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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경계 혹은 관심
다음 날, 나기니는 소녀의 방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뒤에 또 꼬물꼬물 기어와 소녀의 방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재잘재잘 그 동안 밀린 수다를 떨어대서 리브를 질리게 만들었다.
[너, 그 날 네 주인에게 혼나지 않았니?]
[그래서 지금까지 못온거야. 나 보고 싶었지?]
지랄 옘병. 소녀는 욕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얼마 후, 호그와트로 돌아간 리브는 드디어 뱀에게서(뱀의 수다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 빌어먹을 뱀이 래번클로 기숙사까지 올 리는 만무했다! 슬리데린 기숙사는 지하에 있었고 래번클로 기숙사는 서쪽 탑 꼭대기니까! 래번클로 기숙사로 오다가 콱 누군가한테 밟혀버려라. 그리고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온다고 해도 독수리의 퀴즈는 절대로 못풀거다. 리브는 처음으로 독수리 문고리가 고마워졌다.
소녀의 예상대로 나기니와는 거의 마주치지 않았다. 톰 리들은 나기니를 주로 방 안에 두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가끔 마주쳐도 자신에게 꼬물꼬물 기어오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아는 척하지 말라는 언질을 받은 듯 했다. 리브는 처음으로 톰 리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 리브는 나기니가 아닌 톰 리들 때문에 미칠 지경까지는 아니지만, 그래. 숨 막힐 지경이었다. 학기 첫 날부터 톰 리들의 집요한 시선에 시달려야만 했던 것이다.
사람이 누군가를 쳐다보는 것은 관심이 있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경계였다. 그리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톰 리들은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결코 호의의 뜻이 아니었다. 그의 흑요석같은 눈동자는 몹시 차갑고 싸늘했다. 그 눈빛이 가끔 떠오를 때마다, 그 차가운 한기에 소녀는 부르르 떨어야만 했다. 물론 톰 리들 앞에서는 절대로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거슬려할테니까.
그리고 그는 누구에게나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생이었으니 그건 가식이었다. 리브는 톰 리들이 어떤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 과연 그의 인생에 진심이란게 존재하기는 할까. 소녀는 궁금해졌다. 하지만 대답은 쉽게 나왔다. 그런게 존재할 리가… 그는 미래의 볼드모트니까. 아직은 아닐지라도 미래에 그렇게 되리라.
어쨌든 그가 나에게 호의를 보일리는 절대로 없었다.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다니지 않나 경계하는 것이 분명했다.
톰 리들과 마주치는 것은 정신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였기에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자꾸 마주치게 된다. 일부러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거 아니야? 스토커 마왕 같으니라고! 직접적으로 맞닥뜨렸을 때는 정말이지… 물론 그에게는 그런 티를 조금도 내지 않았지만 흠칫거리는 것은 나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에 대해 알고있는 나로서는 그를 꺼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간신히 ‘안녕하세요. 리들 선배님.’이라고 공손하게, 아주 정중하게 인사했고 그는 가볍게 고개를 까딱했다. 표정을 보니 별로 거슬리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역시 깍듯하게 선배님 대접을 해주기로 한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날 응시하는 눈빛만큼은 싸늘하고 차가웠다. 왜 다들 톰 리들이 미소를 지으면 호의라고 생각하는 걸까? 리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톰 리들이 잘생기고 예의바른 학생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저 눈빛만큼은 차가운걸.
그리고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더욱더 싸늘하고 차가운 눈빛인 것 같았다. 음, 그래. 톰 리들은 적어도 나기니와 있을 때는 눈빛이 너그러워지는 것 같기는 했다. 어쨌든 리브는 자신을 향한 눈빛이 적어도 ‘적의’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했지만 톰 리들은 역시 불편하고 꺼림칙했다.
“톰이 너의 존재를 알게 된 모양이로구나.”
