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1 第 44 話 =========================================================================
第 44 話 “65일째”
‘거리를 벌려야 하나?’
관통 데미지를 받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창이라는 무기의 이점을 생각하면 거리를 벌릴수록 불리해진다. 게다가 바닷속이라는 지형을 이용해 위쪽으로 헤엄쳐 넘어오고 있는 해신족 전사까지 생각한다면 이미 늦었을지도 몰랐다.
차라리 상대의 진형이 조금이라도 무너진 지금 승부를 보는 게 맞다.
그렇다면…….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먼저 내가 가진 최고의 보조 스킬인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사용한다. 제이어의 수호방패는 관통 방어 확률도 올라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난전에서는 그 어떤 스킬보다 좋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거신의 질주!”
그리고는 거신의 질주를 사용해 정면을 돌파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해신족 전사들은 사방으로 포위하고 있는 상태라 방패에 걸리는 적은 둘이 고작이었다.
콰아아아앙!!-
[스킬 데미지! 10,498.]
[스킬 데미지…….]
‘어?’
내 거신의 질주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날아가는 두 명의 해신족 전사. 다만 날아간 해신족 전사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난 다시 한 번 데미지를 확인했다.
1만이 넘는 데미지를 받았는데도 죽지 않는다고?
‘아무래도 여기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생명력도 높은 모양인데…….’
생명력이 상당한 해신족 전사가 20명.
상대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지구력이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만일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 뇌룡의 포효로 뜬 데미지와 놈들의 생명력을 추측해본다면 꽤 오랫동안 싸워야 할지도 몰랐다.
‘쯧, 난감하게 됐군.’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물품 보관창.”
냉정하게 말하자면 마음에 드는 방법이 아니다. 일반 몬스터에 해당하는 해신족 전사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하다니. 하지만 이대로 싸워도 결판을 짓기 힘들다고 판단한 난 아이템 창을 열어 한 장의 카드를 꺼냈다.
“소환.”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를 소환합니다.]
[소환수의 레벨이 17 상승합니다.]
[관련 능력치 소환(558)이 보정…….]
각종 메시지와 함께 내 곁에 나타난 아르넬라. 바닷속이라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거기에 대해서는 해룡 네그론트와 싸웠을 때 확인한 적이 있어 대처할 방법 또한 존재했다.
“공간 변화!”
파밧!-
곧이어 바닷속 풍경이 한 치 끝도 보이지 않을 넓은 빙판으로 변한다. 갑작스런 변화에 헤엄치던 해신족 전사들도 바닥에 착지하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여줬으나 그것도 잠시, 목표가 나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는지 다시 무기를 들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플레이어라면 조금은 당황할 만도 했을 텐데.’
역시 NPC는 다른가? 어쨌거나 아르넬라를 소환한 내게 달려드는 해신족 전사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르넬라, 빙산 낙하.”
“알았다.”
짧은 대답을 끝으로 아르넬라는 최강의 스킬인 빙산 낙하를 사용했다. 눈으로도 재지 못할 거대한 빙산이 만들어지고 이어 떨어질 때까지 다가온 해신족 전사들이 공격을 시도했지만…….
카앙!- 카캉!-
[용의 이빨이 충격을 대신해서 받습니다. -700.]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침착하게 막아내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다. 방패 자체에도 관통 방어 확률이 붙어 있는데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제이어의 방어지배 효과 탓에 방패로 막으면 결단코 뚫릴 리가 없다.
아마 관통 확률을 극대로 올린 암살자의 일격마저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직접 실험하지는 않았으나 그런 확신을 가질 만큼의 자신이 내게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의 해신족 전사를 막아내는 순간, 아르넬라가 만든 빙산이 서서히 지상으로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앙!!-
‘……끝났나?’
빙산은 지상에 닿자마자 산산이 부서지며 푸른색 충격파를 퍼트렸고, 그 빙산과 충격파에 휩쓸린 해신족 전사들은 굳이 확인할 것도 없이 그대로 즉사했다.
[전투 경험치 35,000 획득!]
[전투 경험치…….]
‘레벨업은 없네.’
