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47화 (147/211)

00147  第 32 話  =========================================================================

第 32 話 “46일째”

타탓!-

마을로 돌아간 난 이때까지 사용한 장작을 다시 구매하고는 아르넬라가 있는 얼음 궁전으로 향했다. 시나가 만들어준 물약을 마시고, 나름 전력으로 달렸지만 역시 인터넷에서 본 위치를 그대로 찾아가는 건 무리였는지 나도 모르게 길을 해매고 있는 중이었다.

‘도대체 길이 어디야?’

지도를 열어 확인해보니 대충은 맞게 온 거 같은데도 얼음 궁전은 보이지 않았다.

휘이이잉!!-

게다가 이 빌어먹을 눈보라 때문에 시야마저 흐릿한 상황. 장작도 절반 이상 사용했으니 여차하면 귀환 스크롤로 돌아간 뒤에 다시 와야 될지도 몰랐다.

‘후, 상황이 이러니 은근히 짜증나네.’

장작은 떨어져가고, 얼음 궁전은 보이지도 않고, 설원의 망령이라는 몬스터까지 튀어나오니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다. 심지어 설원의 망령은 경험치를 3천이나 줄 정도로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다시 나가서 인터넷을 볼까?’

또 얼음 궁전을 찾기 위해서 몇 번이나 접속을 종료해 인터넷에 올려진 지도를 확인한 나는 이번에도 그렇게 해야 되는지 고민했다.

-쿠어……어어…….

“씨발.”

순간, 희미하게 들려오는 망령의 소리를 피해 한쪽 방향으로 달린다. 달리는 행동과 날씨의 추위로 지구력의 소모가 상당한 탓에 싸우고 싶지 않았다. 못해도 10여 마리가 모여 있다면 그놈들이라도 잡아 지구력을 회복하겠지만 고작 한 마리 가지고 시간을 끌 수는…….

“응?”

그때 휘몰아치는 눈보라 사이로 뭔가가 보였다. 특정 건물로 보이는 뭔가가 말이다. 설마 저게 얼음 궁전인가? 난 드디어 찾았다는 생각에 그곳으로 달려가 보니 예상대로 거대한 건물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찾았다!’

3시간 내내 달려온 보람이 느껴지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얼음 궁전을 발견한 나는 입구부터 찾아 그곳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지금껏 나를 괴롭혔던 눈보라가 씻은 듯이 사라지며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제 좀 낫군.”

되지도 않는 환영을 사용하며 덤벼드는 설원의 망령을 떠올려보면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이곳에 오는 것조차 힘들 듯했다. 어쨌거나 얼음 궁전에 도착했으니 지구력부터 회복할 생각을 한 나는 불부터 피우기로 했다.

화르륵!-

‘이렇게 지구력을 회복한 다음에 아르넬라를 찾아 봉인하고…….’

그 아르넬라를 데리고 다른 레이드 보스를 잡으면 될 거 같았다. 아르넬라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크라켄보다는 강할 거라 생각하기 어려웠으니 우스트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 우스트하고 작별이네.’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한 우스트를 없애야 된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여기 레이드 보스를 봉인할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잠시나마 우스트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지구력을 전부 채운 난 자리에서 일어나 아르넬라가 있는 곳을 찾기로 했다.

“찾는 것도 일이겠지만.”

얼음 궁전의 내부는 거의 미로 형태로 이뤄진 던전과도 같았다. 그래도 돌아다니면 만날 거라 생각한 난 왼쪽과 오른쪽 길 중에 오른쪽 길을 선택해 걸어갔고, 이내 얼음으로 이뤄진 골렘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상은…… 아닌 거 같군.’

동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얼음 궁전의 수호 골렘]

이름이 적혀져 있었으니까.

쿠쿵- 쿵!-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얼음 골렘들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걸 싸워야 되나? 싸우는 거야 문제가 없지만 이곳에서도 지구력이 소모되고 있으니 일단 피할 수 있으면 피하기로 했다.

‘뛰자.’

탓!-

외투를 입었지만 1천에 해당하는 내 민첩으로 순식간에 골렘을 지나쳐 빠져나온다. 다행히 골렘은 이런 나보다 느렸기에 아무 전투도 없이 지나칠 수 있었고, 그렇게 계속 가다보니 이번에는 다른 녀석이 서 있었다.

[얼음 궁전의 시녀]

“침입자. 배제하겠습니…….”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적중 데미지! 1,855.]

민첩이 두 배로 올라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딪친 시녀는 저 멀리 날아갔지만 죽지는 않았다. 그리고 데미지를 보면 적어도 10초 이상 싸워야 될 상대 같았기에 싸우지 않고 무시하기로 했다.

‘다음에 두고 보자.’

물론 그 다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10~20분 정도 계속 달리다보니 커다란 문과 함께 그곳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시녀와 두 마리의 골렘을 볼 수 있었다. 보통 던전에서 저렇게 커다란 문은 보스가 있을 확률이 높으니 어떻게든 도착은 한 거 같았다.

