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97화 (197/211)

00197  第 42 話  =========================================================================

第 42 話 “60일째”

‘……응?’

유아가 내뱉은 특정 단어에 잠깐 멈칫거린다. 유아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 거겠지만 나와 같이 그 단어를 들은 플레이어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놀란 채 시끄럽게 시작했다.

“루딘? 방금 루딘이라고 했지?”

“어? 설마 진짜 '그' 루딘이야?”

“이야~ 이곳에서 루딘의 실력을 직접 보게 될 줄이야.”

“…….”

뭔 실력?

왠지 모르게 돌아보기가 무섭다. 돌아보면 엄청 기대어린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지 않을까? 게다가 유아도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는지 미안하다는 표정을 보여줬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 내 상태로는 몇 개 막기 힘들 텐데.’

루딘! 루딘! 루딘!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뒤에서는 내 아이디를 외친 응원 아닌 응원이 들려왔다. 이대로 물러선다면 어떤 말이 오갈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잠깐 고민하던 난 문득 유아가 다가와 내 손을 잡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가요.”

“예? 하지만…….”

“억지로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유아는 내 직감에 대해 모르니 실력 또한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런 공놀이(?) 정도는 간단하게 할 거라 생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대뜸 이런 행동을 보이니 되레 내가 당황하고 말았다.

우~ 우~

“도망치지 마라!”

“어디서 루딘 행세를 하는 거야?!”

‘나참.’

본의 아니게 가짜 취급을 받으며 건물에서 나오자 유아는 대충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죄송해요. 루딘 님 아이디를 말하지 않는 건데.”

“아뇨, 저도 안일했어요.”

“지금 다른 캐릭으로 바꿀 수 있나요?”

“예.”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장 영혼 변환을 사용해 아케인으로 교체했다. 동시에 아케인의 레벨이 떠올랐는데, 만일 이대로 이벤트에 참여하면 30대 레벨로 진행할 듯했다.

“이제 사람들이 알아볼 일은 없겠네요.”

“뭐, 아마도요.”

루딘과 아케인은 외모부터 시작해 복장까지도 다르니 알아볼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아케인으로 바꾼 뒤, 다시 유아와 이벤트 지역을 돌아다닌 나는 들뜬 모습의 유아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유아 씨는 이런 거 좋아하세요?”

여기서 이런 거란 이벤트를 말하는 거였다.

“예, 평소에는 이런 곳에 온 적이 없었거든요.”

‘평소에는?’

애매하기 그지없는 대답이다. 아마도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걸 생각하기도 전에 유아는 어느 건물로 들어섰고, 이번에는 온몸이 회색으로 된 기사와 싸우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각각 자리 잡고 있었다.

챙!- 채앵!-

“몇 분 걸렸어?”

“저기 좀 봐! 3분 만에 끝냈어!”

난 전광판을 보며 떠드는 플레이어를 내버려둔 채 유아에게 물어보았다.

“여긴 뭐하는 곳이에요?”

“전투 기술이라 적혀 있던데요?”

“…….”

하필이면 왜 또 이런 곳에 온 걸까.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시 둘러보니 대충 어떤 곳인지 짐작이 갔다. 아마 기사와 싸워 최단 시간에 끝내는 사람이 순위에 올라가는 곳인 거 같았다. 그리고 자세히 바라보니 기사는 방어만 하고 있었고, 플레이어는 그런 기사를 향해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며 공격하는 것이 보였다.

“기원 씨도 해요.”

“……예.”

그래, 아케인으로 바꿨으니 의심할 사람도 없겠지.

단지 그것조차 알고 있는 유아의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유아와 함께 바로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안에서 한참 싸우고 있는 플레이어를 바라보고는 이어 전광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케인 레벨이 31이니까…….

[레벨:30~39] [1위:무적장인](2분 41초) [상품:매직 상자]

‘근데 1위 상품은 무조건 매직 상자인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NPC에게 물어봐야 될 거 같았다. 홈페이지에서도 자세히 알고 싶으면 NPC에게 물어보라 했으니 웬만한 정보는 NPC를 통해 알아낼 수 있을 듯했다.

“아, 시나에게 연락 왔어요.”

“의외로 빨리 접속했네요.”

“예, 죄송하지만 기원 씨 먼저 하세요.”

“이런 걸로 죄송할 필요는 없어요.”

