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77화 (177/211)

00177  第 39 話  =========================================================================

第 39 話 “55일째”

[S랭크 스킬. '볼렉크의 극대파멸'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을 습득함에 따라,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근력이 10 상승합니다.]

[지능이 10 상승합니다.]

“미친…….”

무려 이틀 만에 S랭크 스킬을 뽑은 난 왠지 모를 허탈한 기분으로 인해 차마 기뻐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원래 계획은 하루 만에 S랭크 스킬을 뽑고, 남은 시간 동안 스킬 수련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이미 물 건너간 일이 되고 만 것이다.

“상세 정보. 볼렉크의 극대파멸.”

그래도 뽑았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뽑지 못했다면 애꿎은 시간만 날린 셈이었으니 말이다. 또 살펴본 새로운 S랭크 스킬. 볼렉크의 극대파멸의 상세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S랭크 볼렉크의 극대파멸 효과] (LV3)(+2)

-극대파멸의 모든 데미지 +300 적용.

-반경 23M 내에 대지 충격 효과.

-공격력과 근력을 대지 충격 데미지로 적용.

-대지 속성 수치에 따른 추가 데미지 적용.

-대지 충격에 적중 당한 적은 1초간 정지.

-대지 충격 이후로 폭발 데미지 발생.

-마법 공격력과 지능을 폭발 데미지로 적용.

-불 속성 수치에 따른 추가 데미지 적용.

-폭발 데미지 5회 공격.

-사용 시, 300초간 모든 스킬 사용 불가능.

*사용 시, 마나력 소모 42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6.3%.

‘음? 생각보다…… 아니, 엄청 괜찮은 스킬 같은데?’

놀랍게도 S랭크 스킬 중에서 공격에 치중된 스킬이었다. 내심 아이젠의 멸살검과 같은 스킬을 원했던 나로서는 뜻밖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제일 마지막 부분에 적혀진 스킬 사용 불가능이라는 글자가 눈에 밟혔다.

‘아이젠의 멸살검도 페널티가 있더니 이것도 그러네.’

어쨌든 S랭크 스킬을 뽑았으니 남은 건 이 극대파멸의 데미지를 알아보는 거였다. 만일 극대파멸의 데미지가 뛰어나다면 이 스킬만 중점적으로 올려 이후 있을 악마왕과의 전투에서 유용하게 쓸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기도 전에 하나의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벌써 시간이 됐나?”

지금 녀석이 연락했다면 악마왕밖에 이유가 없었다. 아무래도 랜덤 스킬북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거 같다고 생각한 난 한숨을 내쉬며 길드 채팅에 수락했고, 곧이어 예상했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루딘 님. 출발 시간이 됐습니다.

“역시…… 어딘데?”

-길드성 1층입니다.

“알았어.”

길드성 1층이라는 말에 알겠다고 대답한 나는 다시 느껴지는 허탈한 기분을 가지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는 1층으로 털레털레 내려갔는데, 그곳에는 30명 정도의 길드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근데 30명?’

숫자만 본다면 언뜻 모든 인원이 간부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간부가 아닌 사람들도 10여 명 정도 섞여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귀환 스크롤을 쓰면 금방이니까.”

솔직히 이틀 내내 길드성에 있었다고 말할 수 없었던 나는 그런 식으로 대답하고는 모인 인원을 둘러보았다. 나도 알고 있는 인물도 몇몇 있었으나 대부분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헤론과 다인은 불참하는 건가.’

길드 내에서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둘이 없다는 것을 파악한 나. 하지만 실제로 악마왕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니 참여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래, 참여하지 않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지.’

악마왕에게 죽으면 손해는 공간이동 비용 10골드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오늘 접속하기 전에 잠깐 본 내용으로는 악마왕 아그라네스가 두 번째 마을까지 점령했다고 했다. 그때 마을을 공격한 시간이 새벽인지라 변변찮은 저항도 못하고 마을을 뺏겼다고 했는데, 당연히 그 두 개의 마을에는 모든 NPC가 사라지고 사설조차 이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카르젠 왕국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지만 솔직히 기대까지는 하지 않았다.

“루딘 님. 데로나크 장비는 언제 보여주실 거예요?”

‘화련?’

그때 나를 발견한 화련은 친근하게 달라붙으며 그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도 데로나크 장비를 보여주지 않았네. 그 당시 화련은 데로나크 레이드가 잡혀 있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악마왕이 튀어나와 취소된 듯했다.

