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8 第 34 話 =========================================================================
第 34 話 “48일째”
“검은 세계수라…….”
단순히 높이만으로 따지면 데로나크보다도 큰 거 같았다. 어쨌든 칠흑과도 같은 검은색이 인상적인 그 나무를 소환한 하이츠는 다시 한 번 크게 웃더니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했다.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가 나뭇잎 칼날을 사용합니다.]
‘……나뭇잎?’
어떤 스킬인지 몰라 잠자코 지켜보고 있으니 검은 세계수의 가지가 부르르 떨리며 이내 수백…… 아니, 수천 장의 나뭇잎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 나뭇잎은 바닥에 떨어지지 않은 채 허공에 멈추는가 싶더니 곧이어 화살처럼 빠르게 사방으로 뿌려졌다.
‘저런 미친!’
“수호의 갑옷!”
저 스킬이 아르넬라의 빙산 낙하와 마찬가지로 전체 범위 스킬이라는 것을 파악한 나는 수호의 갑옷을 걸어 보호막의 내구를 최대치로 올리고는 어떻게든 날아오는 나뭇잎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캉!- 카캉!-
[수호의 갑옷이 충격을 대신해서 받습니다. -1,243.]
[수호의 갑옷이 충격을…….]
“아, 더럽게 빠르네! 수호의 갑옷!”
날아오는 나뭇잎은 그 숫자도 숫자지만 속도가 엄청났다. 아님 민첩이 깎여서 그런가? 어쨌거나 뇌룡의 포효로 막으면 데미지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난 그 뇌룡의 포효를 앞으로 내밀어 나뭇잎을 막아냈지만 역시나 모든 숫자를 막아내는 건 무리였다.
[무기 '뇌룡의 포효'의 내구력이 10% 남았습니다.]
‘쯧.’
결국 무기로 막으면 생기는 단점. 데미지는 들어오지 않는 대신 내구력이 미친 듯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메시지가 뜨는 것과 동시에 나뭇잎 공격이 끝났고, 난 뇌룡의 포효를 부서지기 전에 아이템 창으로 집어넣었다.
‘아르넬라는 무사한가?’
데미지도 만만치 않은데다 공격 횟수 또한 엄청난 공격이었다. 때문에 아르넬라를 확인했지만 아르넬라는 그런 공격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마법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아마 지금까지 별다른 공격을 받지 않은 아르넬라였기에 이번 나뭇잎 공격에는 무사한 듯하다.
콰아앙!!- 콰쾅!-
‘그나저나 다시 나뭇잎으로 공격하면 어떡하지?’
수호의 갑옷을 연달아 사용하면 되지만 남은 지구력은 30% 밖에 없었다. 지구력 감소 효과를 적용받고 있는 상태에서 30%가 남았다면 진작 모든 지구력을 사용했을 정도로 싸웠다는 뜻인데, 난 계속해서 공격하는 아르넬라를 보고는 일단 자리에 앉아 지구력부터 회복하기로 했다.
그렇게 지구력을 50~60% 정도 채웠을까?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가 검은 세계수의 축복을 사용합니다.]
“젠장.”
떠오른 메시지 창과 함께 나무에서는 정체 모를 가루가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본 나는 재빨리 일어나 이후 일어날 일에 대비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크어억…….”
반대로 아르넬라의 집요한 공격을 받은 하이츠가 괴로운 표정으로 쓰러졌지만 말이다. 또 그런 하이츠의 모습은 나를 기대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설마…….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가 쓰러졌습니다.]
‘드디어 잡았군.’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사망한 플레이어는 지금의 기여도에서 제외됩니다.]
[루딘 님의 기여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데미지 402,527. 회복 0. 보조 0. 도합 402,527. 결과…… 1위입니다.]
[경험치 3,000,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35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죽음의 향기가 묻은 후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죽음의 향기가 묻은 로브'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죽음의 향기가 묻은…….]
[띠링!~ '100개의 주머니'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마르지 않는 치유의 물약'을 획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레이드에서 기여도 1위를 차지했기에 원하는 스킬의 레벨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습니다.]
[레벨을 올릴 스킬 하나를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경험치는…… 데로나크보다 적네.”
경험치와 골드가 데로나크 때보다 적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하이츠의 레벨이 데로나크보다 낮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고 해도 둘 다 혼자서는 잡을 수 없는 강력한 보스임을 부정할 수 없었기에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카르젤의 카드소환.”
[띠링!~ S랭크 스킬 '카르젤의 카드소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마력 10, 소환 10 증가합니다.]
또 메시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자신이 가진 레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보스. 그것도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를 홀로 쓰러뜨린 믿지 못할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이 일은 어느 누구도 달성하지 못할 위대한 업적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전투 중 사용했던 스킬의 수련치가 다시 한 번 적용됩니다!]
