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69화 (169/211)

00169  第 37 話  =========================================================================

第 37 話 “51일째”

용감무쌍 길드와의 전투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바로 붉은 태양 길드와 동맹을 맺는 것. 동맹을 맺으면 용감무쌍 길드의 적대 관계가 엠페러 길드에게도 이어지기에 싸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 했지만 솔직히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막말로 동맹하고는 상관없이 타국 플레이어를 죽이면 안 된다는 시스템이 있다면 어쩔 것인가?

그럼에도 일을 진행하기로 한 건 내겐 문제될 게 없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용감무쌍 길드와 싸우다 NPC에게 잡혀간다면 누가 곤란해질까? 바로 그 의견을 제시한 적성이었다. 다행히 명품관 상자는 붉은 태양 길드원이 무사히 접속하는 대로 받기로 했기에 난 그런 적성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딸각-

‘근데 진짜 할 게 없네.’

대충 오후 2시 40분에 접속하기로 한 나는 이제 막 2시를 넘어선 시간을 확인하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토벌 이야기뿐이고.’

딸각-

[갑작스레 생겨난 토벌 의뢰. 그 대상은 모든 플레이어?]

[세 번째로 나타난 토벌 퀘스트.]

[악마왕 아그라네스. 과연 어떤 몬스터인가?]

[전 대륙에 나타나고 있는 악마. 원인은 토벌 의뢰?]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나열된 기사들. 대충 훑어봐도 토벌 의뢰와 관련된 기사밖에 없었다. 내심 다른 기사가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클릭했지만 역시나 헛수고인 듯하다. 그리고 지금 나열된 기사들은 시간도 때울 겸 전부 읽어봤기에 지금은 흥미조차 생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아본 악마왕 아그라네스의 스킬.]

‘응? 이 글은 못 본 거 같은데?’

그것보다 스킬이라면 직접 싸워봤다는 소리다. 악마왕이 어디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싸우기까지 했다면 상당히 빠른 편이라 생각한 난 그 글을 클릭해보았다.

[내용:카르젠 왕국의 화랑 길드가 베아디 산맥 초입 부근에서 악마왕을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고 제일 먼저 레이드에 나섰습니다. 인원만 1천 명이 넘는 대규모 레이드였지만 결과는 패배. 절반 정도의 인원이 순식간에 죽어나가자 화랑 길드 마스터는 결국 후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때 악마왕이 사용했던 스킬로는…….]

‘절반 정도면 500명쯤 죽었다는 소린가?’

악마왕 아그라네스는 월드 보스였다. 월드 보스가 레이드 보스보다 한 등급 위에 보스라면 1천 명의 인원으로도 부족할지 몰랐다. 어쨌든 화랑 길드가 실패했다는 글을 읽어본 나는 밑에 나열된 악마왕 아그라네스의 스킬까지도 살펴보았다.

[먼저 바닥에서 촉수 같은 걸 소환합니다. 촉수와 상대해본 사람의 말로는 공격력이 5천. 방어력은 1천. 생명력은 4~5천이라고는 하는데, 아마도 5천일 거라 생각됩니다. 문제는 이런 엄청난 촉수를 계속해서 소환한다는 정도가 되겠네요. 내가 본 바로는 100개 정도 소환하는 거 같았습니다.]

“100개라…….”

이건 뭐 딱히 상대할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거의 보스급의 공격력을 지닌 촉수를 100개나 소환한다면 다른 사람도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또 이 촉수에게 관통 공격을 당한다면 모든 스킬이 봉인되는 것과 동시에 움직임이 극도로 느려집니다. 민첩이 90% 하락된다고 하더군요. 관통 확률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100~120 정도 되는 듯싶습니다.]

‘민첩까지 내려가다니.’

스킬 봉인이야 나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민첩 하락은 뜻밖이었다. 역시 직접 당해본 사람이라 그런지 수집하는 정보도 남달랐다. 이러나저러나 악마왕 아그라네스가 사용하는 촉수에 관한 정보를 쭉 훑어본 나는 밑에 적혀진 다른 스킬로 눈을 돌렸다.

