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203화 (203/211)

00203  第 43 話  =========================================================================

第 43 話 “62일째”

[네르피아가 요구하는 용의 힘을 구해라.]

설명:이유는 말할 수 없지만 용의 힘을 필요로 하는 네르피아. 만일 그녀가 요구하는 용의 힘을 가져다준다면 그녀는 들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부탁을 들어줄지도 모릅니다.

<퀘스트 수락:없음.>

<퀘스트 거절:해신족의 신전에서 쫓겨남.>

<퀘스트 완료:네르피아의 호감도 20 상승. 그녀가 들어줄 수 있는 모든 부탁.>

<퀘스트 실패:네르피아의 호감도 최저치로 하락. 해신족의 신전에서 쫓겨남.>

‘이 미친.’

거절해도 쫓겨나고, 실패해도 쫓겨난다. 뭐가 이리 극악한 퀘스트란 말인가? 그나마 위로가 되는 점이라면 이걸 완료하기만 하면 저택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할 거 같다는 정도였다.

“어떻게 하겠는가?”

어떻게 하긴?

퀘스트 내용을 보면 하는 수밖에 없다. 거절해도 신전에서 내쫓길 판국이니 방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다만 이대로 승낙하기에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난 조금 더 협상을 해보기로 했다.

“뭘 해줄 수 있는데요?”

“그대가 원하는 뭐든지. 무기를 원하나? 내가 가진 최고의 무기를 주겠다. 혹시라도 무기를 제외한 다른 장비를 원해도 좋다. 내가 가진 최고의 장비를 주지.”

‘……대충 기준을 알겠군.’

무기나 방어구 등의 장비를 원해도 그녀가 '보유한' 것을 준다. 만일 매직 등급의 장비나 레어 등급의 장비를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장비를 요구하는 게 손해일지도 몰랐다.

차라리 장비를 보여달라고 할까?

잠시나마 그 생각을 한 나는 곧 고개를 저었다. 지금 중요한 건 저택을 얻어 바다의 눈을 팔아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바다의 눈을 지속적으로 팔아 믿기지 못할 수입을 거둘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먼저 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집을 가지고 싶네요.”

“집? 설마 3층에서 지낼 수 있게 해달라는…….”

“아뇨, 지내는 거야 1층에서 지내도 상관없어요.”

“그렇다면 크게 어려운 부탁은 아니로군.”

다행히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인 듯싶다. 그렇게 제일 중요한 저택 관련 문제를 해결한 나는 다음으로 추가 보상에 대해 말해보기로 했다.

“하나 더. 가지고 계신 최고의 보물까지 주신다면 허락하죠.”

“보물까지? 욕심이 과하구나.”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는 거 같으니까요.”

“…….”

해신족의 다른 누군가가 할 수 있었다면 날 따로 부르는 짓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 현재 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대로 공주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보여줬는데, 결국 한 발 물러서기로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낼 곳과 내 보물을 주면 되겠는가?”

“예.”

“알았다.”

‘의뢰 내용은 변경되지 않는군.’

여기까지는 의뢰 보상과도 큰 변동이 없는 듯했다. 이제 남은 건 용의 힘을 구하는 것이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용의 힘이 어떤 건지 알지 못했다.

그나저나 용의 힘이 뭐지?

“그대가 용의 힘을 가져오는 대로 건네주지.”

“어떤 걸 가져오면 되죠?”

“말 그대로 용의 힘이 담겨진 것. 그대가 가져왔다는 용의 이빨도 용의 힘이 담겨진 것이지. 그와 같은 것을 가져오면 된다.”

‘용의 이빨이…… 용족 고유의 마력이 있다고 했었나?’

용의 이빨에 적혀진 설명을 떠올린 나는 대충 어떤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계열의 아이템은 대부분 유니크일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 유니크 재료를 하나 더 구해야 된다는 것이다.

‘저택 한번 구매하기 더럽게 힘드네.’

속으로 투덜거린 난 현금 거래창을 떠올렸지만 아쉽게도 용의 이빨 이외에 본 기억은 없었다. 만일 이곳에 언제든지 올 수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시켜 명품관 상자를 구매하게 한 뒤, 그걸 내가 열어 다시 용의 이빨을 구하는 게 가능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이곳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한 번 대륙으로 돌아가면 다시는 돌아오기가 힘드니 말이다.

