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7 第 44 話 =========================================================================
第 44 話 “65일째”
결국 엘프의 술을 구하지 못한 우리들은 마땅한 방법조차 찾아내지 못한 채 퀘스트를 포기하고 말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하기가 힘드니 영상을 포기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퀘스트 완료야 현금 거래를 통해 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현금 거래창에는 엘프의 술을 팔고 있었다. 가격은 5만 원. 한낱 소모품 치고는 비싼 가격이지만 구매하지 못할 가격도 아니었다. 다만 그런 식으로 퀘스트를 완료하기 싫었던 시나는 차라리 다른 영상을 찍겠다고 말했다.
‘어떤 영상을 찍었을까.’
그게 이틀 전 이야기였으니 이미 영상을 찍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심 궁금하기도 했던 나는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며 이오트 왕국으로 넘어와 친구 녀석을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재훈과 주연이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왔군.’
“기원아!”
덧붙여 나를 발견하자마자 기쁜 듯이 달려와 끌어안는 재훈. 남들이 보면 오해할 상황이 펼쳐졌지만 녀석은 주변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이 운도 좋은 자식! 바다의 눈을 10만 원에 구매하다니!”
“……거래 신청이나 받아.”
현금 거래창에 올린 100여 개의 바다의 눈은 전부 팔렸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세 개의 바다의 눈은 여전히 아이템 창에 남아 있었다. 난 이 바다의 눈을 비교적 싼 가격. 10만 원에 구매했다고 말한 뒤, 다시 한 번 소용돌이 결계를 통과하자고 했다.
“아, 거래 신청? 알았어.”
게다가 이번에는 바다 푸딩의 왕까지 잡을 생각으로 착용한 모든 장비를 10강까지 만들었다. 덕분에 내 능력치는 이전보다 월등히 높아진 상태였으니 잘하면 나 혼자서도 바다 푸딩의 왕을 잡을지도 몰랐다.
“근데 이거 우리가 받아도 돼? 네가 10만 원이나 주고 샀잖아.”
“음, 그곳에서 나오는 아이템을 팔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그곳에 갈 수 있는 플레이어는 우리밖에 없다. 다르게 말해 그곳에 나오는 아이템도 우리밖에 구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또 이런 내 말의 뜻을 이해했는지 재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리가 있다는 듯이 말했다.
“가능성은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사냥터니까. 우리 셋이서 독점할 수 있으니 아이템을 파는 것도 가능할 거야.”
‘아, 그러고 보니 녀석의 역량은 생각지도 못했네.’
전에 바다 푸딩도 제대로 막지 못했던 재훈의 모습을 떠올린 난 소용돌이 결계 너머로 있는 몬스터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역시 무리이지 않을까?
루딘으로도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를 재훈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바다 속에서는 화염 마법 데미지가 절반으로 감소하니 나 또한 큰 도움을 줄 수 없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물러서는 것도 웃긴 짓이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나 녀석이 죽는다고 해도 부활 스킬로 살리면 될 테니.
“이왕 말 나온 김에 가보자. 요 며칠간 레벨도 올렸으니 꽤 간단할 걸?”
“장비는 그대로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장비도 좋아.”
이리저리 살펴봐도 세트 아이템이 아닌 거 같지만 본인 스스로 좋다고 하니 할 말은 없었다. 차라리 강화를 끝낸 내 장비를 믿어야지. 꺼지지 않는 화염 세트와 어둠마저 삼키는 장막을 10강까지 끝낸 내 능력치는 다음과 같았다.
“상태 정보창.”
[이름:아케인]
[칭호:없음]
[레벨:31]
[명성:0]
[생명력:7310/7310]
[마나력:21398/21398]
[지구력:100.0%]
[공격력:394] [마법 공격력:1957]
[방어력:877] [마법 방어력:1535]
[능력치]
근력(213) 지능(1128) 민첩(443)
체력(690) 마력(1605) 타락(270)
[속성 공격력:모든 속성(14%) 불(24%)]
[속성 저항력:모든 속성(2%) 불(20%) 어둠(7%)]
[습득한 스킬:25/30] [7/30]
‘칭호도 없이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만일 루딘에게 있는 칭호. 현세의 영웅까지 장착한다면 이보다 더 높은 능력치를 보유하겠지만 그건 앞서나간 욕심에 불과했다. 어쨌거나 소용돌이 결계를 지나가는 동굴에 도착하면 바다 푸딩의 왕과 싸울 생각으로 재훈을 따라갔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몇 시간이 걸려 그 동굴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와, 바다의 눈이 비싼 이유가 있구나.”
