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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93화 (193/211)

00193  第 41 話  =========================================================================

第 41 話 “58일째”

[화염의 갑옷이 발동됩니다.]

“화염의 갑옷.”

화륵-

“스킬을 왜 지금 써?”

“아, 들어가자마자 죽기는 싫거든.”

“은신까지 사용한 주제에.”

꺼지지 않는 화염 세트로 바꾸자마자 발동된 화염의 갑옷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망토의 은신이 발동됐을 때부터 계속 거짓말을 하려니 이것도 할 짓이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도 숨길 게 뭐가 이리 많은지.’

어쨌든 모든 화염 세트를 착용했으니 데미지는 보다 상승했을 테고, 수호의 화염 골렘으로 보스를 막아내며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준다면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한 나는 이내 보스가 있는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디잉~”

‘……저 녀석이 보스인가.’

[바다 푸딩의 왕(BOSS)]

확실히 딱 봐도 보스 같았다.

거의 집채만 한 크기. 아마 바다 푸딩에서 살이 뒤룩뒤룩 찐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그렇게 사람 10여 명은 거뜬히 삼킬 거 같은 바다 푸딩의 왕을 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재훈이 내게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싸워봐야지. 그보다 저 녀석 공격 안 해?”

“느낌상 비선공 보스 같았어.”

‘비선공? 보스가?’

비선공이라면 먼저 공격하기 전까지 별다른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마을 앞에 위치한 푸딩이 비선공 몬스터였다.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그냥 마을 앞을 돌아다니기만 할 뿐인데, 의외인 건 보스 중에 비선공은 거의 없다는 거였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니.’

그래도 선제공격을 할 수 있으니 조금은 유리할 듯했다.

“스킬 사용. 수호의 화염 골렘.”

쿠쿠쿵!-

모든 화염 세트를 착용해야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수호의 화염 골렘을 사용하자 내 앞에는 붉은색 불꽃이 인상적인 바위 덩어리가 솟아올라 골렘의 형상을 취했다. 그리고 그 골렘을 본 주연은 호들갑을 떨며 재훈에게 외쳤다.

“아, 오빠! 나 저거 악마왕 전투 영상에서 봤어!”

‘그야 그렇겠지.’

내가 입고 있는 장비를 화련이 착용해 사용했으니까.

또 바다 푸딩의 왕이 비선공 몬스터라면 이대로 골렘을 내보내는 것보다 공격 마법으로 타격을 입히는 게 좋았다.

“화염 광선.”

파밧!-

뭐, 아쉽게도 두 배 효과가 발동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랬다가는 끝도 없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바다 푸딩의 왕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 모르니 시험 삼아 공격해볼 필요가 있었다.

‘가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5,127.]

데미지는 그 자체는 낮지 않다. 하지만 내 화염 광선을 맞은 바다 푸딩의 왕은 동글동글한 눈매를 사납게 변화시키더니 분노한 듯 외쳤다.

“푸디잉! 푸디잉!”

[바다 푸딩의 왕과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공격.”

쿵!- 쿵!-

동시에 공격 명령을 받은 화염 골렘은 이 동굴 전체가 울릴 정도의 발소리를 내며 푸딩의 왕에게 달려들었다. 이제 저 화염 골렘이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저 골렘에게 탱커 역할을 맡길 거구나.”

“응, 그럭저럭 버티는 듯하니 우리도 슬슬 공격해보자.”

“나만 믿어.”

과연 믿어도 될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훈은 육중한 몸을 날리며 골렘을 공격하는 바다 푸딩의 왕에게 달려갔고, 주연도 번개의 정령을 소환해 추가 공격을 시도했다.

‘난 불꽃 화살로 공격해야 되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 둘에게 전부 맡길 수 없었던 난 다시 소환할 화염 골렘에 대비해 F랭크 스킬인 불꽃 화살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반대로 F랭크 스킬인 탓에 데미지 부분에서 의심스러웠다.

“……불꽃 화살.”

화륵-

그래, 써보면 알겠지.

생각과 함께 불꽃 화살을 사용한 나는 내 주위에 생겨난 두 발의 화살을 바다 푸딩의 왕에게 날렸다.

콰쾅!-

[스킬 데미지! 198.]

[스킬 데미지…….]

‘……그냥 화염 광선이 낫겠군.’

이러나저러나 여기까지만 보면 진행 상황은 무난한 거 같지만 바다 푸딩의 왕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푸디잉!”