[띠링!~ S랭크 스킬 '헤르나의 파괴화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5, 민첩 10 증가합니다.]
[위대한 업적으로 '랜덤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관련 메시지가 없다니.”
이것도 혼자서 세 번 잡아야 되는 건 아니겠지? 일반 보스를 세 번 잡아 무명의 영웅 칭호를 획득한 사실에 나는 레이드 보스 역시 세 번 잡아야 되는 건 아닌지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다른 보스도 아니고 레이드 보스를 세 번이라니.’
다른 사람에게는 한 번 잡은 것도 기적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세 번이나 잡는 건 말도 되지 않았다. 제작자도 생각이 있다면 그런 방법으로 칭호를 만들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으니 확신까지는 하지 못했다.
“어쨌든 즐거운 아이템 확인 시간이 돌아왔군.”
칭호와 관련된 생각은 저 멀리 날려버린 난 기대 섞인 미소를 지으며 하이츠가 준 아이템을 확인하기로 했다.
[죽음의 향기가 묻은 로브] (Rare)
설명: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가 입었던 로브.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이 로브는 검으로도 쉽게 잘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방어를 자랑한다. 게다가 모종의 작업으로 죽음의 향기가 스며든 탓에 생명력이 약한 이는 가까이 다가서는 것조차 불가능한 위험한 로브이기도 하다.
<지능(30), 체력(30), 마력(50), 죽음(30)>
<어둠 속성 저항력 5%>
방어력:130 마법 방어력:300
내구력:130/130
*소환(죽음) 계열의 생명력 10% 증가.
*반경 5M 이내의 모든 생명체에게 초당 30 고정 데미지.
*세트 효과(1/4)
-2부위 장착 효과:죽음 200 상승.
-3부위 장착 효과:소환(죽음) 계열 스킬 레벨 +2 적용.
-4부위 장착 효과:소환(죽음) 능력치 30% 증가.
“네크로맨서 전용 장비?”
아니, 하이츠를 잡았는데 무슨 네크로맨서 장비가 튀어나와?
황혼에서의 소환은 여러 종류로 나뉜다. 그중 하나가 죽음 소환인데, 간단하게 해골 같은 소환수가 죽음 소환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다른 소환으로는 동물, 정령, 환수, 마물이 있지만 거기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는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근데 이거 팔릴까.”
죽음 소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하나 알고 있는 사실은 시체가 있어야 소환이 가능하다는 거였다. 또 죽은 플레이어의 시체로도 소환할 수 있으나 그렇게 소환된 플레이어는 부활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파티에서 온갖 욕을 들을 수 있는 소환 스킬.
난 그런 소환 스킬과 관련된 로브를 다시 아이템 창에 넣고는 옆에 있는 다른 아이템을 훑어보다 이내 하이츠가 착용한 벨트를 꺼내보았다.
[100개의 주머니] (Unique)
설명:크고 작은 주머니가 총 100여 개가 달린 허리띠. 각각의 주머니에는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어 그 어떤 아이템이든 한 개는 넣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다르게 말해 공간 확장 마법을 무려 100번이나 사용해 만든 희대의 보물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 또한 긴 세월 동안 방치되지 않고 사용했기에 주머니를 뒤져보면 이전 주인이 넣어놓은 어떤 물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근력(80), 민첩(80), 지능(80)>
<모든 속성 저항력 2%>
내구력:200/200
*물품 보관창 +100.
*12시간마다 종류를 알 수 없는 물약 획득.
*12시간마다 종류를 알 수 없는 재료 획득.
‘뭐야? 이 애매한 능력치는?’
상승하는 능력치 폭이야 역시 유니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기본 능력치만 상승했기에 직접 사용하기에는 애매했다. 그리고 밑에 옵션을 살펴봐도 전투와 관련된 옵션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품 보관창은 마음에 드는데…….”
무려 100여 개나 늘어나는 물품 보관창의 설명을 본 나는 이내 허리띠를 착용하고는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어보았다. 그러자 넣은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잡혔는데, 난 그렇게 잡힌 것을 꺼내보았다.
[띠링!~ '하급 마나 물약'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오크의 가죽'을 획득하셨습니다.]
“…….”
마나력 200 채워주는 물약과 오크 가죽. 그걸 본 나는 조용히 허리띠를 풀어 아이템 창에 넣었다. 대충 어떤 건지 알 거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템이나 살펴보자.’
허리띠 옆에 있는 물품은 무슨 물약이었다.
[마르지 않는 치유의 물약] (Unique)
설명: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신비의 물약. 이름에 적힌 그대로 마르지 않고 계속해서 마실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다. 또한 그런 효과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치유의 물약은 여타 회복 물약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생명력 20% 회복.
-마나력 20% 회복.
-30분마다 재사용 가능.
“30분이라…….”
