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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202화 (202/211)

00202  第 43 話  =========================================================================

第 43 話 “62일째”

‘일단 퀘스트는 받긴 했는데…….’

현금 거래창에 유니크 재료가 있으려나?

여기서 대놓고 페톤과 네그론트를 잡으러 갈 생각은 없었다. 방법이 없다면 잡으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지금 당장은 현금 거래창을 뒤져보는 편이 빠르고 편했다.

“현금 거래창 소환.”

파밧-

그렇게 현금 거래창을 소환한 나는 가격이 제일 높은 순서대로 살펴보았다. 가격은 어처구니없게도 9천만 원짜리 아이템이 있었는데, 살펴보니 5강까지 강화된 프로니아 왕국의 보물이었다.

악마왕을 잡고 획득한 보물을 5강까지 해서 현금 거래창에 올린 것이다.

“이걸 왜 올리지?”

무려 유니크 아이템에다 부적 계열이다. 아이템 창에 지니고만 있어도 효과가 발휘되는 부적 계열. 또 유니크 아이템답게 효과도 그럭저럭 괜찮은지라 올린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팟-

어? 없어졌네.

아무래도 올린 시간이 다 된 듯싶다. 9천만 원이나 하는 아이템을 구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어쨌든 이젠 없어져 버린 아이템에게서 시선을 뗀 나는 하나씩 물품을 살펴보며 유니크 재료를 찾았고, 이내 하나의 재료를 찾아낼 수 있었다.

[용의 이빨] (Unique)

설명:그 무엇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함을 자랑하는 용의 이빨. 특히나 용의 이빨에는 용족 고유의 마력이 깃들어 있어 어떤 물품을 제작해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다만 고유의 마력이 용의 이빨을 보호하는 탓에 평범한 방법으로는 제련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재료 가치 200.

‘있긴 있군.’

유니크 재료.

다만 밑에 적힌 가격을 보니 정확하게 1,250만 원이다. 또 가격을 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도 파악이 가능했는데, 아마도 명품관 상자에서 이 재료가 나와 다시 원가에 팔려고 하는 듯했다.

“1,250만 원이면 비싼 가격이긴 한데…….”

재료 치고는 비싼 금액이긴 하지만 내가 모이드에게 얻은 바다의 눈을 팔아버린다면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벌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더군다나 모이드에게 남아 있는 바다의 눈은 아직도 100여 개 정도 있는 상황이니 난 망설이지 않고 용의 이빨을 구매했다.

[현금 거래 아이템. '용의 이빨'을 구매하셨습니다.]

[구매한 금액. 12,500,000원이 자동으로 출금됩니다.]

‘잘 먹고 잘 살아라.’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내 돈 1천만 원을 가져간 녀석에게 그 말을 한 나는 다시 모이드가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자 모이드와 니르티스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런 이야기도 안으로 들어선 나로 인해 중단되고 말았다.

“음? 무슨 일인가?”

“재료를 가져왔거든요.”

그 대답과 함께 아이템 창에서 용의 이빨을 꺼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군.”

“그러게요.”

어중간한 내 대답에도 모이드는 개의치 않았다. 아무래도 NPC에 불과한 모이드였기에 어떤 경로로 재료를 구해왔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어디…… 오, 이건 용의 이빨이 아닌가?”

‘근데 모이드가 용의 이빨을 제련할 수 있을까?’

잠깐 용의 이빨의 대한 설명을 떠올려보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제련이 불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뭔가 특별한 방법이 필요할 거 같은데 모이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NPC 의뢰를 완료했습니다.]

[모이드와의 호감도가 40 상승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네. 어쩌면 자네 무기보다 더 뛰어난 무기를 만들 수 있겠어.”

응? 무기?

“아니, 방패로 만들어야죠.”

“방패? 아, 그러고 보니 자네는 방패를 원했지.”

내심 무기를 만들고 싶었는지 모이드의 표정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바꿔줄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유니크 무기만 세 개를 가지고 있는 내가 미쳤다고 무기를 만들게 하겠는가? 그야말로 돈을 버리는 짓과 다름없었다.

“하는 수 없군. 자네가 가져온 재료니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겠네.”

“제련은 할 수 있는 건가요?”

“확실히 용의 이빨은 제련하기가 힘든 물품 중 하나지. 걱정하지는 말게. 실망하지 않게 만들어줄 테니.”

