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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201화 (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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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43 話 “62일째”

“어쨌든 만나게 돼서 반갑군. 모이드라고 하네.”

“루딘입니다.”

“그래, 인간이 우리 해신족이 사용하는 무기에 관심이 있는 줄 몰랐군. 어떤 무기를 원하나?”

‘무기라고 해봤자…….’

상점에서 파는 무기 중에 좋은 게 있을지 의문이다. 그럭저럭 쓸만한 무기는 있겠지만 내 수준에서 사용할 정도의 무기는 아마 없지 않을까? 다만 다른 종족이 판매하는 무기는 궁금했기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는 나였다.

“일단 가장 좋은 무기부터 보고 싶네요.”

“가장 좋은 무기? 겉보기와 다르게 대담한 말을 하는군.”

다시 생각해보니 해석하기에 따라 불쾌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뜬금없이 다른 종족의 누군가가 나타나 가장 좋은 무기를 보여달라니? 어떻게 보면 무기를 평가한다는 느낌마저 들 수도 있었으나 모이드는 잠자코 옆에 놓인 창을 집어 내게 내밀었다.

“보게나.”

[장인이 만든 해신족의 창] (Magic)

설명:해신족의 장인이 만든 창. 단단한 갑각류의 마물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창은 오로지 찌르기에만 특화되어 있다.

<근력(30), 민첩(15)>

공격력:300  마법 공격력:30

내구력:50/50

*관통 확률 30p 상승.

‘음? 의외로 괜찮은데?’

무기 등급은 매직급이지만 공격력만큼은 레어급 정도로 높았다. 거기다 플레이어라면 대부분 선호하는 관통 확률 옵션까지. 어떻게 보면 매직급 중에서 최상위에 들어갈 무기일지도 몰랐다.

“좋은데요?”

“그럼 살 텐가?”

“그건 아니고요.”

아무리 이 무기가 좋다고는 하지만 매직급 무기가 아니던가? 이미 유니크 무기들로 무장하고 있는 나로서는 구매할 생각이 없었다.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무기가 튀어나온 탓에 조금 놀랐을 뿐이다. 그리고 내 표정을 본 모이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표정을 보고 짐작은 했네. 아무래도 인간 세계에서는 이런 무기가 조금 뛰어난 정도에 속하는 모양이군.”

단순히 상점 아이템과 비교하자면 이 창이 월등히 좋다. 좋지만 플레이어가 만드는 무기와 비교하면 어떨지는 몰랐다.

“혹시 자네가 가진 무기를 볼 수 있겠나?”

무기에 대한 내 반응을 본 모이드는 되레 내가 가진 무기에 흥미를 가진 듯했다. 어쨌든 어려울 건 없는 부탁인지라 난 아이템 창에서 뇌룡의 포효를 꺼내 모이드에게 건네주었고, 모이드는 뇌룡의 포효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곧이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용의 뿔로 만든 거로군. 인간 세계에 이런 무기가 있을 줄이야.”

[모이드가 당신의 무기를 보고 감탄합니다.]

[모이드와의 호감도가 3 상승합니다.]

“할아버지 그 무기가 그렇게 좋은 거예요?”

“용의 뿔은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거니. 무기 자체도 놀랍지만 재료가 더 놀랍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어.”

거기까지 말한 모이드는 내게 뇌룡의 포효를 돌려줬다.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네. 그런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이런 창도 우습게 보일 만하지.”

“우습게 본 적은 없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자네의 무기를 보니 나 역시 그런 걸 만들고 싶군.”

“……만들고 싶다고요?”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난 다시 되물었다. 아까 보여줬던 뇌룡의 포효는 유니크 아이템. 동일한 등급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유니크 재료가 들어가야만 했다.

이곳에 유니크 재료가 있는 건가?

“사실 우리 해신족의 전사들은 자신이 직접 사냥한 마물로 무기를 만드네. 즉, 사용하는 무기가 강하면 강할수록 뛰어난 전사임을 증명하는 셈이지.”

“아, 예.”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가? 자네가 그에 해당하는 재료를 가져온다면 내 멋진 무기를 만들어주지.”

[NPC 의뢰가 생겨났습니다.]

무기를 괜히 보여줬나?

이번 의뢰는 보지 않고도 알 거 같았다. 내가 등급이 높은 재료를 가져온다면 모이드가 그 재료로 무기를 만들어주는 의뢰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뇌룡의 포효와 마탄 폭격기를 가진 나로서는 더 이상의 무기는 필요 없었다.

“차라리 방패는 안 되나요?”

“방패? 재료만 가져온다면 뭐든 만들어주겠네.”

[의뢰 내용이 변경되었습니다.]

