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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53화 (153/211)

00153  第 34 話  =========================================================================

第 34 話 “48일째”

“루딘 님. 소문으로는 던전에 들어오지 않는다는데 사실인가요?”

“……?”

문득, 단발머리가 어울리는 귀엽고 발랄한 느낌의 길드원이 내게 다가와 그런 말을 건넸다. 보스와 관련된 질문이 아니라 나와 관련된 질문인가? 잠깐 거기에 대해 생각한 나는 일단 대답부터 해줬다.

“보통은 들어오지 않죠. 오늘 처음으로 들어온 거예요.”

“정말요? 보통은 던전에서 사냥해야 강해지는 거 아니었어요?”

“장비 맞추고 강화만 해도 강해져요.”

실제로 내가 그렇게 강해졌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여기서 하나 더 추가하자면 S랭크 스킬도 있었지만 그건 배우고 싶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기에 일부러 제외한 것이다.

“아~ 중요한 건 장비와 강화라는 말씀이시죠?”

그리고 이런 내 대답에 길드원은 마치 중요한 정보라도 들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강화는 돈이 너무 많이 들지 않나요?”

“의뢰로 돈을 벌어야죠.”

내게서 무슨 말을 듣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난 평범하게 대답했다. 황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그런 대답들. 그럼에도 길드원은 처음에 보여줬던 친근한 태도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오늘 이후로도 계속 사냥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어쨌든 이야기를 나누며 나타나는 실험체를 잡고, 진행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보스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마 이곳에 보스가 있을 겁니다.”

“의외로 빨리 왔네요.”

“예, 일단 휴식부터 취한 뒤에 들어가겠습니다.”

휴식이라는 말에 다들 자리에 앉아 지금까지 소모한 마나력과 지구력을 채웠고, 나 역시 휴식을 취하면서 파괴화살의 레벨을 살펴보았다.

‘4레벨인가.’

실험체가 나타날 때마다 한 번씩만 사용한 탓에 레벨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다. 실험체가 몇 마리가 나타나든 파괴화살의 폭발은 모두를 집어삼킬 정도였으니 한 번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길마님 덕분에 보스도 잡아보네요.”

“제가 없더라도 몰래 잡으면 되지 않나요?”

그러자 그 말을 꺼낸 길드원은 뭔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날에는 길드에서 퇴출되는 것과 동시에 척살까지 떨어져 시도하는 사람이 없죠.”

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머지 길드원. 이러나저러나 들키지만 않으면 보스를 잡아도 되지만 위험부담으로 인해 하지 못한다는 거 같았다.

“예전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몰래 보스를 사냥한 파티가 있었는데, 아이템 분배 문제로 싸움이 번져 결국 한 명이 신고해버린 거죠. 그때 신고한 길드원을 제외한 나머지 길드원은 전부 길드에서 퇴출당하고 결국 게임을 접었다고 합니다.”

“…….”

가만히 듣다보니 꽤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같이 사냥한 주제에 신고를 하다니? 더군다나 신고한 사람은 무사하다고 했으니 어지간히 믿음이 없는 사람들과는 보스를 몰래 잡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아직 휴식이 더 필요하신 분 있으십니까?”

“전 끝났어요.”

“저도요.”

어쨌거나 시간이 지나 회복을 끝낸 모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보스와의 전투를 준비했다. 그래도 나름 보스전이라 그런지 조금은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걸 본 나는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쿠쿠…… 쿵!

두꺼운 석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선 그곳에는 후드를 쓰고 있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늙은 마법사가 있었다. 늙은 마법사라 생각한 이유는 후드 밑에 길게 자라난 흰색 수염이 유독 눈에 띈 탓이다.

[검은 연구자 퓨롬(BOSS)]

“내 실험실까지 찾아오다니…… 생각보다 실력이 있는 녀석이구나.”

‘역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대화가 가능한 보스에게 들어올 때마다 겪는 일종의 이벤트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 곧 실험이 끝난다. 그 실험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죽여주도록 하지.”

[검은 연구자 퓨롬과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가서 적을 처단해라.”

쿵!-

퓨롬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근처에 있던 뭔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니까 3미터나 되는 커다란 덩치에다 양손에 각각 망치와 대포가 달린 몬스터였다. 또 그런 몬스터 세 마리가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퓨롬의 9번 실험체]

“9번 실험체라…….”

실험체의 번호는 뒤로 갈수록 강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니 이 9번 실험체도 여기로 들어오기 전에 싸웠던 8번 실험체보다 강하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가겠습니다! 회복을 부탁합니다!”

“파괴화살.”

