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3 第 37 話 =========================================================================
第 37 話 “51일째”
“…….”
[세리스티나와의 호감도가 2 하락합니다.]
‘이놈의 호감도는 툭하면 떨어지네.’
힘들 거 같다는 내 대답에 떨어지는 그녀의 호감도. 시원하게 허락했다면 올랐을지도 모르지만 퀘스트에 실패하는 순간 그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호감도는 올리는 것보다 떨어뜨리는 것이 쉬웠기 때문이다.
마음에 안 들면 깎이고, 부탁을 안 들어주면 깎이고, 의뢰에 실패하면 깎이고.
‘하긴, 호감도 따위는 상관없지.’
내가 세리스티나를 노리는 것도 아니었으니 호감도를 신경 쓸 이유도 없었다. 문제는 악마왕이겠지? 하지만 세리스티나의 표정을 보니 그리 간단하게 포기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힘들 거 같다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저 혼자 악마왕을 상대할 수 없거든요.”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빛의 교단의 성기사들이 루딘 님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어? 설마 이것도 스킬인가?’
성기사들이 도와준다는 말에 솔깃한 난 어제 습득한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 스킬이 떠올랐다. 이대로 수락하면 카르젠 왕국 병사에 이어 빛의 교단 성기사까지 소환할 수 있는 건가? 병사들이 웬만한 소환수보다 활용도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와준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요?”
“100여 명의 성기사를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100명?’
스킬을 쓰면 100여 명의 성기사가 나타난다는 말인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병사 100명을 소환하는 스킬을 준다고 해도 믿을까 말까인데, 성기사 100명이라니? 아무래도 스킬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지원인 모양이군.’
스킬이 아닌 지원. 하지만 100여 명의 성기사를 지원해준다고 해도 딱히 도움될 거 같지가 않았다. 화랑 길드에서도 1천 명이 달려들어 절반이 죽은 마당에 성기사가 그 1천 명 보다 강할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성기사 1천 명. 그 정도 지원해준다면 해보죠.”
“죄송하지만 저희 교단에는 그렇게 많은 인원이 없습니다.”
“그럼 100명으로 악마왕을 잡으라고요?”
“예.”
“…….”
와, 워낙 당당하게 말하니 오히려 할 말이 없다. 대신 난 제정신이냐는 눈빛으로 세리스티나를 바라봤고, 다행히 눈치까지 없는 건 아니었는지 재차 입을 열어 말하는 세리스티나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영웅이신 루딘 님이라면 가능하실 겁니다.”
“……아, 그래요?”
미친, 그놈의 영웅 두 번만 됐다가는 사람 잡겠다. 그냥 마왕도 잡아달라고 하지? 황혼에 마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있다면 주저 없이 잡아오라고 할 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루딘 님은 영웅이시기 전에 모험가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만일 네이라를 구해주신다면 제가 교단에 부탁해 그에 따른 보상까지도 마련하겠습니다.”
[NPC 의뢰가 생겨났습니다.]
‘차라리 이게 낫군.’
성기사 100명 줄 테니 악마왕과 싸우라는 말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었다. 그나저나 보상이라면 어떤 거지? 대주교인 세리스티나가 주는 보상이 궁금했던 나는 의뢰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악마왕으로 변한 네이라를 구해라.]
설명:빛의 교단의 대주교 세리스티나는 악마왕으로 변한 네이라를 구출하고 싶은 마음에 당신에게 부탁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악마왕이 네이라의 영혼을 집어삼키지 못해 구출할 기회가 있는 상황. 그녀를 돕고 싶다면 의뢰를 승낙하시길 바랍니다.
<퀘스트 수락:기원의 구슬. 1회용 스킬 '성기사단 소환' 습득.>
<퀘스트 거절:현실 시간으로 10일간 신전에서의 의뢰를 받을 수 없음.>
<퀘스트 완료:경험치 5,000,000. 신성 공적치 250,000. 금화(400골드). 아이템(A랭크 랜덤 신앙 스킬북). 교단 보물 창고 이용 가능. 빛의 교단 소속의 모든 NPC 호감도 10 상승.>
<퀘스트 실패:세리스티나의 호감도 50 감소. 현실 시간으로 30일간 신전에서의 의뢰를 받을 수 없음.>
확인해보니 보상 자체는 어제보다 훨씬 좋았다. 최상급 악마가 아니라 악마왕을 잡아야 되니 보상도 이리 바뀐 거 같았는데, 솔직히 보상만 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보상이 확실히 괜찮긴 한데…….’
