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209화 (209/211)

00209  第 44 話  =========================================================================

第 44 話 “65일째”

파파파팟-

“뭐, 뭐야?! 저거 헤엄까지 치잖아!”

“떠들 시간에 움직여! 화염 광선!”

나 또한 게가 헤엄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적잖게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대로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겪은 수많은 전투 경험이 헛되지 않게 즉각 마법부터 사용하며 다가오는 썬더 크랩을 견제했으나 이게 치명타가 되기란 어려웠다.

[스킬 데미지! 4,275.]

‘역시 데미지가 낮아.’

게다가 일반 몬스터답지 않게 생명력도 높다. 8천이 넘는 데미지를 받았는데도 죽지 않다니? 녀석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낮은 레벨의 보스급은 되는 모양이었다.

‘아마 재훈이도 도움이 안 되겠지?’

썬더 크랩은 가까이 접근하는 적에게 전격 공격을 하는 특성이 있다. 덜 자란 썬더 크랩도 공격 패턴이 비슷한 거 같으니 접근전을 실행하기가 힘든 셈이다. 어쩔 수 없이 지금처럼 멀리서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서 그게 가능한 사람은 나와 주연밖에 없었다.

“번개의 중급 정령 소환!”

“화염 광선!”

콰쾅!- 콰아아앙!!-

“뒤로 이동해! 거리를 벌려!”

“알았어!”

내 외침에 재훈과 주연이 나를 이끌고 뒤로 물러났고, 난 화염 광선을 맞고 비틀거리는 썬더 크랩을 향해 연달아 마법을 날렸다. 다행히 마법을 날릴 때마다 썬더 크랩의 움직임이 잠깐이나마 멈춘 탓에 어렵지 않게 거리를 유지하며 잡아낼 수 있었다.

콰아아아앙!!-

[전투 경험치 14,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후.’

겨우 잡았네.

총 7번의 화염 광선을 맞은 뒤에야 사라지는 썬더 크랩. 분명 적은 경험치는 아니지만 고생해서 잡은 거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우와, 경험치 끝내주는데?”

재훈은 이런 나와 정반대의 소감을 말했지만.

‘하긴, 바다 푸딩이 933의 경험치를 줬나?’

그에 비해 덜 자란 썬더 크랩은 14,000의 경험치를 줬다. 단순하게 따지면 바다 푸딩을 15마리 잡는 것과 마찬가지니 감탄하는 녀석의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여기서 사냥하면 일주일 만에 레벨 100도 찍지 않을까?”

“사냥은 누가 하고?”

“그야…… 네게 맡겨야지.”

“…….”

뭐, 화염 광선 레벨은 미친 듯이 오르겠군.

한 마리 잡는데도 화염 광선 7번을 써야 되니 어쩌면 최대 레벨까지 찍을지도 몰랐다. 현재 내 레벨은 37이었으니 3레벨만 더 올리면 40. 스킬 제한이 15레벨까지 풀리는 레벨이다.

‘15레벨까지 올리면 5번 만에 죽일 수 있으려나.’

다만 이 방법에도 문제가 있는데,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지구력이 절반 이상 날아간다는 점이다. 때문에 두 마리의 썬더 크랩이 덤벼든다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적어도 두세 마리 정도는 여유롭게 잡을 정도가 돼야 사냥이 가능할 텐데.

“오빠, 한 마리를 잡는데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사냥이 될까?”

“당연히 조심해야지. 하지만 이 정도 경험치를 주는 몬스터를 잡으면 아이템도 좋은 걸 줄지 몰라.”

“아이템?”

‘응?’

아이템이란 단어에 주연도 그럴 듯하다고 느꼈는지 뭔가 혹한 표정을 보여줬다. 그러고 보니 썬더 크랩에게서 아이템이 나왔나? 지금까지 몇 번의 썬더 크랩을 잡았지만 아이템을 얻은 적은 없었던 거 같았다.

기껏해야 껍질 같은 재료만 얻었지.

“기원아. 괜찮다면 아이템 하나 얻을 때까지 해보자.”

“……두 마리가 덤벼들면 어쩌려고?”

“그땐 내가 몸을 날려서라도 막아낼게!”

