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6 第 38 話 =========================================================================
第 38 話 “53일째”
“그러고 보니 꽤 오랫동안 카르젠 왕국에 계셨군요.”
“아, 쓸데없는 퀘스트를 받았거든. 그거 좀 해결한다고 늦었어.”
정확하게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말이다. 대놓고 말해 깨라고 만든 퀘스트인지도 의심스러웠다. 그 정도로 난이도가 미친 수준이기 때문인데, 굳이 그것까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난 그런 식으로 대충 얼버무렸다.
철커덕-
그리고 2층 회의실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서자, 회의실 안에는 예상대로 많은 인원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
아니, 뭔가 이상한데?
제대로 살펴보니 앉아 있는 이들은 길드원이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플레이어였다. 설마 다른 길드 사람들인가? 아까 아이젠이 연합했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던 나는 자연스레 그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꽤 많네.’
40명? 잘하면 50명까지 되는 인원이 기다란 테이블에 쭉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사이, 아이젠은 원래 앉던 자신의 자리에 앉았고, 나 역시 원래 앉던 자리에 앉아 조용히 구경하기로 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토벌에는 관심이 있으니까요.”
“다른 분들도 그렇습니까?”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몇 명의 플레이어. 비록 모두가 끄덕인 건 아니었지만 굳이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인지 시선만큼은 아이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럼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각 길드마다 인원을 모집해주시길 바랍니다. 적어도 20명 이상 모아주시면 될 거 같군요.”
‘20명?’
만일 여기 모인 50명이 전부 길드 마스터라고 한다면 20명씩 모아도 1천 명에 불과했다. 1천 명으로 악마왕을 잡을 수 있을까? 아무리 정예로 구성한다고 해도 힘들 거라는 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래도 처음에 말한 500명보다는 훨씬 낫군.’
또 최소 모집 인원이 20명이라 했으니 실제로는 그 이상의 인원도 모일 수 있었다. 거기다 내가 아르넬라까지 소환한다면 지금껏 했던 전투보다는 승산이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있었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그때 앉아 있던 누군가가 손을 들어 말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여성 플레이어였다.
‘여자가 길드 마스터라면…… 스킬이 괜찮은 건가?’
“예, 하십시오.”
“듣기로는 악마왕에게 당한 플레이어의 숫자만 몇천 명이라 하던데, 저희끼리 모인다고 해서 레이드가 가능할까요?”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면…… 루딘 님도 참여하시나요?”
나도 참여하는지 물어보는 그 질문에 아이젠은 대답하지 못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아마도 내 의사를 물어보는 거 같았다. 어차피 퀘스트를 위해서라도 참여는 해야 되는 입장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내 대답을 확인한 아이젠은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해줬다.
“참여하신다는군요.”
“오, 옆에 분이 루딘 님이십니까?”
그리고는 새삼스럽다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몇몇 플레이어. 내가 루딘인지 몰랐던 모양이었다. 다만 내가 루딘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가만히 있던 사람들까지 나서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기사를 봤습니다. 레이드 보스를 단신으로 잡았다는데 사실입니까?”
“어떤 아이템인지 볼 수 있을까요?”
“괜찮다면 강화 좀 해주십시오. 악마왕 레이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
물어보는 거야 상관없지만 지금 주제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질문이었다. 더군다나 몇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질문을 하고 있어 뭐라 대답하기도 힘든 상황. 아이젠도 어수선한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일단 떠드는 이들을 진정시켰다.
“그런 질문은 나중에 개인적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시간을 준다는 겁니까?”
“루딘 님 사정에 따라 달라지겠죠. 지금은 악마왕과 관련된 질문부터 받겠습니다.”
“아이템 분배 형식이 어떻게 되나요?”
아이젠의 말이 끝나자마자 튀어나오는 조금 전 여성의 질문. 그렇다고 해도 예리한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다들 가슴 한편에 웅크리고 있는 호승심이 일어 악마왕과 싸우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보나마나 보상으로 인해 이렇게 모여 싸우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 그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히 짚고 가는 편이 여러모로 좋았다.
“토벌 보상에 대해 물어보는 겁니까?”
“예. 보상에는 각 나라에 희귀 보물을 준다고 했잖아요. 거기에 빛의 교단까지 합치면 총 7개의 보물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대로 황혼에 있는 나라는 총 여섯 개였다. 보상에도 빛의 교단과 각 나라에 희귀한 보물을 준다고 되어 있으니 총 7개의 보물을 받을 가능성이 높긴 했다.
