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42화 (142/211)

00142  第 31 話  =========================================================================

第 31 話 “45일째”

-다음으로 소개해 드릴 물품은 레어 신발입니다.

“루딘 님이 등록하신 신발인가요?”

“예.”

오늘 하루 함께하면서 내가 등록한 물품 순위에 대해 들었던 유아는 어렵지 않게 내 물품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내 물품이라 그런지 유아는 이전에 나온 물품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신발은 레어 아이템 중에서는 하급에 해당하는 능력치를 지녔지만 강화 옵션이 상당합니다. 바로 지구력 감소! 만일 이 신발을 4강까지만 강화한다면 F랭크 스킬의 지구력 소모는 0.1%로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저 신발이 레어 아이템 중에서 하급이었나?’

솔직히 내가 가지고 있는 레어 아이템 중에서 제일 낮은 능력치를 지니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몰랐다.

-자, 그럼 이 신발의 가격은 50만 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내심 기대하며 결과를 지켜봤지만 낙찰된 가격은 184만 원. 레어 아이템이라는 것과 1강까지 강화됐다는 사실을 포함하면 조금 낮은 금액인 거 같았다.

“와, 비싼 값에 팔렸네요.”

“……예.”

내가 제일 처음으로 팔았던 레어 아이템. 투루 지팡이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었지만, 그 당시에 투루 지팡이는 황혼 최초 레어 아이템이었으니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었다.

‘지금은 레어 아이템도 많이 풀렸으니.’

이런 가격이라도 어쩔 수 없나?

또 이미 팔려버린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물품을 기다리고 있으니 문득 유아가 날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혹시 아쉬우세요?”

“예? 그야 아쉽긴 하죠. 레어 아이템인데.”

“그래도 비싸게 팔렸잖아요.”

‘비싸게라…….’

하긴, 184만 원도 웬만한 직장인의 월급이라 생각하면 낮은 금액도 아니었다. 또 내가 올린 물품이 신발만 있는 게 아니었고 말이다.

‘그나저나 시나의 물약은 얼마에 팔린다는 말이지?’

49위로 등록된 내 레어 신발이 그 정도 가격에 팔렸으니 나보다 순위가 높은 시나의 물약은 그보다 비싸게 팔릴 가능성이 있었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한 나는 진행되는 경매장을 쭉 지켜보았고, 이내 시나가 올린 물약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 이번에는 회복 물약 다섯 개입니다. 혹시나 물약이라고 실망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물약의 능력치를 보시면 그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시나가 만든 물약이에요.”

난 유아의 말을 들으며 왼쪽에 나타나는 물약의 성능을 확인하기로 했다.

[환상의 영혼 치유 물약] (Rare)

설명:육체의 상처를 포함해 영혼마저도 치유해준다는 환상의 꽃 로즈쉬로 만든 물약. 뿐만 아니라 각종 약초의 배합이 절묘하게 이뤄진 탓에 이 물약의 성능은 지금껏 알려진 내용보다 월등히 뛰어나게 제작되었다.

-생명력 30% 회복.

-마나력 30% 회복.

-지구력 5% 회복.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에다 사용하면 부활 효과.

-1회용 소모품.

‘오.’

저걸 시나가?

읽어보니 감탄이 절로 나올 능력치였다. 물약 주제에 부활까지 되다니? 거기다 회복량도 상당히 높았다. 단지 물약이라는 한계로 1회용 소모품이 된 것이 안타까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저 물약은 구매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어떻습니까? 위급할 때 목숨을 구해줄 수 있는 회복량. 혹시나 동료가 죽었다면 그 동료를 부활시켜주는 효과까지. 이런 물약이 무려 다섯 개나 마련되어 있습니다.

“괜찮죠?”

“예, 괜찮네요.”

-시작 가격은 100만 원. 100만 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시작 가격을 부르자마자 순식간에 올라가는 가격. 아무리 물약이라고 해도 저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니 입찰하는 사람도 많은 듯했다.

“이때까지 저 물약 만드는 걸 도와줬던 거예요?”

“덕분에 며칠간 고생했어요.”

나로서는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간단하지는 않았을 거 같았다. 어쨌든 보고 있으니 최종적으로 낙찰된 금액은 380만 원. 보이지는 않지만 기뻐서 날뛰고 있는 시나의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그러고 보니 유아 님은 시나 님을 자주 도와주시네요.”

“괜찮아요. 저도 시나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니까요.”

“그래요?”