자신 있게 외치는 그 의지만큼은 감탄이 나왔으나 녀석이 몇 초 정도 막을 수 있는지가 의심스러웠다. 녀석의 성의를 생각해 굳이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나저나 일이 또 이렇게 진행되네.’

솔직히 바다 속으로 들어오면 내가 할 일은 거의 없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화염 마법 데미지도 절반으로 감소하니 도움을 주는 것조차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나 없이는 사냥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아님 이쯤에서 돌아갈까? 마을 외곽에 있는 몬스터가 그 정도니…….”

“글쎄, 돌아가면 조금 아쉽잖아. 조심해서 한 마리씩 사냥하면 되겠지.”

재훈과 주연을 돌려보낸 뒤, 해신족의 신전으로 가는 것도 괜찮지만 이곳에서 나올 아이템을 기대하는 둘의 모습에 차마 거절하지 못한 난 되도록 조심해서 사냥하기로 했다.

‘이제 해신족의 신전으로 갈 수 있겠군.’

아이템은 썬더 크랩 여섯 마리를 잡은 뒤에야 구할 수 있었다. 나온 아이템은 매직 등급이지만 생각보다 괜찮다고 할까? 정확한 이름은 '썬더 크랩의 핵'이라는 목걸이가 나왔는데, 전격 계열의 스킬 효과를 10% 늘려주는 옵션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목걸이는 번개의 정령을 소환하는 주연이 가지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 우리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기로 했고, 난 재훈과 주연이 귀환 스크롤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착용한 모든 장신구를 벗어 루딘으로 바꿔 장착했다.

아무래도 루딘과 아케인은 장신구를 공유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어찌 됐든 장신구 교체까지 끝낸 나는 곧장 해신족의 신전으로 향했다. 아이템 창에 해룡의 눈도 가지고 있으니 이대로 퀘스트를 해결해 저택까지 얻으면 애당초 재훈이를 데리고 여기까지 온 목적을 모두 달성하는 셈이다.

‘또 저택을 얻는다면 바다의 눈을 구하는 것도 간단하지.’

비록 몬스터 재료를 구해야 된다는 게 귀찮았지만 그걸 감수할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어 충분히 할 가치가 있었다. 아무튼 어서 빨리 퀘스트를 완료할 생각으로 해신족의 신전으로 향한 난 얼마 지나지 않아 신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 루딘 님.”

“……니르티스?”

해신족의 공주가 준 조각상으로 결계도 아무렇지 않게 통과한 난 신전 1층에서 니르티스를 만날 수 있었다.

“해룡을 잡으러 가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거예요?”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요.”

원래는 용의 힘이 담긴 재료를 구하기 위해 한 일이었지만 그건 비밀로 지켜달라는 말이 떠올랐기에 대충 얼버무렸다. 그리고 해룡을 잡는다는 말은 모이드 외에는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으니 니르티스 또한 모이드에게 들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해룡은…….”

“못 잡았어요.”

“아…… 그, 그래도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왜 아쉬운 기색이지?’

해룡 네그론트.

지금 생각해보면 공략법은 그럭저럭 알 거 같지만 녀석을 잡을 만한 데미지가 부족했다. 막말로 아르넬라가 잡지 못한다면 그 어떤 레이드 보스도 잡기가 힘들지만 말이다.

‘설마 해룡을 잡으면 이벤트가 생겨나나?’

난 아쉬운 기색을 보이는 니르티스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지만 잡지 못하는 건 못하는 거였다. 해룡을 잡기 위해서는 나를 포함한 길드 단위의 인원이 움직이던가, 아님 카드소환 레벨을 30레벨까지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뭐, 저택만 구한다면 문제될 것도 없지만.

“근데 어디로 가세요?”

“2공주에게 가야죠.”

“네? 해룡도 못 잡았는데 가시려고요?”

……그러고 보니 내가 모이드에게 뭐라고 했지?

저택을 받으려면 해룡을 잡아야 된다고 말했던 거 같았다. 그 말을 떠올린 난 의아하게 바라보는 니르티스를 이해할 수 있었으나 실제 내용은 조금 달랐기에 그냥 가더라도 문제될 건 없었다.

“일단 상황을 알려야 될 거 같아서요.”

“안 가시는 게 좋을 듯한데.”

걱정하는 듯이 말하는 니르티스를 보고 있자니 2공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이 신전에서 살고 있는 NPC였으니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괜찮으니 걱정 마세요.”