파밧!-

난 여기까지 오면서 명령어를 간단하게 바꾼 파괴화살을 사용했다. 상대가 보스였지만 내 역할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그저 뒤에서 활만 쏘기로 결정한 나는 5초라는 시간이 지나기가 무섭게 화살을 쏘았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131.]

[스킬 데미지…….]

‘나쁘지 않군.’

아마 여기서 한두 번만 더 쓴다면 죽지 않을까? 또한 폭발 데미지로 인해 모든 실험체를 공격한 나는 다시 스킬을 사용했지만, 이곳의 보스인 퓨롬은 그냥 보고만 있진 않았다.

“화염 사슬.”

화르륵!-

퓨롬은 화염으로 이뤄진 사슬을 만들어내고는 전방에서 실험체를 막고 있는 길드원을 향해 던졌다. 화염 사슬은 마치 뱀처럼 공중을 움직이더니 길드원을 묶었고, 그 순간 길드원은 아무런 행동조차 하지 못한 채 실험체가 들고 있는 망치에 내리 찍혔다.

“크윽! 회복!”

“하고 있어요!”

“내가 그걸 보고만 있을 거 같은가?”

[검은 연구자 퓨롬이 검은 물결을 사용합니다.]

‘검은 물결?’

파괴화살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퓨롬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는데, 퓨롬의 손에서는 검은색 아지랑이 같은 것이 이쪽을 향해 부채꼴 모양으로 퍼졌고, 뒤쪽에 있는 우리들은 점점 퍼지는 넓이에 어떻게 피할 방법이 없었다.

촤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00.]

[저주에 걸리셨습니다.]

[관련 능력치 '투지'로 인해 미약하게나마 저항합니다.]

[8초간 모든 스킬이 봉인됩니다.]

“스킬 봉인?”

“아앗! 회복이 안 돼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파괴화살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난 이제 손에 잡히는 파괴화살을 쥐고는 재빨리 활시위에 메겨 실험체를 향해 쏘았고, 내심 이번 공격으로 죽길 원했다.

콰아아앙!!-

‘……안 죽다니.’

“아악! 안 돼!”

내 파괴화살과 다른 길드원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이 9번 실험체는 생각했던 것보다 생명력이 많은지 죽질 않았고, 화염 사슬로 묶여 있던 길드원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 채 죽어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젠장, 탱커가?!”

“흩어져요!”

탱커가 죽어버리니 저 실험체를 붙잡을 사람이 없다. 아니, 내가 붙잡으면 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될까? 우왕좌왕 움직이는 길드원을 뒤로 한 채 8초가 지나길 기다렸고, 이내 8초가 지나자마자 파괴화살을 시전해 다시 실험체를 향해 날렸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128.]

[전투 경험치 941 획득!]

‘드디어 죽였군.’

세 번을 맞아야 죽는 실험체였지만 이미 사방으로 흩어진 뒤였다. 장전 시간 5초가 없었다면 진작 죽이고도 남았겠지만 이놈의 장전 시간이 현재 사냥의 발목을 붙잡았다.

“부, 부길마님. 어떻게 하죠?”

그때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루터의 말이 들려왔다. 지금까지 별다른 도움도 되지 못했기에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던 루터. 여기서도 도움이 될 거 같지가 않았기에 난 간단한 지시만 내리기로 했다.

“그냥 제 뒤에 있어요.”

“에, 예!”

‘그나저나 어떻게 할까.’

지금이라도 무기를 바꾼다면 앞에 있는 모든 녀석들을 잡을 수 있었다. 퓨롬도 마법사 같았으니 제이어의 수호방패만 사용해도 무리없이 잡을 수 있을 정도. 한마디로 내게는 이 상황을 정리할 만한 힘이 있지만 처음 활만 쏘겠다고 한 내 말이 떠올랐던 나는 다시 파괴화살만 시전했다.

“왠지 위험한 거 같은데요?”

“버티겠죠.”

[검은 연구자 퓨롬이 화염 폭우를 사용합니다.]

“……?”

화염 폭우? 그 말에 고개를 든 나는 천장을 가득 채울 정도의 커다란 마법진이 생겨나 아주 작은. 야구공 정도의 크기를 지닌 화염구가 사방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데로나크와 같은 스킬을 쓰는군.’

물론 그 규모에서 차이가 심했다. 데로나크의 화염 폭우는 제대로 피하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쾅!- 콰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73.]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67.]

‘이건 뭐…….’

화염 폭우라는 단어에 살짝 긴장한 내 자신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다. 역시 레이드 보스와는 차이가 심한가? 다만 그럼에도 허둥지둥 화염구를 피하는 길드원이 있었다.

“아악! 이걸 어떻게 피해!”