시나에게 받는 도움이라면 물약이라도 던져주는 건가? 하지만 유아의 말하는 말투를 들어보니 그런 보잘것없는 도움이 아닌 거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아에 대해 모르는 게 많구나.’

반대로 유아는 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또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유아에게 너무 신경 쓰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음 물품은 바로…….

-바로 1위부터 보여라!

-이런 거 말고 높은 순위부터 꺼내!

그때 화면에서는 플레이어가 외치는 것으로 추측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이런 소리까지도 들리는 모양이었다.

-하하핫, 물품이 차례대로 공개되고 있으니 기다리시면 1위 물품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어쨌거나 그 경매장에 집중하니 어느새 물품은 절반이나 진행되어 벌써 25번째 물품이 소개되었다. 25번째 물품이니 아직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은 것이지만 그럼에도 나오는 물품이 점점 좋아지는 게 보이고 있던 탓에 경매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다음은 스킬북이군요. 바로 B랭크 스킬북! 번개의 상급 정령입니다!

‘번개의 정령?’

-아직 B랭크 스킬북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고려해 25위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풀린 B랭크 스킬북만 해도 10여 권이 되지 않죠. 이 번개의 상급 정령도 그 스킬북 중 하나입니다.

‘아…….’

구매할까?

어차피 번개 속성도 지니고 있는데다 착용한 레어 장신구 세트도 정령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 소개된 저 스킬북도 가지고는 싶었지만 예상치도 못한 문제에서 막히고 말았다.

‘근데 입찰을 어떻게 하더라?’

-시작 가격은 100만 원! 100만 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시작 가격이 100만 원이니 판매자가 100만 원에 올린 듯했다. 나라면 적어도 300만 원에 올렸을 텐데. 아무튼 지켜보고 있으니 가격은 거침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예!~ 350만 원 나왔습니다. 400만 원! 405만 원!

“…….”

하지만 그 가격까지만 들은 난 입찰을 포기하기로 했다. 아무리 배우고 싶어도 400만 원 이상 지불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물론 구매할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스킬북 같은 건 한 번 배우면 그걸로 끝이었으니 아쉽지만 포기하기로 했다.

-더 없으십니까? 예, 없으시군요. 그럼 850만 원에 낙찰 됐습니다!

‘전에 C랭크 스킬북을 배웠을 때만 해도 110만 원이었는데…….’

대체 몇 배야? 어찌 됐든 B랭크 이상의 스킬북은 엄청나게 비싸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몇 개의 물품이 지나 다시 한 번 내가 등록한 스킬북이 소개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물품도 스킬북이군요. 하지만 이 스킬북은 절대 평범하게 구할 수 없는 스킬북입니다.

‘내가 저 스킬북의 시작 가격을…….’

아마 300만 원에 했을 것이다.

-악마의 권능! 악마들이 지닌 힘을 습득할 수 있는 스킬북입니다. 소문으로는 이런 스킬 몇 개를 습득하면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소문에 불과하죠.

‘응?’

듣고 있으니 뭔가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듯했다. 악마의 권능을 몇 개 습득하면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는 거였나?

-대신 악마의 힘에 노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 스킬은 추가 데미지를 입힐 수 있으니 전사와 마법 계열 모두 포함해 누구나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 설명을 끝으로 시작 가격은 내가 설정한 300만 원부터 제시되었다. 지켜보고 있으니 B랭크 스킬북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종적으로 내가 낙찰받은 가격은 640만 원. 앞서 나왔던 번개의 정령보다는 낮은 가격이었다.

‘그럼 내가 번 돈이…….’

820만 원 정도였다. 그 가격만 보자면 나름대로 괜찮은 수익이었다. 더군다나 내겐 시작 가격만 7천만 원으로 설정한 레어 세트까지 있지 않은가?

‘만일 레어 세트가 7천만 원에 팔린다고 치면…….’

거의 몇 달간 놀아도 될 정도의 금액이 모인 것과 다름없었다. 난 이제 마지막 남은 그 레어 세트를 생각하며 계속 소개되는 물품을 바라봤고, 그러던 중에 옆에 있던 유아가 혼잣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들렸다.

‘시나랑 대화하고 있나?’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대화를 끝낸 유아가 나를 향해 말했다.

“루딘 님. 이제 올리신 물품은 다 팔린 거죠?”

“예? 아, 그렇……죠?”

“그럼 나갈까요? 시나에게 연락 왔는데 이미 나와서 기다리고 있대요.”

“……?”