“그 외에 악마왕을 잡고 나오는 아이템은 기여도나 공적치에 따라 나눠질 테니 상관없지만요.”
한마디로 악마왕을 잡아 나오는 아이템은 재주껏 가져가고, 토벌 의뢰로 받은 보상은 서로 나누자는 이야기인 듯하다. 하지만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누군 아이템을 얻고, 누군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면 여기서 참여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나라도 참여하지 않을 듯했다.
“그렇군요. 토벌 보상에 관해서는…… 여기 있는 인원이 다시 모여 경매 형식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경매요?”
“아이템은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르신 분에게 드리겠습니다. 또 그 금액은 나머지 사람들이 나눠가지기로 하죠.”
‘온라인 게임에서도 종종 나오는 입찰 방식이네.’
설명을 들어보니 그거였다. 레이드에서 아이템이 나오면 그걸 돈으로 경쟁해 이긴 사람이 구매하고, 그 구매한 돈은 파티원끼리 나눠가지는 형식. 그리고 여기 있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도 흔히들 알고 있는 방식이었는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아이템을 얻지 못하면 돈이라도 얻는다는 말이네요.”
“다만 분배 방식이 복잡해질 수 있으니 현금이 아닌 골드로 제한하겠습니다. 다른 질문은 없으십니까?”
“언제 출발할 겁니까?”
“이틀 뒤, 화요일 저녁에 출발할 생각입니다. 그때까지 준비를 하시면 될 거 같군요. 혹시 곤란하신 분이 계시다면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
“…….”
평일이지만 그나마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곤란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근데 화요일이라면…… 네이라의 침식도가 50%를 넘기겠는데.’
뭐, 일주일 뒤에 가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만일 일주일 뒤에 간다고 했으면 연합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나 혼자 도전하다 실패했겠지. 그렇게 되면 악마왕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신경조차 쓰지 않을 테지만 이틀 뒤에 간다고 했으니 나름대로 준비를 하며 기다리면 될 거 같았다.
‘S랭크 스킬이나 뽑아볼까.’
그 뒤로 몇 가지 질문이 오가고 나니 슬슬 정리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음, 더 이상 질문이 없으시다면 이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난 여기 회의가 정리되는 대로 길드성에 있는 내 방에 들어가 S랭크 스킬을 뽑으려고 했지만, 끝나기가 무섭게 몇 명의 플레이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루딘 님. 아이템 좀 보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게 강화석이 있습니다. 강화 좀 해주십시오.”
“괜찮은 아이템이 있으시다면 제게 대여를…… 아, 물론 돈은 드리겠습니다.”
“…….”
괜히 왔나? 아이젠 이 자식은 도와주지도 않고 혼자 회의실에서 훌쩍 나가버리는 매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덕분에 길게 한숨을 내쉰 나는 대충 이들이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고는 간단하게 대답해주기로 했다.
“미안하지만 아이템은 은행에 있어요. 강화는 1회당 1골드씩 받고 있고요.”
“1골드라고요?”
“길드원에게도 돈을 받는데 여기서도 안 받을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설마 길드원에게도 1골드씩 받습니까?”
“그때는 행운 수치도 낮았거든요. 지금은 꽤 높아져서요.”
틀린 말도 아닌 것이 현재 내 행운 수치는 798. 10강으로 올린 4원소 목걸이에 붙은 모든 능력치 100으로 인해 확 높아진 행운 수치였다. 아직 목걸이를 착용한 채 강화를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래도 4강까지는 100% 확률로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내가 습득한 스킬. 로거츠의 분해강화와 행운의 보석 주사위 효과로 인해 강화에 성공할 때마다 내구력까지 올라간다. 따라서 1골드를 받는다고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그 1골드조차 아까웠는지 포기한 얼굴로 돌아서고 말았다.
“은행에 있다면 같이 가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은행에 볼 일이 없는데 뭘 같이 가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여드릴게요.”
그 말을 끝으로 겨우 플레이어 사이에서 빠져나온 난 곧바로 4층으로 올라갔다. 속으로 아이젠을 욕하면서 말이다.
‘망할 자식. 앞으로 절대 회의실에 가나봐라.’
저벅-
‘응?’
