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5 第 36 話 =========================================================================
第 36 話 “50일째”
“악마를 발견한 거 같은데…… 중급 악마네요.”
“어디죠? 그곳이?”
악마라는 단어에 즉각 반응을 보인 네이라는 위치부터 물어왔다. 싸우는 건 다른 사람이 싸울 텐데 위치는 왜 물어보는 거지? 그런데 표정을 보면 당장이라도 앞장서서 달려들 것만 같았다.
어쨌거나 난 그런 네이라에게 지도를 보며 대략적인 위치를 말해줬다.
“저쪽 방향으로 쭉 가면 돼요.”
“알겠습니다.”
응? 의외로 네이라는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주저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볼레스는 황급히 뒤쫓아갔고, 나 역시 그런 둘을 따라 걸어가기는 했지만 그 걸음은 결코 빠르지 않았다.
‘한번 고생 좀 해봐야 정신 차리지.’
그렇게 느긋하게 악마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이미 도착한 NPC 둘이 악마와 싸우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책 없이 달려간 네이라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그녀는 새하얀 빛으로 이뤄진 화살이나 창을 날려 악마를 상대로 조금씩 압도하고 있었다.
쾅!- 콰쾅!!-
“이 빌어먹을 빛의 자식이!”
“사라져라!”
‘……그냥 놔둬도 이기겠는데?’
농담이 아니라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을 듯했다. 어쨌든 기존 사람 형상에 양손만 시뻘건 악마는 네이라가 날리는 빛의 화살을 피해내며 허공에다 손을 휘둘렀고, 그 궤적에 따라 칼날 모양의 불꽃이 네이라를 향해 쏘아졌지만…….
“신성 결계!”
콰아아앙!!-
네이라가 만든 보호막에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그래도 파괴력이 있는 공격인지 심상치 않은 폭발까지 일어난 것을 확인한 난 문득 뒤쪽에서 들려온 다수의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우와, 이거 뭐야? 중급 악마?”
“내 말 맞지? 저 여자 빛의 교단의 NPC라니까.”
“도와주면 퀘스트를 주지 않을까?”
돌아보니 조금 전에 맨티스와 싸우고 있었던 플레이어들이 네이라를 보며 감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들의 말대로 네이라를 도와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부러 나서서 돕겠다고 하니 말릴 생각은 없었다.
그때 그 플레이어 중,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괜찮다면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뭐, 그러세요.”
“어? NPC 아니었어요?”
나까지 NPC로 착각했나?
“NPC는 저 앞에 있는 둘이죠.”
난 앞에서 열심히 공격하는 네이라와 그런 네이라를 지키고 있는 볼레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볼레스는 네이라의 의해 각종 보조 마법을 받은 상태인지라 악마가 쉽게 접근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원거리 공격으로 승부를 보자니 네이라에게 터무니없이 밀리고 있었다.
“NPC가 여기까지 올 정도면…… 대체 어떤 퀘스트를 받은 거예요?”
“저기 보이는 악마 잡는 퀘스트요.”
“악마 잡는 퀘스트요? 보상은 어때요?”
“글쎄요.”
새삼스럽지만 이 퀘스트의 보상은 딱 두 개밖에 볼 게 없었다. 금화 200골드와 A랭크 랜덤 신앙 스킬북. 그것 말고는 경험치나 신성 공적치가 있었지만, 신성 공적치는 어디에 쓰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애당초 신전 관련 퀘스트를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적당한 골드와 스킬북 정도?”
“아, 그래요? 아무튼 저희도 도와줘도 되죠?”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그 플레이어는 다른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곧장 악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저들이야 이곳에서 사냥하고 있었던 만큼 어느 정도 실력이 있을 테고, 또 그런 내 예상대로 악마는 네이라와 플레이어의 합공으로 인해 금방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근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네이라의 빛의 공격과 플레이어의 합공까지 더했는데도 불구하고 중급 악마를 잡은 시간은 꽤 걸리고 말았다. 덕분에 소환한 병사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물론 다시 소환하면 되니 상관이야 없지만, 그와 별개로 최상급 악마와 싸울 때에는 이들이 도움될 거 같지가 않았다.
“당신들은 누구신가요?”
그리고 전투가 끝나자마자 물어보는 네이라의 질문에 플레이어 한 명이 나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모험가입니다. 위기에 처하신 거 같아 실례를 무릅쓰고 돕게 되었습니다.”
‘……말을 꼭 저렇게 해야 되나?’