아직 1위 물품이 남아 있는데도 나가자니? 난 내심 당황했지만 곧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뇨, 이왕 왔으니 전 끝까지 보고 갈게요.”

“…….”

내 대답에 유아는 의아한 눈초리로 날 바라보았다. 그보다 시나는 왜 벌써 나간 거지? 아마도 자기 물건이 팔렸으니 더는 볼일이 없다는 식으로 나간 거 같은데, 갑작스레 이런 상황이 되니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혹시 제가 가길 바라시는 건…….”

‘응?’

아주 잠깐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난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는 급히 말했다.

“아, 그런 게 아니라 그냥 1위한 물품을 보고 싶어서요.”

“하지만 제가 오지 않았다면 그 여자들과 해, 했을 거잖아요.”

“설마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실제로 유아도 없이 나 혼자 이곳에 왔다면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었지만 대답은 그렇게 했다. 반대로 솔직하게 대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유아는 그런 날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다시 시나에게 연락하는 듯했다.

‘후, 일이 왜 이렇게 됐는지.’

이게 전부 시나 탓이라고 생각한 난 조용히 경매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나와 대화를 끝낸 유아는 경매장에서 나갈 생각을 접었는지 나와 같이 경매장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경매장은 끊임없이 진행되어 벌써 2순위의 아이템이 누군가에게 낙찰받은 것을 알 수 있었다.

‘2,800만 원이면 비싸게 팔린 건지 감이 안 잡히네.’

2순위의 물품은 8강까지 강화된 레어 무기였다. 내구력이 23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물품이라 생각했지만 낙찰받은 가격은 2,800만 원. 그 가격을 보니 내가 등록한 레어 세트도 너무 비싼 값에 올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 드디어 마지막이군요. 이곳에 오신 여러분들은 이 물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장료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할 거라 장담합니다. 그 정도로 뛰어난 물건이죠.

-빨리 보여!

-1위 좀 보자!

어찌나 큰 목소리인지 화면 내에서는 플레이어의 말까지 섞여 나오고 있었다. 아무튼 사회자는 그런 플레이어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지막 물품인 레어 가죽 갑옷 세트를 소개했다.

-소개하죠. 레어 갑옷입니다!

-레어 갑옷? 아니, 레어 갑옷이 무슨…….

-유니크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런 웅성거림도 NPC 한 명이 등장하자마자 사그라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무 인형에다 입혀진 레어 갑옷 풀 세트를 보고 말이다.

-저거…… 설마…….

-보시다시피 단순한 레어 갑옷이 아닙니다. 무려 세트 갑옷! 공포의 상징이라 불리는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 베크샤를 잡아야 획득할 수 있는 레어 가죽 갑옷 세트입니다!

와아아아아!!-

‘그러고 보니…….’

공식적으로 레어 갑옷을 맞췄다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엠페러 길드원의 간부라면 내가 검푸른 수호자 세트를 맞췄다는 걸 알고 있을 테지만 말하지 않았으니 비공식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 레어 갑옷이 소개되자마자 능력치 창을 봤는지 다들 감탄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와, 강화도 안 했는데 근력이 몇이나 올라가는 거지?

-베크샤라니. 그런 레이드 보스가 있었나?

-위압이라고? 황혼에 위압 능력치가 있었던가?

사회자는 그렇게 웅성거리는 플레이어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덧붙여 그런 사회자의 말을 듣기 위해서인지 플레이어는 조금씩 조용해지는 듯했다.

-위압 능력치는 상대방을 위축시킬 수 있는 능력치죠. 단순하게 생각하신다면 공격력이 낮아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는 몬스터에게도 해당이 되니 전투를 하시는 여러분께는 필수적인 능력치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위압이 없는 사람은 어쩌라고!

-그리고 괜찮습니다. 위압이 없는 사람을 위해 여기 이 스킬북. 위압을 배울 수 있는 B랭크 스킬북까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 갑옷 세트와 함께 B랭크 스킬북까지 판매한다는 말입니다.

“와, 대단하네요.”

“……그러게요.”

그런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들려오는 환호성. 일단 구매하기만 하면 위압 능력치와 더불어 레어 갑옷 세트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참고로 베크샤의 레벨은 110. 110의 레이드용 보스 몬스터입니다. 아직까지 그 정도로 레벨을 올린 플레이어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고, 모든 세트와 스킬북까지. 이걸 모두 통틀어 시작 가격은 7천만 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7천만 원?!

-좋긴 하지만 저런 가격이면 대체 누가…….

하지만 그런 플레이어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사회자의 입에서는 점차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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