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6 第 36 話 =========================================================================
第 36 話 “50일째”
[적중 데미지! 1,328.]
‘쉽지 않겠는데.’
적중 데미지를 보니 이 상급 악마는 근력이나 방어력이 나보다 뛰어난 듯했다. 하지만 둘 중 뭐가 됐든 쉽지 않은 전투를 예상한 나는 아직도 도망치지 않은 네이라에게 외쳤다.
“빨리 도망쳐요!”
“아, 예. 알겠습니다.”
“크큭, 도망치려고? 안 됐지만 이미 늦었다!”
‘늦었다는 게 무슨 뜻이지?’
이미 포위한 건가? 혹시 몰라 주변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반격을 시도하는 녀석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몇 번의 공격을 허용할지도 모르는 상황. 내지르는 상급 악마의 주먹을 피하며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지만 상급 악마는 반대편 주먹으로 그 뇌룡의 포효를 쳐냈다.
콰앙!-
‘씨발.’
저놈의 주먹은 어떻게 됐는지 무기와 부딪쳤는데도 데미지 하나 뜨지 않았다. 주먹 자체가 무기인 듯했다. 어쨌든 그런 주먹을 번갈아가며 휘두르니 정신 차리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이야~ 저 사람 엄청 빠르다!”
“공격이 보이지도 않아.”
“근데 방금 도망치라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나와 상급 악마의 전투를 보고 감탄하는 플레이어까지. 도와주지도 못할망정 감탄이나 하고 있으니 짜증이 절로 솟구쳤지만 그와 별개로 아직도 도망치지 않은 그들의 행동이 의아했다.
쾅!- 콰쾅!-
“놀랍군! 설마 나와 대등하게 싸울 줄이야!”
“대등?”
이 자식이 지금 뭐라는 거야?
확실히 능력치로 따지면 나와 녀석은 비슷한 수준이니 그렇게 생객해도 무리는 아니다. 단지 지금의 전투만으로 날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빛이여! 이곳의 어둠을 걷어내소서!”
“……?”
파밧!-
네이라? 순간, 도망쳤을 거라 생각했던 네이라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동시에 새하얀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크윽! 감히 내 전투를 방해하다니!”
또 그 빛에 닿은 상급 악마는 괴로운 얼굴로 뒤로 물러서더니 이내 커다란 나무 뒤로 숨었고, 덕분에 약간의 여유가 생긴 난 재빨리 주변부터 살펴보았다. 주변에 다른 악마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지만 지금은 빛 때문인지 눈에 보이는 악마는 한 마리도 없었다.
“어째서 도망치지 않고…….”
“안타깝게도 포위됐습니다. 언뜻 발견한 악마들만 여섯 이상. 도망치더라도 금세 잡힐 게 분명합니다.”
벌써 포위당했나?
네이라의 말대로 사방에 퍼져나간 빛이 사그라지자 나무 뒤에서 몇 마리의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이 중급 악마였지만 단 한 마리만은 중급이 아니라 상급 악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급 악마 로스모]
‘상급 악마가 두 마리라…….’
상급 악마가 두 마리나 나타나니 중급 악마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나저나 이거 위험한 거 같은데? 나타난 악마들은 숫자도 이쪽보다 많은데다 개개인의 전력까지도 압도적인 차이가 있었다.
“뭐, 뭐야? 이 악마들은 언제 온 거지?”
“아무래도 포위된 거 같아.”
“아까 도망치라고 한 게 이거 때문이었어?”
자기들끼리만 뭉쳐 있으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듯하다. 어차피 도움이 될 거 같지도 않았기에 신경조차 쓰지 않기로 한 나는 여기 있는 네이라와 볼레스만 지키기로 했다.
“칭호 교체. 소환.”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를 소환…….]
휘이이이잉!-
눈보라와 함께 소환되는 아르넬라.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레 소환된 아르넬라를 발견하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떠들기 시작했다. 애당초 아르넬라는 홈페이지에 사진까지 올라왔을 정도니 저들이 알아보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어? 저거 아르넬라 맞지? 아니스 왕국에 있는 레이드 보스.”
“무슨 스킬이기에 아르넬라를…….”
하지만 난 들려오는 플레이어의 말을 무시한 채, 다시 칭호를 바꾸고는 아르넬라에게 말했다.
“주변에 있는 악마들을 죽여. 네이라도 지키고.”
“네이라가 누구인가?”
“여기 이 여자.”
“그대의 뜻에 따르지.”
