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1 第 39 話 =========================================================================
第 39 話 “55일째”
‘그래, 잘해봐라.’
다만 공격하는 타이밍은 정말인지 완벽했다. 노래도 끝났고, 악마들도 소환했으니 당분간은 큰 기술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제대로 공격할 수만 있다면 데미지도 그럭저럭 입힐 수 있을 듯했다.
콰득- 콰득-
‘역시 촉수밖에 없겠지.’
예상했던 대로 악마왕은 큰 기술을 사용하지 못한 채 촉수만으로 대응했지만 달려드는 플레이어의 숫자는 무려 수천 명이었다. 거기다 촉수의 공격은 찌르기가 위주였으니 기껏해야 한두 명씩 공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물론 그 촉수의 숫자도 상당한지라 무시하기도 힘들지만 지금은 촉수보다 플레이어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콰쾅!- 콰아앙!-
‘오.’
그리고 악마왕을 공격할 수 있는 거리에 닿자마자 플레이어들은 각종 마법을 쏘아대며 악마왕을 공격했고, 멀리서 지켜본 나는 악마왕을 향해 날아가는 각종 속성의 마법들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정령, 혹은 소환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잘 싸우네. 이대로 놔둬도 돼?”
난 옆에서 나와 같이 지켜보고 있는 아이젠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들이 잡을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 또 지금은 소모된 마나력과 지구력을 채우는 게 우선입니다.”
‘하긴, 지구력이 남아 있는 사람도 몇 명 없을 테니까.’
지금껏 계속해서 악마왕을 공격했으니 지구력이 남아 있을 리 없다. 아이젠의 말대로 저들이 시간을 끌 동안 회복에 전념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을지도 몰랐다.
‘근데 악마왕이 사용하는 스킬은 재사용 시간이 있는 거 같은데…….’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저 정도 인원이 공격하고 있는데도 별다른 스킬조차 사용하지 않는 악마왕을 보니 그 생각은 더욱 더 확고해졌다.
“으하핫! 이게 악마왕이야?! 별거 아니잖아!”
“촉수만 조심하면 돼!”
‘어쨌든 기회 아닌 기회네.’
악마왕을 향해 각종 스킬로 공격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게 기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들이 악마왕의 생명력을 깎으면 깎을수록 퀘스트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이제 몇 분 뒤에는 아르넬라까지 사라지니 지금 저들이 최대한 활약을 해줬으면 했다.
[악마왕 아그라네스가 검게 물든 파괴의 폭풍을 사용합니다.]
왠지 힘들 거 같지만.
“회오리다!”
“내 발 붙잡지 마! 개자식들아!”
“씨발, 비켜! 비키라고!”
공교롭게도 이런저런 플레이어들이 뭉쳐 공격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어떤 스킬인지 파악하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갑작스레 움직인 인원이 뒤엉켜 넘어지기만 했고, 또 그런 플레이어를 향해 회오리가 만들어졌다.
콰콰콰콱!!-
“으, 으아아아아!!”
“이 미친 자식들아!”
악마왕이 만들어낸 검은색 회오리는 근처에 붙어 있던 모든 플레이어를 빨아들였다. 멀리서 원거리 공격을 하는 플레이어야 무사했지만 근접 계열의 플레이어는 대부분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애당초 악마왕을 상대로 접근전은 불리하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는 별개로 남은 플레이어는 어떻게든 공격하고 있었다. 대부분 원거리 공격을 하는 사람만이 남아 우리 연합 길드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었지만 말이다.
“생명력이 얼마나 남았을까.”
“74% 남았군요.”
“응?”
혼잣말로 중얼거린 내 물음에 곧장 대답하는 아이젠. 의외로 아이젠도 대상의 생명력을 확인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스킬이 있어?”
“예. 생명력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도 그런 스킬 하나는 알고 있는 편이 좋으려나?
그나저나 74%? 직접 듣고도 믿겨지지 않는 수치다. 수천 명이 몰려가서 때린 피해가 고작 5%라니? 아니, 아르넬라의 공격도 있으니 실제로 저들이 준 피해는 2~3%가 고작일 듯했다.
‘적어도 고정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스킬로 때릴 것이지.’
뭐, 반대로 고정 데미지 스킬이 희귀한 것일 수도 있다.
