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8 第 44 話 =========================================================================
第 44 話 “65일째”
“푸디잉!”
[바다 푸딩의 왕이 바다의 폭격을 사용합니다.]
‘물줄기인가.’
뒤뚱거리며 다가오던 바다 푸딩의 왕은 접근한 화염 골렘에게 한 대 얻어맞더니 이내 물줄기를 쏘아 보내려는 움직임을 취했다. 그러나 정면에는 화염 골렘이 버티고 있었기에 별다른 걱정조차 하지 않은 난 살짝 옆으로 비켜 공격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화염 광선.”
콰아아아앙!!-
[스킬 데미지! 9,218.]
‘역시.’
예상대로 처음에 사용했던 화염 광선보다 높은 데미지였다. 현재 바다 푸딩의 왕은 화상 상태에 걸렸기 때문에 데미지도 20% 추가로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또한 10강까지 강화한 세트 효과의 힘이기도 하다.
[+10 꺼지지 않는 화염의 지팡이] (Rare)
<지능(50+46), 체력(20+36), 마력(70+41)>
<불 속성 5%>
공격력:181(+111) 마법 공격력:829(+509)
내구력:160/160
*불 속성 계열 스킬 효과 30% 상승.
*불 속성 계열 스킬 사용 시, 30% 확률로 화상(LV20) 피해.
*강화 옵션:불 속성 계열 스킬 효과 20% 상승.
[+10 꺼지지 않는 화염의 가죽 장갑] (Rare)
<지능(30+36), 민첩(5+14), 체력(20+21), 마력(50+45)>
<불 속성 저항력 3%>
방어력:154(+94) 마법 방어력:232(+142)
내구력:90/90
*불 속성 계열 마나력 소모 20% 감소.
*불 속성 계열 스킬 데미지 150 추가.
*강화 옵션:화상에 걸린 대상에게 20% 추가 데미지.
‘이런데도 못 잡는다면 마법사를 접든지 해야지.’
거기다 화염 골렘이 바다 푸딩의 왕의 시선을 붙잡은 것을 확인한 재훈은 순식간에 접근해 검을 휘둘렀고, 주연 역시 번개의 중급 정령을 소환해 지원했다. 어떻게 보면 이전과 다를 게 없는 전투였지만 잡는다는 확신이 있어서인지 전투 자체가 쉽게 느껴졌다.
[바다 푸딩의 왕이 근처에 있는 다수의 바다 푸딩을 소환합니다.]
“오빠, 소환이에요!”
전투 중에 메시지까지 읽기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주연은 급히 소환이라 외쳤고, 그 외침을 들은 재훈은 뒤로 물러나 내 곁으로 돌아왔다.
“범위 마법으로 잡을 거지?”
“대폭발 화염? 글쎄, 가능은…….”
파밧!-
응?
사용할 생각은 없었으나 이미 사용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버린 탓에 바닥으로는 붉은색 마법진이 넓게 깔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바닥에 깔린 마법진보다 먼저 소환된 바다 푸딩이 있어 허무하게 지구력만 날아가는 일은 없었다.
콰아아아앙!!-
[스킬 데미지! 5,386.]
[스킬 데미지…….]
‘그래도 깔끔하게 없앴군.’
터지듯 솟아오른 화염 뒤로 남아 있는 바다 푸딩은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보스인 바다 푸딩의 왕이 남았다고 할까? 하지만 화염 골렘이 맡고 있어 문제는 없을 듯했다.
쿠쿵- 쿵!-
“기원아! 골렘 쓰러졌어!”
“스킬 사용. 수호의 화염 골렘.”
뭐, 이상할 만큼 빨리 쓰러지는 경향도 없진 않지만.
‘속성 때문인가?’
바다 푸딩의 왕은 확인할 필요도 없이 물 속성이다. 그러니 화염 골렘에게 추가 데미지가 들어간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차라리 화염 골렘이 아닌 카르젠 병사를 소환했다면 이보다 더 버틸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음에 죽으면 병사를 소환하던가 해야지.”
“응? 뭐라고?”
“소환하기 전에 빨리 잡자고.”
“아, 그야 당연하지!”
이후, 다시 한 번 소환한 바다 푸딩을 대폭발 화염으로 날려버린 뒤, 쓰러진 화염 골렘을 대신해 카르젠 왕국 병사를 소환했고, 마지막으로 네 번의 화염 광선을 더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바다 푸딩의 왕은 죽지 않았다.
[띠링!~ A랭크 스킬 '화염 광선'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지능 6, 마력 6 증가합니다.]
“푸디잉!”
‘아, 미친.’
뭐가 이렇게 질겨?!
게다가 데미지가 좋다고 여겼던 화염 광선도 몇 번 쓰니 지구력까지 바닥나고 말았다. 현재 남은 지구력은 2.2%. 이런 지구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기에 휴식으로 채워야 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분명 잡을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아직 무리였나?
다만 이전 전투보다 더 많은 데미지를 준 건 확실했기에 조금만 더 싸워보기로 결심한 나는 일단 지구력을 채우기로 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야, 너 뭐해?”
