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8 第 42 話 =========================================================================
第 42 話 “60일째”
‘누구지?’
훤칠한 외모를 가진 플레이어. 뭐, 황혼에서는 못생긴 사람이 거의 없었으니 오히려 평범한 외모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쪽으로 다가온 플레이어는 내가 아닌 유아에게 볼일이 있는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물어볼 게 있는데 시간 좀 괜찮으십니까?”
“예? 누구세요?”
“제온이라 합니다. 조금 전에 루딘 님과 함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제온?’
제온이라면 결투장 실력전 1위이자, 이번 이벤트에 적어도 두 개 이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플레이어였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아보다는 내게 볼 일이 있는 거 같았고, 덕분에 유아는 뭐라 대답하지 못한 채 잠깐 나를 바라보았다.
“혹시 그쪽이 루딘 님이십니까?”
덩달아 제온의 시선까지도 나를 향했지만 말이다.
“아닌데요?”
“정말 아니십니까?”
“예.”
대놓고 귀찮을 거 같아 일단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이유가 궁금하긴 했다. 실력전으로 붙자고 찾아온 건가? 그와 별개로 시나와 라즈는 옆에서 흥미롭게 지켜보다 이내 아니라고 부정하는 날 보며 대놓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혹시 파티를 맺을 수 있습니까?”
파티를 맺으면 서로 아이디를 확인할 수 있다. 아마 그걸 노리고 말한 거겠지만 지금의 난 아케인으로 바꿨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끄덕일 수 있었다.
“그러죠.”
이런 내 대답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제온은 곧이어 파티를 신청했고, 난 그 파티에 참여해 아이디를 보여줬다. 또 제온도 루딘이 아닌 아케인이라는 이름을 확인했는지 살짝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되레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루딘 님이 아니시군요.”
“아니라고 했는데…… 근데 루딘은 왜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호승심이죠. 그와 대결해보고 싶습니다.”
고작 대결이나 하자고 이런 스토커 짓을 하는 거였나?
“그런데 루딘 님을 모르십니까? 듣기로는 옆에 여자 분과 나갔다고 들었는데.”
“다른 사람과 착각한 거겠죠.”
난 거기까지 말하고는 유아를 데리고 다음 건물로 향했다. 다만 제온은 그런 우리들을 이상하게 쳐다보다 무슨 생각인지 천천히 따라오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의심을 완전히 지우진 못한 모양이었다.
‘쯧, 귀찮게 됐군.’
무시하면 조만간 떨어지려나?
“대결 받아주는 게 어때요?”
“시간 낭비에요.”
아무튼 다음 건물로 들어서니 몇몇 플레이어가 각종 스킬을 사용한 채 허수아비를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허수아비를 단 한 대만 때린 걸로 봐서 데미지를 측정하는 곳이 아닌가 싶었으나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누군가의 설명으로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근력을 측정하는 곳이군요.”
‘이젠 말까지 걸고 있네.’
옆에 선 제온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라즈의 목소리마저 들려왔다.
“근력 측정이요?”
“예. 각종 스킬을 사용해 근력을 최대한 높인 뒤, 저 허수아비를 때리는 간단한 게임입니다.”
“그럼 저희들은 안 되겠네요.”
“게다가 이 게임은 장비와 스킬까지 포함되는 탓에 웬만한 플레이어는 순위권에도 오르지 못하죠. 참고로 저도 순위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이 녀석은 언제부터 여기에 온 거야?’
말하는 걸 잠자코 들어보니 안 해본 게임이 없는 거 같다. 덧붙여 여기가 근력을 측정하는 곳이라면 여기 있는 누구도 순위권에 들지 못할 게 분명했다.
루딘이라면 모를까.
‘어디보자…….’
[레벨:90~99] [1위:룬도](2,415) [상품:매직 상자]
오, 2,400이나 넘다니.
루딘 레벨에 포함될 90대의 1위 성적은 생각했던 것보다 높았다. 나야 모든 아이템이 유니크와 레어였고, 거기다 10강까지 끝마쳤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 수치도 상당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도 근력에서는 내가 앞서는군.’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난 다시 몸을 돌렸다.
“다른 곳으로 가요.”
“예, 여기서는 할 게 없네요.”
내가 그런 식으로 그녀들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나서자, 잠시 지켜보고 있던 제온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아케인 님은 인기가 많으시군요. 이렇게 예쁜 세 분이랑 함께 하시고.”
