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85화 (185/211)

00185  第 39 話  =========================================================================

第 39 話 “55일째”

콰콰쾅!!-

“생명력!”

“예, 이제 33% 남았습니다!”

그 뒤로 30~40분 지났을까? 악마왕은 회복된 생명력에서 30% 정도 깎였고, 그에 따라 플레이어들도 점차 기운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공격하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만 난 그런 생각보다 기원의 구슬을 언제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기원의 구슬이…….’

생명력 10% 때는…… 쓸 수 없군. 그럼 5%?

조금씩 수치를 낮추며 알아보니 의아하게도 생명력 4.7% 남았을 때 사용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애매한 수치지? 그리고 언제 타락의 빛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는데, 그건 생명력 25%에서 사용하는 듯했다.

처음에는 50% 때 쓰더니, 다음에는 25% 때 쓰는 것이다.

‘그때 최상급 악마를 한 번 더 막으면 잡을 수 있을까?’

이미 생명력과 마나력. 심지어 지구력까지 전부 채워진 상태. 난 얼마 뒤에 사용할 타락의 빛을 기다리며 마탄 폭격기로 데미지를 쌓았고, 그런 내 모습을 에린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무기네요. 어디서 구하셨어요?”

“명품관 상자요.”

“명품관 상자라면…… 그 500골드나 하는 그 상자요?”

“예.”

[마탄 폭격기의 저장된 모든 마나가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5초 후 자동으로 채워집니다.]

‘아, 진짜 장전하는 게 짜증나네.’

이럴 때 파괴화살이라도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지잉-

“……?”

순간, 내 머릿속으로 어떤 정보가 들어왔다. 마탄 폭격기와 파괴화살. 그 두 개와 연관된 정보의 결과를 받은 난 무심코 입을 열었다.

“파괴화살.”

파밧!-

그 스킬 단어를 꺼내자 마탄 폭격기에 총구에서는 붉은색 화살촉이 생겨났다. 설마 이게 가능한 거였나? 놀란 내가 잠시 마탄 폭격기에 생겨난 붉은 화살을 쳐다보고 있을 때, 5초가 지났는지 다시 한 번 메시지가 생겨났다.

[마탄 폭격기의 마나가 채워졌습니다.]

‘음?’

일단 마탄 폭격기에 마나가 채워졌으니 공격하기로 하며 방아쇠를 당겼지만 이상하게도 탄환이 나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파괴화살을 시전하고 있는 탓인 듯한데, 대충 1~2초 정도 더 기다린 뒤에 방아쇠를 당기니 마탄 폭격기에서는 푸른색 탄환 대신 붉은색 화살이 쏘아졌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470.]

‘470? 방어력이 대체 얼마야?’

지잉-

“아, 미친.”

생각 좀 마음대로 하자!

뭔가 생각만 하면 머릿속으로 그와 관련된 정보가 들어온다. 때문에 악마왕이 지닌 생명력까지도 알아낸 난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마탄 폭격기로 데미지를 주기 시작했고, 거기에 따라 악마왕의 생명력도 점차 감소되고 있었다.

또 그렇게 악마왕의 생명력은 조금씩 25%에 가까워졌다.

“길마님! 이제 생명력이 26%…… 아니, 25%가 됐습니다!”

“좋아, 이대로 계속 공격해!”

다른 이들이야 악마왕의 생명력이 25% 남았다는 것에 즐거워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난 길게 숨을 들이쉬며 곧 있을 전투를 준비했다.

아마도 직감대로라면…….

아, 아아아아아!!

[악마왕 아그라네스가 보다 심각한 피해를 입어 격노하기 시작합니다.]

“뭐, 뭐야? 격노?”

“잠깐만? 이 패턴은 설마…….”

갑작스레 소리를 지르는 악마왕과 생겨난 메시지 창으로 모든 플레이어들이 당황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몇몇 플레이어는 이 메시지 뒤로 사용한 스킬에 대해 떠올랐는지 하늘을 보았고, 그런 플레이어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악마왕은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악마왕 아그라네스가 떨어지는 타락의 빛을 사용합니다.]

“젠장, 빛 떨어진다!”

누군가의 외침대로 하늘에서는 조금 전에 봤던 검은색 빛이 떨어지고 있었다. 다만 그 숫자가 달랐다. 이전에 떨어진 검은색 빛이 네 개였다면 지금 떨어지고 있는 빛의 개수는 무려 여덟 개였으니까.

“뭐가 이리 많이 떨어져?!”

“시끄러워! 떠들지 말고 피하기나 해!”

콰아아앙!!- 콰콰쾅!!!-

이미 한 번 당해본 플레이어들은 떨어지는 검은색 빛을 진작 알아차리고는 피하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적지 않은 폭발이 플레이어를 집어삼켰다. 더군다나 이번에 떨어지는 빛은 여덟 개. 총 여덟 번의 폭발이 적지 않은 수의 플레이어를 집어삼킨 것을 확인한 난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대로라면 최상급 악마도 여덟 마리 나올 텐데.’

