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55화 (155/211)

00155  第 34 話  =========================================================================

第 34 話 “48일째”

‘흐음.’

공간이동 장치를 이용해 카르젠 왕국으로 이동한 나는 하이츠가 있다는 '생명을 삼키는 숲'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거야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정작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숲을 돌아다니는 플레이어의 모습은 거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녀석들이 용감무쌍 길드겠지?’

더군다나 하이츠가 있는 위치를 모른다는 것도 문제였다. 하이츠를 찾기 위해서는 지금의 숲을 이 잡듯이 뒤져봐야 되는데 그렇게 하면 저들에게 들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고 보니 태양 길드 그 자식들은 아직도 아지트에 있지?”

“어, 개자식들. 졌으면 얌전히 게임이나 접을 것이지.”

“그놈들 때문에 아직도 아지트에 인원을 배치하고 있잖아. 솔직히 말해 귀찮아 죽겠어.”

‘응?’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바로 밑이었다. 현재 난 환영이동을 사용해 나무 위로 올라온 상태였으니 저들은 날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 아무튼 그들의 대화를 들은 난 붉은 태양 길드가 아직도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지트에 갇혀 있는 건가?’

내가 뭐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근성 하나는 끝내주는 거 같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패배를 인정하고 게임을 접었을 텐데 말이다.

“아, 맞다. 그 소문 들었어?”

“뭐? 우리 길마님에 관한 소문? 그거라면 들었지.”

“대단하지 않아? S랭크 스킬을 배우다니.”

“길드원에게서 랜덤 스킬북을 뜯어간 게 몇 권인데, 그러고도 배우지 못하면 그게 병신이지.”

‘S랭크?’

용감무쌍 길드 마스터도 S랭크 스킬을 배웠나? 다만 S랭크 스킬을 배워도 다 같은 S랭크 스킬이 아니다. 칭호를 주는 S랭크 스킬과 주지 않는 S랭크 스킬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근데 왜 비밀로 하라고 하지?”

“보나마나 엠페러 길드를 무서워하는 거겠지. 전에 소문 못 들었어? 길드전을 신청한 다른 길드들은 전부 놔줬는데 S랭크 스킬 배운 그 여자만 끝까지 죽였잖아.”

“아아, 그거야 나도 들었지.”

“또 우리 길마님께서는 S랭크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준비가 덜 되셨단다. 하긴, 그 S랭크 때문에 지금까지 배운 스킬을 전부 바꿀 정도니 오죽하겠어?”

“그 정도로 좋은 스킬이야?”

“몰라. 말하는 걸 들어보니 혼자서도 보스를 잡겠다고 하던데? 또 그거 때문에 몇 명이 현금 거래창에 올라오는 스킬북만 체크하고 있어.”

‘쯧.’

어떤 스킬인지 말해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들은 점차 내가 있는 곳에서 멀어져갔다. 쫓아가려면 쫓아갈 수도 있으나 지금은 하이츠를 찾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 난 다시 조금 떨어진 나무를 향해 환영이동을 사용했다.

‘잠행에는 취미가 없지만.’

이러는 편이 시간을 좀 더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환영이동으로 이동하는 순간.

파밧!-

‘응?’

순간, 내 옆에 위치한 나무에서는 빛이 나기 시작했고, 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그 빛은 폭발로 변해 날 덮쳤다.

콰아아앙!!-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큭, 미친.”

나무 위에다 함정 스킬을 걸어놨나? 폭발의 충격으로 인해 나무 밑으로 떨어진 난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근처에 있던 몇 명의 플레이어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야? 외부인이야?”

“미친 녀석이군. 이 숲에 몰래 들어오다니.”

“다시는 들어오지 못하게 죽여.”

‘네 명이라…….’

고작 네 명으로 날 죽이려고 하다니. 이미 들킨 상황이었고, 나무 위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난 도망간다는 선택지를 버린 채 달려드는 플레이어와 맞서 싸웠다.

“혼신의 찌르기!”

‘느리군.’

내 눈에 보이는 창은 느린 속도로 다가왔다. 난 그런 창을 방패로 막아내고는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고, 이내 몸을 돌려 바로 옆에 있는 플레이어까지 공격했다.

또 나름 전력으로 움직인 탓에 이 동작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행해졌다.

