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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48화 (148/211)

00148  第 33 話  =========================================================================

第 33 話 “47일째”

가까스로 아르넬라를 봉인하는데 성공한 나는 그녀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C랭크 의뢰를 받았다. 그리고는 혼자서 보스와 상대하게 했는데, 놀랍게도 20초도 걸리지 않아 보스를 잡아버리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강해도 너무 강한데.’

또 보니까 웬만한 얼음 계열의 마법들은 전부 사용하는 거 같았다. 특히나 얼음 골렘으로 전방을 막은 뒤, 위에서 얼음 칼날을 떨어뜨리는 모습은 내가 봐도 참 더럽다고 느껴졌다.

대체 어느 누가 피할 수 있겠는가?

어쨌거나 이 정도 실력이라면 다른 레이드 보스에게도 충분하겠다고 생각한 나는 다음 목표를 하르페 제국에 있는 레이드 보스. 화염 숨결을 내뿜는 데로나크로 정하고는 집으로 돌아와 랜덤 스킬북 작업을 시도했다.

바로 가지 않은 이유는 이미 교체할 칭호 횟수가 한 번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랜덤 스킬북으로 A랭크 스킬을 배울지, 아님 S랭크 스킬을 배울지 고민하다 결국 S랭크 스킬을 선택했지만…….

“시간만 날렸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A랭크 스킬이나 배우는 건데.

어제 하루라는 시간을 멋지게 날려버린 난 한숨을 내쉬며 데로나크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했다. 만일 데로나크를 잡는다면 그걸 끝으로 다시 랜덤 스킬북 작업을 할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어찌 됐든 S랭크 스킬은 얻어야 되니까.’

그렇게 데로나크가 있는 곳까지 한참이나 걸어간 나는 뭔가 희미하게 들리는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콰쾅!- 콰콰쾅!!-

“……?”

폭발음? 설마 누가 싸우고 있나? 플레이어야 어디에도 있을 수 있으니 폭발음이 들려온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지만 그 위치가 데로나크가 있는 곳이라 생각한 나는 좀 더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설마 누군가가 데로나크와 싸우고 있는 건 아니겠지?’

라는 내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도착한 그곳에는 수십 명이 넘어가는 플레이어가 데로나크를 상대로 열심히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발 늦었군.’

저들이 데로나크를 잡는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인터넷에서 읽은 정보로는 퀘스트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레이드 보스는 일주일이 지나야 다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니 저들이 데로나크를 잡아버리면 앞으로 일주일 동안 데로나크를 잡지 못한다는 말과도 같았다.

‘다른 레이드라도 찾아봐야 되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호우론은 상대하기가 힘들 거 같으니 남은 건 하이츠밖에 없다. 하이츠를 만나기 위해서는 카르젠 왕국으로 가야…….

“어? 이 자식은 뭐야?!”

그때 나를 발견한 플레이어는 신경질을 내며 다시 말했다.

“당장 꺼져! 지금 사냥 중인 거 안 보여?!”

“사냥하고 있는 걸 아니까 구경만 하고 있잖아.”

“뭐?”

꺼지라는 말을 듣고도 존대를 할 정도로 난 성격이 좋지 못했다. 아무튼 이런 내 대답에 황당한 표정을 짓던 그는 내게로 다가오려고 했으나 그보다 먼저 옆에 있던 누군가가 그런 그를 말렸다.

“알크 님! 잠시만요! 저기 문양 좀 보십시오!”

“문양?”

문양이라는 단어에 알크라 불린 플레이어는 내 가슴에 그려진 길드 문양을 바라봤다. 당연하지만 여긴 하르페 제국이었기에 외투를 입지 않았고, 그 탓에 길드 문양은 여지없이 드러난 상태였다.

“엠페러 길드 문양이잖아? 게다가 은빛 테두리가 있으니…….”

“예, 저놈이 루딘입니다.”

“엠페러 길드의 부길마 루딘이라고?”

내 정체를 파악한 알크는 조금 전 적대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렸지만 대신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내가 죽이러 왔나? 왜 경계하고 난리야?

“여긴 왜 온 거지? 엠페러 길드에서도 데로나크를 잡을 계획이었나?”

“아니, 그냥 구경하러 왔을 뿐이니 신경 쓰지 마.”

“아니면 데로나크가 죽어갈 때 우릴 기습한다던가…….”

“…….”

불안하다는 듯이 말하는 알크를 향해 길게 한숨을 내쉬자, 그는 모르는 척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알크 님. 루딘을 저대로 두실 겁니까?”

