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43화 (143/211)

00143  第 31 話  =========================================================================

第 31 話 “45일째”

-8천만 원 나왔습니다! 8천 5백만 원! 계속 올라가는군요. 1억! 1억이 나왔습니다!

‘1억?’

역시 공포의 일격까지 넣었던 것이 결정적이었을까? 공포의 일격으로 인해 위압 능력치가 없는 사람들도 저 갑옷을 입을 수 있으니 지금처럼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듯했다.

어쨌든 계속 보고 있으니 가격은 1억 5천까지 나오고야 말았다.

‘하, 1억 5천이라…….’

직접 듣고도 믿기지 않는 액수. 베크샤를 잡아 얻은 돈이 1억이 넘어서고 말았다. 막말로 이대로 가면 게임은 다 때려치우고 베크샤만 잡아 평생 먹고 살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베크샤만 잡아도 되겠는데?’

물론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다. 플레이어의 수준이 점차 강해지면 베크샤의 갑옷도 값어치가 떨어질 테니 말이다. 만일 황혼 내에 최고로 좋은 아이템을 얻는다면 모를까, 아직 베크샤의 갑옷은 최고 아이템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 적어도 레전드 아이템이라면 모르겠지만.

‘레전드 아이템은 대체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을까.’

아니, 레전드가 아니라 유니크도 애매한 경향이 있다. 베크샤를 잡았는데도 나오지 않았으니 단순히 레이드를 뛴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닌 거 같았기 때문이다.

-1억 7천 5백만 원! 더 없습니까? 없으시면 카운터에 들어가겠습니다!

‘응? 더 안 올라가는 건가?’

문득 진행되는 카운터를 들어보니 세트 갑옷도 저 가격에서 더는 올라가지 않을 듯했다. 그렇다고 해도 엄청난 액수였기에 난 만족하기로 하며 낙찰되는 광경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아! 2억! 2억이 나왔습니다!

‘2억이라고?’

-다시 카운터에 들어가겠습니다!

2억이라는 액수로 인한 놀람이 사라지기도 전에 시작되는 카운터. 보고 있으니 이후에 입찰하는 사람은 없었는지 2억이라는 액수에서 카운터는 끝나고 말았다.

-낙찰되었습니다! 레어 가죽 세트와 B랭크 스킬북! 무려 2억이라는 금액에 낙찰되었습니다!

‘2억이라…….’

다시 생각해도 놀라웠다. 아무리 레어 세트라지만 강화라고는 1강도 하지 않은 저 아이템이 2억이라니? 또 2억이라면 내가 온라인 게임에서 2년 동안 고생하며 모은 돈이기도 했다.

‘2년 동안 번 금액을 2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벌었다니.’

기쁘면서도 허탈한. 허무하지만 좋은. 그런 상반된 감정을 느낀 난 슬슬 경매장을 끝내는 사회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오늘 경매는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다음에도 찾아주시길.

[실시간 경매장이 종료되었습니다.]

[낙찰된 금액은 월요일 오후 12시에 입금이 됩니다.]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끝났네요.”

“예, 나갈까요?”

내 물음에 유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했고, 나도 그런 유아를 따라 이곳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똑- 똑-

“누구세요?”

경매장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그 소리에 나가려던 행동을 멈춘 난 문을 향해 말했고, 이런 내 대답에 닫혀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는 것이 보였다.

철커덕-

“실례하겠습니다.”

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물이 아델라인줄 알았지만 안타깝게도 지점장이었다. 그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들어와 내게 말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루딘 님. 덕분에 오늘 처음으로 연 경매장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굳이 저 때문이 아니더라도…….”

“아닙니다. 마지막 물품만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죠. 아, 그것보다 루딘 님에게 드릴 게 있어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아이템이라도 주는 건가?’

어차피 낙찰된 돈은 월요일에 준다고 했으니 돈은 아닐 것이고, 남은 건 아이템밖에 없다고 했지만 의외로 지점장이 건네주는 것은 황금색을 띈 커다란 동전이었다.

‘골드? 아니, 골드 치고는 조금 큰 거 같은데.’

[띠링!~ '골든 상회의 황금 동전'을 획득하셨습니다.]

“이건 뭐죠?”

