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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91화 (191/211)

00191  第 41 話  =========================================================================

第 41 話 “58일째”

“일단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움직이자.”

그때 재훈은 건물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도 그랬는지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잠자코 따라가 보니 선착장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또 그렇게 걷고 있는 사이에 재훈은 몇몇 질문을 꺼냈다.

“아, 그러고 보니 직업이 어떻게 돼?”

“마법사. 보면 알잖아.”

당당한 내 대답에 재훈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날 보았다.

“망토로 가렸는데 어떻게 알아? 아무튼 마법사라…….”

지금 내가 착용한 망토는 악마왕을 잡고 획득한 검은색 망토였다. 등만 가리는 검푸른 수호자의 망토와는 다르게 이 망토는 내 전신을 가려주는데다 팔을 움직여도 망토 자체에서 쭉쭉 늘어나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또한 손에 든 무기는 발밑을 통해 걷어내듯이 들어 올린 상태였는데 그 부분마저도 쭉 늘어나 내가 입고 있는 복장을 철저하게 가려주었다.

“주로 무슨 속성을 쓰는데?”

“그야 불 속성이지.”

“아…… 그래? 불 속성?”

불 속성이라 듣자마자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재훈의 모습에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녀석이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하지만 그런 표정은 재훈뿐만이 아니라 옆에 주연도 마찬가지였다.

“오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조금 더 물어봐야지. 불 속성 말고는?”

“없어.”

내가 불 속성 위주로 습득한 이유는 꺼지지 않는 화염 세트와 스킬북이 있었기 때문이다. B랭크 대폭발 화염과 A랭크 화염 광선. 또 그 화염 세트와 11강 불멸의 고리를 합치면 불 속성 스킬이 6레벨 올라가는 탓에 굳이 다른 속성을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아, 다른 나라에서 오면 이런 문제가 있구나.”

“왜?”

“넌 물속에서 불을 쓸 수 있을 거 같아?”

“물속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 힘들 듯했다.

덧붙여 그 말을 들으니 재훈이 짓는 표정의 의미를 알 수 있었지만 반대로 이해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난 잠수 스킬도 없는데 물속으로 들어가려고?”

“그거야 물약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상관없어. 또 물속이 아니더라도 이오트 왕국의 몬스터는 불 속성 저항력을 조금씩 지니고 있거든. 그게 문제라는 거야.”

‘흐음.’

아무튼 녀석의 말을 들어보니 여기서는 불 속성 스킬이 좋지 않은 듯했다. 지금이라도 다른 속성을 배워야 되나? 어차피 스킬은 23개 더 배울 수 있으니 불가능은 아니지만 불 속성만큼 데미지가 나오지는 않을 듯했다.

‘일부러 강화도 안 했는데.’

재훈이가 연락한 시간은 어제였으니 오늘이라도 강화를 끝낼 수 있었다. 단지 강화를 해버리면 친구 녀석보다 훨씬 강해질 거 같아 일부러 하지 않은 건데, 저 떨떠름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내가 잘못 생각한 모양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미리 안 물어본 내 잘못도 있으니까.”

그래도 미룰 생각은 없는지 계속해 발걸음을 옮긴 재훈은 예상대로 선착장에 도착하고는 작은 돛단배에 올라탔다.

어찌나 작은지 네 명 겨우 올라탈 정도다.

“……그 배 타고 가려고?”

“이 배가 이래 봬도 15골드나 해!”

“…….”

이오트 왕국의 배값이 최악이라는 소리는 들은 적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예전에 크라켄 토벌 이후 모든 상점의 비용이 50% 늘어났는데, 이 배도 그 영향을 받은 듯했다. 반대로 그 50%를 제외해도 이 배의 값은 무려 10골드라는 뜻. 역시나 싼 가격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 배에 올라타니 재훈은 능숙하게 돛을 내리고는 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항해하다가 가끔 해양 마물도 만난다고 들었는데.”

“만날 확률은 거의 희박하니 걱정하지 마.”

“그래?”

“지금까지 내가 항해하면서 만난 적이 두 번이야. 그 정도로 드물게 나오니까 이번에도 안 나오겠지.”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난 점차 멀어지는 선착장을 바라보았다. 검푸른 수호자 세트를 입으면 물속에서도 안전…… 아니, 물속에서는 더 날뛸 수 있지만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장비는 꺼지지 않는 화염 세트였다.

한마디로 물속에 빠지자마자 죽을 확률이 높다는 뜻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주연이 해결해주었다.

“이거 가지세요.”