질문을 하기 위해 덤블도어의 사무실을 방문한 리브에게 교수가 건낸 말이었다. 리브는 푸른 눈동자를 깜박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언젠가는 들킬 일이었어요. 생각보다 빨리 들켜버렸지만.”
“그러니? 난 1년을 숨긴 것도 용하다고 생각하다만.”
그렇게 말하며 덤블도어가 킬킬거렸다. 리브는 애매한 미소를 짓다가 이곳에 온 목적을 알렸다.
“교수님, 애니마구스 마법은 어렵나요?”
“쉬운 마법은 아니지.”
“정말요?”
리브는 또래 중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를 가진 학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똑똑했다. 머리가 기가 막히게 좋았고 그 기량은 숨김없이 발휘되어 전과목 필기 만점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이룩했다. 그리고 평소 다독가인 소녀는 작문 숙제로도 교수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었다. 그뿐일까, 동급생들과도 진심 어린 관계를 이루고 있었는데 착하고 따스한 성품으로 평판도 좋았다. 물론 아이답지 않은 면도 있었지만 리브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임신한 아내를 버리고 집을 나간 아비, 슬픔에 못 이겨 갓난아기를 두고 자살한 어미. 그리고 그 갓난아기는 이렇게 자라서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덤블도어는 순간 톰 리들을 떠올려야만 했다. 임신한 아내를 버린 아비와 아이를 낳고 숨을 거둔 어미. 너희는 같은 처지구나.
그러고 보니 둘의 모습은 상당히 닮았다. 톰 리들과 올리비아 브릴리언트 모두 버림받은 불쌍한 아이였지만 동시에 뛰어난 학생이었다. 교수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모범적이며 또래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
하지만 다르다. 소녀는 따스했고 소년은 그렇지 않았다.
“애니마구스 마법은 지독하게 어렵단다.”
“저한테도요?”
지니아(리브의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은 리브는 변신술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이었다. 순수하게 재능으로만 따지면 그리핀도르 5학년생인 미네르바 맥고나걸 이상이었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지독하게 어려운 변신술 과목이었지만, 리브에게 만큼은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쉬워보였다. 따스한 성품 외에도 자신의 과목에 특출난 재능을 가진 리브를 덤블도어는 총애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는 그렇지. 애니마구스가 되고 싶니?”
“네, 애니마구스 마법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저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지금은 택도 없겠지만요.”
“너라면 고학년이 된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래, 너처럼 애니마구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이 또 있는데 만나보지 않으련?”
그 말에 소녀가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를 깜박였다. 애니마구스 마법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 아마 소개시켜 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기시는 걸 보면 아마 자신처럼 변신술에 뛰어난 학생이리라. 그럼 선배일까? 덤블도어 교수님이 총애하는 학생이라면 나 말고 또 누가 있지? 덤블도어 교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미네르바 맥고나걸’이라는 여학생이란다. 내 기숙사 학생이고 반장이기도 하지.”
“아, 그 선배라면 저도 알고 있어요. 5학년이고, 그리핀도르에서 1등이고, 변신술 과목에서 교수님이 점수를 퍼주신다고….”
리브의 말에 덤블도어가 킬킬거리며 그렇게 소문이 났냐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래, 어떠니?”
리브는 얼마 전부터 출석하기 시작한 ‘민달팽이 클럽’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 5학년 수석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을 슬러그혼 교수가 가만 둘리가 없었다. 계속 불참했던 미네르바는 슬러그혼 교수의 끈질긴 초대에 못 이겨 종종 출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리브는 그녀와 친분을 가질 기회가 있었음에도 일부러 그녀와의 접점을 만들지 않았다.
미네르바 맥고나걸은 그리핀도르 학생에, 훗날 불사조 기사단에 들어갈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와 깊은 친분을 갖게 된다면 나 역시 그녀처럼 되지 않을까. 톰 리들의 추종자이든, 적수이든, 무엇이로든 그와 얽히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내가 너무 민감하게 구는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리브는 빤히 쳐다보는 교수의 시선을 느끼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중에요. 그 선배는 5학년이시니까 O.W.L. 공부로 바쁘실텐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미네르바는 신경쓰지 않을텐데….”