어쨌든 그 말을 남긴 난 신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에는 해신족 전사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이미 말을 해뒀는지 가까이 다가선 내게 짧게 말했다.

“행여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은 마라.”

“넌 그저 네르피아 님이 계신 곳으로만 가면 된다.”

마치 다른 곳으로 가면 금방이라도 칼부림이 일어날 거 같은 말투였다. 어차피 다른 곳으로 갈 생각도 없었던 난 대충 끄덕이며 3층으로 이동했고, 그렇게 2공주 네르피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누군가의 등장으로 잠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들어왔다는 말이 사실이었군.”

‘누구지?’

겉으로 보기에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의 미청년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3층에 있는 걸로 봐서 2공주 네르피아와 같은 왕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네르피아가 네게 뭘 시켰나?”

“마물을 잡아오라던데요.”

“마물? 그렇다면 어떤 마물이지?”

뭘 이리저리 묻고 난리야?

그 생각과 함께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본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였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는 내 모습이 불쾌하다고 여겼는지 보기 좋게 표정을 일그러뜨린 그는 한층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쯧, 퀘스트를 완료하는 것도 힘들군.’

뭐라도 대답하지 않으면 절대 보내줄 거 같지 않은 그의 태도에 왠지 모를 한숨까지 새어 나오는 듯했다.

“거기서 뭐하는 건가요?”

문득, 내 앞을 가로 막은 NPC 뒤로 2공주 네르피아가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위기를 생각하면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왔다고도 할 수 있는 네르피아의 등장에 나와 NPC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제 손님에게 무례는 삼가시죠.”

“언제부터 인간이 네 손님이 됐지?”

“되지 않을 이유도 없을 텐데요.”

“…….”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네르피아의 대답에 NPC는 조용히 바라보다 곧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틀린 말은 아니로군. 하지만 네가 인간에게 무슨 짓을 시켰는지 알아야겠다면?”

“알 필요 없습니다.”

“네가 대답하지 않아도 들을 방법은 있지.”

그리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는 NPC. 들을 방법이라는 게 나를 말하는 거였나?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저택 보상이 걸려 있는 만큼, 네르피아에게 거슬리는 짓은 할 수 없었다.

아님 녀석이 적절한 보상을 제시한다면…….

“말해라. 그럼 아까의 무례를 용서해주마.”

‘……후.’

아주 잠깐이지만 고민이라는 것을 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고마워서 대답할 줄 알았나? 물론 녀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크게 선심 쓰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내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뭘 말하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하, 결국 그런 식으로 나오는군.”

내 대답까지 들은 NPC는 그것도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물러선 모습을 보니 나중에 불이익이 생길 것도 같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저택인지라 넘어가기로 했다.

‘설마 저택을 뺏거나 하진 않겠지.’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바다의 눈이고 뭐고 해신족을 죄다…….

“시간이 지체됐군. 따라오도록 해라.”

그때 나를 향해 그 말을 한 네르피아는 전에 들어갔던 방으로 향했고, 덕분에 하던 생각을 멈춘 난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서니 예전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레 자리에 앉는 네르피아를 볼 수 있었는데,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내 행동에 대해 칭찬했다.

“일단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해두지. 대처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대처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죠.”

퀘스트 보상인 저택만 받으면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듯한 NPC에게 대처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네르피아는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다행히 거기에 대해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네가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걸 가지고 왔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맞나?”

“물품 보관창.”

긍정의 뜻으로 끄덕인 나는 아이템 창을 열어 명품관 상자를 통해 얻은 해룡의 눈을 꺼냈고, 네르피아는 지금까지 본 냉철한 모습과는 다르게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얼굴을 보여줬다.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해룡에게서 얻은 거 같군.”

음? 단순히 보기만 했는데도 아는 건가?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 눈인지도 모를 정도였지만 2공주는 의외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설마 해룡을 잡았는가?”

‘……또 이런 질문이네.’

조금 전 신전 1층에서 만난 니르티스도 해룡을 잡았냐고 물어보더니, 공주도 그와 같은 질문을 했다. 아무래도 해신족은 해룡을 잡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장 들킬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 작품 후기 ============================

늦었네요. 아무래도 슬럼프가 찾아온 듯싶습니다.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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