문득, 4층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나와 별개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때문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는데, 예상대로 뒤에는 어떤 플레이어가 따라오고 있었는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나를 바라봤다.
‘아까 그 여성 플레이어네.’
처음 아이젠에게 몇 번의 질문을 한 여성 플레이어. 어렵지 않게 그 사실을 떠올렸지만 반대로 왜 따라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무슨 일이에요?”
“강화요. 1골드에 해주신다면서요?”
‘제길.’
강화였나? 이미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버린 탓에 거절하기도 그랬다. 결국 고개를 끄덕인 난 원하는 대로 강화를 해주기로 하며 그 플레이어에게 다가갔다.
‘그나저나 얼굴은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뇨, 강화할 장비하고 강화석이나 주세요.”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억지로 끄집어낼 생각은 없었다. 어서 빨리 강화를 해주고 돌아가기로 결정한 나는 그렇게 말했고, 여성 플레이어는 무슨 지휘봉 같이 생긴 짧은 막대기와 강화석을 꺼내 내밀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아이템이지?
분명 지팡이는 아니었다. 무기로 쓰기에도 부적절한 모양. 생전 처음 보는 아이템인지라 어떤 건지 궁금했다.
“확인해봐도 되죠?”
“그러세요.”
[+3 환수 무리의 지휘봉] (Rare)
설명:특별한 재질로 만들어진 지휘봉. 지휘봉 자체에는 환수에게 보다 힘을 북돋아 주는 특유의 힘이 깃들어 있다. 만일 이 지휘봉을 들고 환수를 소환한다면 평상시보다 강한 환수가 나타나는 것은 물론, 명령을 내리면 그 명령에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지능(25+9), 마력(45+9), 환수(50+11)>
<모든 속성 1%>
공격력:26(+6) 마법 공격력:26(+6)
내구력:150/150
*소환(환수) 계열의 레벨 3 증가.
*소환(환수) 계열의 명령 효과 30% 증가.
*강화 옵션:소환(환수) 계열의 공격력 9% 증가.
‘환수?’
레어 아이템이라는 것은 놀라웠지만 그보다 소환 계열 중에서 희귀한 편에 속하는 환수 아이템이라는 것이 더 놀라웠다. 덧붙여 환수와 그 환수를 소환하는 여성 플레이어를 연관해서 생각하니 누군가가 떠올랐다.
“……새벽의 여명?”
“그 길드는 이미 없어졌어요.”
“아, 그…래요?”
누군지는 알겠군.
머리 모양과 색깔이 변해 알아보지 못했지만 길드전 때 마지막으로 본 새벽의 여명 길드 마스터였다. 패배한 직후 길드를 해체했다고 했지만 여기까지 온 걸 보니 어떻게 새로운 길드를 일으켜 세운 모양이었다.
“이곳 길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텐데 용케도 왔네요.”
“원래는 오고 싶지 않았지만 이번 토벌 퀘스트의 보상만큼은 흥미가 생겼거든요. 그래도 루딘 님이 토벌에 불참했다면 거절할 생각이었어요.”
“어째서요?”
“잡을 가능성은 최대한 높이는 편이 좋으니까요.”
“…….”
그래, 현명해서 좋겠다.
난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녀에게서 받은 지휘봉과 강화석을 서로 닿게 했다.
[띠링!~ 다른 사람의 물품인 '환수 무리의 지휘봉'에 강화를 시도합니다.]
“다만 엠페러 길드에서 먼저 연합하자고 제의한 건 의외였어요. 엠페러 길드라면 공간이동 비용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아이젠이 굳이 다른 길드와 연합하기로 한 것은 돈 때문이기도 했다. 악마왕을 잡으려면 최소 1천 명은 몰려가야 될 텐데, 그 비용만 따져도 1만 골드였다. 게다가 길드원 중에서는 10골드를 가지고 있는 이가 드물 테니 대부분의 비용은 아이젠이 감당해야 될 테고, 행여 실패라도 한다면 그 돈은 허공으로 증발하는 셈이다.
[관련 능력치 행운(798)이 보정됩니다.]
[관련 스킬 '로거츠의 분해강화' 효과가 적용됩니다.]
[관련 물품 '행운의 보석 주사위' 효과가 적용됩니다.]
[강화 확률…… 100%.]
[물품 주인에게 강화 의사를 물어보고 있습니다.]
“와, 확률이 진짜 높네요.”
수락이나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