‘생각보다 길은 복잡하지 않네.’

하지만 저 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회복할 필요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싸워야 될 거 같았다.

‘뭐, 시간 끌 것도 없이 한 방에 보내주지.’

난 손에 들린 뇌룡의 포효를 보고는 정면을 향해 몇 걸음 다가섰다.

저벅-

“침입자 발견. 배제하겠습니다.”

“배제하겠습니다.”

이런 나를 발견한 시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옆에 위치한 골렘들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렇게 움직이는 몬스터들이 흩어지기 전에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환영이동으로 이동된 곳은 시녀의 바로 옆. 적진 한가운데로 이동한 나였지만 은신 상태였기 때문에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듯싶다. 아니, 눈치를 채더라도 상관은 없다. 이번 공격은 막을 수도 없을 테니까. 난 그 생각과 함께 뇌룡의 포효를 휘둘러 시녀가 아닌 바닥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콰아앙!-

[뇌룡의 포효 발동!]

[모든 마나력이 소모됩니다.]

쿠오오오오!!-

떠오른 메시지. 그리고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내 기준으로 황금색 전격이 사방으로 퍼지는가 싶더니 곧이어 이리저리 휘몰아치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휩쓸기 시작했다.

[스킬 데미지! 16,072.]

[스킬 데미지…….]

“간단하군.”

이것이 바로 뇌룡의 포효에 있는 마지막 효과였다. 바닥을 내리칠 때마다 뇌룡의 포효가 발동되는 효과. 뇌룡의 포효는 모든 마나력을 소모해 그 마나력 만큼의 데미지를 줬고, 범위는 반경 15미터 정도였다.

‘기존 전투에서는 사용하기가 힘들지만.’

모든 마나력의 소모. 이 말은 지구력 소모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또 현재 내가 지닌 마나력은 상당한 수준이라 물약으로도 채우기가 힘들었지만 이번만큼은 모든 장작을 쓸 생각이었기에 사용한 것이기도 했다.

화르륵!-

‘한 10분? 그 정도면 다 채워지려나?’

문제는 이렇게 기다릴 동안 죽인 녀석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모든 마나력이 채워지는 동안에도 녀석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쨌든 회복도 끝났으니 가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긴장됐는지 길게 숨을 내쉰 난 앞에 있는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있군.’

한쪽 끝에 위치한 옥좌에 앉아 있는 아르넬라. 인터넷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의 외모를 지닌 그녀를 보고 있을 때, 그 아르넬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침입자인가.”

조용하면서 차가운 목소리. 그러면서 맑은 음색은 멀리 떨어져 있는 내게도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곳은 어느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곳.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공격하지 않겠다.”

[띠링!~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경고! 다행히 아르넬라는 당신과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그녀와 싸우지 않고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경고를 무시할 경우, 영혼마저 얼어붙을 그녀의 분노를 사게 될지도 모릅니다.]

“…….”

잠깐 메시지를 본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으며 앞으로 한 걸음 옮겼다. 여기서 돌아갈 생각을 했다면 애당초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어리석은.”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칭호 교체. 영혼의 계약. 소환.”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를 소환…….]

칭호 교체로 우스트를 소환한 난 짧게 말했다.

“내가 신호하면 날 삼켜. 알았지?”

“그오오!”

“……그래, 너만 믿는다.”

그리고는 현세의 영웅이 아닌 빛의 수호자로 칭호를 교체한 난 다시 아르넬라를 바라보았다. 아르넬라는 무슨 생각인지 처음 그대로 앉은 상태에서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날 바라보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날 무시하는 건가?’

오냐, 봉인되고 나서도 무시할 수 있나 보자.

“거신의 질주!”

“얼음 장벽.”

‘응?’

콰아아앙!!-

거신의 질주로 다가서기도 전에 마치 성벽과도 같은 널찍한 얼음이 솟아올라 내 돌진을 가로막았다.

‘한눈에 내 돌진을 꿰뚫어본 건가?’

거신의 질주는 앞에 벽이 있을 경우에 뚫고 지나갈 수 없었다. 예전에도 몇 번 그런 경우가 있었기에 알고 있었지만 아르넬라까지 그럴 줄은 몰랐던 난 조금 다르게 접근하기로 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일단 얼음으로 인해 정면에서의 시야가 가로막힌 난 옆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은신 상태였으니 무리 없이 접근을…….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가 지옥 냉기를 사용합니다.]

‘지옥 냉기?’

메시지를 보고선 잠깐 접근을 멈춘 난 아르넬라를 보았다. 아르넬라는 지팡이를 앞으로 쭉 뻗은 상태였는데, 그 지팡이에서 안개 같은 것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닿으면 좋지 않겠지?’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따라서 접근한다는 선택지를 버린 채 뒤로 한참이나 물러섰고, 그러면서 분신을 보며 어떤 스킬인지 파악했다.

쩌저쩍!-

‘얼었나?’

