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6 第 42 話 =========================================================================
第 42 話 “60일째”
[수월한 전투 진행을 위해 '평화 모드'가 추가됩니다.]
[내용:지금까지의 황혼은 범위 스킬을 사용할 시, 의도치 않게 다른 이에게 피해가 주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거기에 대한 문의가 많았던 관계로 평화 모드를 추가했습니다. 평화 모드 상태에서는 같은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그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데미지를 줄 수 없으며, 당연히 정당방위 시스템도 뜨지 않습니다.]
“……이런 패치는 진작 할 것이지.”
한마디로 근처에 있는 플레이어를 신경 쓰지 않은 채 마음껏 공격을 날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건 길드가 없는 이들에게 반길만한 패치인 듯싶다. 길드가 있다면 던전에서 사냥해도 되고, 또 같은 길드원끼리는 공격을 해도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으니 나름 안심하며 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길드가 없는 이들은 자신의 파티원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조심해야만 했다. 정당방위 시스템으로 자칫 잘못하다간 자신을 포함한 같은 파티원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져 전멸당한 파티가 한둘이 아니라는 말도 언뜻 들은 거 같았다.
‘근데 어디서 들었더라?’
시나에게 들었나? 아무튼 난 패치 내용을 마저 읽어보았다.
[다만 상대방 측에서 평화 모드를 풀고 공격했을 경우에는 정당방위 시스템이 생겨나 공격한 플레이어와 그 플레이어가 소속된 파티까지도 평화 모드 상태에서 공격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응?”
패치는 이게 끝인가?
그 내용과 함께 평화 모드 명령어까지 읽은 나는 다음 패치를 찾아봤지만 의아하게도 패치는 평화 모드 하나밖에 없었다. 다만 그 패치와는 별개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혼! 오픈 60일 기념 이벤트!]
‘이벤트?’
딸각-
이벤트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린 난 그 글을 클릭해보았다. 생각해보니 황혼에서의 이벤트는 이번이 처음인 듯했다.
[황혼! 오픈 60일 기념 이벤트!]
[내용:지금까지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신 여러분에게 작게나마 보답하고자 이번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이름하여 '내가 바로 최강자다!' 입니다.]
“…….”
이상하게도 이벤트 이름을 들으니 기대치가 확 떨어지는 신기한 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오히려 이벤트보다 기획한 사람이 궁금해질 정도다. 게다가 그 단어를 보고 있자니 결투장을 통한 토너먼트를 떠올렸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이벤트였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특정 한 분야를 정해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드러내시면 됩니다. 근력이면 근력. 지능이면 지능. 이런 사소한 능력치부터 시작해 전투 기술. 마법 정확도. 제작 성능까지 각각 플레이어의 레벨대로 순위를 매겨 1~10위까지는 다양한 상품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토너먼트가 아니네.’
사실 토너먼트는 애매한 감이 없지 않았다. 황혼의 강함은 레벨보다는 스킬과 아이템으로 이뤄졌기 때문인데, 만일 토너먼트로 했다면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왔을 것이다.
또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이벤트가 훨씬 낫다고는 할 수 있지만…….
“대체 무슨 이벤트야?”
특정 분야를 정해 순위를 매기다니? 아직 이 내용만으로 어떤 이벤트인지 알 수 없었던 나는 좀 더 글을 읽어봤지만 역시나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보다 자세한 설명을 원하신다면 황혼에 접속한 뒤, '이벤트 참여'라는 명령어로 이동하실 수 있으니 그곳 NPC에게 설명을 들으시면 됩니다.]
‘거참.’
더럽게 불친절하네.
어쨌든 이벤트에 대해 알아보려면 황혼에 접속해야 될 듯하다. 그렇게 생각한 난 컴퓨터를 종료하고는 캡슐로 다가가 접속을 시도했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황혼에 접속한 현재 내 위치는 여전히 바다 속이었다. 내심 이 넓은 바다에 마을이 시룬 한 곳밖에 없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다른 마을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마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띠링!~ 황혼의 패치가 적용되었습니다.]
[적용된 패치에 따라 새로운 명령어가 생겼습니다.]
[평화 모드 전환.]
[이벤트 참여.]
대신에 현재 내가 지닌 능력치로도 상대하기가 힘든 이상한 몬스터들이 바글거린다고 할까? 대표적으로 썬더 크랩이라는 이상한 꽃게 비슷한 녀석이 있었는데, 녀석을 잡으려면 5분 동안 쉬지도 않고 때려야만 했다.
쿠와아아앙!-
‘음?’
문득, 익숙하면서도 불길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색이 일절 존재하지 않는 검은색 상어가 내게 접근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림자 상어라…….’
참고로 저 녀석도 잡기 힘든 몬스터 중 하나다. 주둥이만 공간을 도약해 물어뜯는 이상한 기술을 사용하는 탓인데, 내가 환영이동을 배우지 못했다면 이기기도 힘들 정도였다.
