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5 第 38 話 =========================================================================
第 38 話 “53일째”
“저기요, 님! 그 무기 어디서 구하셨어요?!”
“……?”
마탄 폭격기의 탄환을 다 쓰고 기다리고 있던 찰나, 뜬금없게도 무기에 대해 물어보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때문에 자연스레 고개마저 돌아갔는데, 그곳에는 대략 다섯 명의 플레이어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별 이상한 놈들을 다 보겠네.’
지금의 전투보다 무기의 출처가 더 궁금하다니.
[마탄 폭격기의 마나가 채워졌습니다.]
“명품관 상자요.”
그래도 대답하지 못할 질문은 아니었다. 간단하게 마탄 폭격기의 출처를 밝힌 난 다시 방아쇠를 당겨 악마왕을 공격했고, 플레이어들은 짧은 감탄사와 함께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명품관 상자라면 그거지? 500골드짜리 상자?”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이 있구나.”
“500골드면 현금으로 대체 얼마야?”
“몇천만 원?”
“와, 나도 총 갖고 싶은데.”
쾅쾅쾅쾅!!-
‘근데 생각보다 데미지가 안 나오는데.’
30발 다 쏘더라도 데미지는 얼추 1,500. 농담이 아니라 10초 동안 뇌룡의 포효만 휘둘러도 이보다 훨씬 많은 데미지를 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접근했다간 근처에 있는 악마들을 먼저 상대해야 했기에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쉽지만 플레이어들이 악마를 처리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무난할 거 같았다.
“인간! 인간을 죽여라!”
“왕께서 명하셨다! 모두 공격하라!”
‘음?’
순간, 어떻게 된 일인지 얌전하게 대기하고 있던 악마들이 도리어 플레이어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형적으로 생긴 악마들이 일제히 달려들자 대부분 당황하는 눈치였으나 그 숫자는 고작 1~200명. 플레이어의 숫자와 비교해 10배 정도 차이 났으니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잠시 착각에 불과했다.
콰콰쾅!!- 콰아앙!!-
“젠장! 미친 악마 새끼들!”
“공격력이 너무 세!”
“거의 보스급이잖아!”
“…….”
슬쩍 보니 악마가 휘두른 주먹 공격에 플레이어 한 명이 나가떨어졌고, 그 외에는 권능까지 사용했는지 심상치 않은 폭발이 일어나 몇 명의 플레이어를 집어삼켰다.
단순히 그 장면만 보자면 악마들이 유리한 듯했지만…….
“야이, 개자식들아! 상대할 자신 없으면 뒤로 빠져!”
역시 숫자 차이는 무시할 수 없었는지 몇 명의 인원이 빠르게 악마를 없애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또 그렇게 외칠 정도로 실력이 없지는 않은지 하급 악마는 어찌어찌 해치우며 중급 악마와는 거의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었다.
“돌려 찌르기!”
뭐, 솔직히 중급 악마와 막상막하로 싸우는 시점에서 실력은 다 말한 셈일지도 모르지만.
탓!-
“크하핫! 인간! 죽여주마!”
그때 지붕 위로 올라온 중급 악마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저건 무슨 생각으로 내게 덤벼드는 걸까? 난 다시 마나가 채워진 마탄 폭격기를 달려드는 중급 악마에게 겨눠 탄환을 쏟아냈다.
쾅쾅쾅쾅쾅!!-
[적중 데미지! 256.]
[적중 데미지…….]
“크, 크윽!”
웃으며 자신 있게 달려든 중급 악마는 쏟아지는 탄환에 제대로 접근조차 못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좋긴 좋네. 문제는 10초가 지나 마탄 폭격기의 공격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하찮은 인간 자식이 날 화나게 하다니!”
“물품 보관창.”
충전 시간은 5초였지만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다. 물품 보관창을 열어 마탄 폭격기를 집어넣은 나는 대신 뇌룡의 포효를 손에 쥐고는 곧장 정면을 향해 전력으로 휘둘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3,614.]
정확히 어깨에 꽂히는 뇌룡의 포효. 타격하는 느낌이 손을 타고 전해지는 것과 동시에 중급 악마는 잠시나마 비틀거렸고, 난 그 빈틈을 놓치지 않은 채 최대한 빨리 끝내기로 했다.
“역동.”
콰아앙!!-
[스킬 데미지! 2,202.]
‘끝이다!’