만일 처음 내가 원했던 대로 네이라가 무사히 도망쳤다면 이곳에다 빙산 낙하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빙산 낙하를 사용하기에는 NPC인 네이라도 피해를 받는지 알 수 없어 시도하지를 못했다.
“가토벨! 아직도 정리를 못하다니! 이제부터는 내가 처리할 테니 넌 이만 사라져라.”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설마 내분?’
상급 악마 둘이 떠드는 소리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생겨났지만 내가 원하는 식의 싸움까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네 녀석의 할 일은 거기서 잠자코 지켜보는 것이다! 네가 나설 기회조차 없다는 걸 보여주지!”
가토벨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쪽으로 달려들었고, 아르넬라는 그런 가토벨의 행동을 인식하고는 곧바로 마법부터 사용했다.
“냉기 폭발.”
콰아아앙!!-
“큭!”
‘결빙 상태?’
사람 10여 명은 우습게 집어삼킬 냉기 너머로 온몸에 서리가 낀 가토벨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달려들었다. 결빙 상태에 걸리면 민첩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런 내 예상대로 나를 향해 공격을 시도하는 가토벨의 속도는 형편없을 정도로 내려간 상태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1,316.]
[적중 데미지…….]
‘문제는 데미지인가.’
가토벨의 속도가 느려진 탓에 공격할 기회가 주어진 건 좋았지만 데미지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공격하고 있는 도중에도 아르넬라의 마법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만만치 않은 데미지를 주고 있었지만 상급 악마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크아앗!”
“크크, 더는 못 봐주겠군. 전부 없애라. 특히 저 빛의 여자는 시체까지 챙겨야 된다.”
그때 또 다른 상급 악마인 로스모라는 녀석마저 움직였다. 아직 이놈도 처리하지 못한 마당에 저것들까지 공격하다니. 하지만 이번에는 플레이어들이 앞으로 나서 그런 중급 악마들을 막아내는 듯했다.
“온다! 다들 정신 차려!”
“말 안 해도 알아!”
콰콰쾅!-
근데 저들이 막을 수 있을까? 슬쩍 확인해보니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힘겹게 막아내는 플레이어를 볼 수 있었다. 그나마 플레이어 중에 힐러가 있고, 또 네이라가 보조해주는 탓에 버티는 거 같았다.
‘실력이 아주 없지는…… 응?’
“아악! 이제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끝까지 버텨!”
“이것들 공격력이 장난 아니야!”
처음 중급 악마의 공격을 버틴 모습을 보고 방어력이 상당할 거라 생각했지만 내 착각인 모양이었다. 몇 번의 공격을 받아낸 플레이어는 더는 못 버티겠다는 듯이 외치자, 네이라는 그런 플레이어를 위해 조금 전에 보여줬던 빛을 퍼트렸다.
“빛이여! 이곳의 어둠을 걷어내소서!”
파밧!-
“크아악!”
“오, 물러간다!”
플레이어를 향해 달려들었던 중급 악마들은 빛을 피해 다시 나무 뒤로 숨었고, 네이라는 그 틈에 보조 마법까지 걸어줬다.
“어둠을 튕겨내는 빛의 방패여!”
다만 내가 볼 때는 네이라의 저런 지원도 임시방편인 듯했다. 아무리 네이라가 지원을 해도 플레이어의 실력으로는 중급 악마를 처리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한 난 아르넬라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르넬라! 얼음 골렘으로 지원해!”
“알았다.”
쿠쿠쿵!-
소환된 세 마리의 골렘은 아르넬라의 손짓에 따라 플레이어를 공격하려는 중급 악마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러던 사이, 내가 직접 상대하고 있는 가토벨의 외침이 들려왔다.
“나로 하여금 권능까지 쓰게 하다니!”
“권능?”
권능이라는 말에 난 이전 B랭크 의뢰에서 만난 중급 악마가 이상한 특수 기술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떠올랐다. 아무래도 이놈의 악마들은 각자 권능이라는 것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후회해도 늦었다!”
‘응?’
퍼억!-
“……!?”
순간, 가토벨의 몸에서는 뭔가가 튀어나오는가 싶더니 안면에 자그마한 충격이 느껴졌다. 놀랍게도 인식하기도 전에 맞아버린 것이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656.]
‘미친, 이건 무슨 공격이지?’
데미지 자체는 위험한 수준이 아니지만 공격을 인식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게 녀석의 권능인가? 어쩌면 인식이 불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녀석의 권능일지도 몰랐다.
