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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56화 (156/211)

00156  第 34 話  =========================================================================

第 34 話 “48일째”

[정당방위…….]

[띠링!~ S랭크 스킬 '엘시크의 환영이동'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5, 민첩 5, 마력 8 증가합니다.]

‘응? 레벨까지 오르네.’

경험치와 돈. 아이템도 부족해 레벨까지 오르는 이 상황은 내게 있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그리고 올라오는 메시지를 보니 작정하고 용감무쌍 길드와 싸운다면 레이드 보스를 잡는 것보다도 더 나은 이득을 취할 것도 같았다.

“젠장, 대체 길이 어디야?!”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루딘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용감무쌍 길드원인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와 다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오는 발소리. 점차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저들과 만나게 될 거 같았지만 난 다시 환영이동을 사용하고는 걸음을 옮겨나갔다.

뭐, 나무 위에서 이동한다면 굳이 이럴 필요도 없으나, 나무 위에는 함정이 설치되어 있기에 함부로 이동할 수 없어 한 행동이기도 했다.

“아! 저기 루딘입니다!”

“드디어 찾았군. 포위해! 일제히 공격한다!”

‘그래, 잘 싸워봐라.’

환영을 남기고 은신으로 빠져나온 탓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나는 곧이어 뒤쪽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저들로도 내 환영을 이기는 건 무리였던 모양이다.

“제기랄! 붙잡아! 저 녀석의 발을 붙잡으라고!”

“으아악!”

[정당방위 경험치…….]

어쨌거나 주변을 둘러보며 하이츠가 있는 장소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이놈은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그냥 주변을 돌아다니는 길드원 한 명 붙잡아서 물어봐? 그럼 내 위치가 드러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보다 쉽게 하이츠가 있는 장소를…….

콰득!-

“……!?”

바닥?

순간, 바닥에 있는 뭔가가 내 발목을 휘감았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있는 힘껏 발을 빼내려고 했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발목을 감고 있는 줄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주변에 식인식물도 없는데 어디서 이런 게 튀어나온 거지?’

[띠링!~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의 함정에 걸리셨습니다.]

[경고! 하이츠는 자신이 만든 함정에 누군가가 걸렸다는 사실을 인식했습니다. 지금이라도 함정을 끊고 도망친다면 다가오는 하이츠를 피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조차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이츠?”

단지 함정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등장하는 하이츠. 그 메시지의 내용을 읽고 잠깐 생각한 난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설마 하이츠는 이 숲 어디에서든 등장하는 거였나?’

거기까지 생각하니 어째서 용감무쌍 길드가 이 숲 전체를 장악했는지 알 거 같았다. 하이츠는 이곳 숲에서 랜덤으로 등장하는 녀석이었고, 또 그 녀석을 독점하기 위해서는 숲을 장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 그래도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면 하이츠가 등장한다 이거지?’

빠져나올 방법은 지금 내 발목을 묶고 있는 줄기를 끊어 도망쳐야 되는 거 같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이곳에 온 이유가 하이츠를 잡기 위해서고, 지금 그 하이츠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도 도망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이제 곧 이곳에 도착할 하이츠를 맞이하기 위해 나 나름대로의 준비를 했다.

“칭호 교체. 영혼의 계약. 소환.”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를 소환합니다.]

[소환수의 레벨이 15 상승합니다.]

[관련 능력치 소환(345)이…….]

그렇게 아르넬라를 소환한 난 다시 현세의 영웅으로 칭호를 교체하고는 몇 명씩 짝을 지어 다녔던 용감무쌍 길드를 생각했다. 그들이 그렇게 짝을 지어 돌아다니는 이유도 이 줄기를 집중 공격해 끊기 위해서가 아닐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아무튼 줄기를 끊으면 하이츠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던 나는 잠자코 하이츠를 기다렸고, 하이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저벅-

‘영상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군.’

낡아빠진 회색 로브에다 여기저기 잔뜩 흙이 묻은 모습. 허리춤에 걸린 벨트에는 각종 주머니와 물약이 보였고, 또 그런 모습을 확인하는 사이에 다시 한 번 메시지 창이 올라왔다.

[하이츠가 당신을 발견했습니다.]

“끌끌, 내 사랑스러운 자식들의 거름이 될 녀석이 나타났군.”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아르넬라! 전력으로 죽여!”

“알았다.”