“뭔데요?”

확인해보니 주연이 내게 건네준 것은 몇 개의 물약이었다.

[바다의 숨결] (Magic)

설명:바다에서만 구할 수 있는 각종 재료를 혼합해 만든 물약. 뛰어난 실력으로 만든 이 물약을 마시면 광활한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5분간 수중에서 호흡 가능.

-5분간 수중에서 자유행동 가능.

-1회용 소모품.

‘오, 의외로 괜찮네.’

특히나 지금 내 상황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좋은 아이템이었다. 지속 시간이 5분이라는 게 흠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또 건네준 물약은 7개였으니 총 35분 정도는 바닷속에서 버틸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기원 오빠는 레벨이 몇이세요? 저랑 오빠는 72, 74레벨인데.”

‘레벨?’

레벨이라…….

원래 레벨은 31. 낮 시간 동안 열심히 올렸지만 반대로 반나절 만에 올린 레벨이 31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레벨을 그대로 말하기에는 너무 낮은 감이 없지 않았기에 조금 올리기로 했다.

“60레벨이요.”

“60레벨이요? 저희랑 비슷하네요.”

비슷하다고? 10 이상 차이 나는데.

“아, 그리고 말씀 놓으세요. 오빠 친구 분이신데.”

“……알았어.”

다행히 레벨 말고는 다른 질문이 없는지 옆에 재훈에게 말을 거는 주연이었다. 난 잠시 그런 그들을 보고는 조금 전에 말한 재훈과 주연의 레벨을 떠올렸는데, 솔직히 말해 높다고는 할 수 없는 레벨이었다.

가끔씩 사냥하는 루딘조차 레벨이 96이었으니까.

물론 이런저런 보스를 잡아 올린 레벨이지만, 반대로 온종일 사냥만 하는 플레이어의 레벨은 100을 넘긴 상태였다. 제일 높은 레벨이 104였나? 어떻게 보면 나하고 큰 차이도 없는 레벨이기도 한데, 이렇게 된 이유는 100부터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레벨이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말로는 120때 뭔가 있을 거라 했지만.’

레벨은 20,40~100이 되면 스킬 제한이 풀린다. 그러니 120때 뭔가 있을 거라 생각한 사람들은 열심히 레벨을 올리고 있었지만 실제로 120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듯했다.

과연 120때는 뭐가 생길까.

“기원 오빠. 혹시 하르페 제국에서 루딘 님 만나본 적 있어요?”

‘응?’

잠깐 레벨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무렵, 뜬금없는 질문이 들어왔다. 그리고 옆에서는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재훈의 모습도 보였다.

“아니, 본 적은 없는데.”

“전 전에 본 적 있거든요. 정말인지 대단했어요.”

“아, 응.”

“또 며칠 전에 올라온 악마왕 영상에서 활약한 장면을 보니…….”

“…….”

가만히 듣고 있으니 이야기는 끊이질 않았다. 악마왕이 소환한 무수한 촉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한 것과 수백 명의 신의 기사단(?)을 소환해 공격한 것. 그리고 마지막에 궁극기(?)로 악마왕을 마무리한 것까지.

정작 당사자인 내가 듣기에도 너무 과장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휴.’

결국 난 정신없이 떠드는 주연에게서 시선을 떼며 친구 녀석을 바라보았다. 여러모로 고생이 많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이 시점에서 내가 해줄 말은 없었다.

“기원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죠?”

“응? 아, 그래.”

급히 대답한 내 모습에 주연은 되레 의심스런 눈빛을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듣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지만 난 아무렇지 않게 재훈에게 말을 걸어 시선을 회피했다.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어?”

“조금 더 가야 돼. 그래도 절반은 왔을 걸?”

“꽤 멀리 있는 곳인가 보네”

“이대로 쭉 가다보면 소용돌이 때문에 앞으로 가지 못하는 곳이 있거든. 적어도 거기까지는 가야 돼.”

‘소용돌이?’

그 소용돌이를 피해서 가면 되지 않나?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시간이 지나 재훈이 말했던 곳에 도착한 나는 정말로 크고 작은 소용돌이가 길을 막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그 소용돌이를 보니 이런 작은 돛단배로는 진입조차 불가능하게 느껴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용돌이를 뚫고 갔을 때의 이야기다.

“저쪽에는 소용돌이가 없는데?”

“마찬가지야. 저기도 계속 가다보면 소용돌이가 나와.”

“……그럼 뭘 어쩌려고?”

“어쩌긴? 저쪽 섬으로 가야지.”