“무엇보다도 저는 2학년에 불과하니까 그 선배랑 얘기할 것도 없을 거에요. 그냥 애니마구스와 관련된 책을 추천해주시면 안될까요?”
덤블도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가지 도서를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책 이름을 되뇌며 머릿속에 넣는 소녀의 고운 얼굴을 지긋이 응시하다가 말했다.
“그런데, 리브.”
“네?”
“톰을 어떻게 생각하니?”
몇 년 전에, 덤블도어는 나에게 '너도 톰이 무섭니?'라고 물었다. 그리고 소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 때의 덤블도어는 나에게 대답을 요하지도 않았고… 하지만 지금의 그는 대답을 요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미래의 볼드모트.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다. 리브는 그의 미래를 알았다. 하지만 아직 그는 볼드모트가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다. 물론 무섭지만… 무섭지 않았다. 정말 모순되는 감정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꺼려진다. 그의 미래를 아니까. 리브는 대답대신 되묻는 것을 택했다.
“교수님은 리들 선배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이제 리브의 입에서는 리들 선배님이라는 말이 제법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덤블도어는 소녀에게 오히려 물음을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하늘색 눈동자를 깜박였다. 덤블도어는 리브처럼 톰 리들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교수들에게 그가 어떤 아이였는지 말하지 않았다. 덤블도어는 그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예전의 행동에 후회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겠노라고 결심했을지도 모르니까.
호그와트에 입학한 리들은 거만하거나 공격적인 면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았다. 덤블도어가 고아원에서의 소년과 동일인물인지 잠시 의심할 정도로.
잘생긴데다가 비범한 능력을 지닌 고아 소년이 교수들의 관심과 동정을 한 몸에 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리들은 예의바르고 누구에게나 호의적인 학생이었다. 또한 차분하고 항상 지식에 목말라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리브처럼, 하지만 덤블도어는 리들이 믿을 만한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눈앞의 리브와 닮았지만 명백하게 달랐다. 리브는 덤블도어에게 딱히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닌 듯 입을 열었다.
“저에게 리들 선배님이 무섭냐고 물으셨죠?”
“그래, 그랬었지.”
“무서워요. 하지만-”
“…….”
“무섭지 않아요.”
리브가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알아요, 말이 참 논리적이지 못하다는거.”
아마 독수리 문고리가 알면 모순이라고 절대로 들여보내주지 않으리라.
“그런데 그래요.”
리브는 덤블도어가 자신의 대답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너는 그저 톰을 모르는 거구나.”
리브가 푸른 벽안을 깜박였다. 무슨 의미일까? 정말 순수하게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까. 아니면 그의 숨겨진 면모를 내가 모른다는 걸까. 리브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말했다.
“그런가봐요. 사실 저는 제가 리들 선배님을 정확히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그야, 그를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도 그게 어떤 의미로 모른다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미래의 볼드모트야.
*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리브는 톰 리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기숙사에만 처박혀있는 짓을 때려쳤다. 독수리 퀴즈도 적응 끝났는데ㅡ물론 가끔 골때리기는 했다ㅡ 내가 왜 신입생 마냥 기숙사에만 처박혀 있어야해? 물론 이로 인해 신입생들이랑 친해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말이다.
학기 초의 래번클로 신입생들의 모습은 꽤 진풍경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우르르 몰려서 기숙사로 돌아가고 역시 우르르 몰려서 같이 나간다. 알고 보니 선배들은 매년 신입생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기간이 얼마나 될지 내기를 걸고 있었다고 한다. 작년에 우리를 두고도 그랬단다.
“내가 지금까지 매 년 얼마나 무리지어 다니는지 대략 평균을 내봤는데 한 달하고 17일이야.”
“한 달을 30일로 두고 계산하면 1.57달이네?”