단순히 회복되는 걸로 따지면 시나가 만든 레어 물약보다 떨어졌다. 그러나 이건 30분마다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물약을 마실 일이 거의 없는 내가 이 물약을 가지고 다닌다면 보다 생존 확률이 올라갈 거라 생각하면서 다음 아이템을 봤지만 그렇게까지 눈에 띄는 아이템은 없었다.
그래도 굳이 나열하자면…….
[식인식물 레시피] (Rare)
[검은 세계수의 가지] (Rare)
[죽음의 마석] (Rare)
정도였다.
식인식물 레시피는 말 그대로 식인식물을 제조할 수 있는 레시피인데, 설명에는 연금술 랭크와 레벨에 따라 식인식물의 레벨이 결정된다고 한다. 1회용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중요한 전투 때에는 그럭저럭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검은 세계수 가지와 죽음의 마석은 재료 아이템이다. 세계수 가지는 나무였기에 목공 스킬이 필요했고, 죽음의 마석은 지팡이에 들어가는 재료 같았다.
둘 다 내게 쓸모도 없는 아이템이지만 말이다.
‘재료를 얻어도 쓸 곳이 없으니.’
검은 세계수의 가지는 목공 스킬이 필요로 하니 사용할 수 없었고, 죽음의 마석이야 지팡이를 만들면 되지만 내가 지팡이를 쓸 일이 없었다. 더군다나 지팡이라면 레어 지팡이인 꺼지지 않는 화염의 지팡이가 있으니 흥미 자체가 없었다.
‘근데 결빙 방지 아이템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없네.’
아르넬라의 공격 수십 번에도 얼지 않았던 하이츠를 보며 분명 장비에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거기에 관련된 아이템은 나오지 않았다.
장비가 아니면 능력인가?
능력이라 하기에는 나온 스킬북이 한 권도 없었기에 뭐라고 판단내릴 수가 없었지만, 나오지도 않은 아이템을 가지고 더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튼 확인도 끝났으니 돌아가 볼까.”
이곳에 온 목적을 모두 달성한 난 아르넬라를 역소환했고, 그와 함께 빙판이었던 장소는 다시 원래의 숲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루딘이 나왔다!”
“다들 준비하도록 해!”
“……?”
원래 숲으로 돌아오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미 사방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플레이어가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공간 변화로 다른 장소에 이동했는데 어떻게 내 위치를 찾았지?
“으하핫! 드디어 나왔구나!”
그때 큰 덩치의 호쾌한 인상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특이하다면 덩치와 인상에 맞지 않게 마법사 복장을 하고 있다는 정도? 그래도 앞으로 자신 있게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이들 중에서 가장 높은 녀석인 듯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이상하게 빛나는 이곳이 수상하다고 했죠?”
“아아, 거기까지만 해. 아무튼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갑기도 하군.”
“……반갑다고?”
“누가 뭐래도 여기서 제일 유명한 놈이니 말이야.”
실제로도 주변에서 '저 녀석이 루딘이야?' 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신경 쓸 틈이 없었던 나는 아이템 창에서 무기와 방패를 꺼내고는 전투를 준비했다.
“호, 싸울 생각인가?”
“글쎄? 못 싸울 것도 없지.”
주변 인원이 많은 게 신경 쓰였지만 환영이동을 적절히 이용하면 이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아르넬라까지 소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르넬라는 하이츠와의 전투로 피해를 입었기에 당장 소환할 수 없는 상황. 그래도 내가 불리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는 본의 아니게 상대방을 자극시킨 듯했다.
“길마님! 저딴 녀석을 보고만 있을 겁니까?!”
“당장 허락만 하신다면 죽여버리겠습니다!”
“씨발, 왜 이렇게 시끄러워? 조용히 하라고 했지?!”
‘길마였군.’
지금까지의 태도를 보면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다만 녀석은 S랭크 스킬을 습득했을 테니 싸운다면 그걸 주의해야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죽이던가.
“어쨌든 난 별로 싸울 생각이 없어. 별로 이득 될 게 없거든. 그러니 다시는 이 왕국에 오지 않겠다는 조건만 지켜준다면 그냥 보내주지.”
“…….”
“괜찮지 않나? 아무리 너라도 이 인원과 싸우기는 무리일 텐데.”
“다시는 이곳에서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
“하르페 제국 소속인 네가 다른 나라에 와서 간섭하는 게 오히려 민폐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모양이군.”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저 녀석의 말대로 다른 나라인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와 상관없는 일. 게다가 이미 이곳에 온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게 손해될 건 없었다.
단지 이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쉬운 일인지라 나 역시 녀석과 마찬가지로 조건을 걸었다.
“좋아, 대신 습득한 스킬이 어떤 건지만 알려주면 돌아가지.”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는 건가?”
“나와 싸워도 별로 이득 될 게 없다며?”
이런 내 대답에 용감무쌍 길드 마스터는 잠시 날 노려보더니 곧 짤막하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