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3 第 36 話 =========================================================================
第 36 話 “50일째”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제가 돕는다고 용감무쌍 길드를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다시 싸울 기회는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뭐, 그건 장담하죠.”
시작 지점에 대기하고 있는 용감무쌍 길드원을 처리하는 거야 간단한 일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맞춰 붉은 태양의 길드원이 접속한다고 하면 거의 대부분 접속할 수 있을 테고, 또 그렇게 되면 다시 한 번 싸울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괜찮습니다.”
‘……적성 이 사람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지금 보니 적성은 싸울 수만 있다면 어떻게 되던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어쩌면 승패하고는 관계없이 그저 용감무쌍 길드를 없애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내가 적극적으로 돕는다면 허무하게 밀리지는 않을 테지만…….
‘아니, 신경 쓰지 말자.’
어차피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용감무쌍 길드를 처리할 겸, 붉은 태양 길드에게 뭔가 얻을 게 있지 않을까 하고 온 것이니 이후에 있을 전투 결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이젠 마지막 이야기만 남았네요.”
“마지막 이야기라뇨?”
뭘 모르는 척이지? 적성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날 쳐다보았고, 난 그런 적성을 향해 마지막 보상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요.”
“아아, 예. 깜빡했습니다. 대가로 뭘 바라십니까?”
보통은 난감하다는 기색을 보일 법도 한데, 적성은 아무렇지 않게 뭘 원하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나 막상 대답하려는 순간, 세 명밖에 없는 붉은 태양 길드를 보고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미 망해버린 길드에게서 뭘 얻을 수 있을까?
잠시 거기에 대해 고민한 난 결국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글쎄요? 붉은 태양 길드의 재정 상태가 어떤지 몰라서.”
“그렇군요. 음, 그럼 1,000골드를 드리죠. 제가…… 아니, 저희 길드가 가진 전 재산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떻습니까?”
‘1천 골드?’
1천 골드라면 현금으로 따져도 2천만 원 정도의 금액이다. 분명 낮은 금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그 금액을 꺼낸 적성. 대단하다면 대단하다고 해야 될까? 문득, 옆에서 제정신이냐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지트를 발견한 난 잠깐 그 제의를 미뤄두기로 했다.
“꽤 많네요.”
“생각보다 놀라지 않으시군요.”
“아뇨, 놀라긴 했어요.”
정확하게는 1천 골드보다 그 돈을 내게 주겠다는 시점에서 놀란 거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길드전에서 패배했어도 그 정도의 돈은 남아 있었던 건가?
“그러고 보니 돈이 꽤 많네요.”
“보통 길드를 운영하면 돈이 많이 벌립니다. 저희 길드 같은 경우에는 공적치를 길드에다 골드를 기부하는 형식으로 올리는데, 그렇게 기부한 돈은 길드 마스터의 권한으로 꺼내 쓸 수가 있죠.”
‘……어?’
엠페러 길드에서도 그러는데? 그렇다면 아이젠 이놈은 대체 얼마나 벌고 있는 거야?
현재 엠페러 길드의 인원이 4천 명이 넘어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각각 모든 길드원이 1골드씩만 기부해도 4천 골드가 된다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기부를 계속해야 다음 던전으로 갈 수 있으니…….’
엠페러 길드가 보유한 상위 던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못해도 몇십 골드를 기부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적어도 아이젠이 벌어들인 금액이 1만 골드 이상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했다.
“아, 실수했군요. 루딘 님은 엠페러 길드의 부길마이신데…… 잠시 깜빡했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어쨌든 제가 제시할 수 있는 최대 액수입니다. 만일 부족하다 싶으시다면 이야기를 통해 조정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 말에 정신 차린 난 아이젠에 관한 생각을 접어두고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1천 골드. 분명 작은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미 그 이상의 돈을 가진 내게 있어 다시 1천 골드를 받는다고 해도 딱히 쓸 곳이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강화도 이미 끝냈으니.’
차라리 활을 달라고 할까? 이 망할 활을 최소 레어급으로 맞춰야…… 아니지? 잠깐의 고민 끝에 좋은 생각이 떠오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천 골드 대신에 명품관 상자 두 개로 받죠.”