‘화련에게 데로나크 장비를 빌려주면 좀 도움이 될까.’

대부분의 스킬을 화염 마법으로 배운 화련이었으니 데로나크의 장비도 유용하게 사용할 거 같았다. 문제는 그 장비가 은행에 있다는 것과 아직 강화를 하지 못했다는 것. 다만 강화를 하지 않아도 세트 효과로 그럭저럭 쓸 만은 할 테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듯했다.

“아직도 은행에 있어서요.”

“이번 전투에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뭐, 그렇게 해요 그럼.”

“에?”

화련은 내가 흔쾌히 허락할 줄은 몰랐는지 대놓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런 표정을 지을 거면 왜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놀란 화련의 표정은 마치 잘못 봤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순식간에 없어졌다.

“정말요? 길마님. 저희는 나중에 따라갈게요.”

“그럴 필요 없이 마을까지 같이 가면 될 거 같군요.”

“그렇게 해도 되고요. 자, 루딘 님. 가요.”

아이젠에게 허락을 받자마자 내 손을 잡고 움직이는 화련. 오늘 있을 레이드보다 데로나크 장비를 빌린다는 사실이 더 기쁜 모양이다.

남들은 가지기도 힘든 레어 세트였으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 혹시 저희 길드 사람들 중에 죽음 소환을 사용하는 사람 있나요?”

“아마 없을 걸요? 애초에 소환 계열은 장비나 스킬북도 구하기 힘들잖아요. 그렇다고 그 소환 계열이 강한 것도 아니고.”

소환사의 단점을 그대로 말해주는 화련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에 비해 난 정령 소환과 죽음 소환 장비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스킬은 없으니 그 또한 아이러니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냥요.”

아무래도 하이츠에게서 얻은 장비는 은행에 놔둬야 될 듯하다. 누군가 사용할 사람이 있다면 이번 전투에서 보다 승산이 높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그 사용할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마을에 도착한 난 화련과 함께 은행으로 향한 뒤, 꺼지지 않는 화염 세트를 꺼내 화련에게 대여해주었다. 대여 시간은 48시간. 황혼에서의 시간으로 적용되니 현실 시간으로 24시간 동안 빌려주는 셈이다.

“이게 데로나크에게서 나온 장비인가요?”

“쓸 만할 거예요.”

“쓸 만한 정도가 아닌데…….”

감탄한 듯이 중얼거린 화련은 곧이어 세트 장비를 착용했다. 꺼지지 않는 화염 세트는 장신구를 제외한 모든 부위가 있기에 화련의 모습은 확 바뀌었고, 그렇게 바뀐 화련의 몸에서는 희미한 불꽃이 이글거렸다.

화륵-

아마도 세트 효과에 붙은 화염의 갑옷이 발동된 거 같았다.

“후훗, 좋네요. 이 장비.”

“…….”

낮게 웃으며 장비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화련. 알게 모르게 그런 그녀의 눈빛이 욕심으로 번뜩인 거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내 착각이라 생각하고는 은행에서 나왔다.

‘이제 이동하는 것만 남았나.’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이기에 이동 비용도 비싸기는 했지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돈과 비교하면 딱히 부담되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10골드조차 없는 사람들은 시도조차 못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공간이동 장치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의외로 한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곧 약속 시간 아닌가?’

다른 길드 사람들은 왜 안 보이는 거지? 의아하게 주변을 살펴보자 화련이 물어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 다른 사람들이 안 보여서요.”

“다른 사람들이라면 타 길드 사람이요?”

“예.”

“그거야 이 주변에 활동하지 않으니까요. 아마도 다른 마을에 있는 공간이동 장치로 올 거예요.”

“그래요?”

생각해보니 여기서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짓이었다. 대부분의 던전은 엠페러 길드가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건 길드의 힘이 던전에서 나오는 탓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화련의 대답에 납득한 나는 공간이동 장치를 이용해 카르젠 왕국으로 향했다.

파밧!-

“역시 10골드는 부담되네요.”

“싼 가격은 아니죠.”