3천을 넘어서는 데미지와 움직임이 멈춘 중급 악마. 결과는 뻔했다. 움직임이 멈춘 중급 악마를 정확히 여섯 대 때리자 그 악마는 즉각 소멸했기 때문이다.
[전투 경험치 6,000 획득!]
[띠링!~ 중급 악마의 징표를 획득하셨습니다.]
[중급 악마를 쓰러뜨린 업적으로 총 200의 공적치를 획득합니다.]
물론 공격하는 도중, 대지의 역동 효과가 끝난 중급 악마는 어떻게든 반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애당초 민첩부터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중급 악마는 공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죽었는데, 그때까지 걸린 시간은 5초도 되지 않았다.
‘이렇게 간단한 녀석을.’
덤벼든 중급 악마를 손쉽게 없앤 난 다시 밑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바라봤다. 플레이어들은 몇 배나 많은 인원으로 악마들을 밀어붙이고는 있었지만 대충 훑어봐도 이미 죽은 플레이어의 숫자도 상당히 많았다.
쾅!- 콰쾅!!-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마을은 함락될 거 같군.’
나름 악마들을 상대하는 플레이어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실질적으로 악마왕을 공격할 만한 플레이어가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후, 물품 보관창.”
어쨌든 아이템 창에서 마탄 폭격기로 바꿔 든 나는 잠깐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이대로 싸울까? 아님 도망칠까? 플레이어의 수준을 생각하면 가망이 없으니 도망치는 게 좋을지도 몰랐다.
[악마왕 아그라네스가 검게 물든 파괴의 폭풍을 사용합니다.]
‘새로운 패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스킬이었다. 그 스킬이 궁금했던 나는 악마왕을 주시했고, 이내 악마왕 앞으로 검은색 회오리가 생겨나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저게 끝인가?
다가오는 회오리야 점점 커지고는 있었지만 속도만큼은 결코 빠르지 않았다.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보고 충분히 피할 수준. 하지만 이상하게 내 몸이 회오리 쪽으로 조금씩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으아아아아!!”
그리고 끌려가는 느낌이 착각은 아니었는지 악마왕 근처에 있던 몇 명의 플레이어가 그대로 회오리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 크라켄이 사용했던 물회오리와 비슷한 스킬인 듯했다. 다만 그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악마왕의 회오리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변 플레이어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저러면 접근도 할 수 없잖아?’
무슨 스킬마다 저렇게 사기 같이 느껴지지?
또 회오리의 데미지도 높은지 휩쓸린 플레이어마다 회색으로 변하는 것을 언뜻 볼 수 있었는데, 나무 집과 같은 지형지물은 일절 움직이지 않아 별로 위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모양이었다.
“회오리에서 벗어나! 끌려간다!”
“무슨 이딴 스킬이 다 있어!”
콰득- 콰득-
회오리에서 벗어나려는 플레이어와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촉수. 악마들을 보내고 회오리 한 번 소환했을 뿐이지만 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도망가는 편이…….’
더군다나 회오리는 반경 50미터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끌어들이는 거 같았다. 하지만 말이 50미터지, 회오리의 크기를 생각하면 거의 몇백 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응? 뭐야? 여기 왜 이리 난장판이 됐어?”
문득, 공간이동 장치가 있는 건물에서 몇 명의 플레이어가 튀어나오더니 의아하다는 듯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불쌍하게도 1골드를 날린 셈이다.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슬슬 마을 따위는 내버려두고 도망가려던 찰나, 예상외로 아이젠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대화하면서 충분히 전투까지도 치룰 수 있다고 판단한 나는 대수롭지 않게 아이젠의 초대를 수락했다.
-루딘 님. 아직도 카르젠 왕국에 계십니까?
“뭐, 그렇지.”
-조금 전에 용감무쌍 길드가 찾아왔습니다. 루딘 님과 만나기로 약속 했다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락을 했습니다.
“…….”
그러고 보니 내가 전에 적성에게 뭐라고 했지? 하르페 제국으로 돌아갔다고 전해라 했었나? 며칠이 지난 지금 연락이 온 것도 놀라웠지만 실제로 찾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더 놀라웠다.
‘지팡이가 아깝기는 아까운 모양이군.’
하긴, 레어급 무기에다 7강까지 강화된 지팡이였으니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일 테지. 게다가 그놈도 양심이 있다면 그냥 달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 아마 다른 아이템과 교환하자고 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뭐, 하르페 제국까지 찾아갔으니 만나봐야지.”