“작년에 너희는 평균보다 좀 길었지. 2달이 좀 넘었으니까.”
“내가 평균대로 될 확률을 내봤는데….”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선배들은 2학년 애들도 내기에 끌어들이고 있었다. 물론 돈을 걸면 안되다고 올해도 반장을 맡게 된 세실리아 클리어워터가 강력하게 제지했지만 암암리에 돈도 오가고 있었다.
“난 33일에 걸겠어. 전부 놀라지 말라고.”
“그렇게 짧게? 난 49일에 걸거야. 이번 애들은 독수리 퀴즈에 너무 겁먹던걸.”
“난 딱 평균으로 하겠어, 47일. 정답에 가까울수록 돈도 올라가는 거지?”
“목소리 낮춰, 세실리아가 들으면 어쩌려고.”
누가 래번클로 아니랄까봐 확률을 따지고 평균까지 내는 등 머리를 굴려서 내기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한 달이나 두 달 쯤으로 걸었는데(항상 그래왔으니까) 결국 올해의 내기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세실리아가 돈이 오가는 것을 보고 판을 엎은 이유도 있었지만 이번 신입생들은 세 달이 넘어가도록 무리지어 다녔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길게 예상했던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확실히 이번 신입생들은 특히 몰려다니는 기간이 길었다. 역대 가장 길거 같다고 필리우스 선배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학년보다 더 독수리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독수리에 대한 적응기간도 느렸다. 선배들은 이러다가 올해는 1학년에서 수석이 못나오는게 아니냐며 수군거렸다. 작년에는 리브가 가장 똑똑한 기숙사라는 래번클로의 명예를 지켜주었지만 재작년에는 그 명예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재작년 1학년 수석은 ‘톰 리들’이었고 작년에도 그는 수석자리를 어김없이 지켰다. 아마 올해도 그러겠지. 언젠가 3학년 래번클로 수석인 선배가 투덜거렸다.
“걔는 괴물이야, 어떻게 전과목에서 특출함을 받을 수가 있어? 절대 못 이겨.”
리브는 학기 초에 톰 리들의 집요한 관찰에 질려서 기숙사에 틀어박히기 일쑤였고ㅡ결국 그만뒀지만ㅡ 자연스럽게 그녀는 곤경에 빠진 신입생들을 자주 도와주게 되었다. 한 번은 그녀가 독수리에게 대답한 말이 크게 회자되어 래번클로 안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그 날은 독수리가 무슨 심통이 났는지ㅡ학생들은 문제가 어려우면 독수리가 심통이 났다고 표현했다.ㅡ 질문도 아닌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은 것이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어.”
그 날은 신입생이고 재학생이고 할 것 없이 수많은 학생들이 래번클로 기숙사에 못 들어가고 발을 동동 굴려야만 했다. 어떤 신입생이 ‘마법을 썼겠지.’라고 답했다가 ‘아무 짓도 안했다니까!’라며 독수리에게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자스민 러브굿이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이유를 말하라는거야?’라고 물어봤고 독수리는 ‘꼭 그런게 아니더라도 좋아.’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더욱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야만 했다.
한편 그 시각, 기숙사 안에서 리브는 독서를, 에밀리는 숙제가 한창이었다.
“아무도 안들어오네. 아무래도 오늘 독수리 문제는 상당히 까다로운가봐.”
에밀리의 말에 리브가 책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나가서 구해줘야지. 춥겠다. 그런데 그런 소녀를 한 4학년 남학생이 제지했다.
“리브, 내가 가볼게. 심심한데 가서 문제나 풀어봐야지.”
그리고 그는 3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 선배는 독수리 퀴즈를 은근히 즐기는 학생이었는데 리브는 상당히 어렵나보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필리우스 플리트윅이 호기심을 느꼈는지 소녀를 제지하며 대신 밖으로 나갔고 그 역시 돌아오지 않았다. 두 명의, 래번클로 안에서까지 똑똑하다고 알려진 고학년 생이 한참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휴게실 안의 학생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문제길래 못 들어오는거야?”
