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39화 (139/211)

00139  第 30 話  =========================================================================

第 30 話 “44일째”

“크하하핫!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이 실로 우습구나!”

‘저 새끼가?’

난 다시 시선을 돌려 환영을 향해 빛의 화살을 뿌리고 있는 데르노를 쳐다보았다. 상황을 보니 내 환영도 데르노를 상대할 방법이 없었는지 그저 방어만 하고 있는 듯했다.

콰쾅!- 콰콰쾅!!-

‘……나중에 두고 보자.’

어찌 됐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데르노에게서 시선을 뗀 나는 길드원과 맞붙고 있는 병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딴 녀석 하나 처리하지 못해 돌아서야 되는 현실이 웃기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조리 쓸어주지.’

“거신의 질주!”

결국 이 분노를 지상에 있는 병력들에게 쏟아붓기로 한 나는 거신의 질주를 사용한 채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은신 상태로 달리는 중이었기에 뒤쪽에 배치된 병력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4,098.]

[생명력이…….]

돌진으로 나와 부딪친 수십 명의 병력을 사방으로 날려버린다. 그와 함께 깎였던 생명력과 지구력이 급속도로 채워지기 시작했지만, 이 기습으로 인해 근처에 있던 대부분의 병력들이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기습이다!”

“뭣들 해?! 당장 없애버려!”

“거신의 질주!”

다가오는 병력을 무시한 난 엠페러 길드원과 맞붙고 있는 방향으로 거신의 질주를 사용했다. 이미 내 마나력이야 18,000을 넘긴 상황. 700씩 소모되는 거신의 질주를 몇십 번이고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콰콰쾅!- 콰아아앙!!-

나를 한 걸음조차 저지하지 못하는 병력들. 날려버릴 때마다 채워지는 생명력과 지구력. 이때만큼의 난 멈추지 않고 계속해 싸울 수 있었다. 방패에 있는 옵션만으로 이런 난전에서는 무적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가, 감사합니다. 부길마님.”

길드원과 맞붙고 있는 병력을 뒤에서 덮치니 누군가의 감사하다는 말이 들려왔고, 또 이런 내 모습을 목격한 길드원들은 즉시 소리 내 외쳤다.

“지금이다! 밀어붙여!”

“정신 차려! 부길마님께서 돕고 계신다!”

‘그래도 밀리는 쪽은 밀리는군.’

슬쩍 둘러보니 몇몇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가 내지른 랜스에 꿰뚫리는 길드원과 병사들의 합공을 당해 회색으로 변해버린 길드원. 마지막으로 뒤쪽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마법까지.

1:1 대결로 인한 보조 효과를 받았는지 의심될 정도로 밀리는 쪽은 계속 밀리고 있었다.

“부길마님! 다른 쪽을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야 거신의 질주로 대열을 무너뜨렸기에 그럭저럭 쉽게 상대하는 듯했으나 다른 쪽은 아니었다. 그리고 어차피 도와줄 생각이었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신의 질주로 다른 쪽 대열을 무너뜨렸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3,549.]

“부길마님이다!”

“거신의 질주!”

일단 근력이 높아 대열을 무너뜨릴 수는 있었지만 기사는 단번에 죽지 않았다. 아니, 죽는 녀석도 있었지만 그거야 길드원이 어느 정도 생명력을 깎아놨기 때문인 듯했다.

‘병사들이야 그냥 죽긴 죽는데…….’

역시 기사가 문제인가?

난 거신의 질주를 맞고도 죽지 않은 채 날아가기만 하는 기사를 보고는 좀 더 데미지를 높이기로 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거신의 질주!”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7,727.]

그제야 한 방에 뻗는 기사들. 난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끝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없애기로 하며 끊임없이 거신의 질주만 사용했다. 물론 적들 사이에서 헤집고 다니는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었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저놈을 죽여라!”

“포위해! 발목이라도 붙잡아라!”

적들의 시선은 하나씩 나를 향하고 있었고, 그 틈을 노려 엠페러 길드원들은 슬슬 밀어붙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진짜 많네.’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내가 죽인 적들의 숫자만 해도 세 자리는 되지 않을까 싶다. 만일 경험치를 얻었다면 레벨업을 몇 번이나 하고도 남을 정도의 적들을 죽였음에도 아직 사방에는 적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죽어라!”

채앵!-

또한 잠시나마 숨을 돌리고 있을 틈을 노려 내게 랜스를 찌르는 기사. 뒤늦게 눈치채긴 했어도 그 속도는 내가 충분히 반응하고도 남을 정도였기에 방패를 들어 막아낼 수 있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22.]

“……?”

이 녀석도 데미지가 들어오네?

더군다나 이번에는 물리 방어력이 적용된 수치였다. 그럼에도 데미지가 들어오다니? 계산해보면 기사의 공격력이 2,300 정도라는 뜻이다. 만일 여기 있는 모든 기사가 이 정도의 공격력을 지녔다면 엠페러 길드원이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빨리 처리해야겠군.’

어차피 적들이 남아 있는 한, 내 생명력과 지구력은 무한이었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거신의 질주만 사용했고, 줄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적들의 숫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띠링!~ A랭크 스킬 '거신의 질주'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근력 6, 민첩 6 증가합니다.]

‘후, 이 짓도 할 게 못 되네.’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그래도 이젠 확실하게 밀어내고 있는 엠페러 길드원을 보니 이만 멈춰도 될 거 같았다. 더는 내 도움이 없이도 이길 거 같다는 말이다.

‘남은 건 저 빌어먹을 지휘관을 죽이는 거겠지?’

다만 지휘관을 죽일 때에도 내가 할 일이 없을지도 몰랐다. 공중에 뜬 상대를 어떻게 공격하겠는가? 반대로 지상에 내려온다면야 누구보다도 빠르게 죽일 테지만 그쪽도 바보가 아닌 이상 내려오지는 않을 듯했다.