이틀 간 악마왕과 붙어본 결과로는 지금처럼 무작정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는 거였다. 특히나 저 회오리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더욱 더 확고해진 난 잠시 물러서기로 하며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2층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가보시길 바랍니다.
“알았어.”
[길드 채팅을 종료합니다.]
그렇게 길드 채팅이 끝나자 난 다시 한 번 회오리에 휩쓸리는 플레이어를 보고는 한숨과 함께 귀환 스크롤을 사용했다. 이젠 남아 있는 플레이어들이 그 어떤 짓을 하더라도 이 마을은 함락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파밧!-
‘길드성이라…….’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난 침대 하나 있는 휑한 방을 둘러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는 곧이어 2층에 위치한 응접실로 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용감무쌍 길드 마스터인 흑신을 떠올렸지만 기다리고 있는 건 웬 처음 보는 여성 플레이어였다.
‘흑신 이놈은 끝까지 길드원을 시키네.’
“아, 안녕하세요.”
“……예.”
어찌 됐든 뭐라고 대답은 해야 했기에 곧바로 나가지 않은 난 앞에 플레이어가 온 이유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지팡이 때문에 온 건가요?”
“그것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어서요.”
“……?”
다른 거? 떨어뜨린 게 지팡이 하나가 아니었나? 잠시 그때 주웠던 아이템을 떠올리며 플레이어를 쳐다보자 플레이어는 뭔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한 달 뒤에 붉은 태양 길드와 관여하지 말아주셨으면 하고…….”
“관여하지 말라고요?”
“에, 예.”
‘음, 그런 식으로 나오는 건가.’
혹시나 내가 끼어들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생각한 듯했다. 실제로 그때 내가 죽인 플레이어의 숫자만 해도 300명…… 아니, 흑신과 그 곁에 있었던 길드원까지 포함하면 300명이 넘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용감무쌍 길드원의 숫자를 생각하면 거의 1/10은 나 혼자 죽인 셈이다.
“대가로는 100골드를 준비했어요.”
“꽤 싸네요.”
적성은 1천 골드를 줬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건 가만히 있어도 100골드를 주는 것이니 여러모로 괜찮은 제안이긴 했다.
“예? 그럼 얼마를 원하세요?”
“글쎄요. 아무튼 붉은 태양 길드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과 지팡이를 돌려달라고 온 거죠?”
“일단은 그래요.”
“본인이 직접 오라고 하세요.”
난 거기까지만 말하고는 응접실에서 벗어났다. 뒤에서 뭐라 부르는 플레이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길드성 3층으로 올라가자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루딘 님이시군요.”
조금 전에 이야기를 나눴던 아이젠이었다.
“어디 가?”
“이번에 나타난 악마왕에 대해 어떻게 할지 의논하려고 합니다.”
3층에서 만난 아이젠은 문득 의아한 말을 했다. 하르페 제국에 있는 녀석이 무슨 악마왕에 대해 의논하려고 하는 거지? 개인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는 녀석이었고, 길드 단위로 몰려가기에는 공간이동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동 비용은 어떻게 하려고?”
“다른 길드와 연합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저를 포함해 가길 희망하는 간부들만 간추려 도전할 생각입니다.”
“그런 식이라면 인원도 몇 명 못 모으잖아.”
“연합하기로 한 길드의 숫자가 상당하니 적어도 500명 이상은 모을 수 있을 겁니다.”
500명?
‘아아, 이 녀석은 악마왕과 붙어본 적이 없지.’
고작 500명으로 도전하려고 하다니. 대단하기는 했다. 그래도 아이젠의 말대로라면 각 길드의 마스터나 간부급의 인원으로 구성된 것이니 나름대로 전력이 될지는 몰랐다.
‘아니, 차라리 여기에 참여할까?’
길드와의 연합. 동맹을 맺는다는 뜻인데, 그렇게 되면 가장 큰 장점으로는 내 공격에 다른 이가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놓고 아르넬라의 빙산 낙하를 떨궈도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건데, 이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었다.
“어쨌든 회의실로 가겠네.”
“예, 같이 가시겠습니까?”
“길드성에 있어봤자 할 일도 없으니까.”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젠을 따라 다시 2층으로 내려와 회의실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아침에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고 급히 중복된 한 편을 지웁니다.
어제 12시부터 글이 안 올라가 계속 눌렸던 게 원인이었던 거 같네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게 재차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