내게 그 대답을 한 모이드는 제작에 필요한 망치와 모루를 꺼냈는데 둘 다 평범하지는 않았다. 황금색 망치에서는 푸른색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모루에서는 푸른색 불꽃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레어 망치를 가지고는 있지만…….’

저 망치와는 비교조차 되지 못할 거 같았다.

유니크 아이템인가?

어쨌거나 유니크 아이템이라 추측되는 망치와 모루를 꺼낸 모이드는 내 용의 이빨을 모루 위에 올리고는 열심히 망치를 두들겼다. 그리고 나와 같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니르티스의 감탄하는 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다.

“와, 모이드 할아버지가 저 장비를 꺼내는 건 오랜만에 봐요.”

“보통은 안 꺼내나 봐요?”

“전사들이 가져오는 재료에는 과분하다면서 절대 쓰지 않아요. 반대로 말하자면 루딘 님이 가져오신 재료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소리에요.”

깡, 깡, 깡!-

그런 니르티스의 말을 들으며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으니 모이드는 몇 개의 재료를 추가로 더 넣고는 다시 망치질을 시작했다. 또 제작하는 과정은 플레이어와 다르지 않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루 위에 올려둔 재료에서는 빛이 생겨나 곧이어 커다란 방패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방패다.’

유니크 재료인 용의 이빨로 만든 방패.

내가 기대어린 눈빛으로 모이드를 바라보고 있을 때, 제작에 힘쓴 모이드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방패를 바라보았다.

“다 됐군. 자네 무기와도 견줄 정도의 방패네.”

내 무기와 견줄 정도면 이 방패 등급도 유니크라는 말이다. 보통 유니크 재료 하나로 그에 맞는 등급의 물품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지만 모이드는 실력이 뛰어난 탓인지 아님 장비가 좋은 탓인지 무리 없이 만들어낸 느낌이었다.

“보게나.”

“예.”

아무튼 난 기대되는 심정으로 용의 이빨로 만든 방패를 확인했다.

[용의 이빨] (Unique)

설명:용의 이빨로 만들어진 방패. 평범한 방법으로는 제련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용의 이빨이지만 해신족의 장인은 고대의 힘이 깃든 망치와 모루를 사용해 제련에 성공하고 말았다. 또한 그 영향으로 방패에는 용의 마력과 해신족의 마력이 서로 섞여버린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져 원래 용의 이빨로 만들 수 있는 방패보다 한층 더 뛰어난 작품이 탄생하고 말았다.

<근력(80), 민첩(60), 체력(80), 마력(80)>

<물 속성 저항력 5%>

방어력:500  마법 방어력:450

내구력:200/200

*방패로 방어 시, 모든 데미지 500 감소.

*방패 관련 스킬 효과 10% 상승.

*초당 100씩 회복하는 보호막 자동 생성(최대 1,000).

‘이야…… 대단한데.’

유니크 재료를 건네줬으니 당연히 유니크 방패가 나올 거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이 정도로 뛰어난 방패가 나올 거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막말로 지금 이 방패를 들어도 10강까지 강화한 철벽 방패보다 더 높은 방어력을 지닐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조금 아쉽긴 하네.’

이 방패의 옵션도 만만치 않게 좋지만 철벽 방패는 그보다 더 뛰어났다. 방패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생명력을 회복하고, 적을 죽일 때마다 지구력을 회복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그 옵션으로 다수의 적을 보다 효과적으로 상대했던 나에게 있어 지금 이 방패는 뭔가 사용하기가 꺼림칙했다.

‘뭐, 두 개 다 들고 다니면 되겠지.’

평소에는 용의 이빨 방패를 쓰고,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에는 철벽 방패로 바꿔 상대하면 될 거라 생각한 나는 이내 조용히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모이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대단한 방패네요. 솔직히 이 정도까지는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하핫! 나 역시 모처럼 좋은 무구를 만들게 되어 기쁘네.”

호감도가 확 올라간 탓인지 호쾌하게 웃어 보이는 모이드였다. 그보다 이런 방패를 만들었으니 이제 해신족 전체에 소문이 퍼지겠지? 이 퀘스트를 수락해 현금까지 쓴 것도 3층에 있는 녀석들에게 인정을 받아 저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철커덕-

‘음?’

