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4 第 34 話 =========================================================================
第 34 話 “48일째”
내심 이런 녀석 하나 잡지 못해 전멸한 길드원에게 실망하는 사이, 메시지 창에서는 퓨롬을 잡아 획득한 보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 '검은 연구자 퓨롬'이 쓰러졌습니다!]
[전투 경험치 12,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12골드 50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퓨롬의 실험체 봉인 구슬'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딘 님께서 'B랭크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파티원 루터 님께서…….]
‘실험체 봉인 구슬?’
보스를 잡아 골드와 아이템을 얻은 루터의 기뻐하는 외침을 무시한 나는 아이템 창을 열어 퓨롬의 실험체 봉인 구슬을 찾아보았다. 생긴 건 검은색 구슬이었는데, 그걸 확인해본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퓨롬의 실험체 봉인 구슬] (Magic)
설명:퓨롬이 만든 실험체가 봉인된 구슬. 사용하면 1~10번까지의 실험체 중 하나를 소환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소환된 실험체는 마물 제작으로 등록되어 관련 스킬 '마물 소환'으로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다. 하지만 봉인 구슬로 소환된 실험체는 아직 전투 경험이 없어 초기 레벨은 1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용 시, 1~10번 실험체 중 하나를 소환.
-1회용 소모품.
‘마물 제작이라면…….’
어디서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터넷이었나? 인터넷에서 마물 제작은 동료 NPC처럼 장비를 입힐 필요도 없고, 레벨이 오르면 저절로 스킬을 배울 수 있어 생산 계열 플레이어에게 좋다는 글이 떠올랐다.
‘그런데 10번?’
보스 퓨롬과 싸웠을 때도 등장한 것이 9번 실험체였다. 9번이 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직감으로 10번 실험체를 뽑을 수 있겠지만 굳이 이걸 소환해 마물 소환 스킬까지 배울 생각은 없었다.
이 실험체가 아무리 강해봐야 내 아르넬라보다 강하겠는가? 더군다나 난 카르젤의 카드소환이라는 S랭크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부길마님! 이것 좀 보십시오. 이 팔찌 엄청 좋습니다.”
“매직급이죠?”
“예? 그야 당연히 매직급이죠.”
“그럼 됐어요.”
지금 내가 끼고 있는 10강 레어 팔찌를 생각하면 매직급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렇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나를 보며 루터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다 이내 다른 아이템을 확인하는 듯했고, 나 역시 두 번째 아이템인 B랭크 스킬북을 확인해보았다.
[대폭발 화염] (B랭크)
설명:자신의 주변으로 거대한 마법진을 펼친 뒤, 화염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 사용할 때에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마법진을 바탕으로 일으키는 폭발은 상당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상승 능력치:지능(5), 마력(5)>
‘또 화염 마법이네.’
데로나크를 잡은 이후로 얻은 이 스킬북도 화염 마법이었다. 만일 내가 마법사로 정했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습득했을 스킬. 그러나 S랭크인 활 스킬도 데미지가 얼마 나오지 않는 걸 확인한 나로서는 딱히 마법을 배울 생각이 없었다.
‘S랭크 스킬도 그러니 A,B랭크 마법은 볼 것도 없겠지.’
“엇?! 보스방에 누군가 있습니다!”
“……?”
누구지?
다른 사람 목소리가 들려와 돌아보니 대략 다섯 명의 길드원이 이곳을 바라보며 사람이 있다는 말을 외치고 있었다. 또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는데, 나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머? 루딘 님이시네요.”
“화련 님?”
일단 길드원이 이곳까지 올 리가 없으니 간부와 같이 왔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게 화련일 줄은 몰랐던 난 잠깐 놀라고 말았다.
“루딘 님도 던전에 다 오시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올 걸 그랬나 봐요.”
“오늘 처음 들어온 던전인데요 뭐. 근데 보스 잡으러 오셨어요?”
“예. 여기 보스가 대폭발 화염이라는 스킬을 사용해서요. 잡으면 그 스킬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왔어요.”
‘대폭발 화염?’
지금 내 손에 들고 있는 스킬북이 대폭발 화염이다. 화련은 이걸 원하는 거였나? 그렇다고 해도 B랭크 스킬북이라면 실시간 경매장 순위에 등록될 정도로 높은 랭크였기에 줄 생각은 없었다.