전투 시작 메시지와 함께 재빨리 공격 명력을 내린 난 이제 내 발목을 묶고 있는 줄기를 공격해 끊어냈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3,678.]

‘뭐가 이리 질겨?!’

줄기는 생각보다 질긴 탓에 무려 다섯 대를 때리고 나서야 없애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줄기를 없애는 사이, 하이츠를 향한 아르넬라의 공격이 이어졌다.

“냉기 폭발.”

콰아아앙!!-

일순간 이곳의 온도가 확 내려갈 정도의 냉기가 전해질 정도의 공격. 그럼에도 하이츠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모습으로 물약을 꺼내 자신의 앞에다 던졌다.

쨍그랑-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가 죽음의 식인식물을 소환합니다.]

소환이라고?

하이츠가 던진 물약은 바닥에 부딪치자마자 깨지더니 이내 그 안의 내용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다 그 부분의 땅이 들썩이는가 싶더니 이내 이 숲에서 봤던 식인식물보다 훨씬 큰 꽃이 솟아올랐다.

“키에에에엑!”

덧붙여 귀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소리에 인상을 찡그리는 사이, 하이츠는 다시 물약을 던지는 행동을 취했다.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가 죽음의 식인식물을 소환합니다.]

‘저 자식이?’

몇 마리를 소환하려는 거야?!

“얼음의 창.”

난 스스로 공격을 시도하는 아르넬라와 별개로 따로 움직였다. 아르넬라야 혼자서도 데로나크를 잡을 정도로 강한 소환수였기에 그냥 놔둬도 될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이번만큼은 최대한 빨리 끝낸다.’

당연하지만 이곳에서 싸우면 언제 용감무쌍 길드가 들이닥칠지 알 수 없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하이츠와 더불어 용감무쌍 길드까지 상대해야 하는 수가 있었기에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했지만 하이츠가 소환한 죽음의 식인식물이 그런 나를 방해했다.

[죽음의 식인식물이 맹독 안개를 사용합니다.]

촤아아-

그때 식인식물의 몸에서는 기분 나쁠 정도의 거무칙칙한 녹색 연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관련 능력치 투지(204)가 보정됩니다.]

[초당 79의 생명력이 줄어듭니다.]

‘후, 가지가지 하는군.’

초당 깎이는 생명력은 별거 아니지만 안개가 서서히 덮여나가자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레이드 보스 주제에 이런 더러운 방법을 쓰다니.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시야 탓에 잠깐 멈칫거리는 사이, 어디선가 날아온 식인식물의 줄기가 내 몸을 관통시켰다.

푹!-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400.]

[죽음의 식인식물이 당신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초당 100의 생명력이 줄어듭니다.]

“이 미친 식물이!”

파치칙!-

난 내 왼쪽 팔을 관통한 줄기를 향해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정확히 세 대를 때려 줄기를 끊어낸 나는 이 안개에서 벗어날 생각으로 옆으로 움직이다 이내 나무에 부딪치고 말았다.

쿵-

‘안개가 언제 여기까지 퍼졌지?’

게다가 나무에 부딪쳤는데도 그 나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짙다는 것을 깨달은 난 일단 이 망할 장소부터 바꾸기로 했다.

“아르넬라! 이곳을 빙판으로 바꿔!”

“……얼음의 세계여.”

파밧!-

[모든 얼음 계열의 스킬 효과가 150%로 상승합니다.]

아르넬라가 가진 공간 변화를 통해 숲이었던 배경이 아무것도 없는 빙판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곳이라면 나무 따위에게 부딪칠 염려도 없고, 또 바닥이 빙판이기에 식인식물도 소환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난 다음으로 소환한 식인식물을 없애기로 했다.

“자, 이제 빙산 낙하!”

“……빙산 낙하.”

근데 내 착각인가? 내 명령을 들은 아르넬라는 뭔가 탐탁지 못한 말투로 빙산 낙하를 사용했다.

콰아아아아앙!!-

어쨌든 빙산 낙하를 사용하자 위쪽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빙산이 떨어져 사방으로 충격파를 날렸고, 그로 인해 하이츠가 소환한 모든 식인식물과 안개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젠 내 차례다!”

지형도 바뀌었고, 식인식물과 시야를 가리는 안개도 없다. 남은 건 하이츠밖에 없다고 판단한 나는 곧장 하이츠를 향해 달려들었고, 하이츠는 그런 날 보며 다시 물약을 꺼내 자신의 발밑에다 던졌다.