“지구력이 부족하거든. 잠시만 맡길게.”
“맡긴다고 해도…….”
“네가 싸우는 것도 아닌데 무슨 걱정이야?”
그나마 지구력을 채우는 것도 카르젠 병사들이 잘 막아내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남은 병사들의 수는 여섯 명이니 적어도 1분 이상 막아내지 않을까? 이대로 1분 정도 쉰다면 지구력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다.
“푸디잉!”
[바다 푸딩의 왕이 근처에 있는 다수의 바다 푸딩을 소환합니다.]
“기원아!”
“…….”
근데 저놈은 바다 푸딩이 나올 때마다 내 이름을 외칠 작정인가?
남은 병사의 숫자가 네 명으로 줄어들었을 때, 바다 푸딩의 왕은 다시 소환을 시도했다. 아쉽게도 소환되는 바다 푸딩을 막을 사람은 나밖에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지구력을 확인해보았다.
‘6.1%.’
대폭발 화염이 지구력 6%를 소모하니 사용해도 탈진 상태가 되지 않는다. 탈진 상태가 되면 지구력을 절반까지 채울 동안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니 그땐 보스고 뭐고 도망치는 게 좋았다.
“대폭발 화염.”
콰아아아앙!!-
소환된 바다 푸딩들이 우리들을 향해 달려온 것을 파악한 난 그 타이밍을 노려 대폭발 화염으로 단번에 정리했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게 없지만 병사들이 전멸할 때까지 다시 소환할 지구력을 채우지 못한다면 이 전투는…….
“푸, 디잉…….”
“……?”
순간, 힘없는 소리와 함께 축 늘어지는 바다 푸딩의 왕을 볼 수 있었다. 루딘으로 잡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 채 녹아내리듯이 쓰러지는 바다 푸딩의 왕. 그리고 그 모습은 다른 둘에게 기대감을 심어주기엔 충분한 듯했다.
[보스 '바다 푸딩의 왕'이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116,653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
[띠링!~ 6골드 66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아케인 님께서 '바다 푸딩의 모자'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하레스 님께서 '바다 푸딩의 모자'를…….]
“아싸! 잡았다!”
‘쯧, 무슨 바다 푸딩의 모자만 나오네.’
놈이 주는 아이템은 모자밖에 없나? 이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나온 아이템은 모자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모자라도 처음으로 얻은 재훈과 주연은 곧장 아이템 창을 열어 모자를 확인하더니 곧이어 감탄하는 표정까지 지었다.
“와, 이 모자에 수중 호흡 달려 있어!”
“기원아, 이 모자 100만 원에 팔 수도 있겠다!”
“100만 원?”
하긴, 바다의 눈을 120만 원에 올렸으니 바다 푸딩의 모자는 100만 원쯤 하려나?
이 모자를 착용하면 세트 효과를 적용받지 못하니 가격은 바다의 눈보다 낮을 수밖에 없었고, 또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재훈이 말한 100만 원이라는 가격이 합당할지도 몰랐다.
“이걸로 네 손해도 없어지겠네.”
“팔린다면 말이지.”
“무슨 소리야? 수중 호흡이 붙었잖아. 이건 무조건 팔려!”
“오빠, 그러지 말고 우리도 이 모자 팔아버릴까?”
“그것도 괜찮겠다.”
“…….”
뭐랄까.
아이템 하나로 즐겁게 떠드는 재훈과 주연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를 벽 같은 게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난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벌어도 숨기기에 급급했고, 어쩔 수 없이 들켰을 경우에는 대충 넘어갔기에 지금의 광경이 생소하다는 생각마저 든 것이다.
‘아마 아이템으로 돈 벌려고 한 게 이번이 처음이겠지?’
어쨌든 좋아하는 거 같아 다행이었다. 힘들게 보스를 잡은 보람이 있다고 할까? 더군다나 모자는 사이좋게 세 명 모두가 나눠가졌으니 분배에 대해 떠들 필요도 없어 더 좋았다.
“이제 넘어가자.”
“야, 좀 더 기뻐해도 돼! 무려 100만 원짜리 아이템이야.”
‘글쎄.’
내일 열릴 실시간 경매장을 통해 세트 장비가 팔린다면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었다. 베크샤의 장비가 2억에 팔렸으니 그 세트 또한 비슷한 가격에 팔리지 않을까? 그걸 생각하면 100만 원이라는 가격도 크기 기뻐할 액수는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돈의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듯했다.
‘처음에는 100만 원만 벌어도 좋아했었는데.’
어쩌면 황혼에서 너무 쉽게 돈을 번 탓일지도 몰랐다.
“충분히 기뻐하고 있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인데.”
재훈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면서도 동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러나저러나 오늘 하루는 녀석과 어울리고, 내일 오전에는 루딘으로 바꿔 해신족의 신전으로 이동해 퀘스트를 완료하면 될 거 같았다.
“동굴에서 벗어나면 그로케스를 잡아봐야 되나?”
‘그로케스?’