파치치칙!-

[적중 데미지! 5,446.]

[적중 데미지…….]

‘한 대로는 죽이질 못하는 건가?’

이 데미지를 입고도 죽지 않는 플레이어를 보며 감탄하는 사이, 내 움직임을 확인한 그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놈, 보통 놈이 아니잖아?!”

“다른 녀석들을 불러!”

부르긴 뭘 불러?

난 생각할 것도 없이 뇌룡의 포효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뇌룡의 포효 발동!]

[모든 마나력이 소모됩니다.]

쿠오오오오!!-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전격. 당연하지만 10미터가 넘어가는 범위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전격의 폭풍에서 도망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크아아악!”

[스킬 데미지! 15,378.]

‘아, 맞다.’

불과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네 명의 플레이어를 없애버린 난 잠시 난감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한 명은 남길 걸 그랬나? 안타깝게도 하이츠가 있는 위치를 물어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끝내버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다 곧이어 이곳으로 몰려오는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모든 마나력을 소모한 탓에 지구력이 두 배로 소모된 상태로 나무 위로 올라간 나는 몰래 밑을 내려다봤다. 밑에는 내가 만든 환영이 있었고, 이내 이곳에 도착한 플레이어들은 그 환영을 보며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네 녀석이냐?! 우리 길드에게 도전장을 내민 놈이?!”

‘환영에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어쨌든 이곳에 몰려든 플레이어는 환영을 향해 공격했고, 그 공격을 받은 환영은 적이라는 것을 판단하고는 적극적으로 싸웠다. 참고로 환영의 움직임은 나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파치칙!-

“크악!”

“젠장, 이 자식 움직임이 보통이 아니야!”

‘확실히 이렇게 보고 있으니 다르군.’

거의 신들린 듯한 움직임이다. 내지르는 공격을 방패로 쳐내며 뇌룡의 포효를 휘두르는 것은 물론, 사방에 적들이 둘러싸도 몸을 한 바퀴씩 돌아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쳐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민첩에서 벌어진 차이로 일어난 현상 같았다.

“크윽! 어디서 이런 괴물이!”

“대체 누구냐?!”

“루, 루딘! 이놈이 루딘입니다!”

‘……어떻게 알았지?’

카르젠 왕국에서는 날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루딘이라는 내 아이디에 파장은 컸는지 싸우던 플레이어 대부분이 혼란에 빠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루딘? 엠페러 길드의 부길마가 여긴 어쩐 일이지?!”

제 딴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외친 말이겠지만 환영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내 환영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플레이어를 학살했고, 난 그런 환영으로 인해 대박 아닌 대박을 맞이할 수 있었다.

[정당방위 경험치 1,640 획득!]

[정당방위 금액 3골드 5실버 51코퍼 획득!]

[정당방위 아이템…….]

[정당방위…….]

‘쭉쭉 들어오는군.’

가만히 있어도 경험치와 돈. 아이템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다만 환영의 지속 시간은 60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미 그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플레이어는 죽거나 도망쳐 이곳에 남아 있는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

‘그나저나 아이템 창이 벌써 가득 찼는데.’

어쩌지? 분해강화는 마나력 소모가 심했다. 언제 싸울지 모르는 이곳에서는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캐쉬 아이템을 사용하기로 했다.

‘내가 황혼을 하면서 캐쉬 아이템까지 사용하다니.’

그렇게 캐쉬샵으로 들어가 내가 구매한 것은 원격 은행 이용권이었다. 어느 곳에 있어도 언제든지 은행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캐쉬 아이템.

[황혼 캐쉬 아이템. '원격 은행 이용권'을 구매하셨습니다.]

[구매한 금액. 10,000원이 자동으로 출금됩니다.]

한 번 이용하는데 1만 원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괜찮다고 생각한 아이템이었는데, 그 아이템을 구매한 나는 일단 아이템 창에 있는 모든 것을 은행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젠 사람들이 다 물러난 거 같으니…….’

처음보다는 느긋하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나무 위에서 내려온 난 하이츠가 있는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어디에 있을까.’

저벅- 저벅-

한참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이 숲은 생각보다 넓었다. 또 어딜 가능 비슷한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고, 검보라색을 지닌 사람 크기의 식물이 곳곳에 있어 꽤 짜증나는 상황을 연출했다.

