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4 第 43 話 =========================================================================
第 43 話 “62일째”
크르르…….
-설마하니 인간이 내 영역에 침입했을 줄이야.
응?
그때 어디선가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음성에 실려 온 내용이 네그론트 본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줬고, 그걸 어렵지 않게 깨달은 난 여전히 네그론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전투를 준비했다.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결코 상냥한 목소리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겠지. 내 영역에 들어선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인 단 하나뿐이니까.
“아르넬라! 빙산 낙하!”
아르넬라에게 빙산 낙하를 사용하게 한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아이템 창에서 마탄 폭격기를 꺼냈다. 마탄 폭격기의 사거리는 200미터가 넘으니 네그론트가 어떤 공격을 해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칭호 교체.”
[교체할 칭호를 말씀해주십시오.]
‘칭호라…….’
잠깐 교체할 칭호 메시지는 보며 파괴의 화신이 떠올랐다. 파괴의 화신은 공격력과 민첩을 증가시키는 대신, 모든 방어력을 떨어뜨리는 거였으니까. 어떻게 보면 빛의 수호자와 전혀 반대인 효과였으나 네그론트가 어떤 공격을 할지 몰랐기에 늘 착용하던 현세의 영웅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현세의 영웅.”
[칭호 '현세의 영웅'으로 교체합니다. 남은 교체 횟수 1번.]
콰아아아아앙!!-
곧이어 아르넬라가 떨어뜨린 빙산이 바닥에 부딪쳐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또 그것을 시작으로 네그론트의 입에서는 사나움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크오오오오!-
[바다의 군주 네그론트가 용의 포효를 사용합니다.]
[압도적인 레벨입니다. 결코 저항할 수 없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50% 하락합니다.]
“……어?”
뭐지? 모든 능력치 50% 하락?
이와 비슷한 공격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 바로 베크샤의 포식자의 위협과 동일했는데, 그걸 해룡인 네그론트가 사용하니 깎이는 수준 또한 남달랐다.
‘능력치가 절반이 하락되면 심각한데.’
혹시 몰랐던 나는 하락된 내 공격력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공격력:1246]
‘씨발.’
당연하지만 이런 공격력으로 싸우기가 힘들다. 전력으로 싸워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능력치가 이따위로 감소됐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
아마 맨몸으로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아르넬라, 전력으로 공격해!”
다만 능력치 감소만으로 물러서긴 싫었다.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한 나는 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뒤로 물러나 마탄 폭격기의 방아쇠를 당겼고, 아르넬라 역시 각종 얼음 계열의 마법을 사용해 네그론트를 공격했다.
“속성 주입. 바람.”
쾅쾅쾅쾅쾅!-
[적중 데미지! 51.]
[적중 데미지…….]
‘레이드 보스는 이래서 짜증난다니까.’
레이드 보스는 대체적으로 속성 저항력이 높다. 그래서인지 마탄 폭격기의 속성을 주입해도 기본 데미지만 떴고, 그 기본 데미지는 다른 속성으로 교체해도 마찬가지였다.
‘뭐로 공격해야 되지? 레이드 보스라도 약점인 속성 저항력은 낮을 텐데.’
어찌 보면 해양 마물이니 전격으로 공격해야 될까?
콰아앙!- 콰쾅!-
아님 아르넬라를 믿고 싸우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마탄 폭격기로 공격을 한다 하더라도 아르넬라가 하는 공격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으니 말이다. 또 마탄 폭격기의 데미지도 계속 누적된다면 어느 정도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이런 하찮은 공격으로 내게 대항하다니!
[바다의 군주 네그론트가 용의 숨결을 사용합니다.]
[지형으로 인해 네그론트의 스킬 효과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응?’
지형으로 스킬 효과가 감소된다고?
내가 용의 포효로 능력치가 감소된 만큼, 네그론트도 지형으로 인해 데미지가 감소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이곳이 바다 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건 좋지만…….
쿠와와와왁!!-
“엘시크의 환영이동!”
네그론트의 입에서 쏘아진 거대한 푸른색 입자를 확인한 난 곧장 환영이동을 사용해 옆으로 피해냈다. 덕분에 원래 있던 내 자리에 생겨난 환영이 대신해서 그 공격을 맞고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위력이 절반으로 감소돼도 데미지 자체는 엄청난 모양이었다.
‘젠장, 이건 싸우고 말고가 아니잖아.’
다른 스킬들도 이와 같은 위력을 보여준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을 떨쳐냈다. 현재 나와 네그론트의 거리는 꽤 떨어진 상태였으니 보다 조심한다면 방금 전처럼 피해낼 수 있었다.
‘먼저 네그론트의 시야 밖에서 싸우자.’
직접적인 전투는 아르넬라에게 맡긴 채 난 네그론트의 뒤로 돌아가 마탄 폭격기를 쐈다. 다행히 데미지 자체는 아르넬라가 높은 탓인지 네그론트의 시선은 아르넬라를 향하고 있어 편하게 공격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콰아아앙!- 콰쾅!-
[소환 스킬 데미지! 4,157.]
[소환 스킬 데미지…….]
‘냉기 광선을 맞고도 이런 데미지라…….’
데미지야 나보다 훨씬 낫다고도 할 수 있지만 네그론트의 생명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데미지를 주다가는 아르넬라의 소환이 먼저 해제되는 게 빠를 거 같다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아무래도 도망가야 되나?
나와 네그론트. 둘 다 페널티를 안고 있는 상황이지만 불리한 건 나였다. 투지 능력치가 있는데도 능력치가 감소되는 걸 보면 레벨이 높아야 저항이 가능한 시스템인 듯한데, 그 말은 네그론트의 레벨이 나보다 훨씬 높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뭐, 아르넬라도 나보다는 레벨이 높겠지만…….’