“이봐, 아이젠이라 했나?”
‘흑신?’
잠시 회오리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플레이어를 구경하며 아이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런 우리들 곁으로 흑신이 다가왔다. 일단 아이젠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으니 조금 전에 보류한 협상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힘을 합쳐서 같이 잡는 걸로 하지.”
무슨 생각인지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는 흑신이었다. 누가 봐도 속셈이 있는 웃음처럼 보였지만 아이젠은 아무렇지도 않게 흑신의 말을 되물었다.
“같이 말입니까?”
“너희에게 손해는 없을 거야. 숫자로 보면 우리가 훨씬 많으니.”
흑신의 말대로 현재 인원은 용감무쌍 길드가 훨씬 많았다. 대략 두 배 이상? 연합 길드야 200~300명 죽었으니 현재 인원이 1천 명도 되지 않는 반면, 용감무쌍 길드는 모든 길드원을 끌고 왔는지 2천 명 정도였다.
“상관없지만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뭐, 대신 조건이 있어.”
“말씀하십시오.”
“보상으로 7개의 희귀 보물을 얻으니…… 그중 하나만 우리에게 줘.”
“그쪽이 잡는다고 해도 말입니까?”
“나, 혹은 우리 길드원이 잡는다고 해도 한 개만 가지기로 하지. 나머지는 경매로 진행할 거라며? 나도 그 경매에 참여하겠어.”
이러나저러나 보상 한 개 이상은 건지겠다는 속셈이다. 녀석답다고 해야 될까? 그러나 아이젠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거 같았는데, 확실히 이대로 연합 길드만으로 싸우기에는 승산이 희박하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몰랐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어봐야겠군요.”
“아아, 대신 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거야. 저 녀석들로는 얼마 못 버틸 거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젠은 각 길드 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난 그런 아이젠을 보고는 다시 악마왕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흑신의 말이 먼저 들려왔다.
“지팡이는 안 빌려줄 건가?”
“……물품 보관창.”
그래, 시끄러워서 빌려준다. 난 아이템 창에서 지팡이를 꺼내 곧바로 대여 시스템으로 흑신에게 지팡이를 빌려줬는데, 대여 시간은 2시간으로 설정했다.
“고작 2시간이라니.”
“뭐가 문제야? 그 정도면 어디가 끝나도 끝날 텐데.”
이쪽이 끝나든, 악마왕이 끝나든.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할 거 같아서.”
답답한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흑신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바꿔줄 생각은 없다. 다만 이렇게 시체가 많은 곳에서의 죽음 소환은 그 어느 소환 스킬보다 좋으니 흑신 녀석의 실력도 나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전투도 끝나가는군.”
지팡이를 잡은 흑신은 앞에 펼쳐진 전장에 대한 감상을 짧게 표현했다. 끝나간다고? 그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처음 기세등등하게 싸웠던 플레이어들이 지금은 살짝 질린 얼굴로 악마왕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친, 무슨 데미지가 이리 안 들어가?!”
“회오리로 몇 명이 죽은 거지?”
“레이드 보스보다 강하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봐.”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가 여기서도 느껴졌다. 보아하니 싸울 마음 자체가 사라진 듯한데,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니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10% 이상 데미지를 줬으면 했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괜히 시체만 늘리다니.’
시체라면 옆에 흑신이 처리할 수 있겠지만 수백 명의 시체를 처리할 지구력이 될지는 의문이었다.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순간, 앞에 플레이어를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내게 이야기를 끝낸 아이젠이 다시 다가왔다.
“그래? 어떻게 할 거지?”
“흑신 님의 말대로 하죠. 저희와 같이 악마왕을 잡게 도와주신다면 희귀 보물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하핫! 그래,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다른 사람들이 그걸 찬성했어?”
아무리 용감무쌍 길드원이 많다고 하지만 희귀 보물 상자를 주다니? 비록 한 개였지만 그게 유니크 아이템이라 생각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 방법이 뭐가 됐든 잡아보자는 결론입니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내가 희귀 보물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모든 인원이 힘을 합쳐 싸우고 있는 이 시점에서 희귀 보물을 독점하는 건 모두와 싸우자는 말이기도 했다. 나야 희귀 보물이 아니더라도 퀘스트를 통해 받을 보상이 있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슬슬 전투 준비를 하는 연합 길드와 용감무쌍 길드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동맹은 맺었네.’