특히나 마음에 드는 점은 실패해도 별다른 페널티가 없다는 거였다. 신전에서 의뢰를 받는 거야 지금까지도 하지 않았으니 상관없는 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문득 되묻는 세리스티나의 목소리에 의뢰 정보창에서 시선을 뗀 나는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세리스티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뭐, 퀘스트까지 떴으니 대답은 해야겠지.
“받아들이죠.”
[의뢰를 받았습니다. '악마왕으로 변한 네이라를 구해라.']
[현재 네이라의 영혼 침식도 11%.]
[영혼 침식도가 100%가 되면 더는 네이라를 구할 수 없습니다.]
‘응?’
이런 것도 있네.
‘영혼 침식도가 11%…….’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악마왕이 등장한지 거의 하루가 된 시점에서 11%까지 오른 거였으니 아무래도 하루 10%씩 올라가는 거 같았다. 그리고 그 계산대로라면 현실 시간으로 9일 정도 남았다는 말인데, 오늘 이런저런 준비로 시간을 보낸다고 치면 실제로 남은 시간은 8일쯤 될 거 같았다.
“감사합니다.”
그때 세리스티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탁자 위에 올려둔 구슬을 내게 건네주었다.
“이건 기원의 구슬이라고 합니다. 부디 이 구슬로 네이라를 구해주시길 바랍니다.”
“노력해볼게요.”
“그리고 밖으로 나가시면 대기하고 있는 성기사 분들이 루딘 님을 따를 겁니다.”
거기까지 말한 세리스티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내게 고개를 숙이고는 이 신전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 역시 이곳에서 할 일이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신전을 벗어났고, 그와 동시에 하나의 메시지 창이 생겨났다.
[1회용 스킬. '성기사단 소환'을 습득하셨습니다.]
‘성기사가 따른다는 말이 이런 거였나?’
아니, 그런 것보다 살다 살다 1회용 스킬은 처음 듣는다. 한 번 쓰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스킬이겠지? 하지만 100여 명의 성기사를 소환하는 거였으니 그럭저럭 도움은 될 듯했다.
‘후, 이젠 뭐해야 되나.’
강화부터 끝낼까?
마탄 폭격기와 4원소 목걸이를 강화한다면 이후 악마왕의 전투에서 좋을지도 몰랐다.
[친구 '적성'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적성?’
대충 강화하는 쪽으로 할 일을 정한 나는 의외로 적성에게서 대화 요청을 받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지? 용감무쌍 길드와 적대 관계도 해제됐으니 적성이 내게 연락할 일은 없었다.
아니면…….
‘역시 연락이 온 건가?’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스치듯이 떠오른 생각과 함께 적성의 대화 요청을 수락한 난 곧이어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루딘 님. 용감무쌍 길드에서 사람 한 명 찾아왔습니다. 루딘 님을 꼭 만나야 된다고 해서…….
“음? 흑신 본인이 온 게 아니라 길드원이 왔다고요?”
-예, 그렇습니다만…….
‘이놈 봐라?’
보나마나 지팡이를 돌려달라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 의외라면 본인이 아니라 길드원을 보냈다는 정도? 아님 지팡이와 관계없이 날 만나야 될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가능성은 과감하게 제외했다.
어쨌거나…….
“전 하르페 제국으로 돌아갔다고 전해주세요.”
-예? 아, 예. 알겠습니다.
별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 말을 남기고는 적성과의 대화를 끝내버렸다. 그리고는 이 마을에서의 명품관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그 명품관을 찾기도 전에 내 귓가로는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지금 투혼 길드에서 악마왕 레이드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참여하실 분은 모두 모이세요!”
“악마왕 레이드 갑니다!”
‘악마왕?’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긴 있었다. 대략 200명 정도? 그보다 투혼 길드라면 아까 중재하러 왔던 그 길드 아니었나? 분위기를 보아하니 악마왕에게 도전하려는 듯했다.
‘혹시 모르니 나도 참여해볼까.’
퀘스트를 받은 만큼 어떻게든 악마왕을 처리해야만 했다. 특히나 나 혼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다른 플레이어의 힘을 빌려야만 했는데, 때마침 좋은 자리가 마련된 거 같았다.
‘그래도 강화는 끝내고 가고 싶은데…….’
적어도 새로 얻은 아이템인 마탄 폭격기는 써봐야 되지 않겠는가? 게다가 저 정도 인원으로 도전할 거 같지가 않을 거 같다고 생각한 난 어서 빨리 근처 사람에게 물어 명품관을 찾은 뒤, 그곳에서 무기 강화석과 장신구 강화석을 10개씩 구매했다.