[바다 푸딩의 왕이 근처에 있는 다수의 바다 푸딩을 소환합니다.]

“어? 어? 소환?”

당황하는 재훈과 마찬가지로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 곳곳에 파란색의 빛이 솟아오르며 바다 푸딩이 나타났다. 대충 10여 마리 정도? 또 그 숫자를 본 내 표정은 자연스레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재훈이 저 녀석이 바다 푸딩 세 마리도 제대로 막지 못한 걸 생각하면 더욱 더 그랬다.

“기원 오빠, 지금이라도 도망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잡아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그거야 잡을 가능성이 보일 때죠!”

지금은 잡을 가능성이 안 보인다는 건가?

다만 난 은신 상태였기 때문에 바다 푸딩의 시선은 골렘, 재훈, 주연에게만 향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파악한 나는 재빨리 골렘과 주연의 중간 사이로 이동하고는 습득한 스킬 중 하나를 사용했다.

“대폭발 화염.”

파밧!-

제발 이 공격으로 죽어야 될 텐데.

범위 계열의 대폭발 화염은 안타깝게도 1레벨이다. 하지만 세트 효과로 더해져 7레벨로 발동된 대폭발 화염을 사용하자 붉은색 마법진이 바닥 넓게 깔렸고, 다행히도 그 범위 안에는 모든 푸딩이 존재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곧이어 마법진에서는 엄청난 화염.

[스킬 데미지! 2,866.]

[스킬 데미지…….]

“푸딩! 푸딩!”

‘젠장.’

그러나 짜증나게도 바다 푸딩은 죽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사용하면 분명 잡을 수 있겠지만 상황은 또 그리 편하게만 흘러가지 않았다.

콰쾅!-

“기원아! 골렘 쓰러졌어!”

“스킬 사용. 수호의 화염 골렘. 대폭발 화염.”

쿠쿠쿵!-

쓰러진 수호의 화염 골렘을 다시 일으키며 대폭발 화염도 사용한다. 이때 남은 내 지구력은 고작 56.6%. 전투가 시작된 지 몇 분조차 되지 않은 이때 이 정도 지구력을 소모했다면 승산이 희박했다.

콰아아아앙!!-

어찌 됐든 골렘을 보스에게 붙이고 남은 바다 푸딩도 전부 해치운 나는 이놈의 보스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까지 마법으로 입힌 데미지를 생각하면 1만 정도는 준 거 같지만 왠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녀석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으니.’

다만 남은 지구력을 생각하면 화염 광선을 6번 날릴 수 있다. 6번이면 3만에 해당하는 데미지였기에 잘하면 잡을 가능성도 있을 거라 생각한 난 곧장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화염 광선!”

콰아아앙!!-

만일 이러고도 죽이지 못한다면 더는 가능성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훈과 주연이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주고 있지만 그게 큰 데미지라고는 생각하기가 힘드니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강화라도 하는 건데.’

강화를 한다면 화염 광선 데미지도 6~7천은 되지 않을까?

파바밧!-

‘……역시 안 될 거 같아.’

마지막 화염 광선은 두 배 효과까지 적용됐지만 이걸로 죽일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화염 광선을 도합 8번이나 맞았는데도 죽지 않는다면 저 푸딩의 생명력은 대체 얼마라는 걸까?

콰아아앙!!- 콰쾅!-

아무튼 그 화염 광선까지도 날린 나는 왼쪽 아래에 있는 메시지 창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역시나 경험치 관련 메시지는 없었다. 경험치가 올라오지 않았다는 뜻은 죽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한데, 앞을 바라보니 여전히 공격하는 바다 푸딩의 왕이 보였다.

“재훈아! 도망치자!”

“응? 왜?”

왜긴 왜야?!

“지구력이 부족해!”

“조금만 더 때리면 잡을 거 같은데…….”

지금껏 보스를 잡을 기회가 몇 번 없었던 재훈은 이대로 계속 공격하고 싶은지 아쉬운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만일 내가 공격하지 않고 재훈 혼자서 잡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지만 행여 화염 골렘이 쓰러지는 날에는 녀석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

“미안, 난 이대로 조금만 더 때려볼게!”

‘저게 미쳤나.’

아무리 화염 광선을 남발해 4만이 넘는 데미지를 줬다지만 바다 푸딩의 왕은 여전히 죽지 않았다. 단지 그것만 봐도 바다 푸딩의 왕은 기존 보스보다 강하다는 게 증명된 셈인데 저 녀석은 정신도 못 차리고 계속 공격하겠다는 헛소리만 하고 있었다.