“지식형 질문아니야?”
“그렇다면 필리우스가 못 들어올리 없는데….”
리브가 책을 거의 다 읽어 가는데도 기숙사 안으로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학생들이 웅성거리는데ㅡ물론 그 후로 아무도 기숙사를 나가는 자폭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들은 용감한 그리핀도르가 아니였다.ㅡ 마지막 책장을 넘긴 리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2학년 소녀가 기숙사를 나가려고 하자 다들 그녀에게로 시선이 꽂혔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 리브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대체 어떤 문제인지 궁금해서요.”
“그러다가 복도에서 밤을 지새울지도 몰라!”
유진의 말에 몇 몇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브는 심드렁하게 ‘담요나 챙겨가지, 뭐.’ 라고 답하며 침실로 가서 정말로 담요를 챙겨왔다. 에밀리가 호기심을 느꼈는지 은회안을 빛내며 그녀를 뒤따라갔다.
“나도 같이가!”
두 저학년 생의 패기에 어떤 학생이 그리핀도르의 혼이 들어간게 아니냐고 했고 그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뭣하면 교수님을 부르겠다고 말하며 리브와 에밀리는 밖으로 나갔다. 기숙사를 나간 리브와 에밀리는 그 많은 숫자에 입을 쩍 벌렸다. 대체 이게 몇 명이야? 우글우글 신입생이며 재학생 할 것 없이 다들 지친 표정이었고 어떤 학생들은 독수리 문고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 리브랑 에밀리다!”
“저 둘이 풀 수 있을까?”
“리브 선배는 문제를 잘풀잖아요.”
“고학년 선배들도 못 풀었는걸.”
1학년생들이 리브와 에밀리에게 몰려들어 푸념을 늘어놓았다. 마법이 아니래요. 기적이라고 했더니 그것도 아니래요. 전 예수님의 기적이라고 했는데 독수리가 글쎄… 오답들을 채 다 듣기도 전에 에밀리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담요를 바닥에 깔았다. 명백한 포기였다. 그 모습을 보며 몇 몇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고 이제 곰곰이 생각하는, 그래서 살짝 멍해 보이기까지 하는 리브에게 희망을 걸었다.
확실히 까다롭다. 지식형 문제도 아니고, 대체 뭔 짓이야 이게. 그래 차근차근 생각해보자. 예수님의 기적으로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그건 머글들의 종교일 뿐이다. 그걸 독수리가 정답으로 인정해줄리는 없었다. 여긴 마법세계니까.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어. 투명한 물, 붉은 포도주… 한참을 생각하던 리브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하! 그런데 괜찮을까? 리브는 자신없다는 표정으로 독수리 문고리를 두드렸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물이 포도주로 바뀌었어.”
혹시나 다른 질문을 주지않을까 기대한 학생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뭔가 생각이 있어서 두드렸겠지? 한편 리브는 머리를 손으로 쓱쓱 빗으며 나름 바르게 정돈했다. 그리고 독수리와 눈을 마주치더니 자신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하나만 물어볼게. 대답할 거니까 이것만 진지하게 대답해줘. 내 얼굴 예뻐?”
리브의 입술에서 새어나온 말에 학생들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이 되었다. 아니 말하라는 답은 말 안하고 갑자기 무슨 소리? 그렇게 물어보는 리브의 표정은 굉장히 자신이 없어보였는데 그 모습에 다들 헛웃음을 지었다. 쟤, 자기가 예쁜지도 몰라? 찬란한 골드 블론드에 섬세한 이목구비, 고운 얼굴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사파이어 같은 벽안. 리브는 상당히 예쁘장한 여학생이었다. 미래가 기대될만큼. 저 정도 외모면 거울만 봐도 만족스러울텐데, 거 참. 독수리의 눈이 소녀의 얼굴로 향했다. 독수리는 소녀를 빤히 쳐다보았고 리브는 특유의 따스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어린 날의 로웨나 래번클로 만큼이나-”
독수리의 대답에 리브는 사파이어 눈동자를 깜박였다. 로웨나 래번클로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리브가 멍하니 있자 독수리가 대답을 재촉했다.