“그럼? 싸워서 이후에 엠페러 길드하고도 붙자고? 미친 소리 좀 작작하고 가서 저쪽이나 도와.”

‘엠페러 길드 때문에 피한 거였나?’

엠페러 길드가 강하다고 해도 이들 또한 데로나크를 잡으러 왔을 정도였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길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알 수 없었다.

[화염 숨결을 내뿜는 데로나크가 화염 폭풍을 사용합니다.]

“쿠오오오!”

순간, 데로나크는 회오리 형태의 불꽃을 몇 개나 만들어내 근처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를 휩쓸었다. 만들어진 회오리 불꽃을 보고 있자니 엠페러 길드의 화련이 떠올랐지만, 그 크기나 개수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공격이었다.

‘같은 화염 폭풍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게다가 화염 폭풍에 죽은 인원을 보니 조금만 기다리면 내 차례가 올 것도 같았다.

‘그나저나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큰 거 같은데.’

데로나크는 머리에서 꼬리 끝까지의 길이가 100미터는 넘어갔고, 전신이 붉은색 피부를 지닌 도마뱀처럼 생긴 놈이었다. 정확하게는 머리 부분만 용처럼 생겼고, 전체적인 모습은 도마뱀이라는 거지만 확실히 크기가 상당한 탓에 움직이기만 해도 재앙이 따로 없었다.

“살아남은 새끼들에게 화염 내성이랑 치유 마법을 걸어!”

“뒈지고 싶지 않으면 빨리빨리 움직여!”

‘꽤 살벌하네.’

화염 폭풍으로 꽤 많은 인원이 죽긴 했지만 아직도 남은 플레이어가 70~80명이 있었고, 분위기를 봐도 아직까지는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루딘 님.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음? 예, 하세요.”

아까 알크를 말렸던 그 플레이어였다.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판단한 난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이상한 말을 꺼냈다.

“루딘 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황혼 내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 아닙니까? 정말 대단합니다.”

“글쎄요.”

부정할 생각은 없으나 그 말을 꺼낸 의도를 알아내지 못한 난 애매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이러다가 나중에 본론이 나오면 그때 제대로 들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루딘 님은 영웅이 되신 이후로 그럴 듯한 업적이 없네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같이 데로나크를 잡지 않으시겠습니까?”

“저걸 같이 잡자고요?”

“예, 만일 잡으신다면 저희가 적극적으로 홍보해드리겠습니다. 루딘 님의 도움으로 데로나크를 잡았다고 말이죠.”

‘뭔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들을 가치도 없었다. 난 옆에서 떠드는 그 플레이어의 말을 무시한 채 데로나크를 쳐다보았다.

[화염 숨결을 내뿜는 데로나크가 화염 폭우를 사용합니다.]

콰앙! 콰쾅!-

‘오, 저 스킬도 멋지네.’

화염 폭우라는 스킬을 사용하니 하늘 위에서 거의 농구공 크기의 화염구가 떨어지고 있었다. 또 그렇게 떨어지는 수십 개의 화염구는 바닥에 닿자마자 적지 않은 폭발을 일으켜 플레이어를 죽이고 있었고, 어디 가서도 이런 구경은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난 느긋하게 그걸 감상하기 시작했다.

‘빨리 죽여야 내 차례가 올 텐데.’

“아님 성행위에 관한 버그를 알려드리고, 그것까지 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버그요?”

성행위에 버그도 있었나? 지금껏 몇 번 하지는 않았지만 거기에 버그가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 나도 모르게 반응하고 말았고, 그런 내 반응에 플레이어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떻습니까? 그리고 데로나크를 잡아 나오는 아이템 중에 원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그것까지 드리겠습니다.”

“아뇨, 됐어요.”

황혼에 있는 버그가 궁금하긴 하지만 데로나크를 도와줄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나 혼자 독식해야 모든 아이템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걸 생각하면 거절하는 편이 좋았다.

“설마 지금까지 안 해보신 건…….”

‘무슨 소리야?’

가만히 듣자 하니까 못하는 소리가…….

[화염 숨결을 내뿜는 데로나크가 화염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온다! 이번에는 막지 말고 피해!”

“데로나크의 뒤로 이동해라!”

재빨리 고개를 돌려보니 데로나크는 입을 쩍 벌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 입에서는 거대한 불꽃이 쏘아지며 전방에 있는 모든 것을 태워버렸으며 그조차 부족했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사방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렸다.

화아아악!!-

나야 데로나크가 있는 뒤쪽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위치였기에 그 화염 공격을 피할 수 있었지만 미처 뒤로 도망치지 못한 플레이어들은 데로나크가 내뿜은 불에 휩쓸려 한 명도 남김없이 사망했고, 인원도 내가 처음에 봤던 인원에서 절반 이상 줄어들고 말았다.