“보스에게 한 대 맞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

“괜찮아! 느낌이 왔어!”

“…….”

느낌은 개뿔.

그 말에 확 짜증이 생겨난 나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보스에게 은신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지구력을 회복해 다시 공격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구력을 회복하려면 꽤 걸릴 텐데.’

아무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으니 예상대로 수호의 화염 골렘이 쓰러졌고, 그 뒤를 이어 바다 푸딩의 왕은 재훈에게로 몸을 돌렸다.

“푸디잉!”

[바다 푸딩의 왕이 바다의 물결을 사용합니다.]

푸우우우!-

바다의 물결이라고 해서 무슨 스킬인가 했더니 기존 바다 푸딩이 내뱉던 물줄기였다. 단지 크기가 어마어마한 바다 푸딩의 왕이 쓰니 그 스킬조차 남달랐다. 무슨 커다란 통나무 두께의 물줄기가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바다 푸딩의 왕이 내뱉은 물줄기에 맞은 재훈은 그대로 벽까지 밀려나 부딪치고 말았다.

콰앙!-

“커헉!”

‘내 저럴 줄 알았지.’

“생명의 회복!”

불행 중 다행히도 그 물줄기에 맞은 재훈은 죽지 않았다. 주연도 그 사실을 깨닫고는 재빨리 회복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바다 푸딩의 시선이 재훈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이상 살아날 길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바다 푸딩의 왕이 근처에 있는 다수의 바다 푸딩을 소환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망이 없는 전투에 소환까지 사용하는 바다 푸딩의 왕이었다. 소환된 바다 푸딩 중에 두 마리만 주연을 공격해도 전투는 끝나는 상황. 그때의 난 잠깐의 휴식으로 지구력을 8~9% 사이로 회복했지만 수호의 화염 골렘을 다시 소환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수치였다.

‘문제는 소환하더라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텐데.’

지구력 감소 효과를 적용받고 있더라도 수호의 화염 골렘은 지구력을 11.2% 소모한다. 사용하면 탈진 상태가 된다는 말이지만, 그것보다 단일 개체인 화염 골렘을 사용해도 여기 10여 마리의 푸딩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이기도 했다.

“하다못해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이라도 사용할 수 있…….”

파밧!-

[카르젠 왕국 병사를 소환합니다.]

응?

순간, 내 부름에 답하듯 주위로는 익숙한 모습의 병사 10여 명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병사를 본 난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지금의 난 아케인이 아니었나?

“기원 오빠!”

“아, 근처에 있는 모든 푸딩을 공격해!”

혼란스럽긴 했지만 이미 소환된 병사를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공격을 명령한 나는 상태 정보창을 열어 아이디를 확인했다.

[이름:아케인]

‘아케인이 맞는데.’

설마…….

루딘의 스킬과 공유할 수 있는 건가?

좀 더 확인해봐야 되겠지만 만일 공유가 가능하다면 내가 본 S랭크 스킬 중에 가장 좋을지도 몰랐다. 물론 아케인으로 사용한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은 루딘이 사용한 것에 비해 좋지 않았다.

루딘은 소환 능력치와 지휘 능력치가 있어 보다 더 강한 상태에서 소환할 수 있지만 아케인은 그런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 벌이로 소환한 것이니 그런 것까지 바랄 수는 없었다.

콰쾅!- 쾅!-

“크아악!”

“푸딩! 푸딩!”

“…….”

근데 병사들이 왜 저리 약해?

소환 능력치의 유무가 심한지 바다 푸딩에게도 허무하게 밀리는 병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병사들이 싸우는 그 사이에 재훈과 주연은 입구 쪽으로 피신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입구 쪽으로 향했다.

“후우, 그나저나 방금 그 스킬은 뭐였어?”

“뭐긴 뭐야, 소환 스킬이지. 또 내가 도망치자고 했지?”

“아…… 미안. 잡을 수 있을 줄 알았어.”

“다시는 그러지 마.”

녀석이 한 행동을 생각하면 짜증나긴 했지만 그와 반대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기에 거기까지만 말한 나였다. 지금은 잡을 수 있을 거라 큰소리를 친 재훈보다 각 캐릭마다 스킬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으니 말이다.

‘갑자기 생각할 게 늘었네.’

당장 시험해보고 싶지만 지구력도 없었고, 재훈과 주연도 곁에 있었던 만큼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 나는 다시 갈림길로 나와 소용돌이를 빠져나가는 다른 쪽 길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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