“오늘 잡으면 네 번째로 잡는 건데…… 이게 잘 안 나오네요.”
“보통 그 정도 시도하면 포기하지 않나요?”
“에이~ 적어도 10번은 시도해야죠. 하지만 루딘 님이 잡으셨으니 어쩔 수 없죠. 이틀 뒤로 미룰 수밖에요.”
이틀이라는 말을 하는 걸 보니 던전 보스의 재생성 시간은 이틀인 모양이었다. 길다고 생각하면 긴 시간. 그때 화련은 내 옆에 있는 루터를 보며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옆에는 루딘 님의 지인 분이신가요? 입고 있는 장비가 거대 개미에게 나오는 장비 같은데요?”
화련은 루터를 보자마자 입고 있는 장비와 더불어 이곳에 올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따라서 나와 관련된 지인이라 생각했는지 그렇게 물어봤고, 난 잠깐 고민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오면서 여러 도움을 받았거든요. 그 대가로 해줄 게 없어 이렇게 보스를 잡으러 왔던 거예요.”
“아, 저는 또 루딘 님의 지인이거나, 혹은 루딘 님을 이용해 이 던전에 들어온 길드원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웃고는 있지만 뭔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루터를 바라보는 화련이었다. 화련의 저런 표정은 처음 본다고 할까? 매일 내 앞에서는 웃고 있는 인상이었기에 지금의 모습은 살짝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군.’
나를 이용해 이 던전으로 들어오려고 했던 루터. 뭐, 차이가 있다면 난 알면서도 속아준 정도일 것이다.
“어쨌거나 보스도 없으니 저흰 이만 가볼게요.”
“예, 가세요.”
“그리고 던전 보스를 잡으셨다면 길드창에 표시를 해두세요. 저희들은 그걸 보고 던전으로 오거든요.”
“아, 그래요?”
“예. 루딘 님이야 오늘 처음이시니 모르실 수밖에 없겠지만요. 길드창을 열어 비밀 공지사항에 보시면 던전 보스를 언제 잡았는지 표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거기에 표시해두시면 돼요.”
‘표시라…….’
생각해보니 그 표시가 있다면 어느 던전에 보스가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듯했다. 간부들은 전부 그런 식으로 던전 보스를 찾아다니는 건가? 아무튼 이곳에 온 화련과 길드원이 돌아가자 옆에서는 루터가 내쉰 안도의 한숨이 들려왔다.
“후우, 감사합니다. 부길마님.”
“뭐가요?”
“부길마님을 선동해 이 던전으로 온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만일 그 내용을 그대로만 전했다면 전 어떻게 됐을지…….”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는군.
“제가 오자고 해서 온 거니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예. 아, 그래도 부길마님 덕분에 공적치를 올릴 수 있게 됐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공적치 단어가 나오니 조금 씁쓸하게 느껴졌다. 보스를 잡아 돈을 벌어도 그 돈으로 공적치나 바꿔야 되다니. 루터 같은 경우에는 오늘 나와 같이 보스를 잡았으니 상관이 없지만 다른 길드원 같은 경우는 돈을 벌기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잡아도 골드가 나오지 않으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의뢰. 혹은 던전 몬스터를 잡아 나오는 아이템을 파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뭐, 열심히 하세요.”
“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대로 된 파티 사냥을 해봐요.”
“예? 아, 예! 알겠습니다.”
이 던전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루터에게 그 말을 한 나는 파티에서 탈퇴하자마자 귀환 스크롤을 꺼냈다. 내가 귀환 스크롤을 꺼내자마자 루터의 안녕히 가라는 말이 들려왔고, 난 거기에 대해 짤막하게 대답을 하고선 그 귀환 스크롤을 사용했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파밧!-
‘이젠…… 카르젠 왕국으로 가볼까.’
아님 레어 활을 구해 파괴화살의 데미지를 올리는 방법도 있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내겐 상관없는 상황. 다만 레어 활은 구한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레이드 보스를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카르젠 왕국에 있는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는 아르넬라와 마찬가지로 인간형이니 굳이 원거리 공격이 없더라도 공격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말이다.
“어? 루딘 님.”
“……뭐하세요?”
문득 들려온 목소리를 확인해보니 시나가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아가 올 때까지 책 읽고 있어요. 듣기로는 탐색으로 유명한 플레이어가 이런 책을 바탕으로 탐색한다고 들었거든요.”