문득,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곳을 확인해보니 한 명의 여성 해신족과 날 여기까지 데려다준 전사들이 줄지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누구지?

“모이드. 이곳에 용의 이빨을 가져온 인간이 있다던데 사실인가?”

‘뭐야? 무슨 소문이 이리 빨리 퍼져?’

아무리 퀘스트 보상이라지만 이건 너무 빨랐다. 아니, 물론 언제 오는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좋지만 뜬금없기도 한 이 상황에 잠시 멍한 난 천천히 내게로 시선을 향하는 해신족의 여성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의외로 예쁘다고 해야 되나, 기품 있다고 해야 되나.’

인간과는 다른 외모. 피부색부터 시작해 생김새와 비늘까지 보면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건 옆에 니르티스를 볼 때까지만 해도 변함이 없었지만 앞에 있는 여성은 그런 내 생각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자네가 그 인간인가 보군.”

찰랑이는 푸른색 머리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모습. 장신구까지 착용한 그녀의 복장은 1층에 있는 해신족과 달랐으며 이목구비까지 뚜렷해 누구에게도 미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표정과 눈빛.

마치 높은 사람이 자연스레 아랫사람을 쳐다보는 듯한 그 눈빛과 특유의 분위기로 인해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해신족이었다.

“예, 루딘입니다.”

“루딘인가. 잠시 그대와 할 이야기가 있으니 따라오도록 해라.”

“……그러죠.”

솔직히 명령조의 말투라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아쉬운 건 나였다. 어떻게든 인정을 받아 저택을 구매해야 되는 내게 있어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밖에서 기다리겠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 해신족 여성은 밖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한 뒤, 다시 건물 밖으로 나갔다. 또 그 여성이 나가자마자 옆에 있던 모이드와 니르티스를 자신들의 일처럼 떠들기 시작했다.

“루딘 님! 이건 기회에요!”

“동의하네. 설마하니 공주가 내려올 줄은 몰랐어.”

공주?

“방금 그 해신족이 공주였어요?”

“우리 해신족의 두 번째 공주인 네르피아 님이시지. 이야기만 잘한다면 자네가 원하는 대로 이곳에서 지낼 수 있을지도 몰라.”

“예, 어서 가보세요.”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편하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그들의 바람대로 네르피아라는 공주가 기다리는 밖으로 향했다. 그 공주는 밖으로 나온 나를 한번 확인하더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난 양옆에 전사들을 대동한 채 공주를 따라갔다.

저벅- 저벅-

‘이야기는 도착한 뒤에나 할 생각인가?’

근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지?

일부러 장소까지 옮길 정도면 가벼운 이야기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2층으로 올라선 나는 대충 여기서 이야기를 나눌 거라 생각했지만 공주는 멈추지 않은 채 곧장 3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따라가라.”

‘전사들은 3층으로 가지 않는 건가?’

해신족 전사들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걸음을 멈췄다. 전사들이 올라올 수 있는 곳은 2층이 끝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올라가지 않는 것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이곳이 3층이로군.

둘러보니 꽤 화려한 곳이었다. 1층이 무슨 시장 바닥 같은 분위기라면 3층은 실제로 왕성과도 같은 고풍스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주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장식품을 감상하며 공주를 따라간 난 결국 어느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들었다. 용의 이빨을 구한 자. 실제로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겠지?”

“……없진 않죠.”

없다고 하면 이야기 진행이 안 될 거 같은지라 일단 그런 식으로 대답했다.

“그럼 인간 세계에서 자네의 실력은 상당한 편이겠군.”

‘상당하다 뿐일까.’

인간 세계에서의 내 실력. 반대로 말하자면 NPC들이 생각하는 내 위치일 수도 있었다. 거기서 NPC들은 날 영웅이라 부르고 있으니 상당하다는 말로도 부족할지 몰랐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용의 힘이 필요하다.”

“무슨 말이에요?”

“……설명은 해줄 수 없다. 하지만 용의 힘을 가져다주면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도록 하지.”

[NPC 의뢰가 생겨났습니다.]

곤란한 표정을 보니 뭔가 있을 거 같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었다. 어째서 용의 힘이 필요한 걸까? 거기에 대해 궁금하기는 했지만 일단 생겨난 퀘스트부터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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