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2 第 41 話 =========================================================================
第 41 話 “58일째”
“네가 생각하는 그 푸딩 맞을 걸?”
‘이 녀석…….’
고작 푸딩 따위를 몬스터라 하다니.
덕분에 내가 생각하는 녀석의 실력은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재훈에게 이곳은 처음이 아니라는 것. 못해도 두 번째로 오는 거 같았으니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거라 믿으며 천천히 녀석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나갔다.
저벅- 저벅-
‘……어?’
그보다 좀 이상한 거 같은데.
걸음을 옮기는 도중, 잠시 이상한 느낌을 받은 난 귀를 기울였다. 의아하게도 들려오는 발소리가 재훈과 주연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거기에 관한 이유도 생각하다 이내 착용한 망토에 대해 떠올렸다.
분명 어둠마저 삼키는 장막에 있는 스킬이…….
“상세 정보. 어둠 장막.”
[A랭크 악마의 권능(어둠 장막) 효과] (LV30)
-어둠 속에서 사용 가능.
-어둠 속에서 모든 기척 차단.
-스킬 레벨 이하의 탐지 스킬을 무시.
-관통 확률 30p 상승.
-관통 공격력 300 상승.
-공격을 받을 시, 모든 데미지 300 감소.
-총 6번의 공격을 받을 때까지 효과 유지.
‘모든 기척 차단?’
내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이거 때문인가?
또 그 외에 설명을 읽어보면 기존 스킬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은신 계열 주제에 지속 시간이 없다는 점과 공격을 6번 받을 때까지 해제되지 않는다는 점. 단지 이것만으로도 망토의 가치는 상당할 듯했다.
‘만일 팔아버린다면 얼마나 할까.’
푸딩! 푸딩!
“왔다.”
아쉽게도 생각을 이어나가기도 전에 익숙한 푸딩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고개를 든 나는 무기를 꺼내 전투를 준비하는 재훈과 주연을 보며 나 역시 전투를 준비했다.
“기원아. 넌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지원해줘.”
“무리하지 말라고?”
녀석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나였지만 반대로 푸딩 따위를 진지하게 상대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아니, 지원이 필요한지도 의문이었던 난 곧이어 주연이 비추는 불빛 안으로 들어오는 바다 푸딩을 볼 수 있었다.
“푸딩!”
‘음.’
몸집은 마을 앞에 돌아다니는 푸딩보다 두 배 이상 크다. 거의 허리까지 올 정도의 크기를 지닌 파란색 바다 푸딩은 접근하다 말고 갑작스레 입에서 뭔가를 뱉어냈다.
푸우!-
‘물줄기?’
이야~ 푸딩이 원거리 공격까지 하다니.
내가 보고 있는 게 푸딩인지도 의심스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그 푸딩의 물줄기를 방패로 막아낸 재훈은 그대로 바다 푸딩을 향해 달려들었고, 내 옆에 있는 주연도 그에 맞춰 지원을 시작했다.
“번개의 중급 정령 소환!”
파치칙!-
“정령이네.”
“예, 중급 정령이에요.”
소환된 중급 정령은 여우 형태였다. 원래 정령은 제일 처음 소환했을 때 그 형태가 랜덤으로 정해지는데, 그런 랜덤 중에 가장 좋은 것이 탑승이 가능한 것이지만 아쉽게도 주연의 정령은 탑승이 가능할 정도로 크진 않았다.
오히려 기존 여우보다 작은 편이다.
뭐, 실제로 탑승이 가능한 정령은 등급이 높을수록 나올 확률이 높으니 중급 정도로는 얻기가 힘들지도 몰랐다.
“공격!”
이러나저러나 중급 정령을 소환한 주연은 정령으로 하여금 공격하게 했고, 그 정령은 곧장 바다 푸딩에게 날아가 작은 번개줄기를 뽑아냈다.
‘나도 공격하긴 해야 될 텐데…….’
원래는 F랭크 스킬인 불꽃 화살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친구 녀석이 가로막고 있어 바다 푸딩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원아! 너도 지원해!”
“…….”
저놈은 마법사와 사냥한 적이 없나 보군.
알아서 이동해 공격까지 하는 정령과는 다르게 마법은 위치를 맞춰야 한다. 그 사실도 모르는 친구 녀석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고 할까. 그러다 검은 절망과 죽음을 움직인 난 예상외로 붉은색 점이 찍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이 무기가 지팡이 계열이라는 뜻이다.
‘무슨 지팡이에 관통 확률까지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지정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기도 했다. 난 그렇게 생각을 바꿔 재훈과 바다 푸딩이 맞붙고 있는 바닥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화염 장벽.”