“명품관 상자? 2층에 있는 그 상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한 사람당 한 번밖에 구매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알겠습니다. 루딘 님이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죠.”
“결정됐군요.”
내가 명품관 상자를 원하는 이유는 그걸로 유니크 아이템을 뽑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내 직감이라면 명품관 상자로 유니크를 뽑는 게 가능했고, 그렇게 해서 뽑은 게 이 뇌룡의 포효였으니 말이다.
물론 100개의 주머니처럼 이상한 유니크가 튀어나올 수도 있지만 그런 게 나오면 어느 정도 강화를 한 뒤에 실시간 경매장으로 팔아버리면 되는 일이니 어찌 됐든 내게 손해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보다 언제 시작하실 거죠?”
“루딘 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했으니 내일 당장 시작할 생각입니다. 아시겠지만 저희에게는 시간이 없어서…….”
‘아, 이틀 뒤에는 항복한다고 한 그 이야기인가?’
그렇다고 해도 이틀 뒤에 해도 상관이 없겠지만 정작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나로서는 아무 할 말도 없었다.
“일단 친추부터 하죠. 시간이 정해지면 그때 알려드리겠습니다.”
“예.”
어찌 됐든 이야기가 마무리 되고, 친구 추가까지 끝낸 난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도중에 지트라는 플레이어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게 보였지만 딱히 신경 쓸 이유는 없었다.
“젠장, 1천 골드라니. 몸값 한번 더럽게 비싸군.”
“지트.”
“나도 알아. 이대로는 끝장일 테니 마지막 발악이라고 해보자는 거잖아!”
“루딘 님. 죄송하지만…….”
“아, 예.”
비록 말끝을 흐렸지만 적성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달은 난 이 방에서 벗어났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스친 생각이 내일 있을 전투 이후로 결과가 좋든 싫든 붉은 태양 길드는 다시 일어서지 못할 거 같다는 거였다.
‘내부에서도 저 난리니.’
그나저나 지트를 보아하니 싸우는 걸 반대하는 거 같던데, 그럼 어쩔 생각이지?
“…….”
쯧, 알게 뭐야.
나야 명품관 상자를 받고 용감무쌍 길드와 싸우면 된다. 그걸로 결정지은 난 저택 밖으로 나왔고, 이내 저택 주변에 포위하고 있는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을 볼 수 있었다.
‘응? 웬 NPC들이 포위하고 있는 거지?’
혹시나 있다면 용감무쌍 길드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 나로서는 의아한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설마 마을에서 누군가를 죽여서 그런가?’
아니, 그렇다면 아까 그놈들이 날 공격할 리가 없었다. 어쨌든 내가 그런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한 발짝 걸어 나왔다.
“전 카르젠 왕국의 기사 볼레스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하르페 제국의 영웅이신 루딘 님 맞으십니까?”
“예, 그런데요?”
“역시 그렇군요. 괜찮다면 저희와 같이 가주시지 않겠습니까?”
“……어디로요?”
왠지 모르게 강제 퀘스트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하고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여기서 대답만 잘하면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도…….
“가보시면 아실 겁니다. 혹시나 거절하신다면 저희 왕국의 모험가를 죽인 죄목으로 체포하겠습니다만…….”
“…….”
퀘스트를 거절하면 체포하는 건가? 또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르페 제국 소속인 내가 카르젠 왕국 소속의 플레이어를 죽이는 거 자체가 문제가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영웅이 된 탓에 체포 대신 돌발 퀘스트가 생겨났다고 생각한 난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예. 안내하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르페 제국의 영웅이신 루딘 님.”
‘여긴 어디야?’
기사 볼레스를 따라 도착한 이곳은 무슨 신전이었다. 황혼에서의 신전이라면 빛의 교단이려나? 보통 빛의 교단에 들어가 이런저런 일을 도와주면 신앙 계열의 스킬을 습득할 수 있어, 힐러를 지망하는 많은 플레이어들이 온다고 들었지만 정작 내가 오기는 처음이었다.
“전 이 교단을 책임지고 있는 주교 네이라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네이라와의 호감도가 4 상승합니다.]
“…….”
“루딘 님?”
“듣고 있으니 말해요.”