“자, 그러니까 어서 대답을 말해.”
“…아, 으응.”
리브는 자신의 입으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독수리의 재촉에 입을 열었다. 그래, 이런건 자신감 있게 말해야 해. 소녀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남학생들이 봤으면 얼굴을 붉혔으리라.
“물이 날 보더니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힌거야. 난 예쁘니까.”
소녀의 대답에 웅성이던 복도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독수리가 통과해줄지의 여부가 아니라, 소녀의 대답이 대단히 참신하고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물이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서 포도주가 되었다…
“오, 훌륭해! 정말 놀랍고 참신하군!”
독수리의 찬사와 함께 문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짝 열렸다. 물이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져서 포도주가 되었다는 리브의 명언은, 그리고 뒤에 덧붙인 ‘난 예쁘니까.’와 독수리가 그녀의 미모를 로웨나 래번클로를 언급하며 인정한 것 까지해서 이 날의 일은 래번클로 기숙사를 뒤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다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냐며 흥분하며 소녀를 치켜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신입생들은 이게 바로 래번클로라며 자신의 기숙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고학년들은 래번클로의 미래가 밝다며 소녀를 대견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동급생들 역시 그녀를 질투할 엄두도 못내며 그 명언에 감탄하기에 바빴다. 졸업한 후로도 소녀의 명언은 두고두고 회자되리라.
*
더 이상 리브는 리들을 신경쓰지 않고 학교생활을 했다. 리들의 집요한 시선이 이제 적응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리들을 피해다니는 것은 애초에 포기했다. 역시 포기하니까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브는 리들보다는 어머니에 대해 알아내느라 바빴다. 아마 날 관찰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그만 두겠지.
하지만 현재, 한 학기가 끝나고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났으며 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도 리들의 시선은 계속 되었다. 거기다가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와 아는척을 해대서 리브는 깜짝 놀라야만 했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안녕, 브릴리언트.’라고 먼저 인사를 건내는데 리브는 너무 놀라서 펄쩍 뛸 뻔했다. 물론 소녀도 미소를 지으며 ‘리들 선배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에 화답했지만 말이다. 거기다가 에밀리랑 친구들과 있는데 와서 아는 척을 하며 어디가냐고 묻지를 않나… 리브는 한동안 톰 리들과 어떻게 아는 사이냐며 캐묻는 친구들에게 시달려야만 했다.
대체 나한테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리브는 직접가서 이렇게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너에 대해서는 무덤까지 갖고 갈테니 스토커 짓 좀 그만하세요. 하지만 나에게 그런 무모한 용기는 없었다. ‘지금 갖고 가는건 어때?’라고 말하며 지팡이를 휘두를지도 몰라.
“그런 걱정 안해도 되는데.”
리브는 한숨처럼 혼잣말을 내뱉었다. 사실 나 역시 그처럼 고아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 부분만큼은 톰 리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래번클로는 슬리데린과 달리 혈통에 연연하는 기숙사가 아니었다. 딱히 밝힌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자신이 머글태생이든 뭐든 상관없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혈통이 무슨 상관이람. 나는 이렇게 마법을 쓰는 마녀인걸.
하지만 리브는 느낄 수 있었다. 교수님들이 종종 자신을 가엾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을. 리브는 그 동정의 시선을 같은 학생들에게까지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리브는 교수님들의 시선들을 통해 자신의 외모가 정말로 어머니를 상당히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슬러그혼 교수는 리브를 몹시 총애하며 동시에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애썼다.
“지니아를 꼭 닮았어! 어머니 이상으로 똑똑하기까지 하다니, 껄껄.”
