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52화 (152/211)

00152  第 34 話  =========================================================================

第 34 話 “48일째”

‘아마 간부들이 이용하겠지?’

어쨌든 그런 식으로 대화를 하며 던전에 도착하니 입구 부분에서 사냥하고 있는 길드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 이봐, 던전에 들어오려면 아이디 표시 전환을…….”

“야야! 조용히 해!”

아이디 표시 전환은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머리 위로 이름을 띄우는 시스템이다. 그걸 하지 않은 내게 길드원은 뭐라고 소리치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누군가가 급하게 그 길드원을 막았다.

“갑자기 왜 그래?!”

“저 사람 누군지 몰라? 부길마님이잖아!”

“부길마?”

부길마라는 단어에 그는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려 내 문양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보이며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고, 난 상관하지 않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부길마님이 던전에는 웬일이시지?”

“글쎄? 그보다 그거 들었어? 어제 부길마님이 강화를 대신해주는 걸로 몇백 골드는 벌었다던데.”

“강화로? 성공 확률이 대체 얼마기에…….”

“듣기로는 3강까지 100% 확률로 성공한다던가?”

“진짜?! 엄청나잖아!”

뒤쪽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 기분 나쁠 것도 없었다. 다만 나와 같이 이 던전에 들어온 길드원의 존경스럽다는 눈빛만큼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근데 여긴 어떤 몹이 나와요?”

“아, 그건…….”

쿵-

하지만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전방에서 뭔가 묵직한 발걸음이 들려왔다. 또 발걸음을 감지한 난 곧장 활에다 화살을 메겨 즉각 공격할 준비를 끝내며 어떤 몬스터인지 확인했다.

“크르르…….”

“예! 저, 저런 몹이 나옵니다.”

나도 보고 있어.

[퓨롬의 1번 실험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상대한 몬스터와는 다른 녀석이었다. 인간형처럼 두 발로 서 있지만 양팔이 길쭉한 칼로 되어 있었고, 몸은 갑옷처럼 강철로 된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뒤로 물러서요.”

“에, 예!”

난 그 길드원이 뒤로 물러서자마자 활시위를 놓아 화살을 발사했다.

챙!-

[적중 데미지! 891.]

‘오, 생각보다 방어력이 뛰어난데?’

이 정도라면 파괴화살도 써볼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1번 실험체는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그러면서 어지럽게 양팔에 칼을 휘둘러 공격을 시도했지만 내가 전력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느렸다.

‘하지만 이래서는…….’

공격을 할 수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난 공격 따위는 무시한 채 파괴화살을 사용했다.

“스킬 사용. 헤르나의 파괴화살.”

파밧!-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46.]

순간, 원래 있던 철 화살이 사라지고 붉은색으로 이뤄진 화살이 생겨났지만 이상하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와 함께 장전 시간 5초라는 글이 떠올랐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시간까지 기다렸고, 이내 붉은색의 화살을 잡을 수 있었다.

“크아아!”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5초, 그걸 못 기다릴까봐 이런 짓을 하다니.’

아무튼 화살을 손에 쥔 나는 재빨리 활시위에 메겨 바로 눈앞에 있는 1번 실험체를 향해 쐈다.

‘죽어라!’

콰아아앙!!-

화살은 1번 실험체에게 닿자마자 거센 폭발을 일으켰다. 그 폭발의 범위는 가까이 붙어 있는 나까지 집어삼킬 정도. 물론 내가 사용한 스킬이니 폭발에 휩쓸린다고 해도 데미지를 받는 건 몬스터밖에 없었다.

자, 그럼 S랭크 스킬의 데미지를…….

[스킬 데미지! 2,754.]

“…….”

뭔가 이상한데? 데미지가 왜 이거밖에 안 뜨지? 더군다나 이놈의 자식은 죽지도 않고 계속해서 칼질만 하고 있었다. 난 그런 칼질을 계속 맞아주면서 생각하다 이내 뇌룡의 포효와 피를 머금은 철벽 방패를 들고는 다른 스킬을 사용해보았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4,209.]

[전투 경험치 1,500 획득!]

“허.”

거신의 질주 데미지까지 확인하니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장전 시간이 5초나 걸리는 S랭크 스킬 데미지가 거신의 질주보다도 떨어지다니?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뭐가 문제지?’

무기가 유니크와 레어라서? 10강까지 강화한 거라서? 거신의 질주는 스킬 레벨이 높아서? 따지고 보니 전부 해당되었다.