내가 손에 들린 동전을 바라보며 물어보자, 지점장은 동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희 경매장 VIP에 입장하신 분들에게만 드리는 동전입니다. 이 동전을 다섯 개만 모으신다면 경매 물품을 등록하지 않고도 이곳 VIP에 다시 들어오실 수 있죠.”

“다섯 개나요?”

이걸 다섯 개나 모으기 위해서는 조금 전에 낙찰된 레어 갑옷 세트와 같은 아이템을 네 번 더 등록해야만 했다.

‘모을 사람이 있을까?’

또 모은다고 해도 다섯 개면 한 달 이상 걸리는 시간. 가지고 있어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물어보았다.

“몇 순위까지 VIP에 입장해요?”

“물품 등록 순위 5위까지 VIP에 입장하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주일에 다섯 개만 풀리는 아이템이란 뜻이다.

“아, 물론 교환도 되니 다른 분께 드려도 됩니다.”

“그럼 가능성이 있겠네요.”

교환이 가능하다면 동전을 구매해 비교적 빨리 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이런 아이템은 가격을 매기기가 어중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왕 주는 거니 거기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하며 받기로 했다.

“다음에도 기대하겠습니다.”

내게 동전을 건네준 지점장은 그 말을 남기며 밖으로 나갔고, 난 손에 들린 동전을 아이템 창에 집어넣고는 먼저 나간 유아를 따라 여기서 빠져나가기로 했다.

“이동한다.”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합니다.]

파밧!-

경매장에서 나와 원래 장소로 이동하니 예상대로 유아와 시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그렇게 나를 기다린 둘은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아, 1위 물품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 말이 아닌데…….”

그 말이 아니라면 내가 지점장과 이야기한 시간에 대해 말하는 듯했다. 그래봐야 고작 1~2분 아닌가? 하지만 시나는 넘어가기로 했는지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근데 1위 물품은 뭐였어요?”

내 물품까지만 보고 도중에 나갔으면서도 1위 물품은 궁금한 모양이다.

“레어 갑옷 세트였어요.”

“와, 레어 세트요? 대단하네요. 얼마에 팔렸어요?”

“2억이요.”

“…….”

2억이라는 말에 시나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레어 물약 다섯 개를 팔아 380만 원을 번 시나와 비교하면 엄청날 만큼 차이가 나는 액수였다.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부럽네요. 2억이나 벌다니.”

“그러게요.”

시치미를 떼고 시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 유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나와 같은 방에 들어갔으니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는 거 같았다.

“뭐, 아무튼 축하드려요. 물약 꽤 비싸게 팔렸던데요?”

“루딘 님이 올리신 스킬북보다는 싼 가격이죠.”

시나가 말한 스킬북이란 악마의 권능을 말하는 듯했다. 확실히 그 악마의 권능도 시나의 물약보다는 비싸게 팔렸으니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아무튼 받으세요.”

“……?”

그때 시나는 내게 어떤 것을 건네줬는데, 받아보니 물약이었다. 그리고 물약은 경매장에서 봤던 그 레어 물약과 똑같이 생겼다는 걸 파악한 난 고개를 갸웃거리며 확인해보았다.

[환상의 영혼 치유 물약] (Rare)

“이 물약은…….”

“10개 중에서 세 개는 실패했거든요. 다섯 개는 팔아버리고. 그래서 남은 게 두 개밖에 없지만 유아와 루딘 님에게 드릴게요.”

“예, 잘 쓸게요.”

설마 이런 물약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난 내심 놀라기도 했다. 만일 시나가 이 물약을 7개 전부 올렸다면 400~500만 원까지도 벌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두 개를 남겨놓은 것을 보니 처음부터 나와 유아에게 줄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그냥 받기는 미안한데.’

내가 시나에게 줄 건 없나?

[엠페러 길드의 '아이젠'님께서 길드 채팅에 초대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음?’

“그것보다 이제 뭐할까요? 다시 어둠의 탑으로 들어갈까요?”

“아뇨, 잠깐만요. 길드에서 연락이 왔거든요.”

난 그 말을 하고는 길드 채팅을 수락했고, 이내 아이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루딘 님. 실례지만 지금 시간이 어떠십니까?

“시간? 글쎄. 그건 왜?”