분신을 보니 온몸에 허연 서리가 낀 상태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결빙 상태? 아마 그런 계열인 거 같았다. 또 안개와 더불어 조금 전에 만든 얼음 장벽까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본 나는 다시 접근을 시도했다.

“일어서라. 나의 인형들이여.”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가 얼음 골렘을 소환합니다.]

쿠쿠쿵!-

이어 나타난 것은 얼음 골렘 세 마리. 의아한 건 그 골렘이 분신을 향해 돌진하지 않고 아르넬라 주변을 지키고 있다는 거였다.

‘고작 그딴 골렘으로 날 막으려 하다니!’

“제이어의 수호방패! 수호의 갑옷!”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소환 스킬을 사용한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버티기 위해 몇 개의 보조 스킬을 사용하고는 곧장 환영이동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지옥 냉기인지 뭔지 사용하지 않았던 탓에 힘들이지 않고 접근할 수 있었고, 혹시나 골렘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미리 처리를 하기로 했다.

콰아앙!-

[뇌룡의 포효 발동!]

[모든 마나력이 소모됩니다.]

쿠오오오오!!-

순식간에 사라지는 세 마리의 골렘. 범위 안에 들어가 있는 아르넬라도 피해를 입었지만 역시나 레이드 보스답게 죽지 않았다. 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봉인을 시도했다.

“카르젤의 카드소환.”

팟-

여기까지 접근한 이상 망설일 틈이 없었다. 난 손에 생겨난 카드를 곧장 아르넬라 몸에 붙였고, 동시에 내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카드 봉인을 시도합니다.]

[방어력이 50% 감소합니다.]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심히 불쾌하구나.”

“우스트!”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가 공간 변화를 사용합니다.]

파밧!-

“……?”

순간, 주변 배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궁전 안이었던 내부가 씻은 듯이 사라지더니 끝없이 펼쳐진 빙판이 보였고, 천장 역시 사라지며 시퍼런 하늘만이 있었다.

‘뭐지? 이 스킬은?’

[모든 얼음 계열의 스킬 효과가 150%로 상승합니다.]

무슨 스킬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나타난 효과. 그 효과를 읽는 사이에 우스트는 나뭇가지로 날 잡아 자신의 입속으로 삼켰고, 또 그렇게 삼켜지기 전에 메시지 창은 다시 한 번 떠올랐다.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가 빙산 낙하를 사용합니다.]

[죽음의 기운이 당신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빙산 낙하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우스트가 버티길 바랄 뿐이다. 아무리 스킬 효과가 150%가 됐어도 칭호까지 교체한 우스트였으니 버티지 않겠는가? 그런 바람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이내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콰아아앙!!-

‘버틴 건가?’

빙산 낙하인지 뭔지는 버틴 거 같지만 이후 공격이 문제였다. 좋으나 싫으나 60초는 버텨야 되니 말이다.

그오오오!-

쾅!- 콰콰쾅!!-

하지만 속으로 50초 정도 세고 있을 때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막대한 피해로 인해 소환이 해제…….]

‘왜 벌써 죽어?!’

이제 10초만 버티면 되는데! 아니, 그래도 지금 내 상태는 제이어의 수호방패와 수호의 갑옷이 동시에 걸려 있는 상태다. 이 정도면 아르넬라가 어떤 스킬을 사용하든 버틸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는 사이,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르넬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나왔구나.”

[휘몰아치는 설풍의 지배자 아르넬라가 빙산 낙하를 사용합니다.]

‘또 이 스킬인가?’

빙산 낙하. 낙하라는 말에 눈동자를 위로 올려다보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빙산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저게 뭐야? S랭크 스킬이라도 되나? 아마 마법 계열의 S랭크 스킬이 있다면 저런 형태가 아닐까 싶었지만 문제는 그 스킬이 지금 내게 떨어지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수호의 갑옷이 충격을 대신해서 받습니다. -11,610.]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9,709.]

[지독한 냉기로 인해 전신이 얼어붙습니다.]

[민첩이 69% 하락합니다.]

“큭!”

씨발, 데미지가?!

수호의 갑옷이 단번에 깨져나가고, 1만에 가까운 데미지가 들어왔다. 만일 이후에 또 이런 공격을 펼친다면 봉인이고 뭐고 내가 죽을 판이었다.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되나?’

뇌룡의 포효와 레어 세트 방어구. 그걸 생각하면 도망가는 게 옳다. 하지만 이제 몇 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난 쉽게 결정할 수 없었고, 그러는 사이에 아르넬라는 다음 마법을 시전했다.

“냉기 폭발.”

콰아아앙!!-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846.]

‘그래, 차라리 이런 마법만 써라.’

빛의 수호자와 제이어의 수호방패로 늘어난 생명력까지 합쳐 지금 내 생명력은 7~8천 정도 남아 있었다. 이 정도 생명력이라면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난 다시 아르넬라의 공격을 받았고, 그와 함께 시간이 됐는지 아르넬라는 빛으로 변해 손에 들린 카드로 빨려 들어왔다.

[봉인에 성공하셨습니다.]

“……후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