“탐색 스킬도 없잖아요?”
“나중에 라즈 님에게 알려주려고요.”
그렇게 대답하는 시나를 보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나저나 저런 책이 도움이 되는 건가? 나야 탐색 스킬이 없으니 저런 책을 봐도 소용없겠지만 시나가 저러니 궁금하기는 했다.
“아, 그런데 아르넬라는 잡으셨어요?”
“못 잡았어요.”
봉인했을 뿐이지.
“응? 인터넷에 아르넬라가 없다고 난리가 났던데…… 전 당연히 루딘 님인 줄 알았거든요.”
“스킬 한 대 맞으면 1만이 넘게 깎이던데, 그걸 어떻게 잡아요.”
“와, 그 정도로 깎여요?”
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곧이어 퓨롬에게서 얻은 봉인 구슬이 떠올랐다.
“그것보다 스킬 몇 개 배웠어요?”
“스킬이요? 30개 다 배웠죠.”
“하나 지우고 마물 소환 스킬로 배우세요.”
“마물 소환이요? 그거 배우려면 마물 제작까지 습득해야 되잖아요. 저 그거 어떻게 습득하는지 몰라요.”
“마물 소환은 아세요?”
“음, 아마도요. 어떤 던전의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거 같아요. 현금 거래창에 계속 올라오고 있거든요.”
그 말에 현금 거래창을 열어보니 정말로 마물 소환이라는 스킬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은 D랭크 스킬이라 그런지 30만 원. 비싸다면 비싼 스킬이지만 저번 주에 시나가 실시간 경매장으로 벌어들인 돈을 생각하면 구매하지 못할 금액은 아니었다.
“마물 소환은 왜 배우라고 하시는 거예요?”
“이거 드릴게요.”
난 거래를 이용해 퓨롬의 실험체 봉인 구슬을 시나에게 건네주었다. 시나는 그 봉인 구슬을 받고는 놀란 눈빛으로 구슬을 바라보다 이내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물 제작의 완성품이네요. 이런 건 줘도 돼요?”
“필요도 없어요. 레벨 1부터 키워야 되는 번거로움도 있고. 하지만 시나 님은 전투를 못하니 스킬 하나를 포기해서라도 배우시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음, 근데 실험체는 강해요?”
“……글쎄요. 뭐, 이오트 왕국에서 도와준 보답이라 생각하셔도 돼요.”
9번 실험체를 제외하고는 파괴화살 두 번이면 끝날 녀석들이라 강하다고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애매했다. 물론 저 구슬에서 10번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런 행운은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할까?
적어도 6~9번 실험체만 나와도 충분히 쓸 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유아는 안 보이네요?”
“창술 교관 NPC와 대련 중이에요. 이기면 칭호를 주니 그걸 얻을 생각인가 봐요.”
‘칭호?’
분명 전에 읽었던 내용 중에서 특정 NPC에게 인정을 받으면 칭호를 준다는 글이 떠올랐다. 유아가 그런 칭호를 노리는 건가? 황혼에서의 칭호는 웬만한 아이템보다도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는 게 있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마물 소환은 배워두세요.”
“으, 이런 곳에서 돈 쓰는 건 싫은데…… 응? 어디 가세요?”
“사냥하러요.”
사냥하러 간다는 내 말에 시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공을 향해 눈을 돌렸다. 아마도 현금 거래창을 보는 거 같았다. 난 그런 시나의 모습을 보고는 카르젠 왕국으로 가기 위해 공간이동 장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그쪽에도 문제가 있었지?’
용감무쌍 길드. 그 길드가 하이츠가 있는 필드를 장악하고 있다는 글이 떠올랐던 나는 잠깐 고민했다. 잘못하다간 나 혼자서 용감무쌍 길드와 싸울 수도 있었기 때문인데, 솔직히 말해 싸우는 거야 상관없었다.
단지 싸울 필요가 없을 뿐.
또 길드전에서 적대 플레이어를 죽여 아이템이 바닥에 뿌려진 경우를 생각하면 왠지 싸워도 손해일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지?’
아이템이 가득차면 분해강화로 전부 분해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반대로 싸우지 않고 하이츠와 붙을 수도 있었기에 지금은 고민하지 않고 카르젠 왕국부터 가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