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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82화 (182/211)

00182  第 39 話  =========================================================================

第 39 話 “55일째”

콰아앙!- 콰콰쾅!!-

“무리하게 접근하지 마!”

“최대한 떨어져서 공격해라!”

반대로 전투에 임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은 많이 달라진 상태다. 일단 악마왕에게 접근하는 이가 없으니 말이다. 지금 악마왕에게 접근하는 것이라고는 소환수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소환수를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거리를 벌린 채 원거리 공격만 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나쁘지는 않아.’

악마왕이 만들어낸 촉수는 소환수를 공격하고 있으니 플레이어는 아무런 방해도 없이 공격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대로 계속 진행한다면 악마왕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악마왕 아그라네스가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가시를 사용합니다.]

콰콰콱!!-

“가시다!”

“방어에 집중해! 이제 곧 가시가 날아온다!”

바닥에서 솟아오른 가시는 소환수를 찌른 뒤, 하늘 위로 떠올라 사방으로 날아갔지만 이미 방어에 집중하고 있는 플레이어였기에 죽은 인원은 몇 명 없었다. 분명 죽은 인원도 있었지만 연합 길드처럼 몇백 명 죽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됐다! 다시 공격!”

어쨌든 가시 공격이 끝나자마자 플레이어들은 다시 공격에 전념했고, 나 역시 마탄 폭격기를 쏘며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줬지만 악마왕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데미지를 준 거 같은데…….’

앞에서 시체를 일으키고 있는 흑신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 생명력이 얼마 남았어?!”

“예, 68% 남았습니다!”

‘68%? 아직도 많이 남았네.’

이 정도 인원이 모여 공격한다면 공략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레이드 보스조차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악마왕에게는 역부족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후 악마왕은 노래도 부르고, 악마도 소환하는 등의 스킬을 사용했으나 그때마다 제대로 대처해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었다.

뭐, 여기까지만 보면 무난하게 공략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계속해서 마탄 폭격기를 쏘고 있는 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악마왕의 패턴은 저게 끝인가?’

지금까지 사용한 악마왕의 스킬은 촉수, 노래, 가시, 회오리, 악마 소환이 끝이다. 물론 이 스킬도 만만치 않았지만 대응 방법을 찾은 이상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이기도 했고, 그 결과 지금처럼 순조롭게 공략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길마님! 이제 악마왕의 생명력은 50%입니다!”

“절반 남았나?”

“예! 이제 조금만 공격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악마왕의 생명력은 절반으로 깎였고, 그 외침을 들은 몇몇 플레이어는 조금 더 힘을 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절반이나 깎았으니 언뜻 희망이라는 게 보이는 듯했다.

아아아아아!!

[악마왕 아그라네스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어 분노하기 시작합니다.]

‘분노?’

생명력이 절반 남았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악마왕의 뾰족한 외침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생겨난 메시지 창의 내용을 읽은 난 녀석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주시했고, 곧이어 다시 한 번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악마왕 아그라네스가 떨어지는 타락의 빛을 사용합니다.]

‘새로운 스킬이다!’

인터넷에서도 보지 못한 스킬. 그걸 깨달은 난 악마왕을 보았고, 악마왕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그런 악마왕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쳐다보니 이내 하늘에서는 거대한 검은색 빛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몇 개지? 네 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검은색 빛은 네 개. 이건 거리와 상관없이 뭉쳐 있는 플레이어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아르넬라조차 빙산 낙하라는 광범위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 그보다 한 등급 위에 있는 악마왕이 이런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걸 지금 사용할 줄은 몰랐지만.

“위쪽이다!”

“피, 피해!”

“보호막! 보호막을 펼쳐!”

‘이미 늦었어.’

다행히 떨어지는 검은색 빛은 내게 향하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이미 늦은 거 같았다. 그만큼 떨어지는 검은색 빛이 빨랐기 때문이다. 난 그렇게 떨어지는 빛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앙!!- 콰콰쾅!!!-

빙산 낙하보다는 못한 범위였지만 그럼에도 적지 않은 검은색 폭발이 플레이어를 집어삼켰다. 더군다나 떨어진 네 개의 폭발은 각각 100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집어삼킨 거 같았다.

“씨발, 이 폭발은 대체 뭐야?!”

“이딴 스킬까지 쓰다니!”

