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51화 (151/211)

00151  第 34 話  =========================================================================

第 34 話 “48일째”

[스킬북을 펼치겠습니까? 펼치면 자동으로 스킬이 습득됩니다.]

“진짜 더럽게 안 나오네.”

어제 강화 이야기가 나온 이후로 간부들을 포함해 기존 길드원까지 전부 강화해준 나는 로거츠의 분해강화를 무려 19레벨까지 올릴 수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몇백 번? 잘하면 1천 번은 넘게 강화만 한 거 같았는데, 그 중에서는 최대 9강까지 간 사람도 있었다.

뭐, 9강 이후로는 내구력이 얼마 남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또 한 번 강화하는데 받은 돈은 50실버. 얼마나 강화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수중에는 대략 850골드가 있었다. 하루 만에 몇백 골드나 벌어들여 떨떠름했지만 어찌 됐든 당분간은 돈 문제가 없어진 셈이다.

또 길드원들은 내심 내가 계속 강화해주길 바랬지만 온종일 강화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뭐, 강화를 해도 돈이 벌리니 나쁠 건 없겠지만 지금은 랜덤 스킬북으로 스킬을 얻고, 죽음을 재배하는 하이츠를 상대하러 가고 싶었다.

[스킬북을 펼치겠습니까? 펼치면 자동으로 스킬이 습득됩니다.]

“……오!”

드디어! 드디어 뜨고야 말았다! S랭크 스킬!

직감으로 그 사실을 깨달은 난 주저하지 않고 책을 펼쳤다.

‘원거리 스킬! 제발 원거리 스킬!’

[S랭크 스킬. '헤르나의 파괴화살'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을 습득함에 따라,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근력이 5 상승합니다.]

[민첩이 10 상승합니다.]

“…….”

화살? 왠지 내가 원하는 원거리 스킬이 나온 거 같지만 생각했던 원거리 스킬은 아닌 듯했다. 그래도 S랭크 스킬이니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상세 정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S랭크 헤르나의 파괴화살 효과] (LV1)

-장전 시간 5초.

-화살 발사 시, 공격력 5% 상승.

-화살 발사 시, 민첩의 5배. +5 속도로 발사.

-화살 적중 시, 공격력과 근력을 폭발 데미지로 적용.

-폭발 데미지의 1%를 고정 데미지로 적용.

-폭발 반경 1M.

-사거리 100M.

*사용 시, 마나력 소모 30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10%.

“하아.”

이상할 정도로 새어 나오는 한숨. 아니, 그토록 원하던 원거리 스킬을 얻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대신 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활이 필요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사용은 해봐야지.

내심 활을 들지 않아도 저절로 화살이 생겨나 공격하는 그런 스킬을 기대한 나는 파괴화살인지 뭔지 하는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사용. 헤르나의 파괴화살.”

[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적절한 아이템을 들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었다. 짜증나긴 했지만 이 파괴화살이라는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활을 들어야 하는 듯했다.

‘근데 그 활만 제외하고 보면 괜찮긴 하군.’

다시 한 번 상세 정보를 살펴보니 이건 원거리에다 공격 스킬이다. 그것도 S랭크. 그러니 데미지도 괜찮지 않을까? 데미지가 괜찮다면 귀찮음을 무릅쓰고 활을 들고 다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난 한번 실험해보기로 했다.

“일단 활이 필요하겠지만…….”

굳이 대장간으로 가서 구매할 필요는 없겠지.

난 망치와 모루. 장갑을 꺼내고는 여전히 아이템 창에 남아 있는 철괴만으로 활과 화살을 제작했다. 단순히 철괴만 가지고 만든 무기였지만 스킬 레벨과 기술 능력치가 워낙 높은 탓에 그럭저럭 괜찮은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혼이 깃든 장궁이 완성되었습니다.]

[날카로운 철 화살이 완성되었습니다.]

“확인.”

[혼이 깃든 장궁] (Magic)

설명:순수한 철로 만들어진 장궁. 뛰어난 기술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이 무기는 장인이 가진 한계를 넘어, 그의 영혼까지 깃들어져 있다.

<근력(12), 체력(10), 민첩(38)>

공격력:224  마법 공격력:0

내구력:219/219

*생명력 100 증가.

[날카로운 철 화살] (Magic)

설명:순수한 철로 만든 날카로운 화살. 기존 화살보다 날카롭게 벼려진 탓에 보다 높은 관통 효과를 지니고 있다.

