별 볼일 없겠네.]

    소녀는 나기니를 조롱하며 문을 쾅 닫았다. 그리고 리브는 꺼냈던 지팡이를 품에 집어넣고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시간이 차츰 지나자 흥분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 나기니한테 괜히 화풀이 해버렸네. 뭐야. 너 정말로 열두 살이 되어버린거야? 감정 하나 조절하지 못하다니…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리브는 순간 나기니가 리들에게 고자질하겠다고 떠들었던게 떠올랐다. 하지만 오늘따라 무모한 생각이 들었다. 어쩔거야. 난 아무 짓도 안했어. 톰 리들도 나를 어쩌지 못할걸.

    그리고 또 다시 떠오르는 것은 아버지. 자신의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 임신한 아내를 버림으로서 동시에 나도 같이 버린 아버지. 밉고 증오스러운 아버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생각난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일지. 하지만 보나마나 뻔하다. 형편없는 사람이겠지.

    *

    뱀은 거의 울다시피 자신의 주인에게로 쪼르르 기어갔다. 책을 읽고 있던 리들은 나기니가 평소보다 훨씬 일찍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나기니가 브릴리언트에 대해 불평하곤 했다. 처음에는 기운이 없는 것 같다, 우울해한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는 걱정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자신의 애완뱀이 꺼낸 얘기는 리들의 신경을 거스르기에 충분했다. 안 그래도 비밀의 방에 대해 찾는 것도 잘 안되고, 아버지에 대해 찾는 것도 성과가 전혀 없어서 그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리브가 날 공격하려고 했어!]

    [겁 준거야. 미성년 마법사는 방학동안 마법 못써.]

    [아니야, 한두 번은 경고장으로 끝난대. 그리고 막 나한테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쓴다고 했어!]

    리들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용서받지 못할 저주? 이제 2학년 갓 마친 계집애가 무슨 용서받지 못할 저주를 쓴다고. 허세 부렸네. 하지만 거슬리는 건 거슬리는 것이었다. 감히 내 애완뱀을 위협해? 지금의 리들도 예민했다.

    [정말 쓰려고 했어! 나한테 막 지팡이를 겨누었다니까!]

    [정말이야?]

    [응! 난 겨우 도망쳐 나왔어! 지팡이에서 빛이 막 번쩍했어!]

    나기니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 리브의 지팡이에서는 아무 빛도 나오지 않았다. 그야 주문을 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거짓인지를 알 턱이 없는 리들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는 점점 싸늘해지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히 내 것을 건드려? 나기니를 공격해? 리들은 화가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나기니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별 볼일 없다고? 흥. 리브 넌 이제 큰일났어! 톰이 널 혼내줄거야.

    리들은 나기니를 품에 안고 리브의 방으로 향했다. 나기니는 아까 울상이던 얼굴은 벗어던지고 개선장군처럼 당당한 표정이었다. 뱀이 힐끗 본 자신의 주인의 얼굴은 흉흉했다. 어찌된게 자신을 혼낼 때보다 더 흉흉하다.

    리들은 노크도 없이 리브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리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의자에 앉아있는 멍한 표정의 리브였다. 리브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문이 험하게 열렸는데도 누군가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리들은 성큼성큼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때까지도 리브는 리들의 방문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브릴리언트.”

    “…….”

    “대답 안해?”

    “…….”

    “야, 일어나.”

    급기야 리들은 리브의 어깨를 험하게 흔들었고 그제서야 리브는 정신을 차렸다. 소녀는 난데없는 침입자에 사파이어 눈동자를 깜박였다. 하지만 여전히 리브의 머릿속은 아버지로 가득차 있었다. 리들의 품에서 나기니가 약올리듯 혀를 낼름거리며 쉭쉭거렸다.

    [리브, 거봐. 내가 일러버린다고 했지? 이래도 별 볼일 없어?]

    리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뭔 일이야. 그리고 톰 리들은 왜 여기 있어?

    [자, 아까처럼 나한테 또 지팡이를 겨눠봐!]