“……?”
착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묘한 부러움까지 섞인 말투였다.
“제온 님도 인기가 많으실 거 같은데요?”
“하하, 아닙니다. 실제로는 인기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요? 어째서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군요.”
예상외로 시나가 제온에게 말을 걸며 이야기를 나눴다. 제온이 마음에 들었나? 잠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다음 건물로 들어선 나는 아까 라즈가 말했던 궁술과 관련된 곳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냈다.
“아자! 사격이다!”
‘사격은 어디서 하는 거지?’
둘러보니 다른 건물의 공간보다 훨씬 넓었고, 사방에는 뻥 뚫린 공간에 벽이 칸막이처럼 막혀 있었다. 거의 밖이라 착각될 만큼 넓은 공간이기도 했는데, 그 공간 앞에 서 있는 플레이어는 활에다 화살을 메긴 채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공간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나?’
어쨌든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뻥 뚫린 공간에 펼쳐진 벽에서 원판 같은 게 튀어나왔다.
“아악! 또 놓쳤어!”
“잘 보고 쏴!”
“말만 하지 말고 네가 쏴봐!”
“……생각보다 어렵겠는데?”
튀어나온 원판은 갑작스러운데다 속도조차 빨랐다. 그걸 본 나는 라즈에게 어렵겠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마치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듯이 대답했다.
“지켜보기나 해. 내 실력을 보여줄 테니까.”
“…….”
오냐, 지켜봐주마.
자신만만한 라즈의 모습에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본 난 대략 이곳 규칙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간단하게 원판 세 개 놓치면 끝나는 게임이다. 세 개 놓치면 그대로 게임이 끝나버리니 계속해서 원판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게임인 것이다.
그리고 라즈의 성적은 19개.
10위에 있는 플레이어 성적이 31개였으니 결코 잘한 성적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어렵네.”
“쯧.”
“뭐야, 그 눈빛은?!”
“유아 씨, 어떻게 하실래요?”
“해볼래요.”
대뜸 소리치는 라즈를 무시하며 유아에게 물어보자 그녀는 해보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문제는 이 다음이랄까? 활이라는 무기를 쓴 적이 없었는지 유아는 하필 라즈에게 활 사용법을 물어보았다.
“라즈 님. 활은 어떻게 쏴요?”
“아, 그건…….”
방금 전 라즈의 성적을 봤으면서도 가르쳐달라고 하다니.
‘일단 나도 해볼까.’
활이라면 전에 파괴화살을 습득했을 때 잠시 써봤던 적이 있었다. 그래도 아주 잠시 써본 거라 좋은 성적까지는 기대할 수 없지만 이대로 구경하는 것보다 낫겠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제온과 붙어 이야기를 나눴던 시나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이야기는 다 끝낸 건가?
‘그런데 표정이 왜 저래?’
무슨 일인지 시나는 화가 난 표정이었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보니 제온은 다른 플레이어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잠깐 떨어진 사이에 뭔가 좋지 않은 이야기가 오간 모양이었다.
“왜 그래요?”
“……대놓고 루딘 님을 무시해서요.”
“제온이요?”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시나였다. 덕분에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겠지만 어째서 시나가 화내는 걸까. 어찌 됐든 달리 해줄 말도 떠오르지 않았던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으나 오히려 시나의 화만 돋운 셈이 되었다.
“루딘 님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뭘 어떻게 해주길 원해요?”
“루딘으로 돌아가서 밟아버리시면 될 거 같아요.”
“실력전에서 1위를 한 상대를요?”
더군다나 난 실력전을 해본 적도 없었다. 어떤 형식인지 듣기는 했지만 실전을 수없이 치룬 제온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지도 몰랐다.
“결투장 말고 다른 걸로 붙으면 되지 않아요?”
“딱히 그러고 싶은 생각도 없는데…….”
실제로 무시당했다고 해도 직접 들은 게 아닌지라 아무렇지도 않았다. 만일 동요했다면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는 순간부터 동요했겠지. 안타깝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로 인해 황혼 밸런스가 망가졌다며 욕하는 글들이 많았다.
‘지들이 황혼 제작자도 아니고 말이야.’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을 때 활쏘기를 끝낸 유아와 라즈가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와~ 유아 님 대단하던데? 무려 12개나 맞췄어.”
“12개? 아쉽네.”