“그나저나 이건 왜 안 사라져?!”

또 의아하게도 플레이어를 집어삼킨 검은색 폭발은 다시 한곳으로 모여 검은색 구체로 만들어졌고, 잠시 그걸 보고 있으니 이내 그 검은색 구체는 점점 작아져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최상급 악마 도로커드(BOSS)]

“최상급 악마?”

혹시나 해서 살펴보니 다른 구체에서도 최상급 악마가 만들어졌다. 총 네 마리의 최상급 악마가 나타난 건데 내가 전에 상대한 최상급 악마를 떠올려보면 막을 수 있는 플레이어가 몇 명 되지 않을 듯했다.

“최상급 악마다!”

“뭐해?! 가만히 있지 말고 공격이라도 해!”

그래도 검은색 구체에서 최상급 악마가 만들어진 것을 확인한 플레이어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공격을 펼치며 최상급 악마를 공격했지만 그 공격을 받은 최상급 악마들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전황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크억!”

콰아앙!-

‘저건 무슨 공격이야?’

최상급 악마에게 한 대 얻어맞은 플레이어는 뒤로 쭉 날아갔다. 거기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그렇게 날아간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와 부딪치자 폭발이 일어나 주변을 집어삼켰고, 또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찍자 사방으로 폭발이 일어나 달려드는 플레이어를 휩쓸었다.

“젠장, 이놈들 왜 이리 강해?!”

“막아! 그냥 악마에 불과하잖아!”

“그냥 악마라고? 네 눈에 보스라고 적힌 글자 안 보여?!”

‘아르넬라도 소환할 수 없는 이때 최상급 악마라니.’

최상급 악마를 막기 위해 수많은 플레이어가 달려들었지만 딱히 효과는 보이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최상급 악마에게 전멸 당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확실히 전에 상대했던 최상급 악마도 만만치는 않았지만.’

전에 베아디 산맥에서 잠깐 붙었던 최상급 악마인 가리카스. 녀석의 데미지와 속도를 떠올리면 이런 상황도 믿기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상황이 꽤 심각해졌네요.”

그때 내 옆으로 다가온 이는 천공의 날개 마스터인 에린이었다.

“안 싸워요?”

“지구력이 없어서요. 계속 소환만 했거든요.”

아까 악마왕을 공격했던 소환수 중에 곰탱이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소환할 수 있는 소환수 중에서 그나마 제일 강한 것이 환수 곰탱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안 도와주셔도 돼요?”

“뭘 도와요?”

“최상급 악마요. 저대로 놔두면 전멸 당할 걸요?”

딱히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게 웃긴 일이었다. 지금 최상급 악마가 하는 공격에 몇 명씩 회색으로 변하고 있으니. 반대로 시체가 많아졌다는 말이기도 한데, 그런 상황에서도 흑신 녀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제길! 시체 부활!”

흑신은 자신의 길드원마저 허무하게 죽는 모습을 보고는 급히 시체를 일으켰지만 내가 보기에는 헛수고였다.

“다들 물러서! 내가 상대하겠다!”

“……?”

저건 또 무슨 자신감이야? 어찌 됐든 자신이 직접 상대하겠다고 외친 흑신은 일으킨 시체를 최상급 악마에게 보내고는 스킬까지 발동시켰다.

“시체 폭발!”

콰콰콰쾅!!-

그리고 연달아 터지는 플레이어의 시체들. 일제히 터지는 게 아니라 하나씩 터지는 것을 보니 시체를 지정해야 되는 걸로 보였지만 그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어쭙잖은 재주를 부리는군.”

“길마님!”

“조심하십시오!”

시체 폭발이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는지 최상급 악마는 곧장 흑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소환을 주력으로 삼은 흑신이 육탄전을 벌이는 최상급 악마를 상대로 제대로 싸울 리가 없으니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

“크, 시체 부활!”

‘어쩔 수 없군.’

게다가 흑신이 일으킨 시체는 조금 전 최상급 악마가 있었던 곳에서 일어났다. 그걸 깨달은 난 재빨리 최상급 악마가 달리는 방향을 예측해 마탄 폭격기를 쐈고, 그 탄환에 최상급 악마는 아주 잠깐이나마 주춤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뿐이기도 했다.

“소환! 아크 베어!”