‘게다가 관련 스킬도 없으니.’

거신의 질주는 제이어의 방어지배라는 S랭크 패시브 스킬이 있지만 파괴화살은 그런 것도 없었다. 레벨을 올리면 괜찮아질까? 아니, 그것보다는 무기부터 최소 레어급으로 바꿔야 될 거 같았다.

“부길마님. 뭔가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 생각보다 활 데미지가 안 나와서요.”

“기본적으로 활은 데미지가 낮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궁수들은 관통 데미지를 노리는 거죠. 만일 부길마님께서 진지하게 활로 싸우실 거라면 활과 관련된 스킬을 다섯 개 이상은 배우셔야 될 겁니다.”

“다섯 개요?”

배우라고 하면 못 배울 정도는 아니다. 아직 배워야 될 스킬이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활 스킬을 배우는 것보다는 투척 스킬을 배우는 편이 여러모로 낫지 않을까 싶다.

‘S랭크도 투척 스킬이나 튀어나올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는 S랭크 스킬을 배웠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럽기 그지없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고민 덩어리나 마찬가지였다.

‘뭐, 그래도 이 던전 수준이라면…….’

무기를 바꾸는 거야 당장 해결하기 어렵지만 스킬을 올리는 거라면 여기서도 충분할 거 같았다. 방패를 들지 않은 상태에서도 데미지가 얼마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계속 가보죠.”

“예. 아, 그런데 저도 싸워야 됩니까?”

‘그럼 구경만 할 생각이었나?’

현재 나와 길드원…… 루터라는 아이디를 가진 이 녀석하고는 파티를 맺은 상태였다. 여기서 나만 사냥하면 소위 키워주는 식이 아니던가? 반대로 루터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구경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세요.”

“알겠습니다.”

그 대답을 들으며 다시 길을 걷자 얼마 지나지 않아 실험체를 만날 수 있었고, 녀석들을 확인한 난 파괴화살을 사용했다. 또한 자신도 싸워도 되는지 물어봤던 루터 역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야생 곰 소환!”

‘소환?’

동시에 루터 앞으로는 나보다도 큰 곰 한 마리가 등장했다. 갈색 털로 이뤄진 곰이었는데, 그 곰을 소환한 루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야수 돌진!”

“소환사였나요?”

“정확하게는 소환과 마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곰으로 전방을 막고, 자신은 마법을 사용해서 공격하는 스타일 같았다. 그것만 보면 괜찮다고 할까?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했지만 이번만큼은 상대가 좋지 않았다.

촤악!-

“에?”

정확히 실험체의 칼질 두 번에 쓰러지는 야생 곰. 이전 던전에서는 그럭저럭 효과를 봤을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무리였던 거 같았다.

‘쯧.’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화살이 손에 잡힌 난 곧장 활시위에 메겨 전방에 있는 실험체를 향해 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2,763.]

‘결국 나 혼자 싸워야 되는군.’

난 내게 달려와 칼질하는 실험체의 공격을 무시하면서 다시 파괴화살을 사용했고, 그렇게 5초가 지나자마자 활시위를 당겨 실험체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어찌 됐든 파괴화살 두 번이면 실험체가 죽는 듯했다.

‘그래, 스킬을 많이 사용하면 좋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스킬 레벨이 올라가지 않겠는가. 난 그런 생각으로 계속해 던전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4번 실험체가 나오는 3층으로 내려가자 파괴화살도 3레벨로 올릴 수 있었다.

[띠링!~ S랭크 스킬 '헤르나의 파괴화살'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5, 민첩 10 증가합니다.]

‘이제 데미지가 조금 올라갔겠지?’

3레벨로 올랐으니 뭔가 변한 게 있을 거라 생각한 나는 상세 정보창을 열어 확인했다.

[S랭크 헤르나의 파괴화살 효과] (LV3)

-장전 시간 5초.

-화살 발사 시, 공격력 10→15% 상승.

-화살 발사 시, 민첩의 5배. +10→15 속도로 발사.

-화살 적중 시, 공격력과 근력을 폭발 데미지로 적용.

-폭발 데미지의 2→3%를 고정 데미지로 적용.

-폭발 반경 2→3M.

-사거리 105→110M.

*사용 시, 마나력 소모 300→60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10%.

‘공격력이 5%씩 올라가면…….’