“이번에야 말로 죽여주마!”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동시에 또 인식할 수 없는 공격이 내 몸을 강타했고, 그 뒤를 이어 가토벨의 주먹까지 따라붙었다.
‘이 미친 새끼가!’
그렇다고 해도 가토벨은 아직 결빙 상태. 지속적인 아르넬라의 공격으로 인해 결빙은 풀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덕분에 뒤를 이은 주먹까지는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자마자 다시 이상한 공격이 날 타격했다.
“큭, 수호의 갑옷!”
채앵!-
[수호의 갑옷이 충격을 대신해서…….]
‘됐다.’
짧은 순간에 5천 정도의 생명력이 깎인 난 수호의 갑옷으로 이 이상한 공격을 막아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맞아도 조금 전과 같은 타격이 느껴지지 않았던 나는 다시 침착하게 가토벨의 공격을 피해내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아악! 나 죽는다!”
“상급 악마가 뭐 저리 강해?!”
설마 다른 상급 악마까지 공격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돌아보니 역시나 로스모라는 상급 악마가 전방을 맡고 있던 플레이어를 긴 창으로 꿰뚫어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해 다른 플레이어까지도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그야말로 순식간에 죽어버린 플레이어.
아르넬라가 소환한 얼음 골렘은 중급 악마가 상대하고 있어 지금 당장 상급 악마를 막을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네이라와 볼레스 둘이 힘을 합쳐 상급 악마를 상대하고는 있었지만 저대로 놔둔다면 결과는 안 봐도 뻔한 일.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결국 가토벨은 환영과 아르넬라에게 맡기기로 한 나는 환영이동으로 로스모라는 악마에게로 다가가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983.]
‘이 자식은 가토벨보다 방어력이 더 높군.’
“음? 가토벨이 상대하던 놈이 어째서 이곳에…….”
상급 악마는 잠깐 가토벨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이내 이해했다는 표정을 보여줬지만 난 신경 쓰지 않으며 재차 공격을 가했다.
채앵!-
“……?”
그러나 뇌룡의 포효는 녀석의 몸에 닿기도 전에 튕겨나갔고, 그걸 확인한 나는 즉각 뒤로 물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했으나 녀석은 내가 그러든 말든 느긋하게 시선을 돌렸다.
“뭔가 했더니 환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녀석이었군. 우리 권능은 아닌 거 같은데 말이야.”
“방금 그건 뭐지?”
“하지만 방해하면 죽이겠다!”
로스모의 오른쪽 팔은 마치 랜스처럼 길고 뾰족했다. 당연히 그게 무기였는지 빠른 속도로 찌르며 공격을 해왔지만 그걸 지켜보고만 있을 네이라가 아니었다.
“싸우는 이에게 보다 강한 용기를!”
[NPC '네이라'가 신성한 용기를 사용합니다.]
[근력, 민첩이 150 상승합니다.]
‘150?’
근력과 민첩 150 상승. 단순히 수치로 계산하자면 유니크 아이템을 하나 더 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나 지금과 같이 미묘하게 능력치가 엇비슷한 상황이라면 무엇보다도 좋은 보조 스킬.
난 처음보다 느려진 로스모의 창을 옆으로 피해내고는 최대한 빨리 파고들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658.]
이 공격은 튕겨내질 않는군.
공격이 튕겨지는 대신, 녀석을 날려버린 난 처음 공격이 튕겨나간 이유를 생각했지만 역시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었다. 조금 더 싸워본다면 알 것도 같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알아내고 싶지는 않았다.
콰아아아앙!!-
순간, 거대한 폭발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아르넬라의 냉기 광선이 가토벨을 명중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지금까지 공격한 게 누적이 됐는지 냉기 광선을 맞은 가토벨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아르넬라는 그런 가토벨에게 다시 한 번 마법을 날렸다.
콰쾅!!-
[전투 경험치 25,000 획득!]
[띠링!~ '상급 악마의 징표'를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가 이 따위라니.’
적은 편은 아니지만 고생한 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다. 하지만 상급 악마를 잡았다는 것에 만족한 나는 이제 마지막 남은 상급 악마를 주시했고, 로스모는 마치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투로 말했다.
“설마하니 가토벨을 죽이다니.”
“이젠 네 차례지 않을까?”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우릴 쓰러뜨리지 못한 네 패배다.”
“……?”
무슨 소리지? 제한 시간이라도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