[식인식물]

“상대하기도 까다로운 놈이…….”

조금 전에 상대해본 식인식물은 줄기를 채찍처럼 휘두르는 식의 공격을 했다. 처음에는 그 줄기만 공격해 없애려고 했지만 줄기는 그저 허무하게 끊어진 뒤, 다시 새로운 줄기가 생겨나는 것을 본 나는 본체를 공격해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가 크라켄이야 뭐야?”

어쨌든 범위 안으로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한 난 최대한 식인식물을 피해 하이츠가 있는 곳을 찾았고, 또 그러던 사이에 주변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젠장! 루딘이 왜 이곳으로 왔지?”

“소문이 새어나간 거 아니야?”

“이러다가 엠페러 길드와 전쟁이라도 하는 날에는…….”

“…….”

들려오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걸 보니 이대로 있으면 저들과 만날 것도 같았다. 하지만 대화를 들어보니 막상 싸우자고 다가오는 건 아닌 거 같았기에 기다리기로 했고, 이내 그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엇? 여, 여기 있다!”

“루딘이다!”

“조용히 해! 이 미친놈들아!”

그때 나를 발견해 소리를 지르는 놈들을 진정시킨 그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주변 인원들을 둘러보다 곧 천천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분위기를 보니 공격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래, 엠페러 길드의 부길마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신가?”

‘의외로 대답하기가 곤란하네.’

여기서 사실대로 하이츠를 잡으러 왔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아직까지 공략되지 않은 레이드 보스를 나 혼자서 잡으러 왔다? 일단 믿지 않을 게 뻔했기에 난 다른 주제를 꺼냈다.

“그쪽 길드 마스터께서 S랭크 스킬을 배웠다고 해서.”

“씨발, 그건 어디서 들었지?”

“누군가 알려주던데.”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이름을 말하면 그놈을 찢어죽일 거 같은 눈빛으로 내게 외치는 플레이어의 말을 무시한 나는 내 말만 이어나갔다.

“아무튼 나도 싸울 생각은 없어. 그쪽 길마가 무슨 스킬을 배웠냐는 것과 이 숲에 있는 길드원을 전부 철수 시킨다면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조용히 돌아가겠어.”

“무슨 스킬인지 묻는 거야 이해하겠지만, 이 숲에 있는 길드원을 철수시키라는 말은 무슨 뜻이지?”

“길마가 배운 S랭크 스킬을 믿고 이곳 레이드 보스를 독점하려는 거 같지만 평범하게 다른 길드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말이지. 또 던전도 아닌 필드를 독점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 말을 해석하자면 레이드 보스를 독점하지 말라는 말이다. 만일 용감무쌍 길드가 레이드 보스를 독점하면 어떻게 될까? 레이드 보스에게서 나오는 아이템의 성능을 무시할 수 없으니 멀지 않아 카르젠 왕국에서 최강의 길드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혹은 내가 레이드 보스를 잡기 위해 이곳에 있는 길드원을 철수하라고 했지만, 역시나 내 말의 뜻을 이해한 플레이어는 싸늘하게 말했다.

“아아, 그러니까…… 카르젠 왕국에 있는 다른 길드들도 레이드 보스를 잡게 해서 우리 길드를 견제하시겠다?”

“뭐,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지.”

“좆까, 씨발놈아!”

역시 안 되나? 이야기를 시도하는 걸로 봐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무작정 달려드는 녀석을 보니 이미 글러버린 듯했다. 아무튼 난 달려드는 플레이어를 무시한 채 나무 위로 시선을 옮겨 환영이동을 사용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환영이동을 사용했지만 눈치 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이동한 난 밑에 전투를 지켜보았고, 예상대로 달려드는 플레이어는 내 환영으로 인해 회색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파치칙!-

“씨발! 무슨 놈의 데미지가 이렇게 높아?!”

‘그럼 이곳은 환영에게 맡기고 난 다른 곳으로 가볼까.’

난 한참 싸우는 밑의 상황을 무시하고는 하이츠가 있는 곳을 찾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그러는 사이에도 메시지 창에서는 각종 보상이 올라와 나를 즐겁게 했다.

[정당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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