난 떨어지는 화염구와 실험체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하고 있는 길드원을 도와주기 위해 그곳으로 화살을 쐈다.

콰아아앙!!-

[전투 경험치 941 획득!]

“아, 감사합니다! 부길마님!”

나로 인해 실험체의 공격에서 벗어난 길드원은 곧장 인사하고는 남은 실험체를 공격했다. 아니, 실험체보다는 퓨롬을 공격하는 게 낫지 않나? 하지만 다른 쪽 상황을 보니 그쪽도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탱커가 허무하게 죽어버리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군.’

콰아앙!!-

“……?”

순간, 마지막 남은 실험체 한 마리가 손에 달린 대포를 쏴 길드원 한 명을 죽이는 것이 보였다. 벌써 남은 인원은 다섯 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쯧.’

또 그 모습을 본 나는 원래는 퓨롬에게 쏠 화살을 바꿔 실험체를 향해 쏘았다. 마찬가지로 그 공격에 실험체는 경험치를 남기고 사라졌고, 이제 남은 적은 퓨롬밖에 없었다.

“됐다! 이제 보스밖에 안 남았어!”

“공격해!”

따지고 보면 내가 전부 잡은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길드원들은 그것도 모르는지 곧장 보스에게 달려들었다. 실험체 하나 못 잡아서 도망치던 녀석들이 보스를 상대할 수 있을까? 일단 지켜보고 있으니 꽤 처참한 상황이 벌어졌다.

[검은 연구자 퓨롬이 검은 물결을 사용합니다.]

전방에서 퍼져오는 검은색 아지랑이. 이미 파괴화살을 사용한 뒤였기에 피할 생각도 없었지만 결과는 이전과 달랐다.

[관련 능력치 '투지'로 인해 완벽하게 저항합니다.]

‘흐음.’

나야 완벽하게 저항을 했다지만 보스에게 덤벼들던 길드원은 그게 아니었는지 비명을 지르며 다시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스킬 봉인이라니!”

“뒤로 물러나!”

난 뒤로 물러나는 길드원 사이로 화살을 쏘며 잠깐 지금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이대로 길드원이 시선만 끌어준다면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스킬 봉인과 더불어 사용하는 다음 마법은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이었다.

[검은 연구자 퓨롬이 대폭발 화염을 사용합니다.]

파밧!-

순간, 중앙에 위치한 퓨롬의 발밑으로는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저 마법진에 있으면 위험할 거라 생각한 나는 즉시 뒤로 물러났고, 마법진은 외각까지 닿지 않은 아슬아슬한 공간에서 퍼지는 것을 멈췄지만 이미 보스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길드원은 차마 외각으로 피신하지 못했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마법진 위로 솟구치는 엄청난 불꽃. 분명 데로나크가 사용하는 마법보다는 범위가 작았지만 이 밀폐된 공간의 특성상 지금 순간만큼은 어떤 스킬보다도 압도적인 위력을 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 우와.”

[파티원…….]

‘죄다 죽어가는군.’

나와 루터는 외각으로 피신해 아무런 데미지도 받지 않았지만 마법진에 있던 길드원 세 명은 모조리 죽은 것을 메시지 창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나랑 루터밖에 없나? 작게 한숨을 내쉰 난 아이템 창을 열어 망치와 방패를 꺼내들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장비를 바꾸고, 제이어의 수호방패까지 시전한 나는 불꽃이 사그라지자마자 곧바로 퓨롬을 향해 달렸다. 퓨롬도 이제 남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접근한 난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4,794.]

“커헉!”

의외로 S랭크 스킬인 파괴화살보다도 훨씬 높은 데미지가 뜬다. 애당초 마법사 녀석이 나보다 근력이 높을 리가 없었기에 두 배 데미지까지 적용된 것이다. 난 뇌룡의 포효를 맞고 비틀거리는 퓨롬을 한 대 더 때리고는 그대로 바닥을 한번 내리쳤다.

[뇌룡의 포효 발동!]

[모든 마나력이 소모됩니다.]

쿠오오오오!!-

뇌룡의 포효를 맞고 뒤로 물러난 퓨롬은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전격을 피하지도 못한 채 감전되었고, 또 그에 해당하는 데미지마저 입힐 수 있었다.

[스킬 데미지! 10,964.]

‘이래도 안 죽어?’

생각보다 높은 생명력에 감탄한 나였지만 그것뿐이었다. 1,200이 넘어가는 민첩으로 빠르게 세 번을 더 때리자 퓨롬은 눈이 뒤집혀져 쓰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털썩-

‘이렇게 간단한 녀석을 못 잡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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