-다른 지역을 개척하러 원정대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원정대?”

잠깐 생각해본다. 하르페 제국은 분명 넓은 땅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가지 못한 곳이 있을까? 워낙 넓으니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탐색을 하는 플레이어가 주로 맡았다.

“갑자기 웬 원정대야?”

-탐색을 맡은 길드원의 말을 들어보니 서쪽 끝에 있는 어느 숲을 통과할 방법이 없다더군요. 또 그곳에 나오는 몬스터도 상당한 수준인지라 원정대를 이끌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

생각해보면 이 근처에 있는 모든 던전이란 던전은 엠페러 길드의 던전이었다. 다른 마을 근처는 보나마나 타 길드가 전부 찾았을 테니 아예 다른 지역으로 가보자는 계획 같았다.

하지만 난 옆에 있는 유아와 시나를 보고는 거절하기로 했다.

“난 제외해줘. 전투 인원이야 나 말고도 많잖아.”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붉은 태양 길드에서 루딘 님을 뵙고 싶다고 하더군요.

“붉은 태양 길드?”

분명 어디서 들어봤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길드였지? 내가 그 길드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대답은 옆에 있던 시나가 대신해줬다.

“카르젠 왕국에 길드 말하는 거 아니에요? 들어보니까 길드전에서 패배했다던데.”

“아, 그 길드였어요?”

-예, 그 길드입니다.

“…….”

왜 네가 대답해?

난 대신 대답하는 아이젠의 말을 흘려듣고는 어떤 길드인지 떠올렸다. 아마 재훈이가 말했지? 다른 길드까지 끌어들여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보니 그게 벌써 일주일 전 이야기였다.

‘아무튼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군.’

보나마나 도와달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니 영 거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엠페러 길드를 제외한 다른 이의 부탁을 받은 건 이오트 왕국 한 번밖에 없지만 말이다.

“안 간다고 전해.”

-그럼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길드 채팅을 종료합니다.]

“안 도와주시게요?”

“제가 해결사도 아니고, 어떻게 도와달라는 대로 도와줘요.”

내 말에 시나는 일리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조금 전 시나의 말로는 붉은 태양 길드가 패배했다고 했으니 이후 게임은 접속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불쌍하게 됐네요. 그 길드도.”

말하는 말투를 들어보니 시나도 카르젠 왕국에서 일어난 길드전에 대해 알고 있는 듯했다. 그에 비해 아무것도 모르는 유아는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왜 불쌍해?”

“응? 아, 용감무쌍 길드에서 한 여자에게 작업을 걸었는데 그게 붉은 태양 길드 마스터의 애인이었거든. 그게 계기로 싸움이 붙어 길드전까지 가게 됐지만 결국 진 모양이야.”

간단하다면 간단한 설명이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은 유아는 대충이나마 이해했다는 듯이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튼 길드전 당시에는 응원하는 사람도 많았어. 이유야 어찌 됐든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해 길드전까지 마다하지 않은 플레이어라고.”

“그런데 그 길드에서 루딘 님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야?”

“루딘 님이 워낙 대단하시잖아. 토벌 퀘스트부터 시작해, 길드전, 크라켄 레이드, 또 길드 퀘스트까지. 인터넷에서는 아이젠이랑 루딘 님이 같은 길드라는 것에 실망하는 사람도 많아. 만일 둘이 다른 길드였다면 재미난 싸움이 됐을 거라나?”

“…….”

당사자를 옆에다 두고 대단하다느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으니 어처구니없었다. 아니, 낯간지럽다고 해야 되나? 일단 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화제를 바꾸는 방법밖에 없을 거 같았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어둠의 탑으로 가요.”

“어둠의 탑으로요?”

“한 100층까지 올라가면 좋은 보상을 줄지 모르잖아요.”

나로서는 그걸로 아까 받았던 레어 물약을 대신할 생각이었다. 또 이런 내 말에 시나는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이내 궁금한 것이 있는지 한 가지 질문을 던져왔다.

“그보다 루딘 님. 루딘 님이랑 아이젠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안 싸워봐서 몰라요.”

“에이~ 그래도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느낌은 개뿔.

마치 어린애와 같은 질문에 작게 한숨을 내쉰 난 간단하게 답해줬다.

“누군가는 이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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