문득, 녀석이 한 말을 되새긴 나는 머메이드 마을 경비병이 준 퀘스트를 떠올릴 수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로케스인지 뭔지 하는 몬스터를 잡아오라고 했지만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웠다.
“둘이서 잡을 자신이 있다면 잡던가.”
“하하, 역시 무리겠지?”
“난 바다 속에서 움직이는 것도 힘들잖아.”
“결국 사냥만 해야 된다는 거네.”
마을에도 들어갈 수 없고, 그로케스도 잡을 수 없으니 남은 건 사냥밖에 없다. 재훈도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지만 고민하는 표정으로 봐선 다른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떠올리는 듯했다.
다른 방법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 저기 출구다. 기원아.”
걸음을 옮기며 출구를 발견한 친구 녀석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출구로 빠져나가면 곧장 바다 속이니 손이라도 잡아 이끌어 줘야 되기 때문에 당연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짐짝 취급당하게 생긴 나로서는 별로 유쾌하진 않았다.
‘하는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행인 것은 바다의 눈이 있어 숨도 쉬고, 말도 할 수 있다는 정도였다. 만일 녀석에게 남아 있는 물약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일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다시 인어 마을로 가볼까?”
그렇게 재훈의 손에 이끌려 바다 속으로 들어온 나는 머메이드 마을로 가자는 재훈의 말에 의아하게 되물었다.
“인어 마을? 간다고 해도 경비병이 막을 텐데.”
“아니, 그것보다는 마을 주변에 있는 몬스터는 그나마 약하지 않을까? 여기 나타나는 몬스터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 마을 주변부터 차근차근 잡아가자는 이야기지.”
‘오.’
녀석이 웬일이지?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정말 의외면서 그럴 듯한 생각이었다. 그때의 난 마을 주변에 나타나는 몬스터를 상대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재훈이 말한 대로 마을 가까이에 있는 몬스터부터 잡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았다.
“괜찮네. 그렇게 해보자.”
“좋아.”
내가 괜찮다며 찬성하자 녀석은 자신감을 얻었는지 그대로 머메이드 마을로 나아갔다. 이미 가본 길이기도 했고, 가까이 있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우리들은 근처에 있는 몬스터를 찾았다.
그리고 마을 외곽에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몬스터를 찾긴 찾았지만…….
[덜 자란 썬더 크랩]
“…….”
썬더 크랩이라면 루딘으로 5분 정도 죽자고 때려야 죽일 수 있는 그 몬스터다. 앞에 보이는 썬더 크랩은 비교적 크기도 작아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바다 푸딩보다는 강할 거란 거였다.
“썬더 크랩이라…… 싸워보자.”
“그, 조심해.”
“응? 조심하라니?”
“난 이곳에서 도움이 안 되잖아.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여차하면 위로 떠오르면 되지. 설마 게가 헤엄이라도 치겠어?”
‘……그런가?’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아무튼 주연이 대신해서 내 손을 잡아 밑으로 가라앉지 않게 도와줬고, 재훈은 기대어린 표정으로 덜 자란 썬더 크랩에게 다가갔다. 내가 아는 썬더 크랩은 커다란 집게발에서 번개가 튀어나와 상대를 감전시킨 뒤, 집게발로 붙잡아 계속해서 공격하는 더러운 방법을 썼지만 저 썬더 크랩은 어떨지 몰랐다.
“간다!”
“혹시 모르니 회복 마법 준비해.”
내가 주연에게 그 말을 하는 사이, 덜 자란 썬더 크랩은 자신에게 접근하는 재훈을 발견했는지 집게발을 벌려 번개를 쏘아댔다.
파치치칙!!-
또 그 번개는 그물망처럼 사방으로 퍼졌기에 접근한 재훈은 피할 도리도 없이 번개에 감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아악!”
“회복해!”
“에, 예! 생명의 회복!”
“화염 광선!”
파밧!-
[물속에서 불 속성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셨습니다.]
[불 속성 데미지가 절반으로 감소됩니다.]
‘칫.’
비록 물속이라 데미지가 감소되긴 했지만 재훈을 감전시킨 썬더 크랩이 접근하지 못하게 화염 광선을 사용했다. 곧이어 내 앞으로는 마법진이 생겨나 붉은 화염을 토해냈으나 바다 속이라는 문제 때문인지 만족스런 데미지도 뜨지 않았다.
콰아아아앙!!-
[스킬 데미지! 4,281.]
‘보스에게도 7천 이상 뜬 데미지였는데…….’
그렇다고 해도 화염 광선을 맞은 썬더 크랩은 비틀거렸고, 그 틈에 정신을 차린 재훈은 급히 나와 주연이 있는 위쪽으로 올라왔다.
“와, 죽을 뻔했네. 무슨 게가 번개를 써?!”
뭔 소리야?
“이름에도 적혀 있잖아.”
“그래도!”
“오빠! 밑을 봐봐!”
잠깐 대화한 틈에 주연의 말을 들은 난 밑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집게발을 제외한 여덟 개의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 헤엄까지 치는 썬더 크랩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파파파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