두 번째 직감을 사용한 나라면 한 마리는 맡을 수 있다. 하지만 두 마리가 동시에 덤벼든다면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여덟 마리의 최상급 악마가 본격적으로 플레이어를 죽이기 시작한다면 그때야 말로 전투를 포기하고 물러서야 될지도 몰랐다.

‘반대로 최상급 악마가 소환됐으니 악마왕의 스킬은 봉인된 거나 마찬가지겠지?’

촉수는 소환했지만 그것 외에 다른 스킬은 사용하지 않으니 봉인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아무튼 난 최상급 악마를 상대하는 것과 악마왕을 공격하는 것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최상급 악마는 아닌 거 같았다.

내가 한 마리를 맡아 없애더라도 그 사이에 많은 플레이어가 죽을 테니까.

더군다나 이번만큼은 아이젠도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각종 보조 마법과 회복을 받아 겨우 한 마리를 처리한 아이젠에게 두 마리의 최상급 악마가 달려든다면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뻔하니 말이다.

‘어떻게 해야 되지?’

아니, 고민할 필요는 없다. 최상급 악마가 여덟 마리가 나왔다는 시점에서 이 전투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난 검은색 구체에서 최상급 악마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생각을 멈추고는 곧장 악마왕을 향해 달렸다.

탓!-

“엇?! 야, 임마! 어디가?!”

악마왕에게 달리는 도중, 뒤에서 흑신이 뭐라고 외친 거 같았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악마왕의 생명력은 25%. 만일 최상급 악마들이 1~2천 명의 플레이어를 죽이고 또 악마왕의 생명력까지 채워준다면 이 전투는 가망이 없었다.

콰득- 콰득-

‘젠장.’

그때 달리는 내 앞을 막아서듯이 솟아오른 촉수를 본 나는 짧게 욕을 내뱉었다. 이 또한 예상대로 악마왕이 분노하면 촉수의 개수도 늘어나는 모양이었다.

‘대체 몇 개야?’

난 못해도 30개는 될 거 같은 촉수를 보고 있을 때, 그 촉수의 끝은 나를 향해 날아왔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보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제이어의 수호방패까지 사용한 나는 다가오는 촉수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는 그대로 뇌룡의 포효를 휘둘러 쳐냈다. 최상급 악마와는 다르게 촉수는 뇌룡의 포효로 한 대 치기만 해도 사라지기에 비교적 수월할 거라 생각했지만 개수로 인해 그리 수월하지는 않았다.

파칙!- 파치칙!-

[적중 데미지! 6,370.]

[적중 데미지…….]

‘칫.’

콰콰콱-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촉수 세 개를 뇌룡의 포효로 없애버린 난 즉각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내가 있던 자리에 꽂히는 몇 개의 촉수들. 그런 촉수를 제외한 나머지 촉수는 방향을 꺾어 다시 내게로 다가왔지만…….

화르르륵!!-

‘화련?’

갑작스레 나타난 회오리 형태의 불꽃이 모든 촉수를 태워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스킬에 고개를 돌려보니 예상대로 화련이 서 있었고, 화련은 어서 가라는 듯이 손짓을 했다.

‘어쨌든 기회군.’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고민 중이던 촉수가 단번에 사라졌으니 말이다. 덕분에 무사히 악마왕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한 난 전력으로 뇌룡의 포효를 내리찍었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376.]

‘제길!’

접근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데미지 자체가 문제였다. 이런 데미지로 아무리 때린다고 해도 남은 25%의 생명력을 깎을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내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작스레 사방에서 악마왕을 향한 공격이 이어졌다.

쾅!- 콰쾅!-

“빨리 공격해!”

“최상급 악마가 날뛰기 전에 죽여야 된다!”

‘응? 웬일이지?’

이건 생각지도 못한 행동이기도 했다. 도망이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플레이어들은 최상급 악마가 만들어지기 전에 악마왕을 죽이려는 듯이 무작정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남은 생명력이 얼마 없어! 스킬이란 스킬은 다 쏟아부어!”

물론 악마왕을 죽이는 것보다 최상급 악마가 나타나는 게 빠르겠지만 어찌 됐든 지금의 공격으로 악마왕의 생명력은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었다.

콰득- 콰득-

‘이건 질리지도 않나.’

그러던 사이, 난 내 주위로 다시 솟아오른 촉수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런 내 눈앞에는 다시 불꽃이 생겨났다.

화르르륵!!-

‘……본의 아니게 고생시키네.’

다시 한 번 주위에서 일어나는 불꽃이 촉수를 태워버린 것을 본 나는 일단 계속해서 뇌룡의 포효를 휘둘러 공격하기는 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마탄 폭격기로 공격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악마왕을 죽이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상급 악마다!”

“최상급 악마가 나타났다!”

“제길! 생명력 얼마야?!”

“23%입니다!”