화르륵!!-
[스킬 데미지! 824.]
“우왓?! 이건 뭐야?”
‘음, 생명력은 높은 편이네.’
푸딩 주제에.
재훈은 갑작스레 솟아오른 불꽃을 보며 당황한 듯이 뒤로 물러섰고, 아직도 죽지 않은 바다 푸딩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화염 장벽을 향해 몸통 박치기를 시도했다.
콰앙!-
[스킬 데미지! 831.]
[전투 경험치 933 획득!]
설마 한 번 더 부딪칠 줄이야.
화염 장벽은 부딪친 대상에게 데미지를 주는 스킬이다. 그런 화염 장벽에다 몸통 박치기를 시도한 바다 푸딩은 당연히 데미지를 받아 결국 경험치는 남기며 사라지고 말았다.
“야, 너 왜 이렇게 강해?”
거기다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다가오는 재훈의 모습까지도 볼 수 있었다.
“네가 어느 정도 생명력을 깎아놓은 거겠지.”
“아니, 그렇게까지 깎지 않았을 텐데.”
“뭘 그리 걱정해. 내가 강하면 좋은 거잖아.”
“뭐, 그거야…….”
말끝을 흐린 재훈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도움도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내가 예상외로 활약한 탓에 떨떠름한 표정을 보여줬지만 상황을 보니 딱히 문제는 없을 듯했다.
“오빠, 회복해줄게.”
“아, 고마워.”
“뭘. 생명의 회복.”
이어 회복까지 사용하는 주연을 보니 정령과 회복 계열로 습득한 거 같았다. 나름 나쁘지 않은 조합이랄까? 정령과 관련된 아이템은 구하기가 힘들지만 그걸 제외하면 정령도 꽤 좋은 축에 속했다.
“이제 움직이자.”
회복을 끝낸 재훈은 처음보다 기운찬 모습으로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 사람이 바뀌어도 이렇게 바뀔 수가 있나. 그런 친구의 모습에 속으로 한숨을 내쉰 난 천천히 녀석을 따라가며 조금 전 전투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래도 화염 장벽만 쓰는 게 좋겠지?’
바다 푸딩에게 몇 대 맞았다고 회복까지 받은 재훈을 보니 애초에 방어가 낮은 모양이었다. 그러니 공격 자체를 막아줄 수 있는 화염 장벽이 좋을 거라 생각하자마자 이번에는 세 마리의 푸딩이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세 마리야!”
“화염 장벽.”
화르륵!!-
[스킬 데미지! 830.]
[스킬 데미지…….]
재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염 장벽으로 길 자체를 차단한다. 덕분에 화염 장벽에 닿은 바다 푸딩이 데미지를 입었지만 조금 전과 다르게 이것들은 물줄기를 뱉어 화염 장벽을 깨트렸다.
쾅!- 콰앙!-
‘저것들이?’
지능과 마력을 기준으로 화염 장벽 내구력이 정해지지만 그렇다고 두 방에 없앨 줄이야.
“기원아! 계속 사용해!”
“화염 장벽!”
현재 내 지능과 마력을 합치면 2천은 가볍게 넘어섰다. 즉, 화염 장벽의 내구력도 2천이 넘어선다는 말인데, 그걸 두 방에 없앤 바다 푸딩을 보니 잠깐 친구의 실력을 의심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주연아! 회복해줘! 빨리!”
아니, 실력은 그저 그런가?
세 마리의 푸딩 중에 두 마리는 접근해서 공격을 했고, 남은 한 마리는 뒤에서 물줄기를 쏘아대는 탓에 재훈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화염 장벽을 계속 사용하면 잡기야 잡겠지만…….
“쯧, 화염 광선.”
난 혹시 모를 친구 녀석의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전부 쓸어버릴 작정으로 A랭크 스킬 화염 광선을 사용했다.
파바밧!-
‘응? 두 배 효과까지 발동됐네.’
11강 불멸의 고리에 붙어 있는 강화 효과. 24% 확률로 두 배 효과가 발동되는 효과가 발동된 것이다. 그렇게 내 앞에 생겨난 두 개의 마법진을 보는 사이, 그 마법진에서는 연속으로 화염 광선이 뻗어나갔다.
콰아아아앙!!-
[스킬 데미지! 3,679.]
연속으로 두 번이나 날아간 화염 광선. 그 화염 광선은 재훈을 포함해 세 마리의 바다 푸딩까지 집어삼키며 상당한 데미지를 안겨줬다. 거기에 두 번의 데미지를 입혔으니 살아남았을 리가 없었고, 그 증거로 메시지 창에서는 경험치가 올라오고 있었다.