[다음 스킬로는 '절망을 이끄는 노래'를 사용합니다. 노래가 들리는 범위 내에서는 생명력이 초당 100씩 감소되며, 약간의 능력치 하락 효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락하는 능력치 중에서는 민첩도 포함되어 있기에 노래를 듣고 촉수 공격에 관통 당한다면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상황까지 갑니다. 노래는 못해도 3분 정도 부르는 거 같았습니다.]

“…….”

3분이면 180초. 합치면 총 1만 8천의 데미지가 들어온다는 소리다. 단순히 노래만으로도 대부분의 플레이어를 죽일 수 있는 능력. 월드 보스라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이 악마왕은 아무래도 레이드 보스보다 강한 게 확실한 거 같았다.

[마지막은 죽은 플레이어의 숫자가 어느 정도 되면 그 플레이어의 시체를 이용해 악마를 소환합니다. 네크로맨서의 시체 소환과 비슷한 계열인지 그런 식으로 소환에 이용된 플레이어 시체는 부활이 먹히지 않더군요. 대략 플레이어 시체가 10명 있으면 하급 악마. 50명 정도면 중급 악마를 소환하는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악마 소환까지.

하급 악마야 별거 아니겠지만 그와 별개로 스킬을 세 개밖에 알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다. 1천 명이 몰려가서 알아낸 스킬이 고작 세 개밖에 없나? 나열된 세 개의 스킬도 범상치 않았지만 월드 보스의 타이틀을 달고 나온 악마왕이 고작 세 개의 스킬만 사용할 리는 없었다.

‘의외로 전투 시간이 짧네.’

그리고 화랑 길드의 전투 시간은 불과 15분. 그 시간에 절반의 인원을 잃고 후퇴했다는 말이 마지막 부분에 적혀져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플레이어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어제 나타난 악마왕은 크라켄보다도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위치가 밝혀졌으니 많은 이들이 도전하겠군.’

그나저나 월드 보스라면 어떤 아이템이 나올까? 레이드 보스에게서 간혹 유니크 아이템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럼 월드 보스인 악마왕은 레전드(Legends) 장비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레전드 장비…….’

지금까지 얻은 유니크 장비는 날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100개의 주머니를 제외하고 말이다. 100개의 주머니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같은 유니크 아이템과 비교하기엔 성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다.

물론 공짜로 물약과 재료를 얻을 수 있으니 유니크에 걸맞은 성능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이후 게시판으로 들어가 몇몇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 난 시간이 2시 38분을 가리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장 황혼으로의 접속을 시도했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접속으로 이동된 곳은 붉은 태양 길드의 아지트다. 어제 적성과 나눴던 이야기 중에 웬만하면 자신의 아지트에서 접속을 종료해달라고 부탁을 받은 나는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접속을 종료했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같이 움직이자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접속하자마자 주위에는 붉은 태양 길드 마스터인 적성을 포함해 총 8명의 플레이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루딘 님. 오셨군요.”

“예.”

그나저나 분위기가 왜 이래?

숨조차 턱턱 막힐 거 같은 공간 속에서도 다들 아무렇지 않은지 조용히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붉은 태양 길드원들. 나 역시 그런 그들과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긴 했으나 잘 부탁한다는 의미보다는 형식상 어쩔 수 없이 하는 인사 같았다.

다만 내가 실제로 접속할 줄은 몰랐는지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는 몇몇 시선들도 있었다.

“하하, 다들 전투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상관없어요. 가죠.”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야기야 어제 끝났고, 약속 시간에 맞춰 접속했으니 더는 떠들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난 적성을 포함한 8명의 붉은 태양 길드원을 이끌고 저택 밖으로 나왔다.

저벅-

“……?”

근데 이놈의 용감무쌍 길드원은 어디로 갔지?

저택 밖으로 나오자마자 한차례 싸울 거라 생각한 나였지만 예상외로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용감무쌍 길드원이 없네요.”

“……제 예상대로라면 이미 정보가 샜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가 아무도 없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하자, 조금 심각한 듯한 적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보가 새다니? 하지만 왠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드원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다 글을 올렸을 텐데, 그중 한 명이라도 용감무쌍 길드에게 알리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또한 적성의 말대로 정보가 샜다면 용감무쌍 길드원은 시작 지점에서 어떤 준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뭐, 상관없겠지.’

어제 악마들과 싸워서 그런지 몰라도 용감무쌍 길드와의 전투는 그리 힘들 거라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도 가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건…… 예, 그렇습니다.”