“길마님!”

“씨발, 물러선다! 전부 빠져!”

‘포기하는 건가?’

곧이어 귀환 스크롤을 찢어 도망치는 모습을 바라본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살짝 도와준다고 해도 결과는 변함이 없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도와준다고 하고 죄다 죽게 놔둘 걸 그랬나? 어쨌든 모든 인원이 도망친 이후에 이곳에 남은 건 나와 데로나크밖에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내 차례군.

난 이젠 사라져버린 우스트 카드 대신, 차갑지만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아르넬라 카드를 꺼냈다.

“칭호 교체. 소환.”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를 소환합니다.]

[소환수의 레벨이 14 상승합니다.]

[관련 능력치 소환(240)이 보정됩니다.]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의 모든 능력치가 120. 생명력과 마나력이 1,200씩 추가됩니다.]

휘이이이잉!-

갑작스레 불어오는 눈보라와 함께 나타난 아르넬라. 소환수로 나타난 탓인지 조용히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데로나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 잡아.”

“그대의 말에 따르도록 하지.”

현재 아르넬라는 레벨이 12. 모든 능력치가 120에다 추가로 30%까지 더 늘어난 상태다. 그에 비해 데로나크는 방금 전까지 플레이어와 싸운 직후였으니 단순히 아르넬라에게 맡겨도 이길 거라 생각됐지만 보다 빨리 끝내기 위해 나도 싸우기로 했다.

“칭호 교체. 현세의 영웅.”

[칭호 '현세의 영웅'으로 교체합니다. 남은 교체 횟수 1번.]

[화염 숨결을 내뿜는 데로나크가 화염 폭우를 사용합니다.]

‘벌써 시작하는군.’

모든 인원이 빠져나가고 남은 인원이 나밖에 없으니 데로나크의 시선은 자연스레 나를 향했다. 그리고 위에서 떨어지는 수십 개의 화염구. 숫자가 숫자인지라 피하는 건 무리였지만 막아낼 방법은 존재했다.

“수호의 갑옷.”

채앵-

수호의 갑옷을 시전한 나는 시선을 위로 고정한 다음 떨어지는 화염구를 피할 준비를 했다. 당연하지만 아르넬라 역시 전투를 준비…….

“일어서라. 나의 인형들이여.”

응?

쿠쿠쿵!-

“야! 지금 그걸 왜 소환해!”

콰콰쾅!- 콰쾅!!-

아르넬라가 일으킨 얼음 골렘들이 떨어지는 화염구를 맞고 그대로 쓰러지기 시작한다. 저게 능력치도 올라갔으면서 왜 저런 삽질을 하는 거지?

[수호의 갑옷이 충격을 대신해서 받습니다. -1,253.]

‘제길!’

일단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난 빠르게 움직여 화염구를 피해냈지만 화염구가 터지며 생겨나는 폭발까지 피하는 건 무리였다.

[수호의 갑옷이 충격을 대신해서…….]

[수호의 갑옷이…….]

“건방진 녀석이구나.”

내가 힘들게 화염구를 피하고 있을 때, 느긋하게 화염구를 맞으면서 버티는 아르넬라는 지팡이를 천천히 움직였다. 그와 함께 그녀의 머리 위로는 세 개의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이내 푸른색 광선 같은 것을 쏘았다.

콰아아앙!- 콰쾅!!-

‘저게 냉기 광선이겠지?’

모르긴 몰라도 우스트의 암흑 광선과 비슷한 스킬이 아닐까? 다만 그걸 세 개 동시에 쐈다는 것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쿠오! 쿠오오!”

[화염 숨결을 내뿜는 데로나크가 파괴 돌진을 사용합니다.]

“돌진이라…….”

위에서 떨어지는 화염구 공격이 거의 끝나가는 순간, 데로나크는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피하는 게 좋겠지? 돌진이라면 정면으로 달려올 가능성이 높았기에 난 옆으로 물러났다.

쿵! 쿵! 쿵! 쿵! 쿵!-

“얼음 장벽.”

달려오는 데로나크. 그걸 막기 위해 얼음 장벽을 시전하는 아르넬라. 얼음 장벽은 분명 크긴 했지만 높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데로나크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저년이 또 삽질하고 있네.’

그래, 설마 돌진 한번 당한 걸로 죽겠는가? 난 그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으니 데로나크는 얼음 장벽을 부서뜨리면서 그 뒤에 있는 아르넬라까지 짓밟고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쿠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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