지금은 아니지만.
“엘시크의 환영이동. 물품 보관창.”
팟!-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그림자 상어를 본 나는 재빨리 새 개의 환영을 만들어내고는 아이템 창에서 마탄 폭격기를 꺼냈다. 그림자 상어를 상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금과 같이 환영을 앞세워 공격하는 것이다.
콰드득!-
‘쯧, 다시 봐도 미친 기술이군.’
그림자 상어의 몸은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는 반면, 머리 부분은 절단된 듯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모습이지만 그 잘려나간 머리는 몸통과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환영을 물어뜯고 있었다.
“속성 주입.”
[주입할 속성을 선택하여 주십…….]
“바람.”
일단 저 상어 주둥이 공격은 워낙 빠른데다 물리면 관통 데미지로 적용되는 탓에 그걸 최대한 피하면서 싸워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환영을 앞세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였다.
‘어쨌거나 죽어라!’
쾅쾅쾅쾅!-
[적중 데미지! 408.]
[적중 데미지…….]
그리고 이곳에서 싸우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현재 내가 착용하고 있는 4원소 목걸이의 효과. 속성 주입이었다. 이 속성 주입과 마탄 폭격기를 합치면 데미지 그 자체가 속성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데미지를 띄울 수 있었다.
이대로 10초 동안 쏘면 1만이 넘는 데미지!
덧붙여 환영이 하는 공격도 무시할 수 없었고, 그 환영이 모두 사라지면 다시 소환하는 식으로 전투를 펼친 나는 대략 3~4분 만에 그림자 상어를 잡을 수 있었다.
[전투 경험치 55,000 획득!]
‘대체 생명력이 얼마나 되는 건지.’
적어도 몇 만은 되는 거 같으니 웬만한 보스급이라 할 수 있었지만 나오는 아이템은 그리 좋지 않았다. E랭크 스킬북인 '그림자 이동'을 줬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 내 아이템 창에는 그 그림자 이동이 두 권이나 있었다.
‘아니, 오히려 E랭크 스킬북이니 좋을지도 모르지.’
E랭크 스킬은 사용해도 마나력과 지구력 소모가 적다. 나야 환영이동이 있으니 배우지 않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유아나 재훈에게 주면 될 거 같았다.
[친구 '유아'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유아?’
잠깐 유아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도중에 때마침 그녀에게서 연락이 온 것을 확인한 나는 곧장 그 대화를 수락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유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루딘 님. 어디세요?
“바다에 있어요.”
-예? 바다요?
뭐, 그냥 바다가 아니라 바다 속에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바다에 있다는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 유아는 다시 되물었고, 그런 유아의 반응에 난 작게 웃고는 연락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아, 같이 이벤트해요.
“……?”
이벤트?
이벤트를 하자는 유아의 말투가 묘하게 적극적인 거 같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애당초 이벤트에 참여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는 그림자 상어가 덤벼와 어쩔 수 없이 싸웠지만 녀석이 아니었다면 이미 이벤트에 참여했을지도 몰랐다.
“예, 지금 곧 이동할게요.”
-그럼 80번 지역에서 기다릴게요.
‘80번?’
80번 지역은 또 뭘까? 의아하긴 했지만 일단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오늘 패치로 생긴 명령어로 이벤트에 참여하려 했다.
“이벤트 참여.”
[이벤트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이벤트 참여 인원수에 따라 1~100번 지역 중에 한 곳으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몇 번 지역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유아가 말한 게 이거였군.’
“80번.”
[10초 뒤, 이벤트 지역 80번으로 이동합니다.]
파밧!-
메시지 내용대로 10초가 지나 새하얀 빛과 함께 이동된 난 뭔가 경쾌한 음악과 더불어 꽤 많은 수의 플레이어를 볼 수 있었다.
여기가 이벤트 지역인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때문인지 몰라도 둘러보니 꽤나 밝은 분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아마도 놀이동산? 그걸 연상케 할 정도로 주변에 배치된 건물은 알록달록했으며 근처에 돌아다니는 플레이어조차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루딘 님.”
그때 뒤에서 들려온 유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확인한 나는 웬일인지 시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보통 둘이 늘 붙어 있어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한 나로서는 의외의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시나는요?”
“일이 있다면서 나중에 접속한다고 했어요. 그보다 가요.”
“예? 아, 근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저기 있는 건물이요. 루딘 님이 오시기 전에 잠깐 둘러봤는데 재미있는 게 많았어요.”
“…….”
이런 걸 좋아했었나?
아무튼 유아의 손에 이끌려 어느 건물로 향한 곳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무기 방어라고 적힌 듯했다. 그리고 그 건물로 들어서자 건물 크기와 전혀 맞지 않을 상당한 크기의 공간이 나타났고, 또 그곳에는 대략 10~20명 정도의 플레이어가 뭔가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우와~ 저것 봐! 23개나 막았어!”