공격력:21  마법 공격력:0

*관통 확률 12p 상승.

‘철괴 하나에 철 화살 10발씩 만들어낼 수 있네.’

이 철 화살도 직감으로 만든 대성공의 작품이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개당 2코퍼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거의 공짜라고 해도 될 정도의 가격. 아마도 활을 쓰는 궁수에게는 무기 제작이 필수가 아닐까 싶었다.

[날카로운 철 화살이 완성…….]

어쨌거나 화살까지 넉넉하게 만든 난 슬슬 스킬을 실험할 장소를 생각해보았다.

‘제일 만만한 곳이야 의뢰겠지만…… 오늘은 다른 곳에 가볼까.’

의뢰로 결정하면 토벌 의뢰를 받아야만 했는데, 그건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경향이 있었다. 몬스터 숫자도 제한적이고 말이다. 때문에 의뢰를 제외한 나는 잠깐 생각하다 곧 엠페러 길드가 보유하고 있는 던전에 가보기로 했다.

던전은 몬스터 숫자가 무한이지 않은가?

‘생각난 김에 그곳으로 가보자.’

안타깝게도 지금껏 엠페러 길드가 보유한 던전에 가본 적이 없어 위치는 알 수 없었지만, 딱 한 곳만은 알고 있었다. 예전에 길드전을 했을 당시에 잠깐 화련을 도와주러 간 던전이었는데, 그 위치를 떠올린 난 주저하지 않고 그곳으로 향했다.

푸욱!-

“키에에!”

[적중 데미지! 1,648.]

[전투 경험치 380 획득!]

난 나를 향해 달려오는 거대 일개미를 향해 화살을 쏘아 맞히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약해도 너무 약한 탓이다. 스킬을 사용할 겨를도 없이 화살 한 번 날리면 죽어버리는 대상을 가지고 실험을 할 수는 없었다.

“보스까지 가야 되나.”

아니, 여기 나오는 몬스터 수준을 보면 보스를 상대하더라도 몇 발 버티지 못할 거 같았다. 또 그러던 사이에 내가 사냥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길드원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저 사람 부길마님이지?”

“던전에는 오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던전 없이 어떻게 저렇게 강해져?”

“나도 몰라. 애초에 간부들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같이 사냥하자고 하면 해줄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부길마님이 뭐가 아쉬워서 사냥을 같이 해?”

“…….”

돌아보니 내 시선에 닿은 길드원들은 죄다 고개를 돌린 채 딴청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가 뭐 잡아먹기라도 하나? 하지만 그런 길드원과는 별개로 환하게 미소 지으며 내게 다가오는 길드원도 있었다.

“아이고~ 부길마님. 어쩐 일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당연하지만 그렇게 다가온 길드원은 나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름대로 준수한 외모에 좋은 미소를 띠고 있는 20대 초반의 길드원. 그런 안면도 없는 길드원이 웃으며 다가오자 뭔가 부담스러웠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으며 대답했다.

“활을 연습하고 싶어서요.”

“이런 던전에서 말입니까?”

“여기 말고는 다른 던전의 위치를 모르거든요.”

라는 내 대답에 그 길드원은 마치 잘됐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아하! 그런 거라면 제게 맡겨주십시오. 제가 이 길드에서 보유한 던전의 위치란 위치는 전부 알고 있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여기보다 훨씬 난이도 높은 던전으로 가시는 건 어떻습니까?”

‘여기보다 강한 던전이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애당초 던전에 온 이유도 스킬을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서니까. 그리고 이런 던전에서는 그 성능을 시험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난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이 길드원의 속셈을 파악했다.

‘아마도 나랑 같이 던전에 가고 싶어서겠지?’

일반 길드원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던전에 가는 방법. 그중 하나가 간부 이상의 플레이어와 파티를 맺는 것이다. 예전에 헤론이 했던 말을 떠올린 난 지금 안내하는 길드원이 나를 이용해 던전에 가고 싶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그쪽으로 가죠.”

“예! 안내하겠습니다!”

동시에 주변에서 지켜보던 다른 길드원들은 아쉬움. 혹은 부러움으로 중얼거리는 말이 들려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보는 건데!”

“진짜 부럽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재수 한번 좋네.”

아무튼 어느 던전으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길드원을 따라 길을 걸어가니 재잘재잘 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놀랐습니다. 부길마님이 이런 던전에 들어오실 줄은 상상조차 못했으니까요.”