냉기 광선의 데미지를 보니 그 아르넬라조차 능력치가 감소된 듯싶다.
[바다의 군주 네그론트가 회오리 구체를 사용합니다.]
[지형으로 인해 네그론트의 스킬 효과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스킬?’
스킬 관련 메시지가 생겨나자마자 네그론트의 앞에서는 물로 이뤄진 원형의 구체가 생겨났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네그론트의 절반 크기를 지닌 그 물의 구체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듯했고, 거기에 따라 뒤쪽에 서 있는 내 몸도 천천히 앞쪽에 떠 있는 구체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생각보다 버틸만한데?’
바다 속이 아니라서 그런가? 바다 속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는 딱히 저 구체안으로 들어갈 거 같지가 않았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네그론트가 만든 구체가 폭발하듯이 터졌다. 원래는 저 안으로 대상을 끌어들여 폭발하는 식으로 데미지를 주는 듯했지만 지금 구체로 피해를 입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스킬 그 자체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분명 해볼 만도 한데…….’
레이드 보스가 무서운 건 막강한 생명력과 공격력도 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스킬이었다. 다른 몬스터가 사용하는 스킬과는 차원이 다른 스킬. 그 스킬로 레이드 난이도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더군다나 지금 이곳에서의 네그론트는 최소 한 개의 스킬이 봉인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래, 해보자.’
지형에 따른 네그론트가 받은 페널티.
그걸 떠올린 나는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후.”
가능하기는 개뿔.
네그론트의 전투는 아르넬라가 소환 해제된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속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잡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아르넬라가 사라지자마자 주변 지형은 다시 바다 속으로 변했고, 그걸 확인한 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쳤다.
‘뒤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네그론트는 도망치는 날 보며 미친 듯이 쫓아왔다. 어떻게든 환영이동을 써서 도망치기는 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위험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만일 환영이 몇 초씩 막아내지 못했더라면 금방 잡혀 죽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영역 밖으로 한참을 벗어나자 네그론트는 포기했는지 더는 쫓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무사히 도망친 나는 녀석을 잡아 용의 재료를 구하는 것을 포기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모이드의 말로는 용이 그놈 말고는 없다고 했는데…….’
정작 그놈을 못 잡으니 떠오르는 방법조차 없었다.
‘대륙으로 돌아가야 되나.’
여기서는 방법이 없으니 자연스레 대륙이 떠올랐다. 대륙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길 것도 같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용의 힘을 구해오라는 퀘스트는 제한 시간마저 없었기에 대륙으로 돌아간다는 선택도 가능했다.
“뭐, 방법이 없으니.”
결국 돌아가기로 결정한 나는 귀환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파밧!-
‘최우선 목표는 명품관 상자인가.’
고민과는 달리, 아주 간단하게 하르페 제국에 있는 수도 저택으로 돌아온 나는 한숨과 함께 거실로 나와 근처에 있는 은행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명품관 상자는 어떻게 구하지?
500골드를 맡기고 사달라고 하기에는 액수가 너무 크다. 현금으로도 1천만 원에 해당하는 돈이니 가지고 도망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또 명품관 상자는 사람마다 한 번밖에 구매할 수 없었으니 사준다는 사람을 찾는 것도 문제일 듯했다.
‘유아나 시나에게 사달라고 할까.’
어찌 보면 제일 간단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 난 황혼 홈페이지로 들어가 수중 호흡 아이템에 대해 알아봤다.
[은하수 길드에서 나오는 바다 기사의 투구 가지고 싶다!]
[개 같은 은하수 길드! 투구 시세가 그게 뭐냐?!]
[솔직히 말해 바다 기사의 투구 가격이 너무 비싸긴 하지.]
[은하수 길드가 클 수 있었던 대표적인 이유가 바다 기사의 투구 때문임.]
“음.”
수중 호흡이 붙은 아이템의 이름도 몰랐기에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나는 대충 바다 기사의 투구가 수중 호흡이 붙은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현금 거래창에서 시세를 보는 것만 남았나?
그래도 이왕 홈페이지에 들어간 김에 좀 더 알아보니 바다 기사의 투구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대충 은하수 길드가 점령한 던전 보스에게서 얻을 수 있는 투구였는데, 황당하게도 다른 곳에서는 그 아이템을 얻기가 힘든 모양이었다.
‘돈 좀 벌었겠군.’
당연히 나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은하수 길드는 수중 호흡 아이템을 200만 원에 올려 팔기 시작했고, 지금은 너무 비싸다고 떠드는 플레이어의 요청에 못 이겨 150만 원으로 깎은 듯했다.
이러나저러나 수중 호흡 아이템의 현재 시세는 150만 원인 것이다.
‘재훈이 말로는 부르는 게 값이라더니.’
150만 원 가지고.
나와 다른 돈의 개념을 가진 재훈을 떠올리며 난 홈페이지를 닫으며 현금 거래창으로 바다 기사의 투구 시세를 보았다. 예상대로 150만 원이라는 가격에 두 개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50만 원으로는 안 팔리나?”
고개를 갸웃거린 난 은행으로 들어간 뒤, 은행에 있는 103개의 바다의 눈 중에서 정확히 100여 개만 팔았다. 전부 일반 거래로 올렸기에 든 돈도 1골드밖에 되지 않았고, 올린 가격은 투구보다 조금 싸게 120만 원에 올렸다.
이대로 지켜보고 팔리지 않는다면 가격을 낮추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