무슨 동화 속에 나오는 기사와 같은 말투였다. 또 위기는 무슨 위기야? 그래도 효과는 있는지 네이라의 표정에는 경계심이 풀렸고, 이어서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말투로 플레이어에게 말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 일은 위험한 일. 제 욕심으로 여러분을 다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응? 그럼 나는?’
난 다쳐도 괜찮다는 말인가?
아까 악마라는 단어에 눈이 돌아갔던 상황을 생각하면 괴리감마저 느껴졌지만, 일단 조용히 지켜보고 있으니 플레이어 또한 물러설 생각이 없는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도와야 되지 않겠습니까?”
“…….”
‘해석하자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와줄 테니 퀘스트를 내놔라. 이 뜻이겠지?’
반대로 NPC인 네이라는 조금 다르게 받아드렸는지 살짝 감탄한 듯이 끄덕이고 있었다. 예상이지만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플레이어의 행동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듯하다.
“예, 여러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로서는 감사할 뿐입니다. 괜찮다면 저와 같이 최상급 악마를 잡는 것을 도와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나였다면 최상급 악마라는 단어에 잠깐 생각이라도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이 생겨난 퀘스트에 엄청나게 기뻐하기만 했다.
“아자! 퀘스트 떴다!”
“보상도 엄청 좋아! 뭐해?! 얼른 받아!”
또 그런 동료들의 재촉에 고개를 끄덕이는 플레이어.
“그야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하긴, 내가 죽는 것도 아닌데 신경 쓸 이유가 없지.’
어쨌거나 플레이어를 살펴보니 총 네 명. 인원은 순식간에 일곱 명으로 늘었지만 기분 탓인지 전력이 확 증가됐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저기, 혹시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기분 나쁘다뇨?”
문득, 퀘스트를 받은 플레이어 중에 한 명이 내게 다가와 그 말을 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의아하게 되물었다.
“진행 중이신 퀘스트에 저희가 끼어들었잖아요.”
“아, 상관없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요? 아무튼 잘 부탁드려요.”
플레이어는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는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갔고, 그 플레이어를 대신해 네이라와 볼레스가 다가왔다.
“루딘 님. 정찰 중이던 다른 병사에게는 연락이 없습니까?”
“다시 불러봐야죠.”
이미 지속 시간이 끝나 사라진 병사들에게 연락이 올 리가 없다. 때문에 난 다시 카르젠 왕국 병사를 소환해 정찰을 보냈고, 그런 내 스킬을 본 플레이어들의 눈이 휘둥그레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방금 뭐야? 병사를 소환한 거 같은데?”
“가서 물어볼까? 물어보면 가르쳐줄지도 모르잖아.”
“아서라. 너 같으면 가르쳐주겠어?”
‘흐음.’
생각해보니 이 스킬은 어떻게 습득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얼떨결에 퀘스트를 받아 습득한 스킬이지만 다른 사람이 이 스킬을 습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희도 움직이죠.”
병사들을 정찰 보낸 것과 동시에 들려오는 네이라의 목소리. 난 반박하지 않고 그녀의 뜻대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 안에 최상급 악마를 찾으려면 부지런히 걸어가야 될 테니 말이다.
[띠링!~ B랭크 스킬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지휘 10 증가합니다.]
‘후, 예상대로 더럽게 찾기 힘드네.’
계속해서 소환해 정찰을 보낸 탓에 병사 소환의 레벨도 3레벨이 되었다. 그때까지 악마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기에 나를 포함한 플레이어까지도 지루하다는 기색이 뚜렷했다.
“아~ 진짜. 퀘스트 잘못 받은 거 아니야?”
“이럴 시간에 사냥이라도 했으면 레벨이라도 올렸지.”
“조용히 해. 대신 보상이 괜찮잖아.”
“뭐? 신성 공적치 2만? 2만 정도면 C랭크 신앙 스킬북 정도는 구매할 수 있으니 나쁜 보상은 아니지만 언제 깰 수 있을지 모르잖아.”
“……?”
신성 공적치로 신앙 스킬북을 구매할 수 있었나? 뒤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집중한 난 그 내용을 듣고는 황혼 홈페이지를 열어 신성 공적치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어차피 정찰은 병사들이 하고 있는데다, 말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지루했기에 이렇게라도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어디보자…… 신성 공적치가 이건가?’
[신성 공적치에 관해.]