    계속해서 깐죽거리는 나기니의 모습을 보던 리브의 벽안이 다시 싸늘해졌다. 저 빌어먹을 뱀 새끼가- 그래, 너 어디 맛 좀 봐라. 지팡이를 쥐는 소녀의 몸짓을 보던 리들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대로 지팡이를 나기니에게 겨누려는 리브를 제지한 것은 리들이었다. 리들은 그대로 리브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리브는 악하는 소리와 동시에 지팡이를 떨어뜨렸다. 그대로 장미목 지팡이를 발로 차서 뒤로 보내버린 리들은 그대로 소녀의 뺨을 내리쳤다. 소름끼치는 파공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동시에 리브의 고개가 힘없이 돌아가며 몸이 휘청였다.

    순식간에 붉어진 리브의 뺨을 본 나기니가 쉭쉭거리던 것을 멈췄다. 이,이런게 아닌데! 나기니는 그저 톰이 가서 경고의 말이나 협박 몇 마디로 소녀를 겁주기를 바랬을 뿐이었다. 자신에게 그랬듯이! 리들이 리브를 때릴거 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나기니는 당황했다. 그런 뱀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리들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은 시리도록 차가웠다.

    “네가 한 행동의 대가야.”

    “제가- 뭘 했다고요?”

    눈물을 쏟아낼거라고 생각했던 소녀가 울기는커녕 자신에게 쏘아붙이듯 반문하자 리들은 픽 웃었다. 난데없이 뺨을 얻어맞은 리브의 사파이어 눈동자에 평소의 따스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하지만 리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평소와는 달리 반항스럽게 눈을 치켜뜨는 소녀의 모습이 신선하기도 했다. 그리고 뭘 잘했다고- 더욱 괘씸해졌다.

    “네가 나기니를 공격했다며, 감히 내 것을 건드려?”

    “제가요? 제가 나기니를 공격했다고요?”

    리브는 어이없다는 듯 쏘아붙였다. 그리고 나기니를 지긋이 쳐다본다. 소녀의 보석같은 벽안이 시리도록 차갑다. 자신의 죄를 아는 새하얀 뱀은 움찔했다.

    [야, 내가 너 공격했냐? 그래, 내가 널 위협했던 건 인정해. 하지만 난 널 공격한 적은 없어. 대체 네 주인한테 뭐라고 지껄인거야?]

    리브의 입술에서 위협적인 파셀통그가 새어나왔다. 낑낑거리는 나기니를 보며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챈 리들이 자신의 애완뱀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나기니, 아까 네가 지팡이에서 빛이 번쩍했다고 하지 않았니?]

    나기니는 입을 꾹 다물었다. 리브가 목소리를 높이며 쏘아붙였다.

    [뭐? 지팡이에서 빛이 번쩍해? 야, 내가 언제 너한테 주문을 쐈어? 이게 어디서 구라를 쳐!]

    물론 쏘려고 했지만 리브는 결국 주문을 쏘지 않았다. 그 전에 나기니가 나가버렸으니까. 뭐야, 나 지금 저 뱀 새끼의 거짓부렁 때문에 뺨 맞은거야? 리들은 나기니와 리브를 번갈아 응시했다. 전전긍긍하는 나기니, 그리고 정말 억울한 듯한 브릴리언트. 리브는 리들에게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전 공격한 적 없어요! 뭣하면 지팡이를 가져가서 검사해보시던가요!”

    리들은 나기니의 쩔쩔매는 태도를 보고 눈치챘다. 그녀가 거짓말을 했구나. 그러고 보니 정말 마법을 썼다면 마법부에서 경고장이 와야 한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다. 나기니가 거짓말을 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던 나의 실수였다. 짜증이 밀려왔다.

    “저 뱀이 지껄이는 말만 듣고 저에게 손찌검 하신거에요?”

    그리고 나에게 화를 내는 브릴리언트는 더 짜증이 났다. 리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네 말을 들어야 하나? 나에게는 너보다 나기니의 말이 더 신뢰성 있거든.”

    “뭐라고요? 그래서 지금 제게 하신 행동이 옳다는 거에요?”

    “그럼 네가 나기니를 위협한 것은 옳고?”

    리브는 리들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알고 있다. 내가 나기니에게 쓸데없이 화풀이를 했다는 것을.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애꿎은 나기니에게 분출했다. 그건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 그래서 내일 그녀가 다시 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사달이 났다. 나는 여기까지 예상했어야 했다. 리들은 소유욕이 강했다. 어릴 때도 자신의 물건을 건드리는 아이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왜 잊었을까.

    “나기니를 위협한 것만으로도 나에게 맞을 이유는 충분해.”

    “…….”

    “네가 만약 정말 그녀를 공격했다면 뺨 한 대로 끝나지는 않았을거야.”