또 구매하면서 본 내 소지금은 나조차 조금 놀랄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1,453골드 56실버 52코퍼]
용감무쌍 길드원을 죽여 획득한 금액이 200골드 이상. 레벨도 3 상승했기에 현재 내 레벨은 87로 오른 상태다. 만일 죽는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한 나는 명품관 내에서 마탄 폭격기의 강화를 시작했고, 곧이어 생겨난 옵션은 뭔가 애매한 감이 없지 않았다.
[+10 마탄 폭격기] (Unique)
설명:초당 3발씩 발사할 수 있는 원거리 무기. 한때 전설을 제작하는 드레튼이란 드워프가 마룡을 죽이기 위해 대마법사와 힘을 합쳐 만든 무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무기를 완성한 드레튼은 마룡과의 결전을 벌이다 결국 패배하고 말았고, 또 무기만큼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마룡은 다시는 만들 수 없게 산산이 부서뜨리고 말았다.
<근력(150+85), 민첩(100+70)>
<모든 속성 2%>
공격력:51(+31) 마법 공격력:0
내구력:264/264
*공격 속도 2배 상승.
*공격이 적중할 때마다 마나력 10 회복.
*공격력 수치만큼 고정 데미지로 적용.
*강화 옵션:사거리 200M 증가.
‘공격력이 안쓰럽긴 하군.’
강화를 하지 않는 것보다 낫겠지. 또 51의 고정 데미지였으니 1분 동안 쏜다면 9천 이상의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전투가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정도 데미지를 낸다면 나름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난 목걸이 강화는 잠시 미뤄두고 명품관에서 빠져나왔다.
‘설마 출발하지는 않았겠지.’
웅성~ 웅성~
‘오?’
그런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와 보니 이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못해도 1,000명 이상? 저 인원에다 투혼 길드까지 합친다면 나름대로 싸울 수 있을 듯했다.
“투혼 길드는 어디에 있냐!”
“인원도 이 정도 모였는데 출발 안 할 거야?!”
“출발합니다!”
“준비가 끝나신 분은 공간이동 장치로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공간이동 장치를 이용할 수 있게 1골드만 빌려주실 분!”
언뜻 출발한다는 소리가 들린 거 같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몇몇 사람들은 공간이동 장치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난 그런 그들을 따라 베아디 산맥 근처에 있는 마을로 이동했다.
또 공간이동 장치로 다른 마을로 넘어오니 그곳에도 꽤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내가 볼 때는 투혼 길드만이 아니라 다른 길드까지 몇몇 섞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 카르젠 왕국에서는 처음 발생되는 토벌 퀘스트니 어쩔 수 없나.’
바로 어제 생겨난 토벌 퀘스트. 토벌 대상이 악마왕이라 그런지 몰라도 보상도 바무트 교단과는 달랐다.
[세상에 나타난 악마왕 아그라네스를 토벌하라.]
설명:지상에 강림한 악마들이 인간에게서 원혼을 모아 결국 악마왕을 부활시키고 말았습니다. 부활한 악마왕의 목적은 지상의 생명체를 모두 말살시키고 악마의 세상을 만드는 것. 이를 깨달은 빛의 교단에서는 각 나라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 요청을 받은 나라에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빛의 교단과 각 나라의 뜻에 따라 악마왕을 토벌하십시오.
<의뢰 완료 조건:악마왕 아그라네스를 처치.>
<의뢰 완료 보상:빛의 교단과 각 나라의 희귀 보물.>
<획득한 공적치에 따른 추가 보상 지급.>
‘그래도 모인 인원이 몇천 명은 되는 거 같은데.’
상대가 악마왕이 아니라면 이런 인원을 보자마자 걱정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데로나크 정도만 됐어도 이 인원이면 잡지 않을까? 문제는 악마왕이라는 것인데, 그 악마왕이 사용하는 스킬 중에 노래가 마음에 걸렸다.
‘여기 사람들 중에서 노래 듣고 버틸 사람이 있으려나?’
무려 1만 8천의 데미지가 들어오는 노래 공격. 그래도 홈페이지에 올라왔으니 다들 대비는 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악마왕이 있는 근처까지 이동하겠습니다!”
“다들 이동하십시오!”
‘그래, 싸워보면 알겠지.’
난 서로 떠들며 발걸음을 옮기는 플레이어를 보고는 조용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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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일이 있어 예약으로 올리고 갑니다.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