뭔가 흔쾌히 허락하는 모이드였다. 반응을 보니 질 좋은 재료로 뭐라도 만들고 싶은 모양인 듯한데, 어차피 무기를 만들 거라면 내가 직접 만들어도 되니 방패와 같은 방어구 계열이 좋았다.

“의뢰 정보창.”

[해신족의 장인. 모이드의 마음에 들 재료를 구하자.]

설명:당신의 무기를 보고 감탄한 해신족의 장인. 모이드는 최소 당신의 무기와 대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무기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런 그를 돕고 싶다면 의뢰를 승낙하세요.

<퀘스트 수락:모이드의 호감도 5 상승.>

<퀘스트 거절:의뢰 소멸.>

<퀘스트 완료:모이드의 호감도 40 상승. 아이템(재료에 따른 장비). 해신족의 모든 이에게 소문이 퍼짐.>

<퀘스트 실패:모이드의 호감도 20 하락.>

‘간단하면서도 어렵네.’

이 의뢰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유니크 재료로 가져와야 될 듯하다. 유니크 재료가 얻기 쉬울까? 아니다. 레이드 보스를 잡아 나온 재료도 레어급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

“재료를 구하려면 어떻게 하죠?”

“그렇군. 자네 정도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움직이는 폭풍 페톤'이나 '바다의 군주 네그론트'는 잡아야 되겠지.”

“…….”

단지 듣기만 했을 뿐인데도 자연스레 레이드 보스가 떠올랐다. 게다가 모이드의 말을 들어보면 그 녀석들을 잡아야 유니크 재료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말했으니 지금껏 내가 잡았던 레이드 보스보다 훨씬 강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근데 바다의 군주요?”

“해룡이지.”

‘해룡?’

역시 해룡쯤 되니 바다의 군주라는 타이틀도 붙는 모양이었다.

“움직이는 폭풍은요?”

“거대한 물고기지. 크기가 이 신전을 한입에 집어삼킬 정도네.”

“…….”

참고로 말하자면 이 신전은 하르페 제국의 왕성보다도 컸다. 그런 신전을 한입에 집어삼킬 정도면 대체 얼마나 큰 크기라는 걸까? 어쨌거나 둘 다 내가 상대하기가 힘든 보스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반응을 보니 힘든 모양이군.”

“예, 적어도 바다 속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해볼 텐데.”

“아, 그러고 보니 자네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깜빡했네.”

새삼스레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모이드는 잠시 아래쪽에 위치한 서랍을 뒤져 어떤 구슬을 꺼냈다.

“이 구슬은 전에 발견한 특별한 돌멩이를 가공해 만든 거네. 우리 해신족에게는 필요가 없지만 인간인 자네에게는 필요할지 모르겠군.”

[바다의 눈] (Magic)

설명:바다 깊은 곳에서만 캘 수 있는 특수한 광석. 스스로 공기를 만들어내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만일 이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면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마력(20)>

내구력:30/30

*물속에서 호흡 가능.

‘어? 수중 호흡 아이템?’

그리고 설명을 읽어보니 부적 계열의 아이템이었다. 투구가 아닌 부적에 이런 옵션이 붙다니? 친구 재훈의 이야기로 수중 호흡 아이템이 비싼 값에 거래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곧장 모이드에게 물어보았다.

“이 구슬 몇 개 있나요?”

“음? 꽤 많이 있네. 할 일이 없어 심심할 때마다 가공을 했으니.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는가?”

“아…… 인간 세계에 잘 팔릴 거 같아서요.”

잠시 고민한 나였지만 이내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잘하지도 못하는 사기를 쳐서 들키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탓이다. 또 이런 내 대답에 모이드는 이해했다는 듯이 끄덕이며 가지고 있는 개수를 대략 말해줬다.

“못해도 200개 정도는 있는 듯하군. 전부 사겠는가?”

200개?!

200개면 대체 얼마를 벌 수 있는 거지? 가격이 싸다면 10만 원 정도에 팔아도 2천만 원에 해당하는 돈이 벌린다. 하지만 수중 호흡 아이템의 시세가 그 이상이라면 2천만 원 그 이상의 돈을 버는 것도 가능했다.

“전부 구매할 수 있나요?”

“말했듯이 우리 해신족에게는 필요가 없네. 문제는 구매할 대가겠군.”

‘……대가?’

골드로는 안 되나? 지금까지는 골드로 모든 것을 해결했지만 이번만은 확신할 수 없었다. 다른 종족과 거래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게임이니 골드로도 될 거라 생각한 나는 아이템 창에서 1골드를 꺼내 보여줬다.

“이런 걸로는 안 되나요?”

“금이로군. 안타깝지만 우린 그런 걸 모으는 취미가 없어.”

‘아, 미친.’

골드가 안 먹힐 줄이야.