리브는 똑똑하고 재능있는 학생이었다. 특히 변신술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마법의 약은 상당히 못하는 편이었다. 리브는 타 과목은 전부 O(특출함, Outstanding)나 E(기대이상, Exceed Expectation)로 도배를 했지만 유일하게 마법의 약에서 A(무난함, Acceptable)를 받았다. 그래도 슬러그혼은 그녀의 필기 점수가 만점이라며 제조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요령이 없어서 그렇다며 소녀를 격려했다. 슬러그혼은 리브가 자주 마법의 약 수업 때 실패작을 내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총애는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다. 그 외에는 전부 뛰어났으니까.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 한명 있구나. 톰 리들. 하지만 그는 인격적으로는 전혀 완벽하지 못하니 제해두도록 하자.
"지니아도 마법의 약은 서툴렀단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더니 결국 특출함을 받아냈지! 리브 너도 그럴거란다."
대체 나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슬러그혼 교수가 종종 하는 말들을 종합하면 ‘지니아 라이트(Zinnia Wright)’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뛰어난 마녀였다. 그리고 소녀는 어머니가 슬리데린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기숙사는 개개인의 능력을 따르지만 가풍도 많이 따른다. 역시 난 어머니의 딸인 모양이었다. 아버지도 슬리데린이었을까? 그리고 리브는 외가와 관련된 정보도 입수했다.
“지니아의 집안은 대대로 슬리데린이었으니까 그녀가 슬리데린인 것도 당연했지.”
대대로 슬리데린인 집안은 대부분이 순수혈통이었다. 물론 혼혈일 수도 있겠지만… 머글 태생은 확실히 거의 없었다. 내가 래번클로인 것은 어쩌면 아버지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모자가 나를 슬리데린에 넣으려고 했던 것은 외가의 영향이리라. 난 어머니를 많이 닮았으니까.
“지니아는 순수혈통 답지 않게 자유분방한 마녀였지. 그래도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단다. 그렇게 사랑의 도피를 할 줄은-”
순간 슬러그혼은 말을 멈췄다. 그리고 교수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찼다.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고 생각하며 슬러그혼은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동시에 리브의 벽안이 살짝 커졌다. 사랑의 도피? 소녀는 이미 슬러그혼이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는지 파악했다. 슬러그혼은 헛기침을 하며 ‘어쨌든 네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마녀였단다.’라며 말을 마무리했고 다시 소녀가 제출한 숙제로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리브의 머릿속에는 ‘사랑의 도피’라는 단어로 가득차있었다.
*
리브는 그 길로 도서관에 가서 순수혈통과 관련된 책을 빌릴 수 있는 한도 내로 모조리 빌려갔다.
“‘순수혈통의 역사’, ‘순수혈통의 계보’, 순수혈통, 또 순수혈통….”
에밀리는 혀를 내두르더니 순수혈통에 대해 궁금한게 있으면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그녀는 순수혈통 가문의 일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순수혈통 바람이 분거야?”
리브는 웃으며 마법의 역사를 공부하다가 흥미가 생겼노라고 대답하며 책을 폈다.
그 이후로도 도서관 깊숙하게 처박혀있던 오래된 고서들, 몇 십년전의 예언자일보까지 뒤적이던 리브는 외가인 ‘라이트 가문’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낼 수 있었다. 대대로 슬리데린인 유명 순수혈통 가문으로 손이 귀한 집안이었다. 에밀리는 리브가 라이트 가문에 대해 읽는 것을 보며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대대로 슬리데린만을 배출한 집안이야. 그리고 라이트 가문은 더 이상 자손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아. 손이 너무 귀해서 데릴사위도 많이 했대.”
1년 간, 어머니에 대해 알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던 리브는 꽤 그럴싸한 추측을 도출해냈다. 어머니는 순수혈통 가문인 라이트가의 외동딸이었을거다. 손이 귀하다고 했으니 직계였겠지. 아들이 아닌 딸이라고 해도 무척이나 사랑받고 자랐으리라.