“…….”
“응? 아아, 괜찮아. 나와 주연이 잘 인도하면 되지.”
“예, 맞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재훈과 주연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내게 말했으나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바다의 눈만 있으면 진행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거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전에 주연에게 받았던 물약에는 '수중에서 자유행동 가능'이라는 옵션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게 없이 수중에서 호흡만 가능한 지금의 난 물속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나아가면 나아갈 수 있는데 너무 느리다고 할까?
루딘으로 행동할 때에는 벨트에 바다의 가호가 있어 물약을 마셨을 때보다 훨씬 자유롭게 움직였지만 아케인은 그런 게 없었으니 점점 밑으로 가라앉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님 다시 돌아갈까?”
“돌아가기는…… 일단 진행하자.”
이젠 바다 속이서 마법 데미지가 절반으로 떨어질 뿐만 아니라 움직이지도 못해 짐짝 취급까지 당하게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간다는 선택지를 고를 수 없었던 난 계속해서 진행하기로 했고, 재훈도 그런 날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무리하지 마.”
거기까지 이야기를 나눈 우리들은 슬슬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옮기는 도중에 당연하다는 듯이 바다 푸딩이 나타났지만 재훈은 그때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바다 푸딩이군. 내게 맡겨.”
“맡기라고?”
장비도 바뀐 거 같지 않은데 저 자신감은 뭐지?
“간다!”
아무튼 뭘 믿고 자신만만하게 뛰쳐나갔는지 확인해보니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킬을 보여줬다.
“환영검!”
파밧!-
그 외침과 함께 허공에서는 한 자루의 검이 생겨났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철검처럼 생긴 검이지만 특이하게도 자기 멋대로 움직이며 주변에 있는 바다 푸딩을 공격하고 있었다.
“……저게 무슨 스킬이지?”
나도 모르게 버릇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렸지만, 옆에 있던 주연은 자신에게 물어보는 말인 줄 알았는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무기 조종 스킬이요. 아이템 창에 있는 무기 중에 하나를 소환해 공격할 수 있어요.”
“그럼 환영검은?”
“오빠가 마음대로 이름을 바꾼 거죠.”
참 멋지게도 바꿨군.
난 또 대단한 스킬이라도 사용한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닌 듯했다. 주연의 설명을 듣고 다시 보니 재훈이 다섯 번 정도 공격하고 나서야 무기는 한 번 움직였고, 그 한 번의 공격조차 제대로 성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속도가 너무 느려.’
스킬의 영향을 받는 건지 스스로 움직이는 검의 속도는 은근히 느렸다. 만일 다섯 자루 정도 소환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저 한 자루 자체로는 전투에 도움이 될 거 같지가 않았다.
그래도 그렇지 저딴 스킬을 믿고 자신 있게 나섰다니.
다행히 나타난 바다 푸딩이 한 마리밖에 없었기에 걱정까지는 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저 한 마리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결계 너머에 있는 몬스터는 꿈도 꾸지 말아야 되지 않겠는가?
[전투 경험치 933 획득!]
“후, 어때?”
“응? 아, 대단했어.”
어찌 됐든 혼자서 바다 푸딩을 잡았으니 실력은 아주 조금 높아진 셈이다. 그걸 생각해 대단하다는 대답을 해줬지만 녀석에게 겸손이란 단어는 없는지 기분 좋게 웃어재꼈다.
“하핫! 그렇지? 이걸 습득해서 내 실력이 1.5배는 올라갔다고 할까. 여차하면 방어용으로도 쓸 수 있으니 엄청 좋아.”
그 뒤로 환영검을 사용해 결투장에서 승리를 했다더니 하는 말까지 들려왔으나 애써 무시한 나는 동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보다 바다 푸딩의 왕까지 잡아보자.”
“바다 푸딩의 왕이라니? 전에 도전했는데 힘들었잖아.”
“나도 전보다 강해졌거든.”
착용한 장비 7개를 10강까지 만들었으니 강해진 건 맞다. 거기다 어제 하루는 병사 소환 스킬만 올렸기에 바다 푸딩의 왕이 소환을 해도 문제가 없었다. 무려 14레벨까지 올렸으니까. 어둠의 탑에서 병사들이 전멸할 때마다 계속 소환한 결과이기도 했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해볼까?”
“당연히 해야지. 보스를 잡으면 어떤 보상을 줄지 모르는데.”
“너 묘하게 적극적이다.”
“뭐, 여기까지 데려다준 보답이라 생각해.”