30레벨까지 찍어야 150% 상승이 된다는 말이다. 이걸 좋다고 해야 되나? 현재 활을 든 내 공격력은 1,967. 여기서 150% 상승한다고 해도 4,917. 아무리 생각해도 S랭크 스킬 같지가 않았다.

A랭크 스킬이라면 모를까.

‘사거리와 폭발 고정 데미지만 제외하면 볼 게 없군.’

그렇게 작게 한숨을 내쉬는 사이, 옆에서는 입이 찢어질 듯이 웃고 있는 루터의 모습이 보였다.

“부길마님! 이것 좀 보십시오! 공격력이 엄청 높습니다.”

지금껏 야생 곰을 소환하고, 각종 마법을 사용해 도움 같지도 않은 도움을 준 루터는 4번 실험체에게서 얻은 창을 보여주며 기뻐하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생각 없이 기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저 사람 혹시 부길마님 아니야?”

“맞아. 저 갑옷을 입은 사람은 부길마님밖에 없어.”

“……?”

목소리가 들려온 그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대략 다섯 명의 길드원이 이쪽을 보며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친 길드원은 뭔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하더니 이내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부길마님. 괜찮다면 저희도 같이 사냥하면 안 될까요?”

“사냥이요?”

“예, 보스까지는 잡고 싶어서…… 그래도 받아주신다면 열심히 할게요.”

솔직하게 좋군.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사냥하고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실력이 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보스를 잡을 수가 없으니 이런 부탁을 하는 듯했다.

난 잠시 부탁하는 그 길드원을 보고는 루터를 바라봤다.

“괜찮죠?”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부길마님 마음대로 하시면 됩니다.”

하긴, 나로 인해 이 던전에 들어와 경험치와 아이템을 획득했으니 반대할 입장은 되지 못할 것이다.

“보스를 잡아달라는 소리는 안 할게요. 그냥 데려다주시기만 하면…….”

“그렇게 하세요. 그럼.”

“네? 아, 감사합니다.”

뭘 감사까지야.

내 던전도 아니고, 내 보스도 아닌데. 라즈처럼 내가 직접 발견한 던전이면 모를까, 나 역시 다른 길드원이 발견한 던전을 이용하는 것뿐인데도 감사의 말을 건네는 길드원이었다. 난 그런 길드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다 이내 내가 만든 파티에 참여시켰다.

“근데 부길마님은 활을 쓰셨나요?”

“아뇨, 원거리 공격이 필요한 거 같아 들었어요. 참고로 전 뒤에서 활만 쏠게요.”

“아…… 예.”

원래 내가 지닌 무기를 알고 있는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인 길드원이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나를 통해 보스까지 가고 싶은 듯했지만 반대로 나로서는 앞을 막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좀 더 느긋하게 활을 쏠 수 있을 거 같았다.

“갈까요?”

“예,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총 일곱 명으로 이뤄진 파티로 던전을 진행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일단 앞을 막아주는 길드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활을 쏘기에도 편했고, 또 그들의 실력이 루터보다 훨씬 뛰어났기에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스킬 사용. 헤르나의 파괴화살.”

하지만 이대로 손을 놓고 있기에는 스킬 레벨이 오르지 않았기에 나 역시 파괴화살을 사용해 공격했고, 그 화살로 생긴 폭발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콰아아앙!!-

“꺄아!”

“뭐, 뭐야?!”

파괴화살의 폭발 범위는 레벨마다 1미터씩 늘어난다. 지금 검푸른 수호자 세트로 인해 올라간 2레벨까지 합치면 도합 5미터의 폭발이 일어난다는 뜻인데, 이 폭발의 범위는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이거 부길마님 스킬인가요?”

“예, 이거밖에 없지만요.”

“그렇다고 해도 이 폭발은 엄청나네요.”

게다가 내 파괴화살을 맞은 실험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고, 그걸 확인한 길드원들은 내 스킬 데미지가 비교적 높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 정도 스킬이라면 보스도 쉽게 잡겠는데요?”

“와, 내가 이 던전에서 보스를 잡아보는구나.”

‘흐음.’

이곳에서 사냥할 정도의 실력. 그리고 내 스킬 데미지. 이 모든 것이 더해지자 다들 자신감이 생겼는지 좋은 분위기가 생성되며 보스가 있는 5층으로 내려갔고, 난 생각보다 너무 자신만만하게 걷는 그들을 보며 왠지 모를 불길함이 들었다.

‘근데 여기서 보스를 상대해본 사람이 있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