    리들과 리브의 대치상태를 보던 나기니가 조그맣게 그를 불렀지만 리들은 싸늘하게 말했다.

    [넌 나중에 얘기해, 오늘 그 못된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 테니까.]

    감히 나한테 거짓말을 해? 그래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소년이 힘도 조절하지도 않고 세게 내리친 브릴리언트의 뺨은 이제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이제 리들은 화를 참기 위해 눈을 잠깐 감았다가 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리브의 시선을 슬며시 피하며 뒤돌아섰다.

    “한 번만 더 나의 것을 건드려 봐. 이건 경고야. 브릴리언트.”

    그렇게 말하고 리들은 방을 나가버렸다. 이미 주인의 품에서 벗어나있던 나기니는 풀 죽은 얼굴로 리브에게 쉭쉭거렸다.

    [리브, 미안해. 난 톰이 너를 때릴 줄은….]

    나기니가 무어라 더 말하려는데 리들이 휙 돌아서서 소리쳤다.

    [안 따라와?]

    얼굴을 보니 무시무시하다. 나기니는 결국 꼬물꼬물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리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나기니는 주인의 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벌벌 떨었다.

    리들은 나기니를 아꼈고 그녀가 간혹 실수를 해도 너그럽게 봐주곤 했다. 저번에 리들의 주의를 어기고 리브에게 주인에 대한 개인사를 말했을 때도, 그는 따끔하게 꾸짖고 그저 며칠 근신을 명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나기니는 무려 거짓말을 했고 그로인해 리들이 쓸데없는 짓까지 하도록 만들었다. 자신의 것을 위협한 브릴리언트의 행동은 거슬리긴 했지만 손찌검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거기다가 리들은 화가 나서 힘 조절도 하지 못했고 또래보다 몸집까지 작은 소녀를 무자비하게 내리쳤다. 붉게 부어오른 뺨이며 휘청이던 작은 몸을 생각하니 리들은 더욱 더 화가 났다. 거짓말을 한 나기니에게, 그리고 성급하게 굴었던 자신에게.

    [나기니, 너 거짓말 했어, 안했어.]

    […….]

    [대답 안 해?]

    [해,했어….]

    방에 들어오자마자 리들은 방문을 쾅 닫고 흉흉한 기세를 어김없이 드러냈다. 리들의 입술에서 위협적인 파셀통그가 흘러나왔다.

    [미,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난 네가 리브를 혼내주면-]

    [난 네 주인이야. 넌 나의 소유고. 그런데 감히 나를 속여? 내가 그렇게 쉽게 보였어?]

    그 날 처음으로 리들은 나기니에게 큰 소리를 냈다. 그리고 심지어 그녀를 내동댕이치기까지 했다.

    [토,톰.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미안해, 정말 미안해.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럴게!]

    [무얼?}

    [다,다시는 거짓말 안할게. 내가 잘못했어. 정말 다시는 안 그럴게! 제발 용서해줘. 제발.]

    나기니는 자신의 주인에게서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 날 나기니는 울면서 리들에게 용서를 빌고 또 빌었다.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주인님이라는 호칭과 존대말을 쓰면서. 그렇게 눈물로 빌고 또 빌던 나기니는 간신히 주인에게 용서를 받으며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다. 그리고 또 벌로 근신을 당했다. 이번에는 무려 한 달 동안.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그리고 코멘트 적어주신 분들 전부 감사합니다^^

    * 멘토링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것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 나서 입니다!  아직 더 기다려주세요^^

    * 리브는 모자가 그토록 슬리데린에 넣으려고 설득까지 했던 애에요. 착하고 따스한 성격에 옳고 그름을 아는 소녀지만 성인군자도 보살도 아니죠. 잔뜩 예민해있는데 나기니가 매일매일 시끄럽게 하고 이제 협박까지 하니.. 리브 성격있어요.

    * 나기니라고 처음부터 사악했을까요? 전부 주인의 재량이죠. 나기니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쓰면서 내내 나기니 귀여워서 웃었네요. 하지만 이번 편으로 폭풍안티가 생길지도...

    * 네, 리들리브의 길은 멀고도 험난해요... 리브, 힘내. 난 너를 아껴. 정말이야^^;;

    혹시.. 리리플을 원하시는 분이 있나요? 있으시다면 @를 붙여주세요^^

    12.08.28. 퇴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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