먼저 진행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아무튼 안에서 싸우고 있던 플레이어는 슬슬 마무리를 했는데, 걸린 시간을 보니 정확히 4분 20초였다. 그 플레이어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전광판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니 순위권에도 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4분을 넘긴 시점에서 순위권은 물 건너갔지만.’

적어도 10위 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분 이내에 잡아야 했다. 그런데 무려 4분을 넘겨놓고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게 내심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어찌 됐든 다음으로 내 차례가 되자 이상할 만큼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나도 참…….’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지.

저벅-

[띠링!~ 현재 참여자의 레벨을 확인합니다.]

‘이건 또 뭐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메시지 알람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어 몇 개의 메시지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참여자의 레벨 31.]

[모든 능력치가 300으로 고정됩니다.]

[상대 기사의 모든 능력치는 10% 낮은 270으로 고정됩니다.]

[총 10여 대를 때리시면 전투는 종료됩니다.]

[사용하실 무기를 선택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검.”

그 뒤로 사용할 무기가 나열됐지만 살펴보니 가장 쓸 만한 무기가 검, 창, 둔기밖에 없었다. 물론 나열된 무기 중에는 단검도 있고, 채찍도 있지만 그나마 손에 익은 것이 검과 둔기였다. 거기서 둔기는 왠지 공격을 성공시키기가 어려울 거 같아 검으로 선택한 거지만 말이다.

-5초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5…… 2, 1.

이러나저러나 숫자의 카운터가 1초를 말하자 기사는 방어 자세를 취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재빨리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일단 밑에서 대각선으로 올려 베는 식의 공격을 시도했지만 기사는 아주 자연스럽게 내 검을 빗겨내 위로 쳐올렸다.

채앵-

‘이거 봐라?’

휘두른 검의 방향이 위쪽으로 향하고 있었던 탓에 내 검의 움직임이 잠시 내게서 벗어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이내 검을 다시 내리찍어 공격했지만 그 공격조차 어처구니없게 막아내는 기사였다.

‘이런 평범한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건데.’

방향을 틀어야 되나?

그렇게 한참을 공격하던 나는 힘을 줄인 채 머리 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당연히 기사는 그 공격을 손쉽게 막아냈지만 난 그렇게 튕겨져 나온 검에다 전력으로 힘을 줘 기사의 다리를 향해 억지로 방향을 틀어 공격했고, 그제야 한 번의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솔직히 이 공격도 내가 기사보다 민첩이 조금 더 높았기에 성공한 것이지, 만일 동일한 민첩을 지녔다면 성공하기가 힘들었을지도 몰랐다.

[공격을 1번 성공시켰습니다.]

‘몇 초 지났지?’

궁금하긴 해도 지금 당장은 알아볼 시간이 없다. 난 계속 그런 식으로 방향을 억지로 틀어 공격했지만 기사도 만만치 않은지라 5번은 해야 1번의 공격을 성공시킬 정도였다.

챙- 채챙!-

[공격을 10번 성공시켰습니다.]

[전투 기술 종료. 당신의 시간은 3분 24초입니다.]

‘와, 생각보다 힘드네.’

그건 그렇고 3분 24초라니?

당연하지만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난 전광판에 10위가 걸린 시간이 3분 2초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대련장에서 내려왔는데, 예상외의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 대충 한 거 아니에요?”

“너 정말 루딘 맞아?”

‘시나가 온 거야 그렇다 치지만…….’

내가 걸린 시간이 4분 정도였으니 그 사이에 온 모양이다. 다만 시나 옆에 서 있는 라즈만큼은 의외라고 할까? 내가 라즈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옆에 있던 시나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했다.

“접속하자마자 집에서 만났어요.”

“근데 어떻게 된 일이야? 설마 캐릭을 다시 키우는 건 아니지?”

“다시 키우기는.”

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라즈에게 악마왕을 잡고 나온 스킬로 이렇게 된 거라 말해줬다. 그런 내 대답에 라즈는 뭔가 감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금 전 대련에 대해 물어봤다.

“악마왕 스킬로 캐릭 하나를 더 만들었다는 건 알겠는데…… 저 성적은 뭐야?”

“준수한 성적이잖아.”

“아니, 악마왕 영상은 나도 봤거든. 그때의 움직임이라면 10초만에 끝내야 되는 거 아니야?”

10초는 개뿔.