“선택지도 없는 상황에서는 신경 쓰지 않는 게 답이기도 해요.”

그 대답을 하고는 곧장 시작 지점으로 향한 난 적성이 말한대로 누군가 알려주기라도 했는지 꽤 많은 용감무쌍 길드원을 볼 수 있었다. 못해도 500명 이상? 내가 이렇게 한눈에 알 수 있는 이유는 머리 위에 적대 표시가 있기 때문인데, 살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았다.

웅성~ 웅성~

“엇? 저기 저 사람 적성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붉은 태양 길드 마스터.”

“시작 지점에 왜 이리 사람이 모였나 했더니.”

“또 붙을 셈인가?”

‘이래서야 10분으로도 부족하겠는데.’

10분 뒤에 붉은 태양 길드원이 접속한다. 그걸 생각하면 시간이 부족하겠다고 느낀 나는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를 무시한 채 적성에게 말했다.

“먼저 가겠습니다.”

“조심하셔야 됩니다.”

뭘 조심까지야.

생각해보면 내게 제약이 많은 싸움이기도 했다. 적대 관계인 용감무쌍 길드는 몰라도 혹시나 다른 관계없는 이를 죽인다면 일이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로 시간만 끄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난 그 생각과 동시에 힘차게 앞으로 달렸다.

탓!-

“온다, 저놈이 루딘이다!”

“감히 우리 길드에게 적대 관계를 신청하다니!”

“죽여주마!”

“제이어의 수호방패!”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파밧!-

어제 아이젠에게 부탁해 붉은 태양 길드와 동맹을 맺어 자연스레 엠페러 길드와도 적대 관계가 된 용감무쌍 길드. 거기에 관한 내용을 들은 난 제일 먼저 수호방패를 사용해 마법에 대한 대비를 했고, 곧이어 제일 가까이에 있는 녀석을 향해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5,256.]

‘데미지 한번 시원해서 좋네.’

“우, 우왓, 전투다!”

“도망쳐!”

어제 악마와 싸웠을 때의 답답한 데미지는 없다. 기본 5천. 못해도 4천씩은 뽑아내는 데미지에 취한 난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을 죄다 몸으로 받아내며 정신없이 적대 플레이어를 죽였고, 그와 동시에 소모됐던 지구력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

파치칙!-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이제 일반 플레이어는 없나?’

콰쾅!- 콰콰쾅!!-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나와 용감무쌍 길드와의 격돌. 그 격돌 속에서 휘말려 죽고 싶지 않은지 일반 플레이어들은 즉각 시작 지점에서 도망쳤다. 덕분에 주변에는 적대 플레이어밖에 남지 않았는데, 문제는 그 숫자였다.

‘진짜 더럽게 많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나 혼자서는 이 인원을 10분 안에 다 죽일 수 없다. 다만 지금 나와 상대하고 있는 적대 플레이어들은 뇌룡의 포효만 휘둘러도 죽일 수 있는 상대였기에 어느 정도 방법이 있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바로 환영으로 숫자를 늘리는 것. 난 내 지구력이 되는대로 환영이동을 사용했고, 그렇게 도합 15명의 환영을 만들어내자마자 상황은 점점 바뀌고 있었다.

콰쾅!- 쾅!-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뭐야? 루딘이 왜 이렇게 많아?!”

“환영이다! 환영 소멸 마법 사용해!”

“환상 제거!”

‘음?’

한참 싸우며 소모된 지구력을 채우던 도중, 환상 제거라는 외침과 함께 거의 학살하고 있는 환영에게서 빛이 번쩍였다. 환영을 제거하는 스킬도 있었던 건가? 일단 공격을 쉬지 않고 지켜보고 있으니 빛이 세 번 정도 번쩍였을 때, 내 환영이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씨발, 무슨 환영이 이리 안 없어져?!”

“생명력이 7천은 넘어!”

“나머지 인원은 여기 놈들을 지켜! 환영부터 없애!”

‘……저놈들부터 죽여야겠군.’

몇 분 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내가 죽인 플레이어의 숫자는 100여 명이 넘었다. 이미 아이템은 바닥에 떨어지고 있는 상태. 아이템이 아깝기는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환영을 없애고 있는 저 플레이어부터 잡아야 될 거 같았다.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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