레벨 100부터는 요구 경험치가 대폭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70만에 해당하는 경험치를 얻고도 오르지 않을 줄이야.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레벨을 올리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이제 끝났는가?”
“음? 아아, 그러네.”
잠깐 레벨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난 아르넬라의 목소리를 듣고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빙산 낙하의 여파로 이곳에 남은 사람은 나와 아르넬라, 단 둘 밖에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그녀의 말대로 이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환을 해제하기로 했다.
“수고했어. 소환 해제.”
파밧!-
그나저나 아르넬라의 빙산 낙하가 내 필살기가 된 느낌이다. 각종 S랭크 스킬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환수의 스킬 하나가 필살기란 사실이 황당하기도 했지만 언젠간 빙산 낙하를 뛰어넘을 스킬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또한 아르넬라를 소환 해제한 탓에 배경은 다시 바닷속으로 돌아왔다.
“……설마 내 친위대를 전부 죽일 줄은 몰랐군.”
“……?”
문득, 귓가로는 조금 전에 대화를 나눴던 해신족의 말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예상대로 녀석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한 가지 의외인 건 공간 변화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해신족 전사와 같이 들어온 게 아니었나?’
“그래, 조금 얕잡아보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이미 늦은 거 같은데?”
“하, 친위대가 내 전부일 거란 생각은 집어치워라.”
콰콰콱!-
동시에 그의 몸에서는 푸른색 기파 같은 게 퍼져 나왔다. 보조 스킬? 아무튼 어떤 스킬을 사용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나와 싸울 생각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상대해주마!”
[해신족의 왕위 계승자 '노테스노'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썩을.’
뜬금없이 보스전에 돌입하다니.
시스템을 보니 해신족 전사를 전부 죽이면 왕위 계승자라는 녀석과 보스전을 치러야 되는 듯했다. 그렇다면 아르넬라를 돌려보낸 게 내 실수였나? 아르넬라는 최고 스킬인 빙산 낙하를 한 번 사용한 탓에 당분간 소환할 수 없었으니 지금은 내 힘으로 이기는 수밖에 없었다.
“간다!”
‘음?’
빠르다.
기존 해신족 전사하고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접근하는 해신족. 노테스노라는 녀석을 보며 먼저 방패부터 들었다. 녀석이 레이드 보스급이 아니라면 지금의 방패만으로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건데,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콰아앙!-
[용의 이빨이 충격을 대신해서 받습니다. -700.]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08.]
‘적당한 수준이군.’
데미지가 들어왔다는 것에는 놀랍지만 딱히 큰 피해는 아니었다. 거기다 지금은 제이어의 수호방패로 초당 회복이 100이 넘어가고 있으니 이런 데미지야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흥, 수중 폭발!”
콰아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360.]
“……!?”
그러나 노테스노의 손에서는 어떤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나를 몇 미터나 뒤로 밀어냈다. 바닷속이기 때문에 미끄러지듯이 밀려났지만 벨트에 있는 스킬인 '바다의 가호'로 어떻게든 움직임을 멈춘 난 이내 다시금 접근하는 노테스노를 볼 수 있었다.
“내게 덤빈 것을 후회해라!”
“미친.”
처음에야 예상치 못한 속도로 접근한 탓에 방어부터 했지만 이젠 녀석의 속도에 적응한 나였다. 난 다가오는 노테스노의 움직임에 맞춰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뒤져라!’
쾅!-
[적중 데미지! 1,014.]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298.]
“큭.”
휘두른 뇌룡의 포효는 녀석의 어깨에 명중했다. 문제는 녀석의 공격 또한 내 복부에 명중했다는 것. 또 방패를 교묘하게 피해 때린 데미지는 생각보다 높았다.
이 빌어먹을 놈이!
“거신의 질주!”
콰콰콰콱!!-
마음 같아서는 거신의 질주를 쓰기 전에 대지의 역동으로 묶어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녀석의 발은 바닥에 닿지 않았다. 물고기 마냥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중이기에 어쩔 수 없이 거신의 질주를 사용해 전력으로 온몸을 부딪쳤고, 다행히 이 공격은 회피하지 못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8,074.]