“저라고 해서 던전에 가지 않는 건 아니죠.”

실제로 던전에 간 적은 몇 번이나 있었지만 그게 엠페러 길드의 던전이 아닐 뿐이다.

“아, 그렇습니까? 그보다 제가 알기로는 둔기를 쓰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원거리 공격에 취약해서요.”

“좋은 판단이십니다. 실제로 여러 종류의 무기를 들고 사냥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상황에 맞게 무기를 바꿔 싸우는 거죠.”

‘그나저나 이 녀석을 데리고 같이 사냥해야 되나?’

난 한발 앞서 걸어가는 길드원을 바라보았다. 던전에 데려가는 거야 상관없지만 그 던전에서 혼자 사냥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반대로 같이 사냥을 한다고 해도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 일단 녀석의 생각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던전에 도착하시면 뭐하실 건데요?”

“예? 아, 부길마님을 도와드리고는 싶지만…… 역시 힘들겠죠?”

“아뇨, 그렇게 하세요.”

“예! 감사합니다!”

한눈에 봐도 기뻐할 정도로 인사하는 길드원. 그 반응을 보고 있자니 아무리 엠페러 길드에 있어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니, 이렇게 된 김에 물어볼까.’

전에 헤론의 말을 들었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몇 가지의 궁금증을 이 길드원을 통해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길드원은 던전에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하나 봐요?”

“음, 설명해드리자면 던전마다 난이도가 있습니다. 몬스터가 경험치와 아이템. 그런 걸 포함해서 난이도를 결정하는데, 그 난이도가 높은 던전으로 갈수록 공적치를 쌓아야 됩니다.”

“공적치요?”

“예. 간단하게 지금 제가 안내하는 던전은 공적치가 5천 이상이 돼야 입장할 수 있는 그런 던전이죠.”

들어보니 길드에 공적치 시스템도 있는 모양이었다.

“공적치는 어떻게 올리는데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제일 간단한 방법은 길드에다 돈을 기부하는 겁니다. 1골드를 지불하면 공적치가 100 올라가는 거죠. 또 공적치를 100까지 올린 길드원은 제일 하급 던전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금 향하고 있는 던전은 50골드를 공적치로 바꿔야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이라는 뜻이다. 바로 어제 데로나크를 잡기 전까지의 나라도 지불할 수 없는 금액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지금 가고 있는 던전은 50골드를 공적치로 바꿔야 되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부길마님과 간부들은 그런 공적치와 관계없이 던전으로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만일 간부들도 공적치를 적용한다면 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될 수밖에 없겠죠.”

그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난 잠깐 공적치에 대해 생각했다. 만일 새로 가입한 사람이라면 하급 던전부터 시작해 그곳에서 돈을 모으고 차차 상위 던전으로 가는 시스템인 듯하다.

“다른 방법은요?”

“음, 대표적으로 던전을 찾으면 공적치가 1천 올라갑니다. 또 길드에 이득이 되는 일을 할 때마다 길마님의 역량으로 공적치를 줄 수 있죠. 하지만 부길마님은 지금 제가 말하는 모든 것에 해당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내가 던전 이야기를 꺼낸 탓인지 길드원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또 이건 제 넋두리지만 공적치 때문에 돈이 모이질 않습니다. 그래도 상위 던전으로 가면 돈이 조금씩 모인다는 말을 듣고는 열심히 사냥하고 있지만요.”

“공적치를 얼마나 모았는데요?”

“정확히 450 모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부길마님과 사냥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희들 사이에서는 그걸 로또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니까요.”

“……로또요?”

나랑 같이 사냥하는 게 로또라는 말인가? 내가 아무리 적극적으로 도와줘도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부길마님은 이 황혼에서 가장 강하신 분이 아니십니까? 또 길드에서도 자주 볼 수 없는 분이시고. 나중에 부길마님과 사냥하고 싶어하는 길드원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나랑 같이 사냥한다라…….’

생각해본다. 만일 이대로 가서 그 던전의 보스까지 잡으면 어떻게 될까? 못해도 몇 골드는 받을 것이다. 또 그 보스에게서 나오는 아이템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그게 그렇게까지 도움이 될 거 같지는 않았다.

뭐, 공적치야 몇백까지 쌓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반 길드원은 보스를 못 잡는다고 했지?’

사냥. 혹은 공적치에 관심이 없는 길드원이라면 모르겠지만, 누구보다도 강해지고 싶은 길드원이 있다면 그걸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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