[전투 경험치 933 획득!]
[전투 경험치…….]
“기, 기원 오빠.”
“너…… 방금 그 스킬은.”
“A랭크 스킬이야.”
A랭크 스킬이라는 내 대답에 둘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황혼이 오픈된 지 거의 두 달이 된 지금은 A랭크 스킬도 어느 정도 풀리긴 했지만 둘의 표정을 보니 아직도 얻기 힘든 모양이었다.
“와, 불 속성 스킬을 습득한 이유가 있었구나.”
“오빠, 잘하면 여기 보스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여기에 보스도 있나?’
아무리 보스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훈의 말대로 보스를 잡는 건 무리인 듯했다. 보스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막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 막을 사람이 여기에 없었으니 말이다.
재훈? 글쎄, 죽지 않으면 다행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보스라니?”
“아,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갈림길이 있거든. 거기서 한쪽은 보스가 있더라고. '바다 푸딩의 왕'이었나?”
“바다 푸딩의 왕?”
“엄청 큰 푸딩 있어.”
‘루딘이라면 고민도 하지 않겠지만.’
아케인으로 보스를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스킬도 7개밖에 습득하지 않은 아케인으로 뭘 하겠는가?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역시 무리일 거 같았다.
“보스 잡고 싶은데…….”
“다음에 강해지면 잡아보기로 하자.”
“응.”
내심 아쉬운 기색을 보이는 주연이었지만 다행히도 고집은 부리지 않았다. 또 그렇게 계속해서 진행한 우리들은 갈림길까지 올 수 있었고, 잠깐 주연의 모습을 살피던 재훈은 문득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네 생각은 어때?”
“무슨 생각?”
“보스 말이야.”
이놈이 여기까지 오면서 보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나?
그 원인은 주연 때문이겠지만 어쨌거나 녀석의 말에 난 생각할 필요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힘들어. 네가 못 버틸 걸?”
“역시 그런가.”
이미 재훈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반응을 보니 혹시나 하고 물어본 듯하다. 때문에 나는 혹시나 잡을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는데 그러다 하나 떠오른 것이 꺼지지 않는 화염의 세트 효과였다.
‘수호의 화염 골렘을 소환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악마왕과 싸웠을 때 촉수 공격에 조금이라도 버틴 화염 골렘이라면 탱커 역할은 그럭저럭 맡아줄 거 같았다. 보스 공략에서 제일 중요하기도 한 막아줄 것이 생기는 셈이다.
난 거기까지 생각하며 재훈에게 물어보았다.
“잡고 싶어?”
“잡으면 좋지. 보스를 잡으면 아이템을 얻을 수 있잖아.”
“지금까지 보스를 잡아본 적이 의뢰 말고는 없어요.”
“…….”
뭐, 엠페러 길드를 봐도 보스를 잡을 수 있는 건 간부들뿐이니 재훈도 그와 비슷할 거 같았다. 아무리 길드의 던전이 있다고 해도 재훈이 간부가 아닌 이상 던전의 보스를 잡기는 힘들 것이고, 필드에 나타나는 보스도 경쟁자가 워낙 많아 잡기가 힘들 거 같았다.
하지만 이곳 보스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곳이니 어떻게 보면 기회긴 했다.
“가보자.”
“어?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좋은 방법은 무슨.
“해보고 안 되면 도망쳐야지.”
그래도 내 대답에 둘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왠지 내가 주도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찌 됐든 보스와 상대하기로 한 우리들은 갈림길에서 보스가 나타나는 곳으로 향했고, 그러던 중에 난 아까 주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의뢰 말고는 보스를 잡아본 적이 없다고 했나?
“근데 넌 탐색 스킬이 있잖아?”
“맞아. 그게 왜?”
“아니, 의뢰 말고는 보스를 잡아본 적이 없다는 게 이상해서.”
이런 내 물음에 재훈은 잠깐 날 바라보더니 곧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너 던전 찾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리고 E랭크 탐색 스킬로는 뭘 찾으려고 해도 잘 찾아지지도 않아. 여기를 찾아낸 것도 어느 NPC의 말을 듣고 찾아낸 거지.”
“NPC?”
“응, 늙은 할아버지였는데 호감도가 80쯤 되니 말해주더라. 그것도 이리저리 돌려 말한 탓에 고생했지만.”
“……?”
이 녀석은 웬 할아버지 호감도를 80이나 올려?
아무튼 그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유용한 정보가 아닐 수 없었다. 내게 말해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보스를 상대하기로 결정한 이상 이 장비로 갈 수는 없었기에 난 아이템 창을 열어 지팡이와 후드를 바꿨다.
[화염의 갑옷이 발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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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