라즈가 19개 맞췄으니 그 이상을 맞추길 원했는데.
내심 아쉬운 내 속마음과는 별개로 즐거워하는 유아를 보니 그럭저럭 만족스럽긴 했다. 나야 시나와 이야기를 하느라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딱히 상품을 노리는 것도 아니었으니 별로 상관도 없고 말이다.
“응? 시나야. 왜 그래?”
“그게…….”
문득, 돌아온 유아는 시나의 표정을 보며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시나는 나와 유아를 보고는 무슨 생각이라도 떠올랐다는 듯이 제온과 나눴던 대화에 대해 말해줬는데 그 말을 들은 유아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 그런 일이 있었어?”
“넌 화나지도 않아?”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데.”
“난 그게 더 화가 나.”
‘에휴.’
물론 시나가 원하는 대로 제온과 대결도 할 수 있다. 직감을 사용하더라도 대결을 끝내자마자 접속을 종료하면 되니 문제될 건 없다는 뜻이다.
“유아 씨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유아가 원한다면 해줄 용의도 있다. 모처럼 즐기고 있는 유아였으니 그녀의 기분에 맞춰줄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유아는 내가 그런 질문을 할 줄 몰랐는지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전 괜찮으니 기원 씨가 원하는 대로 하세요.”
“그럴 때는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세요! 라고 말해야지!”
“하지만 난 실력을 보고 좋아한 게…….”
결국 주위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이리저리 떠드는 유아와 시나를 내버려둔 나는 옆에서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흥미롭게 지켜보는 라즈를 볼 수 있었다.
“이대로는 끝나지 않을 거 같은데 어쩔 거야?”
“내심 바라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 보고 싶기는 해. 영상에서의 네 실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잖아.”
‘여기서 물러나면 분위기는 어떠려나.’
아무리 생각해도 하하호호 웃으며 흘러갈 거 같지는 않았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절로 새어나오는 한숨과 함께 엘시크의 환영이동으로 플레이어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한 난 그대로 영혼 변환을 사용해 루딘으로 교체했다. 루딘으로 교체할 동안 아케인은 여전히 그녀들 사이에 서 있었으니 제온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의심할 일이 없었다.
“후.”
아무튼 성공적으로 루딘으로 바꾼 난 아직도 떠들고 있는 시나의 어깨에다 손을 올렸다.
“거기까지 해요.”
“에? 루딘 님? 어?”
시나는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나와 옆에 서 있는 아케인을 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이어 아케인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한 듯했다.
“분신을 남겨놓고 루딘으로 바꾸셨네요.”
“예, 그리고 저기 제온도 오네요.”
구경을 끝냈는지 이쪽으로 다가온 제온은 조금 전에 사라진 아케인으로 인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아케인 님이 사라지시던데 접속을 종료한 겁니까?”
“바쁜 일이 있어서 나갔어요.”
“그렇군요. 근데 저 분은 누구신지…….”
아케인이 사라지고 웬 이상한 녀석이 다시 나타나자 제온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어보려다 내가 입은 복장을 눈치챘는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루딘 님이십니까?”
“예, 그런데 무슨 일로…….”
“역시! 아, 전 제온이라 합니다. 괜찮다면 저와 대결해주지 주시지 않겠습니까?”
“……?”
나를 무시했다며 화냈던 시나의 말과는 다르게 제온의 태도는 아주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이지? 잠시 그 부분에 대해서 의아하긴 했지만 일단 나중에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대결이라면 결투장을 말하는 건가요?”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왕 이벤트에 참여하셨으니 여기서 붙는 건 어떻습니까?”
‘여기서?’
결투장에서 붙으면 몇 초 만에 끝날 거 같은데 여기서 붙자고 할 줄이야.
다만 이곳은 활을 쏘는 곳이니 다른 건물로 이동해서 붙을 가능성이 많았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동안 제온은 내가 고민한다고 생각했는지 재빨리 말을 덧붙였고 말이다.
“그저 순수하게 대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하신다면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한다고 해도…….”
“아뇨, 괜찮아요.”
아무리 이벤트 지역이 1~100번지 있다고 해도 사람이 없는 곳이 있을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없을 듯했다. 어찌 됐든 이곳에서 붙으면 사람들의 입에서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대답했다.
“그쪽이 자신 있는 걸로 붙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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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2일이 지나기 전에 올렸네요;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