용감무쌍 길드 머리 위에 뜬 파란색 표시를 보니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지만 저놈의 악마왕만 잡을 수 있다면 뭐가 어떻게 되든 좋았다.
“으하하핫! 보여주지! 나의 실력을!”
“……?”
뭔 실력? 이라 생각하기도 전에 흑신은 S랭크 스킬을 사용했다.
“데스턴의 사멸지대!”
파밧!-
그와 함께 바닥에서는 검은색의 빛이 퍼져나갔다. 전에 겪어봐서 어떤 스킬인지 알 수 있었는데, 이 검은색에 닿으면 생명력이 깎여나갔지만 지금은 동맹 관계라 그런지 생명력이 깎이진 않았다.
“그리고 해골 기사까지!”
달각- 달각- 달그락-
이어 흑신 앞으로 생겨나는 10여 개의 해골 기사까지. 사멸지대가 어떤 스킬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죽음 소환과 관련된 스킬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원래 10마리씩 소환되는 거?”
“아니, 사멸지대를 쓰면 자동으로 나오는 녀석들이지.”
‘자동으로?’
“공격해라!”
아무튼 해골 기사를 악마왕에게 보낸 시점으로 다들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2차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갑작스레 참여한 우리들로 인해 멋대로 달려들어 공격하던 플레이어들은 서로 웅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뭐야? 왜 공격에 나선 거지?”
“설마 악마왕 생명력이 거의 없는 거 아니야?”
“그럼 우리도 공격해야 되잖아.”
어찌 됐든 다들 움직이고 있으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난 들고 있는 마탄 폭격기를 가지고 악마왕을 공격하기 시작했는데, 이 마탄 폭격기의 탄환을 전부 쏟아부으면 대략 1,500의 데미지를 계속해 줄 수 있었다.
쾅쾅쾅쾅쾅!-
‘여기서 환영이동을 사용하면 몇 번의 데미지를 더 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끼는 편이 좋겠지? 녀석의 생명력이 줄어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기원의 구슬을 사용해야 되기 때문에 지금은 몸을 사리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의 지속 시간이 전부 소진되어 강제적으로 소환이 해제됩니다.]
[다시 소환하기 위해서는 총 327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
한참을 마탄 폭격기로 공격하고 있던 도중에 아르넬라가 사라졌다는 메시지가 생겨났다. 아직 악마왕의 생명력이 60% 이상 남았다고 생각하면 아르넬라의 소환 해제는 의미가 컸지만 지금 악마왕을 향해 달려드는 연합 길드와 용감무쌍 길드를 본 나는 이대로 계속 공격을 감행하기로 했다.
“시체 부활!”
문득, 흑신의 외침 너머로 죽은 플레이어라고 추측되는 몇 명의 시체까지 생겨났다. 시체라고 말하는 이유는 머리카락, 피부, 심지어 장비까지 회색으로 되어 있기 때문인데, 어렵게 생각할 거 없이 조금 전에 악마왕에게 죽은 플레이어의 시체를 이용한 스킬 같았다.
‘죽음 소환이 저런 것도 가능했나?’
죽음 소환은 시체를 통해 좀비나 해골, 혹은 유령을 소환하는 스킬이라 알고 있던 내게 지금 광경은 꽤 신선했다. 죽은 대상을 시체 형태로 다시 되살리는 스킬이 아닌가? 게다가 흑신 놈이 일으킨 시체는 놀랍게도 스킬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소환수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대신 저런 식으로 소환된 플레이어는 더는 부활할 수 없을 텐데…….’
뭐, 부활 스킬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니 시체로 되살려도 상관없을 듯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전력을 계속해서 보충할 수 있다면 여기 있는 누구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난 새삼스러운 눈으로 흑신 녀석을 바라보았다.
“안심하고 싸워라! 내가 시체로 되살려줄 테니까!”
“…….”
저 말만 없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어쨌거나 그런 흑신의 말과는 상관없이 연합 길드와 용감무쌍 길드. 마지막으로 여기저기 모인 플레이어들까지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악마왕을 공격하고 있었지만, 그런 수천 명이 모여 펼치는 공격 속에서도 악마왕은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