재훈이 가리킨 섬은 소용돌이가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었다. 저 섬으로 가야 소용돌이를 통과할 수 있는 건가? 어차피 배를 조종하는 것도 재훈이었으니 나야 그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툭-

또 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섬 해안가에 닿았다.

“다 왔다.”

“이제 내려요.”

‘근데 이런 곳을 통과하면 특별한 거라도 있나?’

궁금하기는 했지만 이제 곧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난 배에서 내리고는 재훈을 따라갔는데, 이 녀석은 슬금슬금 바다 쪽으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들어가려고?”

“바닷속에 있으니 들어가야지.”

뭐,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건 상관이 없다. 물약이 있으니까. 그런데 녀석의 말대로라면 소용돌이를 통과하는 길도 바닷속에 있을 듯한데, 그 길을 물약 7개로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지금이라도 루딘으로 바꿔야 되나?’

루딘이 입고 있는 검푸른 수호자 세트는 물속에서의 제약을 없애주니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일단 물약으로 어떻게 해보기로 했다.

루딘으로 바꾸는 거야 마지막 물약이 남았을 때 해도 늦지 않을 테니.

“자, 물약 마시고 따라와.”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약을 마신 뒤, 재훈을 따라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나야 이렇게 물약을 마셨지만 재훈과 주연은 물약을 마시지 않고 잠수 스킬로 들어가는 것을 보니 그리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건 아닌 거 같았다.

‘그나저나 물약을 마셔도 검푸른 수호자보다 못하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벨트에 붙어 있는 스킬 '바다의 가호' 보다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움직이는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고 느낀 난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는 친구 녀석을 따라갔고, 이내 섬과 이어진 가파른 절벽 비슷한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길이 어디에 있다는 거야?’

녀석이 했던 말을 떠올려보면 이미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길은 보이지 않았다. 보통 탐색 스킬을 사용하면 그 위치가 드러나기 때문에 길 또한 보여야 정상이지만 재훈은 의아하게도 가로막힌 절벽에 대고 뭐라 중얼거렸다.

파밧!-

‘어?’

그리고 예상외로 그 부분에서 빛이 나더니 사람 한 명 들어갈 정도의 동굴이 생겨났다. 내가 놀란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때, 재훈은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더니 안으로 훌쩍 들어가버렸다.

‘신기하네.’

어쨌든 나 역시 따라 들어가 보니 길은 위쪽으로 뚫려 있었다. 또 위로 쭉 올라간 나는 곧이어 수면 밖으로 머리를 내밀 수 있었다.

“어때? 놀랬지?”

이미 도착한 재훈…… 아니, 주연이 공간을 밝히는 스킬을 사용했는지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황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굴과 같은 형태였다.

“솔직히. 근데 탐색 스킬로 발견한 거 아니었어?”

“이상하게 여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더라고. 또 특별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야 탐색으로 찾을 수 있어.”

‘그럼 여기만 특이한 거였나?’

던전이 아니라 통과하는 길이라고 했으니 그럴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한 난 물속에서 완전히 나왔고, 그와 동시에 어떤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주변 지형의 영향으로 어둠마저 삼키는 장막의 힘이 발동합니다.]

‘어둠마저 삼키는 장막?’

생각할 것도 없이 내가 착용한 망토였다. 이곳 자체가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인지라 망토의 힘이 발동된 거 같은데, 그에 따라 이번에는 재훈의 놀란 음성이 들려왔다.

“어? 뭐야? 너 은신 썼어?”

“아…… 그, 스킬 레벨 좀 올리려고.”

“배에 탔을 때는 쓰지 않았잖아?”

“어두운 곳에서만 쓸 수 있거든.”

다행히도 급히 떠올린 내 변명에 재훈은 납득했다는 표정으로 끄덕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지금은 파티를 맺은 상태였기에 재훈의 눈에는 내 모습이 반투명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몬스터도 나오니까 나쁘지는 않겠네.”

“몬스터?”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야. 천천히 진행하면 되거든.”

강한 편이 아니라면서 천천히 진행하는 이유가 뭘까?

뭔가 애매한 대답이지만 대충 준비를 끝낸 재훈은 먼저 앞장서서 길을 걸었다. 나야 마법사라고 했으니 후방에 있는 거야 당연하지만 아직 재훈의 실력을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내심 불안하단 생각마저 들었다.

“몬스터는 어떤 게 나와?”

“바다 푸딩.”

“……?”

푸딩이라면 마을 앞에 볼 수 있는 그 푸딩을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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