‘차라리 바다의 눈을 현금 거래창에 올려서…….’

재훈이에게 내가 두 개를 구매했다고 말을 하는 게 어떨까?

그렇게만 한다면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가 이런 식으로 각종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공주는 살짝 의심이 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생각이 길군. 어려운가?”

“아뇨, 해보도록 하죠.”

[의뢰를 받았습니다. '네르피아가 요구하는 용의 힘을 구해라.']

“고맙네.”

“그것보다 신전에서 벗어나면 결계 때문에 다시 들어오기가 힘든데, 뭔가 방법은 없을까요?”

“이걸 가져가도록 해라.”

결계로 인해 다시 들어오기가 힘들다는 내 말에 공주는 무슨 조각상을 내게 건네주었다. 조각상은 뱀처럼 생긴 기다란 조각상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뱀이 아니라 용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내 마력을 담은 조각상이다. 해신족의 마력을 담은 만큼 품에 지니고만 있어도 결계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받아도 되나요?”

“그러라고 주는 것이니까. 다만 오늘 나눴던 대화를 다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마라.”

공주와 나눴던 대화라면 용의 힘을 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일 듯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내게도 말하지 않았으니 아마 다른 해신족에게도 알려서는 안 되는 사실이라 생각한 난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

“만일 말한다면 결코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

“예.”

“알아들었으면 됐다. 이만 물러가거라.”

그렇게 공주와의 이야기를 끝낸 난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공주에게 받은 조각상을 확인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별거 아닌 옵션의 아이템이었다.

[해신족의 마력이 담긴 조각상] (Magic)

설명:해신족 특유의 마력이 담긴 조각상. 해신족이 인정한 이에게만 주는 이 조각상은 신전의 출입뿐만이 아니라 이 조각상에 담긴 마력을 이용한 물품까지도 만들 수 있다.

*재료 가치 25.

‘그냥 재료템이군.’

하지만 이 조각상의 가치는 재료템보다는 신전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용도로 쓰는 게 옳을 것이다. 어쨌든 조각상까지 받은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다 이내 현금 거래창부터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조금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거야 내가 못 본 것일 수 있으니.

“현금 거래창 소환.”

파밧-

어디보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높은 순서대로 살펴봤지만 역시나 용의 재료는커녕 유니크 재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 희귀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없을 수가 있다니.

‘생각해보면 아직까지도 데로나크나 하이츠를 잡은 녀석이 없지.’

레이드 보스 중에서 공략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녀석들. 내가 잡아 그 공식은 깨졌지만 나를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는 아직까지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악마왕을 잡아 유니크 아이템도 몇 개 풀렸으니 시간문제일 터.

‘아마 기여도 2,3등을 한 녀석들도 유니크 아이템을 챙겼겠지?’

기여도까지 생각하니 문득 아이젠 녀석이 마음에 걸렸다. 괜히 도와주다 죽어 아이템도 얻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 뒤로 경매를 통해 세 개의 보물을 가져가는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후, 근데 어쩌지.”

현금 거래창을 뒤져봐도 용의 재료가 없다.

그렇다는 말은 직접 잡아야 된다는 건가? 그 해룡인지 뭔지 하는 녀석을?

‘어떻게든 싸울 수야 있겠지만.’

마탄 폭격기가 있으니 아르넬라를 앞세워 지원 사격은 할 수 있다. 모든 전투를 아르넬라에게 맡겼던 데로나크와 하이츠와는 다른 전투를 펼칠 수 있다는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평범한 몬스터들도 웬만한 보스급 정도로 강했던 탓이다.

“하긴,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일단 모이드에게 가서 위치를 물어보기로 했다. 만일 퇴로가 차단되는 곳이라면 위험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말이다.

철커덕-

“음? 벌써 이야기가 끝났나?”

“아, 예.”

모이드가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선 나는 니르티스를 제외한 모이드 홀로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 공주가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

“용을 잡아오라네요. 혹시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용? 용이라면 네그론트를 말하는 건가?”

“다른 용도 있나요?”

“아니, 없네.”

그 대답에 한숨을 내쉰 난 고개를 끄덕였다. 차분하게 생각한다면 다른 몇몇 방법도 떠올랐지만 지금 당장 실행하기는 힘들었다.