내 거신의 질주를 맞은 노테스노는 수중 폭발을 맞은 나와 마찬가지로 뒤로 쭉 밀려났다. 원래는 튕겨나듯이 날아가야 정상이겠지만 지형의 특성상 그건 힘든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이놈 생명력이 얼마지?’
잠깐의 공방으로 9천에 해당하는 데미지를 줬지만 전체 생명력을 알 수 없는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실제로 9천 데미지는 해신족 전사도 죽이지 못할 데미지가 아닌가.
“제법이구나! 수룡탄!”
“응?”
저건 무슨 스킬이지?
그 사이, 뒤로 밀려난 녀석은 어떤 스킬을 사용했는데, 대충 용의 형상을 띈 물줄기가 쏘아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황혼을 하면서 저런 스킬은 본 적이 없었기에 위로 뛰어올라 회피했지만 쏘아진 수룡탄은 곧장 방향을 꺾어 내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왔다.
‘유도 기능?’
수룡탄에 유도 기능이 붙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몸을 아래로 뒤집어 방패를 내밀었다. 다시 회피하기엔 수룡탄의 속도가 워낙 빨라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데미지를 줄여야만 했다.
콰아앙!!-
[용의 이빨이 충격을 대신해서 받습니다. -500.]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860.]
‘젠장,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불리한데.’
녀석의 공격 패턴을 모르니 일단 방어를 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이 공격을 주고받으면 불리한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결계 너머에 있는 보스급은 죄다 이 정도인가?’
어떻게 보면 결계 너머에 있는 보스와 첫 전투인 셈이다. 해룡 네그론트는 레이드 보스였으니 제외. 일반 보스와의 전투는 이번이 처음이라 제대로 된 기준을 잡기 힘들지만 지금 녀석의 기준으로 잡는다면 나 혼자서는 힘들 듯했다.
아마 아르넬라를 소환하지 않고선 내가 잡을 수 있는 보스급은 없지 않을까?
“다시 간다! 수룡탄!”
“칫,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유도 기능이 붙어 있으니 회피는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템 창을 열어 마탄 폭격기로 쏘아 터트리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결국 환영이동으로 수룡탄을 회피와 동시에 노테스노의 뒤로 이동한 나는 은신이 된 상태에서 다시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아앙!!-
[스킬 데미지! 10,414.]
“큭, 네놈!”
“엘시크의 환영이동!”
다시 거신의 질주를 맞아 뒤로 밀려나는 노테스노는 꽤나 화가 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내가 있는 위치는 녀석의 뒤였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아앙!!-
[스킬 데미지! 10,421.]
“크악!”
이제 남은 지구력이 얼마지?
새삼스럽게 말하는 거지만 황혼에서의 전투는 지구력 계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구력이 떨어진다면 능력치가 절반으로 감소되는 것과 동시에 스킬이 봉인되니 말이다. 그러니 누구든 지구력을 계산하며 전투를 감행했고, 그건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지구력:49.2%]
‘절반이라…….’
대놓고 말해 좋진 않았다. 지구력을 절반이나 소모했음에도 불구하고 준 피해는 3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도망치기엔 이르다.
“물품 보관창.”
노테스노에게 달려드는 두 명의 환영을 바라본 나는 아이템 창을 열어 마탄 폭격기를 꺼냈다. 지금까지 입은 피해를 계산하면 환영도 어느 정도 버틸 테고, 그 사이에 마탄 폭격기로 최대한 데미지를 준다면 승산은 있을 거라 믿었다.
“속성 주입.”
[주입할 속성을 선택하여 주십…….]
“바람.”
쾅쾅쾅쾅쾅!!-
[적중 데미지! 354.]
[적중 데미지…….]
‘됐다. 먹힌다.’
마탄 폭격기와 속성 주입의 조합으로 쏜 데미지는 생각보다 높았다. 이대로 10초간 모든 탄환이 명중한다면 1만에 해당하는 데미지. 거기다 지금 노테스노 곁에는 두 명의 환영이 붙어 공격하고 있으니 전투 흐름은 내게로 흐르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대로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 전투는 초반이고, 녀석이 모든 스킬을 사용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니까. 또 그런 내 예상대로 두 명의 환영과 내게서 공격을 받은 노테스노의 몸에서는 어떤 변화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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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