파밧!-

또 옆에서 지구력이 회복됐는지 A랭크 곰탱이를 소환하는 에린까지. 여기서 나까지 포함하면 웬만한 보스는 상대하고도 남을 전력이었지만 지금은 상대가 좋지 않았다.

“아크 베어! 제왕의 돌격!”

“우습구나!”

콰앙!-

“쿠엉!”

그 외침이 들려오고 나서 달려드는 은빛의 곰탱이는 뭔가에 짓눌리듯이 그대로 엎어졌다. 어떤 스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저 녀석의 권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그렇게 곰탱이가 시간을 번 사이, 흑신이 일으킨 시체가 다시 최상급 악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딴 시체로…….”

“공포의 외침! 죽음의 발톱! 어둠의 손길!”

덧붙여 흑신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을 사용해 최상급 악마를 공격. 거기다 마지막 스킬 효과인지 최상급 악마의 발밑으로는 거의 사람 크기만 한 손이 튀어나와 그를 붙잡았다.

“이때다! 빨리 공격해!”

‘나에게 하는 소린가?’

어디서 명령질을 하고 있어?

어쨌든 최상급 악마가 움직이지 못한 지금이 기회긴 했다. 난 마탄 폭격기를 제대로 겨냥해 최상급 악마에게 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데미지는 그리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적중 데미지! 51.]

[적중 데미지…….]

‘방어력이 2천 이상이라 데미지도 안 들어가는군.’

거기다 마탄 폭격기의 탄환을 다 쓰기도 전에 최상급 악마를 붙잡은 검은색 손이 사라졌다. 물론 그 사이에 흑신이 일으킨 시체가 최상급 악마를 둘러싸 공격하고는 있었지만…….

콰쾅!- 콰앙!-

최상급 악마는 깔끔하게 주먹질 몇 번으로 전부 날려버리는 위용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또 그런 최상급 악마의 모습은 흑신으로 하여금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마저 안겨줬다.

“미친, 이놈을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야?!”

S랭크 스킬을 습득했다고 큰소리칠 때는 언제고.

보아하니 지금껏 시체를 일으킨 탓에 남은 지구력도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지구력이 있다고 해도 흑신으로는 최상급 악마를 막을 수 없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기도 했다.

‘후, 최상급 악마 네 마리로 상황이 이리 바뀌다니.’

“물품 보관창.”

마탄 폭격기로는 최상급 악마를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난 재빨리 아이템 창을 열어 뇌룡의 포효와 방패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흑신에게로 움직이려는 최상급 악마를 향해 달렸다.

탓!-

“음?”

눈치 챘나?

거의 기습과도 같은 움직임이라 생각했지만 최상급 악마는 내 기척을 알아차렸는지 그대로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직접 달리는 내 속도를 수치로 표현하자면 민첩 1851. 그야말로 순식간에 접근한 난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지만 최상급 악마도 만만치 않게 그 공격을 피해냈다.

‘이걸 피하다니.’

“꽤 빠른 녀석이군.”

콰앙!-

그와 함께 휘두르는 최상급 악마의 공격을 뇌룡의 포효로 막아낸다. 이렇게 하면 내구력이 깎이지만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한 일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최상급 악마의 공격 속도는 빨랐다.

“큭!”

순식간에 뻗어오는 주먹. 안면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뒤로 물러나 피했지만 미처 제대로 물러서기도 전에 악마는 발을 뻗어 날 타격했고, 그로 인해 난 자세를 유지하지 못한 채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983.]

‘데미지가…….’

아니, 데미지는 둘째 치더라도 공격 속도가 나보다 빨랐다. 더군다나 주먹을 이용해 공격하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 붙으면 내가 압도적으로 불리할 정도. 이러나저러나 힘겨운 상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뭐해?! 빨리 일어나!”

‘젠장!’

흑신의 외침과 달려드는 최상급 악마.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이미 최상급 악마는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역동!”

콰아앙!-

[스킬 데미지! 2,330.]

[띠링!~ A랭크 스킬 '대지의 역동'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10 증가합니다.]

‘레벨?’

잠깐 대지의 역동의 레벨이 올라간 것을 봤지만 한눈 팔 시간 따위는 없었다. 대지의 역동으로 잠시나마 최상급 악마의 움직임을 멈추게 한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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