‘차라리 마을로 돌아간 뒤에 재훈이와 같이 올까? 마을에만 갈 수 있다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아니면…….

이런저런 생각을 한 나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네그론트인지 뭔지 하는 해룡을 잡아보기로 했다. 원래 이곳에 있는 몬스터가 기존보다 강한 탓에 되도록 레이드도 도전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운이 좋다면 쉽게 잡을 것도 같았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데로나크를 잡고 얻은 가죽은 용의 힘이 없으려나?

데로나크의 생김새를 보면 용보다는 도마뱀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혹시 몰랐기에 원격 은행 이용권까지 사용해 데로나크의 가죽을 꺼낸 난 모이드에게 보여주었다.

“혹시 이것도 용의 가죽인가요?”

“응? 음, 도마뱀 가죽이로군. 불도마뱀 가죽인가? 아무튼 용의 가죽은 아니네.”

“…….”

1만 원만 날렸군.

씁쓸함에 한숨을 내쉰 난 네그론트가 있는 위치를 물어보았다.

“네그론트의 위치부터 말해주세요.”

“저쪽 방향으로 쭉 가면 만날 수 있을 걸세. 네그론트는 자신의 영역에 다른 종족이 들어서는 걸 싫어하니 아마 근처에만 가도 나타날 걸세.”

예상외로 만나기는 쉬운 듯하다. 네그론트의 영역에만 들어가면 나타나다니? 난 모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슬 준비를 하려던 찰나, 다시 모이드의 말이 들려왔다.

“공주도 참 무심하군. 해룡을 잡아오라니.”

“그러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도전하는 걸 보면 자네에게 중요한 일인 듯하군.”

“예.”

인터넷에 알려진 정보로는 아직 내가 있는 지역으로 넘어온 사람이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재훈이 녀석이 최초일 수도 있었는데, 길드도 있는 주제에 자신만 알고 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덕분에 내가 이렇게 올 수 있는 거지만.

“무리하지 말게.”

“걱정하지 마세요.”

난 그 말을 끝으로 모이드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가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어디까지 가야 되는지 알 수가 없었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해 모이드가 가리킨 방향으로 나아갔고, 그렇게 2~3시간 정도 지나자 새로운 메시지 창이 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띠링!~ '바다의 군주 네그론트'의 영역으로 들어섰습니다.]

[경고! 네그론트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침입자를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지금 전력을 도망치지 않는다면 그의 분노를 사게 될 것입니다.]

‘이제 영역 안으로 들어섰군.’

비록 바다 속에서 움직이는 거지만 내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이동 속도가 그대로 적용되는 탓이기도 한데, 현재 내 이동 속도를 수치로 계산하면 2천이 넘었다. 또 그런 속도로 2~3시간이 걸렸으니 네그론트의 영역도 어지간히 멀리 있는 듯했다.

[아직도 네그론트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해 네그론트가 분노하였습니다.]

[20초 뒤, 네그론트가 등장합니다.]

“20초?”

녀석이 어디에 있기에 20초밖에 안 걸리지?

의아한 난 고개를 돌려보았고, 이내 저 멀리서 뭔가 거대한 것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꽤 크네.’

물론 데로나크보다는 작았지만 무시할 정도도 아니었다. 거기다 내 예상은 뱀처럼 생긴 놈일 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 전혀 달랐다. 용과 흡사한 외형에 등과 꼬리에는 두꺼운 지느러미가 붙어 있었고, 해양 마물답지 않게 네발까지 달려 있었다.

단순히 날개만 없다 뿐이지 그냥 드래곤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러면 내 예상과 다른데…….’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바다의 군주 네그론트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칭호 교체. 소환.”

아직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시지는 전투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난 개의치 않고 칭호를 교체해 아르넬라를 소환하자마자 생각하고 있던 것을 실행시켰다.

“공간 변화!”

파밧!-

바다 속에서도 스킬은 사용할 수 있는지 아르넬라는 곧장 공간 변화를 사용해 바다 속인 이곳을 빙판이 깔린 지상으로 변화시켰다. 덕분에 지상으로 내려온 나는 나와 같이 빙판 위에 선 네그론트를 바라보았다.

‘원래 계획은 해양 마물을 지상으로 끌어내서 싸우는 거였는데.’

고개를 올려 쳐다보니 바다 속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듯이 날 노려보는 네그론트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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