“그래도 1위는 안 되네.”
“레벨이 10~19였으면 1위도 할 수 있었을 텐데.”
‘23개? 1위?’
그런 플레이어의 시선을 따라 위쪽에 붙어 있는 전광판 비슷한 것을 쳐다보니 대략 레벨과 뭔가의 횟수. 마지막으로 순위가 적혀져 있었다.
[레벨:1~9] [1위:론론](17개) [상품:매직 상자]
[레벨:10~19] [1위…….]
‘아~ 레벨대로 순위를 매긴다는 말이 이거였군.’
현재 내 레벨은 98이니 90~99에 포함될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사냥했다면 레벨 100도 찍었을 테지만, 있지도 않은 마을을 찾는다고 이리저리 돌아다닌 탓에 사냥을 별로 하지 못한 상태였다.
“여긴 뭐하는 곳이에요?”
“저기 원 안에 들어가서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을 쳐내면 되는 게임이에요.”
살펴보니 원 안에 들어간 플레이어 한 명이 열심히 무기를 휘둘러 공을 쳐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공은 원 외각에 생겨나자마자 곧장 플레이어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저걸 어떻게 쳐내?’
공이 생겨나는 지점까지도 파악한다면 모를까, 보니까 앞쪽, 옆쪽, 뒤쪽, 심지어 위쪽에서도 공이 생겨나 떨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공이 직선으로 날아온다는 정도? 다만 공 크기가 거의 야구공 정도의 크기인지라 나도 저걸 쳐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저희도 해봐요.”
“음, 유아 씨. 레벨 몇이에요?”
“83이요.”
‘그럼 80대로군.’
난 다시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벨:80~89] [1위:제온](68개) [상품:매직 상자]
[레벨:90~99] [1위:아크](36개) [상품:매직 상자]
“제온?”
어디서 들어본 아이디인데…….
보아하니 다른 레벨대보다 압도적인 차이를 벌린 녀석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어본 아이디라 생각한 난 곧이어 제온이 누군지 떠올릴 수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저번 달 결투장에서 실력전 1위를 차지한 녀석인 듯했다.
‘그건 그렇고 68개라니.’
제온이 1등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 유아가 1등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저 먼저 할까요?”
“괜찮겠어요?”
“그럼요. 다녀올게요.”
아무렇지도 않게 밝게 웃는 그녀에게서 아주 잠깐 시선을 떼지 못했던 나는 재빨리 정신 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유아가 자신 있게 원 안으로 들어가며 무기를 고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둔기.”
‘둔기?’
원래 유아가 쓰는 무기는 창이었다. 물론 창으로 날아오는 공을 막아내는 게 쉽지 않을 테니 둔기로 정한 건 이해가 됐지만 처음 다루는 무기라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저 작은 원에서 벗어나면 안 되는 건가.’
원 안에 들어간 유아는 그보다 더 작은 원 안에 위치해 있었다. 아무래도 공을 피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놓은 듯했다.
-5초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5, 4, 3…….
그렇게 시간이 되자마자 원 외각에는 공이 차례대로 생겨나며 유아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고, 유아는 침착하게 날아오는 공을 쳐내고는 몸을 한 바퀴 돌아 생겨나는 공의 위치를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팡- 팡-
‘의외로 잘하네.’
공이 생겨날 때 작은 소리가 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공의 위치를 파악해 쳐낼 수는 없다. 순수하게 그녀의 실력이라는 뜻인데, 그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발견한 다른 플레이어들의 감탄하는 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다.
“와, 저 여자 뭐지?”
“너보다 훨씬 잘하네.”
“아니야! 아까는 방심해서 그렇다니까!”
“근데 누구지?”
퉁-
하지만 안타깝게도 뒤에서 생겨난 공이 바닥에 튕겨 날아온 것을 쳐내지 못한 유아는 그걸로 끝나고 말았지만 막아낸 횟수는 무려 27개였다.
또 27개면 상당한 개수다. 순위로 따지면 4위였기 때문이다.
‘아직 이벤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지금 순위도 가능한 거겠지만.’
나중에 본격적으로 플레이어들이 도전한다면 저 순위도 어떻게 될지 몰랐다. 어쨌든 무기 막기에서 멋진 성적을 거둔 유아는 밝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고, 그 미소 때문인지 몰라도 뒤에서는 아까와 다른 감탄이 들려오는 거 같았지만 애써 무시한 채 유아를 반겨줬다.
“어땠어요?”
“잘하시던데요.”
예의상 한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날아오는 공의 속도도 만만치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27개나 쳐냈으니 말이다. 또 내 대답을 들은 유아는 기분이 좋은 듯한 표정을 짓다 이내 내게도 해보라고 권유했다.
“이럴 게 아니라 루딘 님도 해보세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