[내용:황혼에서 힐러를 하시고 싶으시다면 신전으로 가셔야 됩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능력치 신앙과 관련된 스킬북. 이름하여 신앙 스킬북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간단하게 신전에서 각종 일을 도와주면 신성 공적치라는 게 조금씩 들어옵니다. 그렇게 모은 신성 공적치로 스킬북을 구매할 수 있는데, 신전 규모에 따라 구매할 수 있는 신앙 스킬북이 다릅니다. 수도에 있는 대신전 같은 곳에서는 더 많은 스킬북을…….]
‘아아, 대충 알겠군.’
간단하게 말해서 포인트 같은 거였다. 신전에서 주는 퀘스트의 보상은 공통적으로 신성 공적치가 있는데, 이 신성 공적치를 일정 수치까지 모으면 신앙 스킬북으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대충 살펴보니 F랭크 스킬북은 신성 공적치 1천 정도의 교환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신전 내부를 청소하는 퀘스트로 얻는 신성 공적치가 5~10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1천이라는 수치도 꽤 높은 편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나는…… 10만이었나?’
2만을 준다고 엄청나게 좋아하던 뒤에 플레이어보다 다섯 배는 높은 수치였다. 잘하면 B랭크…… 아니, A랭크 스킬북을 구매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덧붙여 신앙 스킬을 생각하니 한 가지 배우고 싶은 것도 생겼다.
‘회복이나 보조는 의미가 없지만 부활 스킬은 습득해도 나쁠 게 없겠지.’
회복이야 수호의 갑옷이나 유니크 물약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보조는 S랭크 스킬인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있으니 제외. 따라서 남은 건 부활 스킬인데, 이 스킬은 배워도 손해 볼 게 없는 그런 스킬이었다.
[정찰 중인 병사 한 명이 상급 악마에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죽은 병사의 위치는 지도에 표시됩니다. '지도 확인'이라는 명령어로 그 위치를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응?”
“무슨 일이십니까?”
“상급 악마에요.”
중급보다도 강한 상급 악마. 상급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악마라는 내 말에도 네이라는 당장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네이라가 상대할 수 있는 악마는 중급이 한계인 모양이었다.
“가요.”
난 아직까지도 망설이고 있는 네이라를 대신해 상급 악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보다 나올 거면 최상급 악마나 튀어나올 것이지, 하필이면 상급이라니. 속으로 투덜거리며 도착해보니 예상외로 기다리고 있는 듯이 서 있는 악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급 악마 가토벨]
“어디선가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네년이었군. 하지만 슬슬 올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
말하는 말투를 들어보니 왠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 같았다. 그때 뒤쪽에서 떠드는 플레이어의 대화도 같이 들려왔다.
“아까 본 악마보다 훨씬 징그럽네.”
“저 악마만 처리하면 퀘스트 끝인가?”
“무슨 헛소리야? 퀘스트에는 최상급 악마를 처리하라고 적혀 있는데.”
“아, 그래? 그럼 저놈을 잡아도 소용없겠네.”
상급 악마 가토벨의 모습은 웃통 없이 바지만 입은 모습이었는데, 전신이 푸른색 피부를 지녔는지라 징그럽다면 징그러울 수도 있지만 기형적인 문신이 마구잡이로 그려져 있어 그 느낌이 덜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 보답으로 너희들도 이전에 왔던 놈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선사해주마!”
[정찰 중인 병사 한 명이 상급 악마…….]
[정찰 중인 병사…….]
‘뭐야?’
갑작스레 올라오는 메시지 창. 읽어보니 정찰 중이던 병사들 대부분이 악마에게 죽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도를 보니 악마들은 사방에 있었고, 또 그걸 확인한 난 이곳을 포위할 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했다.
“네이라. 지금 악마들이 이곳을 포위하려는 거 같아요.”
“포위요? 그럼 어떻게…….”
“뒤에 있는 저들을 데리고 도망가세요.”
“루딘 님은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네이라는 굳은 얼굴로 물어봤지만, 대답하기도 전에 상급 악마 가토벨이 이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으하핫!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달려드는 가토벨의 속도는 꽤 빨랐다. 어쩌면 나와 비슷할 정도? 중급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빠르게 접근하는 가토벨을 본 나는 주저하지 않고 스킬부터 사용했다.
“역동.”
콰아앙!-
[스킬 데미지! 2,095.]
그리고 본능과도 같이 휘두른 뇌룡의 포효가 가토벨의 머리에 적중했고, 난 재빨리 시선을 내려 데미지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