덧붙여 일이 이렇게 되면 곤란해지는 건 나였다. 되도록 이곳에 살 수 있는 집까지 마련해 자유로운 이동까지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골드가 먹히지 않는다면 집조차 물 건너간 셈이 되니 말이다.

“그럼 어떻게 교환하는데요?”

“보통은 채집이나 사냥으로 얻은 걸 교환하는 식이지. 각종 재료를 교환한다고 해도 되겠군.”

‘재료?’

재료라면 나도 몇 개 가지고 있었다. 레벨 100을 찍을 동안 몬스터에게서 재료 하나 얻지 못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재료라는 말에 아이템 창을 연 나는 이때까지 사냥하면서 모은 재료를 전부 꺼냈다.

“이걸로 교환할 수 있다는 말이죠?”

“오? 이건 썬더 크랩 껍질이 아닌가? 잡기 힘든 녀석이었을 텐데.”

꺼낸 재료는 모두 합쳐 20~30여 개 정도였다. 몬스터를 잡아도 무조건 재료를 주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밖에 모으지 못했지만 모이드는 재료를 훑어보고는 이내 만족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 정도면 되겠군. 내가 가진 돌멩이의 절반을 주도록 하지.”

“정말요?”

“어차피 우리에게는 쓸모도 없는 거니까. 그에 비해 이것들은 나름 유용하게 쓸 수 있어.”

비록 절반이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좋았다. 쓰지도 않은 재료를 가지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뒤로 모이드는 가지고 있던 돌멩이의 절반인 103개를 건네주었고, 난 아이템 창 개수의 한계로 캐쉬 아이템인 원격 은행 이용권을 사용해 돌멩이의 대부분을 은행에다 넣었다.

애당초 이 돌멩이를 팔기 위해서는 은행으로 가야만 하니 맡겨놓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나저나 은행으로 가면 여긴 어떻게 돌아오지?’

일단 나가버리면 입구를 열지 못하니 다시는 들어올 수 없다. 내가 탐색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입구를 여는데 필요한 아이템이 뭔지도 몰랐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후, 저택만 구매할 수 있다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에 은행이 있을 리가 없을 듯했다. 돈도 취급하지 않는 이곳에서 무슨 은행이란 말인가?

“또 다른 문제가 있는가? 표정이 좋지 않군.”

“혹시 제가 이 신전에서 살 수 있을까요?”

“어? 루딘 님. 설마 이곳에서 지내시려고요?”

“무리네. 인간인 자네가 해신족만 살고 있는 이 신전에서 지내다니. 아마 3층 이상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반대할 게 분명해.”

‘3층?’

그러고 보니 2층은 전사들만 갈 수 있는 곳이라 했다. 그렇다면 3층은 대체 뭘까?

“3층은 어떤 곳이에요?”

“보다 용의 피를 이은 해신족이 지내는 곳이지. 우린 용의 피가 옅어 몸을 변형시키지 못하지만 그들은 몸을 변형시키는 것까지 가능한…… 어떻게 보면 진정한 해신족들이지.”

“할아버지. 그, 루딘 님도 전사가 된다면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내 생각에는 전사가 되더라도 불가능할 거 같다.”

전사가 되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지만 역시 저택을 구매하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3층에 있는 녀석들이 반대한다고 했으니 그들을 설득시키면 가능할 것도 같지만 문제는 올라갈 수 없다는 정도?

괜히 억지로 올라가다가 쫓겨나면 결계 때문에 다시는 들어오지 못할지도 몰랐다.

난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뒤, 모이드에게 말했다.

“일단 3층에 있는 해신족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네요.”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일이 해결될 테지. 음? 아, 괜히 어렵게 생각했군.”

그때 뭔가 떠오른 게 있는지 모이드는 대뜸 이런 말을 꺼냈다.

“조금 전에 했던 이야기대로 재료를 찾아오게. 뛰어난 재료일수록 3층에 있는 녀석들도 자네 소문을 듣고 내려올지 모르네.”

‘뛰어난 재료라면…….’

보나마나 유니크 재료다. 게다가 퀘스트 보상에는 해신족 모든 이에게 소문이 퍼진다고 했으니 3층에 있는 녀석들의 귀에도 닿을지도 몰랐다. 여기서 제일 간단한 방법은 현금으로 유니크 재료를 구매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움직이는 폭풍인지 뭔지 하는 물고기랑 바다의 군주인 해룡 중 한 마리를 골라 잡아야만 했다.

결국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어떻게 하겠는가? 자네가 사용하는 무기 정도의 재료를 구해올 수만 있다면 3층에 있는 녀석들도 인정을 해줄지 모르지.”

“……구해와야죠.”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나로서는 모이드가 주는 퀘스트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의뢰를 받았습니다. '해신족의 장인. 모이드의 마음에 들 재료를 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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