쨍그랑-

물약? 그전에 날려주마!

“거신의 질주!”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가 꿈틀거리는 줄기를 소환합니다.]

‘모든 스킬을 물약으로 사용하는 녀석인가?’

그리고 바닥이 빙판으로 변해도 스킬은 사용할 수 있는 듯했다. 하긴, 레이드 보스가 고작 이런 걸로 스킬이 막힐 리는 없지. 또 자신의 바로 앞에 물약을 던진 하이츠 앞에는 다섯 개의 거대한 줄기가 솟아올라 내 거신의 질주를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247.]

‘제길, 조금만 더 빨리 쓸 걸.’

가만히 보면 최근에 거신의 질주를 성공한 적이 없는 거 같다. 레이드 보스만 상대해서 그런가? 어쨌거나 줄기에 막힌 난 옆으로 돌아 하이츠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다섯 개의 줄기는 꾸물꾸물 움직이며 하이츠의 주변을 맴돌았다.

‘뭐야 저거?’

둘레가 최소 숲에서 본 나무보다도 큰 줄기가 빙판에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는 광경을 보니 섣불리 공격하기가 망설여졌다.

“끌끌, 쉽지 않은 녀석이구나. 그럼 이건 어떨까?”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가 죽음의 씨앗을 뿌립니다.]

‘무슨 공격이지?’

하이츠가 무슨 공격을 하는지 몰랐던 나는 일단 뒤로 물러나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러는 사이에 아르넬라의 냉기 광선이 하이츠를 향해 날아갔지만 주변을 맴도는 거대한 줄기가 그 공격을 대신 맞아 하이츠에게는 일절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리고 휘저은 하이츠의 손에서는 거의 손톱 크기의 검은색 씨앗이 사방으로 뿌려졌다.

츠츠-

“……?”

뭐랄까? 바닥에 뿌려진 씨앗은 검은색 연기만 살살 피어오를 뿐, 그것 외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 나는 일부러 옆으로 돌아 하이츠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놈의 자식은 내가 있는 방향으로 다시 씨앗을 뿌렸다.

‘씨앗부터 어떤 스킬인지 확인해야 되나?’

지금과 같이 견제만 하다가는 전투가 길어질 게 분명한 일. 먼저 씨앗이 어떤 스킬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는 씨앗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수호의 갑옷.”

채앵-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수호의 갑옷까지 시전한 나는 검은색 연기를 내뿜고 있는 씨앗에게 다가갔고, 씨앗은 내가 다가가자마자 결코 작지 않은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수호의 갑옷이 충격을 대신해서 받습니다. -1,000.]

‘……고작 이건가?’

1천의 데미지. 아마도 고정 데미지 같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별거 아닌 스킬이었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는 본격적으로 움직여 하이츠를 향해 달려들었고, 하이츠는 그런 내게 다시 씨앗을 뿌렸다.

‘저게 미쳤나…….’

고작 씨앗으로 날 죽일 생각이라니. 물론 한 번에 뿌려진 씨앗의 개수는 10~20여 개 사이였으니 저 씨앗을 통째로 받아낸다면 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뿌려지는 씨앗은 그저 평범한 속도로 날아온다는 것을 진작 알아챈 나는 여유롭게 그 공격을 피해냈다.

‘남은 줄기는 세 개.’

이미 아르넬라의 공격으로 인해 두 개의 줄기가 사라진 상태. 남은 건 세 대의 줄기지만 나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줄기를 통과해 하이츠를 공격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656.]

‘어?’

데미지가 왜 이거밖에 안 나와? 레이드 보스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나오지 않은 데미지에 올라 다시 뒤로 물러선 나는 다른 공격을 시도했지만 하이츠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가 죽음의 식인식물을 소환합니다.]

‘또 식인식물…….’

저 식물이 맹독 안개를 내뿜는다면 귀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 소환만큼은 달랐다.

[죽음의 식인식물이 바닥에 뿌려진 죽음의 씨앗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바닥에 뿌려진 죽음의 씨앗 개수는 총 51개.]

[죽음의 식인식물의 레벨이 51 상승합니다.]

‘레벨 51 상승?’

“키에에에엑!”

메시지 창에서 시선을 떼고 바라본 그곳에는 조금 전에 소환한 식인식물의 세 배 정도는 커 보이는 녀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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