“푸딩! 푸딩!”
내 대답이 끝나는 순간, 앞쪽에서는 몇 마리의 푸딩이 나타났는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들리는 소리를 추측하면 대충 두세 마리 정도? 파티를 맺은 상태였으니 이대로 힘을 합쳐 잡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강화를 끝낸 내 데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내가 잡아볼게.”
전에 보스에게 사용한 화염 광선 데미지가 5천이었나?
“화염 광선.”
꺼지지 않는 화염 세트를 전부 착용해 사용한 화염 광선 데미지는 5,100 정도였던 거 같았다. 반대로 지금은 어느 정도의 데미지가 뜰지 내심 기대까지 한 나는 아케인으로 습득한 최강의 스킬. 화염 광선을 사용했고, 곧이어 내 앞으로는 마법진이 그려져 곧 붉은 화염을 토해냈다.
콰아아아앙!!-
[스킬 데미지! 8,713.]
[스킬 데미지…….]
‘대충 3천 이상 상승했네.’
어떻게 보면 '무려' 3천이나 상승된 데미지다. 최종적으로 8,700의 데미지. 지팡이에 붙은 강화 옵션인 화염 데미지 상승도 한몫한 결과이기도 한데, 이런 데미지는 루딘의 거신의 질주로도 내기 힘든 수치일 듯하다.
[전투 경험치 933 획득!]
[전투 경험치…….]
‘그래도 이 정도면 바다 푸딩의 왕도 잡겠군.’
뭔가 간단할 정도로 데미지 확인이 끝난 난 고개를 돌려 친구를 봤지만 녀석은 딱히 놀란 표정도 아니었다. 화염 광선 한 번으로 바다 푸딩을 잡는 모습은 이전에도 봤으니 놀랄 일도 없겠지만 말이다.
“데미지는 올랐어?”
“조금. 바다 푸딩의 왕도 해볼 만할 거 같아.”
내 화염 광선 데미지에 병사 소환으로 시선을 끌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또 재훈과 주연이 지원 공격까지 하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지니 분명…….
“…….”
‘그나저나 루딘으로는 그냥 잡은 녀석인데.’
아케인으로는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계산까지 해야 하다니.
그리고 지금 루딘과 아케인의 장비를 비교하면 딱히 큰 차이도 없다. 둘 다 레어 세트를 입고 있는데다 강화까지 끝냈으니 차이가 있으면 오히려 이상한 셈이다. 하지만 전투 능력으로 비교하자면 루딘이 훨씬 좋았다.
‘역시 칭호와 스킬 때문이겠지?’
칭호는 말할 것도 없고, 스킬 역시 얻는 능력치가 상당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거겠지만, 아케인으로 오래 있을 것도 아니었으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가자.”
난 이전에 겪었던 전투 때문인지 알게 모르게 긴장하고 있는 둘을 이끌고 바다 푸딩의 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위치는 알고 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고, 나타나는 바다 푸딩도 쉽게 해치울 수 있었던 만큼 간단하게 도착은 할 수 있었다.
“근데 어떻게 싸울 거야?”
“전과 같은 방식으로 싸워야지. 스킬 사용. 수호의 화염 골렘.”
쿠쿠쿵!-
“화염 광선.”
제일 먼저 세트 효과에 붙어 있는 수호의 화염 골렘을 소환한 난 그 뒤를 이어 바다 푸딩의 왕을 향해 화염 광선을 사용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로 특별할 게 없는 시작인데, 의외로 생겨난 마법진은 두 개였다.
‘두 배 효과?’
아니, 오히려 잘됐나?
먼저 공격하기 전에는 바다 푸딩의 왕은 움직이지 않으니 이걸로 최대한의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난 그 생각과 함께 두 발의 화염 광선을 바다 푸딩의 왕에게 날렸다.
콰아앙!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7,668.]
[스킬 데미지…….]
화르륵!-
‘오, 화상 효과까지?’
이상할 정도로 시작이 좋다. 두 발의 화염 광선에다 화상 효과까지 나타나다니. 이번 첫 공격만으로 15,000 이상의 데미지를 준 것이다.
“푸디잉! 푸디잉!”
[바다 푸딩의 왕과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공격.”
당연히 화염 광선을 맞은 바다 푸딩의 왕은 이쪽을 노려보며 뒤뚱뒤뚱 기어오기 시작했지만 난 별다른 위협도 느끼지 못한 채 화염 골렘에게 공격을 명령하고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남은 지구력은 80% 정도였으니 큰 변수가 없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