순수혈통은 대부분 정략결혼을 한다. 순수한 피를 이어가기 위해 순수혈통끼리 혼인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암묵적인 룰이었다. 라이트 가문은 손이 귀했다고 하니 데릴사위로 대를 이어가려고 하지 않았을까 자연스레 예상되었다. 그럼 당연히 어머니는 약혼자가 있었을 테고… 하지만 그녀는 약혼자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모양이었다.
순수혈통은 확실히 아니었겠지. 그러면 사랑의 도피를 할 필요없이 집안에서 허락을 했을테니까. 혼혈? 머글태생? 머글? 무엇이 되었든간에 집안에서는 엄청나게 반대를 했을테고 그래서 사랑의 도피를 한게 분명했다. 자유분방한 성격이셨다고 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저 아이 말이에요, 올리비아요. 집에 혼자 울고있는 걸 이웃이 데려와 맡겼어요. 아비는 임신한 아내 내팽개치고 집을 나갔고 그 후에 어미가 목을 매달았다지 뭐에요. 끔찍한 일이죠. 가엾게도 이리 되었네요.]
예전에 있었던 시설에서 들은 대화가 떠올랐다. 리브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버지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는 집안을 등지고 나온 어머니를 버렸다. 무슨 이유가 되었든, 그는 그런 짓을 해서는 안됐다.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은 외동딸이 부모님을 버리고 나온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 건지 그는 몰랐던 것일까. 그것도 자신의 아이를 가진 아내를 버리다니… 정말 비정한 사람이구나.
아무래도 어머니는 남자보는 눈이 형편없었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무척이나 사랑한 모양이었다. 집안을 버릴만큼, 갓 태어난 자신을 버릴만큼, 그리고 죽음을 택할만큼. 그만큼 아버지의 사랑이 간절했던 모양이었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것을 견디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깟 사랑이 뭐라고-
리브는 서글퍼졌다. 어머니가 가여워졌다. 그리고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이어서 어머니에게도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확 다가와서 슬퍼졌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리브, 어디가?”
“도서관.”
에밀리의 물음에 짤막하게 답한 리브는 반납할 책들을 들고 기숙사를 급히 빠져나왔다. 여전히 서글프고 우울했다. 너무나도 슬펐다. 나는 버림받은 아이였다. 왜 이렇게 슬픈걸까. 얼굴도 보지 못한 부모님인데, 내가 열두 살짜리 여자애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정신연령은 열두 살이 아닌데 왜- 소녀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꾹 참아내려 애썼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도서관에 들어선 소녀는 핀스 부인에게 반납할 책을 건네주고는 재빨리 책장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입술을 깨물고 또 깨물었다.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아서. 책, 책을 고르자. 하지만 결국 소녀의 벽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리브는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한참동안.
============================ 작품 후기 ============================
어떤 독자분께서 베스트 1위 축하해주셨는데 그걸 못봐서 아쉽네요ㅜㅜ 그래도 순위권에 든 것만으로도 기쁘고 영광이에요! 선추코 전부 감사합니다^^
* 리브는 예뻐요. 어머니를 빼닮아서 점점 아름다운 마녀로 성장할 예정.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들으면서 본인은 자기가 얼마나 예쁜지 잘 모른다는게 함정.
* 리브의 명언은 영국 최고의 시인이라는 바이런의 것에서 따온거에요.
옛날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종교학 시험으로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의 기적에 대해 서술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해요. 다른 학생들은 시험 시간 내내 긴 답안을 작성하는데 바이런은 단 한줄도 쓰지 않고 있죠. 마지막에 교수가 답안지를 걷으려고 뭐라도 쓰라고 재촉하니까 그제서야 한 줄을 썼대요.
[물이 그 주인을 만나 얼굴이 붉어졌도다.]
+ 악 분량조절 실패ㅜㅜ 두 편으로 나눴어야 했는데! 다음부터는 용량 잘 따져서 올릴게요ㅜㅜ
12.08.28. 퇴고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