모든 전광판을 둘러봐도 10초에 끝낸 이는 아무도 없다. 조금 의외라면 80대 레벨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온이라는 녀석인데, 그 녀석도 이 게임을 했는지 걸린 시간이 53초로 적혀져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70~100 부분은 전부 1분대로 끊었네.’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민첩도 달라져서 그런 건가? 확실히 레벨이 오를수록 걸린 시간은 짧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10초로 끊어줘?”

“……아니, 일부러 그러는 이유가 궁금해서.”

“매직 상자를 얻어서 어디다 써.”

어떻게 보면 3분 24초가 걸린 시간이 내 본연의 실력이라 할 수 있었다. 모든 움직임과 함께 공격 경로까지 머릿속에 들어오는 두 번째 직감을 사용하지 않은 내 본연의 실력. 그걸 모르는 그녀들은 그저 의아한 표정만 짓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 매직 상자 다섯 개 얻으면 레어 상자로 바꿔주는데?”

“응?”

“몰랐어? 그리고 레어 상자를 다섯 개 얻으면 유니크 상자로 바꿔줘. 또 유니크 상자를 다섯 개 얻으면 레전드 상자로 바꿔준다는 소문이 돌아서 지금 실력 있는 사람들은 다 참여하고 있잖아.”

“레전드 상자?”

잠시 생각해본다. 레전드 상자를 얻으려면 매직 상자를 몇 개 얻어야 될까?

‘125개?’

그 숫자를 생각한 난 어이가 없었다.

“절대 못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각 부분에서 125개를 1위해야 되는데, 어느 누가 그러겠는가? 반대로 말하면 이 이벤트에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도 100여 개는 된다는 뜻이겠지만 어찌 됐든 할 생각은 없었다.

“너라면 가능할 줄 알았는데.”

“…….”

라즈는 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건지.

“수고했어요.”

“유아 씨도 할 거죠?”

“예.”

고개를 끄덕인 유아는 대련장 위로 올라섰다. 그렇게 대련장 위로 올라선 유아는 전과 다르게 원래 쓰던 무기인 창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며칠 간 만나지 못한 라즈는 내게 궁금한 게 많았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악마왕 때 유니크 아이템이 많이 풀렸다고 들었는데, 너도 몇 개 얻었어?”

“세 개 얻었어.”

“와, 보여주면 안 돼?”

보여주긴 뭘 보여줘?

“그보다 매직 상자는 교환 안 되지?”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교환이 되면 레전드 아이템이 몇 개는 풀릴 걸?”

‘개인적으로 레전드 아이템 좀 보고 싶었는데.’

악마왕을 잡아 기여도, 공적치 부분에서 1등을 차지한 나였지만 레전드 아이템은 얻지 못했다. 그 이후로 홈페이지를 봐도 레전드 아이템을 얻었다는 사람이 없으니 단순히 월드 보스를 잡아서 나올 아이템이 아니라는 뜻인 듯했다.

‘그럼 월드 보스보다 더 높은 보스가 있다는 말인가?’

생각하던 도중, 문득 악마왕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부활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만일 완벽하게 부활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잠시 거기에 대해 생각한 난 어느 샌가 대련장에서 내려오는 유아를 볼 수 있었다.

“와, 대단해. 몇 초 걸린 거야?”

“7위네.”

“……?”

7위라는 말에 전광판을 보니 확실히 유아의 아이디가 적혀져 있었다.

[레벨:80~89] [7위:유아](1분 29초) [상품:50실버]

‘……확실히 유아의 실력이 좋긴 좋군.’

인정할 건 인정했다. 아이템이나 스킬과 같은 것을 제외한 순수 실력만큼은 유아가 나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때 옆에 있던 시나가 내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다시 해보는 게 어때요?”

“어째서요?”

“유아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 기회잖아요.”

이런 걸로 1등을 차지하면 그게 멋진 모습이 되려나? 왠지 그렇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 난 고개를 저으며 다음으로 시나나 라즈에게 권유했지만 둘은 근접 무기로 싸운 적이 없어서 그런지 거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각각의 전문 분야가 있으니까요.”

“난 사격하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도전해볼래.”

결국 전투 기술은 여기서 끝내기로 한 우리들은 건물에서 나오기로 했다. 이상하게 일행이 두 명에서 네 명으로 늘어났지만 이렇게 다닌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니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은 어디로 가려나.’

대충 둘러봐도 이벤트 지역은 상당히 넓었고, 넓은 만큼 건물들도 많았다. 내가 그 건물을 둘러보며 슬슬 걸음을 옮기려면 찰나, 웬 누군가가 드디어 발견했다는 표정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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