뜬금없이 오른 호감도와는 별개로 억지로 끌려왔기 때문에 대답하기가 싫었다. 다만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장본인인 볼레스까지 옆에 서 있었기에 내심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예, 알겠습니다. 실은 어느 순간 악마들이 지상에 나타났습니다. 저희 교단에서는 토벌대를 파견해 몇 마리의 악마들을 처리했지만 안타깝게도 최상급 악마 등장으로 토벌대가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최상급 악마?’
내가 전에 했던 B랭크 의뢰에서 만났던 게 중급 악마 아니었나? 중급 악마 그 자체는 별거 아니지만 보스라는 칭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강했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그 중급보다도 높은 최상급 악마라…….
“혹시 루딘 님께서는 악마와 싸워보신 경험이 있으신지요?”
“뭐, 중급 악마는 혼자서 처리한 적이 있죠.”
“역시 루딘 님이시군요. 원래 중급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10명 이상의 기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악마를 단신으로 처리하시다니.”
[네이라와의 호감도가 2 상승합니다.]
네이라는 이곳의 주교라고 했다. 보통 힐러를 지망하는 플레이어라면 높은 직위에 있는 NPC와 친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으니 지금의 이 상황은 남들이 보면 부럽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왜 계속 호감도가 오르고 난리야?’
내게는 전혀 아니지만.
예전에 실시간 경매장에서 만났던 아델라도 이와 마찬가지로 호감도가 올랐다. 아마도 영웅이 된 탓에 NPC와의 호감도가 쉽게 오르는 거 같았지만 뭔가 부탁을 하려는 이 상황에서 오르는 호감도는 별로 기쁘지가 않다고 할까? 이놈의 호감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불안해졌다.
“단도직입적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루딘 님. 부디 최상급 악마를 잡아주시지 않겠습니까?”
[NPC 의뢰가 생겨났습니다.]
‘결국 생겼군.’
역시 거절해야겠지? 내일이면 붉은 태양 길드를 도와 용감무쌍 길드와 싸워야 되는 입장으로써 이런 퀘스트를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퀘스트 내용이 궁금했던 난 의뢰 정보창이라는 단어를 작게 말해 퀘스트 내용을 살펴보았다.
[지상에 나타난 최상급 악마를 처리하라.]
설명:빛의 교단의 주교 네이라는 지상에 나타난 최상급 악마의 처리를 당신에게 부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상급 악마는 그 강함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 만일 그녀의 부탁을 들어준다면 그녀와 기사 볼레스는 당신에게 여러 도움을 줄 것입니다.
<퀘스트 수락:B랭크 스킬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 습득.>
<퀘스트 거절:황혼 시간으로 5일간 체포 됨.>
<퀘스트 완료:경험치 2,000,000. 신성 공적치 100,000. 금화(200골드). 아이템(A랭크 랜덤 신앙 스킬북). 네이라의 호감도 50 상승.>
<퀘스트 실패:네이라의 호감도 30 감소. 볼레스의 호감도 50감소. 악마왕 등장. 토벌 의뢰 생성.>
‘뭐야? 보상이 왜 이리 좋아?’
최상급 악마가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이 정도 보상을 주는 걸로 보니 보통 녀석이 아닌 거 같았다. 레이드 보스급인가? 레이드 보스라도 내겐 아르넬라가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다.
‘황혼 시간으로 5일간 체포라면…….’
현실 시간으로 이틀하고도 12시간 정도? 내일 당장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체포라니? 이 퀘스트를 수락해 당장 진행할 수는 없겠지만 체포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일단 수락하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근데 카르젠 왕국 병사는 뭐죠?”
퀘스트를 수락하면 배우는 스킬. 그것도 B랭크의 스킬을 보고 물어보자, 대답은 네이라 옆에 있는 볼레스가 대신했다.
“저희 왕국에 나타난 악마인 만큼 저희도 돕는 게 당연합니다. 때문에 폐하께서는 저희 왕국의 정예 병사를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죠.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원? 병사를?’
아까 중급 악마를 잡기 위해서는 기사 10명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이 떠오른 나는 병사에 대해 물어보았다.
“병사들은 강한가요?”
“그야 물론입니다. 10명 정도면 기사 한 명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