게다가 언뜻 들려오는 소리는 절망스럽기 그지없다. 최상급 악마가 나타나고, 악마왕의 생명력은 고작 2% 깎았을 뿐이니. 또 최상급 악마가 나타난 탓에 악마왕을 공격할 플레이어가 줄어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어떻게 하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이…….’

오늘 배운 극대파멸? 아니, 극대파멸을 사용해도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할 거 같았다. 그 정도로 악마왕의 방어력과 속성 저항력은 높으니까.

‘아니면…….’

내가 습득한 스킬을 되새긴 난 대주교 세리스티나에게서 습득한 성기사단 소환 스킬이 떠올랐다. 플레이어의 공격이 점차 끊기고 있는 이 상황에서 100여 명의 성기사를 소환하면 어떻게든 데미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다만 1회용 스킬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만일 성기사단을 소환해도 안 되면 어쩌지?’

그렇게 되면 이번 전투는 실패로 돌아가고, 이어 퀘스트까지 실패할 수 있지만 반대로 지금이 아니면 쓸 기회조차 없을 듯했다.

“스킬 사용. 성기사단 소환.”

파바밧!-

결국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성기사단 소환 스킬을 사용하자, 내 주위로는 새하얀 빛의 기둥이 나타났다. 그 빛의 기둥은 수십…… 아니, 아마 100여 개가 솟아오른 거 같았는데, 그 빛 너머로는 하얀색 검과 갑옷으로 무장한 성기사가 나타났다.

“모두 검에다 빛을 부여해라!”

“예!”

“신성 부여!”

또 그 성기사들의 검에서는 밝은 빛이 생겨났고, 그 빛을 만든 성기사는 주저 없이 악마왕을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회용 스킬이라 그런지 몰라도 성기사들은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었지만 악마왕을 잡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해도 좋았다.

촤악!-

‘어?’

아무튼 100여 명의 성기사가 악마왕에게 붙어 공격하고 있을 때, 다시 악마왕을 주시한 난 그 악마왕의 생명력이 빠른 속도로 깎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성기사들의 무기에서 나는 빛 때문인 듯하다.

‘빛 속성에 약하다는 거겠지?’

콰득- 콰득-

다만 악마왕도 가만히 있지 않으며 나타난 성기사의 숫자에 맞춰 촉수를 소환시켰다. 못해도 몇백 개는 되어 보이는 촉수들이 튀어나와 성기사를 공격하는 것을 본 나는 다시 한 번 화련의 화염 폭풍을 기다렸지만 이번만큼은 그 스킬이 등장하지 않았다.

‘설마 최상급 악마에게 공격받고 있나?’

아직 거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현재 성기사들은 나보다도 많은 데미지를 주고 있으니 촉수 따위에게 잃을 수 없었다.

“스킬 사용. 볼렉크의 극대파멸!”

웅웅-

스킬 사용과 동시에 뇌룡의 포효에서는 검붉은 빛이 일렁였다. 난 그 빛을 바라봤지만 그걸로 내 움직임은 끝나버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런 내 몸은 자기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 크하하하핫!”

뭐야? 이 미친 웃음은?

난 싸우다 말고 웃어 재끼는 내 모습을 황당하게 생각했지만 이미 몇 번이나 겪었던 터라 무슨 상황인지는 알 수 있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혹은 카르젤의 카드소환과 같이 일종의 이벤트인 것이다.

‘그럼 이 스킬도 칭호를 얻을 수 있다는 건가?’

칭호를 떠올린 내 생각과는 별개로 멋대로 움직이고 있는 내 몸은 아주 과장되게 뇌룡의 포효를 크게 휘둘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 말이다.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들을 부숴주지!”

떠들지 말고 빨리 스킬이나 써!

“보아라! 이것이 모든 이들이 두려워하는 나의 힘이니!”

콰아아앙!-

그 외침과 함께 뇌룡의 포효를 바닥으로 내리찍은 나. 비록 원해서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위에 플레이어가 없는 게 다행이었다. 다들 최상급 악마 때문에 여기에 신경 쓸 틈조차 없을 테니.

어쨌든 바닥을 내리찍자 내 근처에 있던 모든 촉수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스킬 데미지! 6,685.]

[스킬 데미지…….]

‘오?’

의외로 바닥을 내리찍은 대지 공격은 생각보다 높은 데미지를 줬다. 고개를 돌릴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 데미지라면 근처에 있는 모든 촉수들을 없애고도 남을 정도의 데미지인 것이다.

게다가 공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 터져버려라!”

콰콰콰콰쾅!!!-

대지 공격을 이어 순식간에 치솟아 오르는 화염의 기둥. 이미 모든 촉수가 사라졌기에 그 화염의 기둥은 오로지 악마왕에게만 데미지를 줬다.

[데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데미지를 줄 수…….]

[데미지를…….]

“…….”

내가 너무 기대한 건가?

하지만 이런 내 행동에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은 성기사들은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악마왕의 생명력도 점차 깎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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