반대로 가격이 저렴하다면 재훈이 이 녀석이 언제 넘어올지 모르니 지금 가격이 적당한 거 같지만. 아니, 아예 넘어올 생각을 하지 못하게 100골드로 설정하면 좋지 않을까? 몇 번이고 다른 나라로 넘어온 내가 느끼기에는 10골드도 애매한 감이 없지 않았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난 그런 생각을 하며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웅성~ 웅성~

‘응? 사람들이 왜 이리 많아?’

건물 밖으로 나서니 이상하게도 엄청 많은 플레이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녁이라 하더라도 너무 많은 인원. 난 왜인지 모르게 바글거리는 인원을 보며 질린 기색을 취했지만 언제까지 이곳에 서 있을 수는 없었다.

“아, 예. 알겠어요.”

그때 대화 요청이 왔는지 혼잣말로 말하는 화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런 그녀를 돌아보니 방금 했던 대화 내용을 말해주었다.

“길마님이 마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대요.”

“여기서 모이는 것보다 훨씬 낫네요.”

북적이는 마을 안에서 모이는 것보다 밖에서 모이는 게 훨씬 편할 듯했다. 그렇게 화련하고 마을 밖으로 나서는 도중, 주변에서 하는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악마왕이 이 근처까지 왔지?”

“아마 내일쯤이면 이곳까지 도착할 걸?”

“와, 그럼 내일이면 이 마을도 함락된다는 거 아냐?”

‘내일?’

내일 악마왕이 이 마을에 도착하면 세 번째 마을까지 함락되는 셈이다. 예상하건데 오늘 악마왕 레이드에 실패한다면 카르젠 왕국의 모든 마을이 차례대로 함락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되면 볼만하겠네.’

모든 마을이 함락되면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걸 보기 위해서는 하루 이틀 기다려야 되는 게 아니었기에 무시하고 마을 밖으로 나갔고, 그 마을 밖에는 마을 안과 다를 게 없이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머리 위에 파란색으로 된 칼과 방패 표시가 있는 플레이어 정도랄까? 난 어렵지 않게 그 표시가 가리키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동맹 표시네.’

지금껏 엠페러 길드는 다른 길드와 동맹을 맺지 않아 몰랐지만 며칠 전에 붉은 태양 길드와 동맹을 맺어 그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저들이 엠페러 길드와 동맹을 맺은 하르페 제국 플레이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셨네요.”

“……?”

문득 내게 다가온 플레이어. 이틀 전 유일하게 강화를 해줬던 새벽의 여명 마스터였다. 지금은 천공의 날개였나? 아무튼 그 길드를 다시 만들었다고 했는데 설마하니 이렇게 먼저 다가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강화를 더 해달라고 온 건가?’

전에 해준 강화는 강화석 부족으로 6강까지만 해줬다. 4강은 100% 확률로 성공했지만 5강부터는 94%. 6강은 82% 확률로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높은 확률이라는 부정할 수 없었는지 그녀는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갔던 것이 떠올랐다.

“오늘은 강화 안 하세요?”

“영업 끝났어요.”

“아깝네요. 강화석도 많이 준비했는데.”

아쉽다는 말은 했지만 더는 요구할 생각이 없는지 거기서 끝내는 플레이어였다. 의외로 마음에 드는 행동이랄까. 또 그런 내게 아이젠까지도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 화련 님이 입고 있는 장비가 그 장비입니까?”

“뭐, 그렇지.”

희미하게 불꽃이 이글거리는 화련의 모습. 불 계열의 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화련이 입으니 어울리긴 했다. 아이젠은 잠시 화련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악마왕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들어보니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악마왕이 있다더군요.”

“계속 움직이니까. 아마 오늘 잡지 못하면 저기 보이는 마을도 함락될 걸?”

“마을은 상관없지만 일단 움직이도록 하죠.”

“그보다 모인 인원은 얼마나 돼? 생각보다 많은 거 같은데.”

“대략 1,200명 정도 됩니다.”

‘인원은 그럭저럭 되는군.’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각 길드의 정예로 1,200명이다. 새삼스럽지만 잘도 이런 인원이 모였다고 할까? 여기까지 오는 비용을 생각하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지만 다른 길드와 힘을 합치니 간단할 정도로 쉽게 해결되는 듯했다.

“각 길드마다 출발하자고 전하십시오.”

“예,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아이젠이 옆에 있던 길드원에게 지시를 내리자마자 그 길드원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그 지시를 들은 동맹 길드원들은 각자 이동할 준비를 했고, 아이젠은 그런 그들을 데리고 악마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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