“지휘관을 잡으러 가신 게 아니었습니까?”

“……?”

돌아보니 이제 막 정리된 부분에서 아이젠이 앞으로 나와 내게 말을 걸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에 기세 좋게 뛰어가지도 않았을 텐데. 어쨌든 난 그런 아이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공중에 뜬 채로 마법만 날려대는데 어떻게 잡아.”

“원거리 스킬이 없으시군요.”

“뭐, 그렇지.”

상관없다. 돌아가면 배울 생각이니까.

‘근데 뭘 배우지?’

랜덤 스킬북으로 원거리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는 랭크를 포기해야 된다. 랭크를 포기한 채 투척 계열의 스킬을 골라 뽑아야 되는데, 그렇게 F랭크 스킬이 나온다면 차라리 도서관에서 배우는 게 훨씬 이득일지도 몰랐다.

쿠쿠쿠쿵!-

“……?”

문득, 성벽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곳으로 시선을 향하니 성문이 열리며 수많은 병력들이 쏟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저 병력들이야 별거 아니다. 기껏해야 1천 명 정도? 다만 그런 병력들을 이끌고 하늘로 날아오고 있는 지휘관의 존재가 거슬렸다.

‘저 새끼는 성벽에 있을 것이지 왜 기어 나와?’

아니, 어쩌면 이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이미 이곳은 마무리가 되고 있는 전장이었으니까. 그러니 곧바로 지휘관도 공격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답답해서 못 봐주겠군. 이제부터 내가 직접 상대해줄 테니 영광으로 알아라!”

“저 녀석이 지휘관이다!”

“지휘관만 잡으면 이 퀘스트는 끝난다!”

“공격해!”

지휘관 데르노가 등장하자마자 엠페러 길드원들은 다급하게 움직였지만 데르노는 혼자가 아니었다. 대략 1천 명의 병력과 같이 대동했고, 데르노는 병력들을 먼저 보내고는 자신은 공중에서 빛의 화살을 만들어 최대한 넓게 퍼트렸다.

콰쾅!- 콰콰쾅!!-

“사거리가 플레이어의 기준을 벗어났군요.”

“사거리? 아니, 그것보다 우리 중에서는 날면서 공격할 수 있는 사람 없어?”

“보통은 날아다니면서 다른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저놈은?”

“저야 모르죠. 애초에 지휘관이 이렇게 나오는 것도 처음입니다.”

처음이라고?

‘설마 나 때문에 튀어나온 건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이, 아이젠은 날아오는 빛의 화살을 피해 원거리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 공격은 데르노에게 닿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사거리에서 막혀버린 것이다.

반대로 사거리가 되는 특정 마법들과 화살 공격은 데르노를 향해 날아가긴 했으나 공중에서 움직이는 데르노의 속도는 의외로 빨랐고, 덕분에 그 공격들은 허무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저렇게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면서 스킬까지 사용하다니.

거기다 성문을 열고 나온 병력들까지 지척에 다가왔다. 내가 그 병력을 보자마자 다시 거신의 질주를 사용하려던 찰나, 뭔가 거대한 것이 내 옆을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우스트?”

“그오오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있었지?

‘용케도 죽지 않고 살았네.’

나무뿌리로 생명력을 회복하는 녀석이니 어떻게든 살아남은 모양이다. 난 그런 우스트를 보고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데르노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무뿌리 소환하고, 암흑 광선으로 저 녀석을 맞춰봐.”

콰드득!-

내 지시에 따라 우스트는 나무뿌리를 소환하는 것과 동시에 입으로는 검은색 기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또 그런 식으로 우스트에게 지시를 내린 나는 다가오는 병력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신의 질주!”

콰쾅! 콰아아앙!!-

근력 수치가 나보다 낮으면 무조건 튕겨내는 거신의 질주로 대열을 무너뜨리고, 아이젠과 길드원이 그 틈을 노려 공격한다. 도와주는 거야 고맙긴 하지만 솔직히 나 혼자서도 이들을 다 처리할 수 있으니 지휘관이나 좀 어떻게 해줬으면 싶다.

‘믿을 건 우스트밖에 없나?’

길드원이 행한 마법이나 화살, 혹은 투척 공격은 날아가는 시간이 걸리니 그 사이에 데르노는 피해버린다. 그리고 데르노가 빛의 화살을 날릴 때마다 길드원이 죽어버리니 여기 병력들을 다 처리하더라도 힘든 전투가 될 듯했다.

쿠와와왁!!-

그 순간, 기다리고 있었던 우스트가 쏜 암흑 광선이 순식간에 데르노를 향해 날아갔다. 보고 있어도 빠르다고 느껴질 속도. 내가 그렇게 느낄 정도였으니 다른 이들의 눈에는 엄청난 속도라고 생각되지 않을까? 또 그건 데르노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콰아아아앙!!-

[소환 스킬 데미지! 5,781.]

‘이럴 줄 알았으면 칭호까지 교체하는 건데.’

데미지가 이렇게까지 줄어들 줄이야. 하지만 맞췄다는 것이 중요했다. 암흑 광선에 맞은 데르노는 죽진 않았지만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크아악!”

‘됐다!’

저딴 녀석이야 지상에 내려오기만 하면 별거 아니다. 난 대충 데르노가 떨어지는 위치를 파악하고는 그곳을 향해 달렸다.

“거신의 질주!”

지휘관에게 가는 걸 막기 위해서인지 필사적으로 달라붙는 병력들을 모조리 날려버린 나는 엄청난 속도로 데르노에게 접근했다. 아니, 애당초 2천이 넘는 민첩으로 달리는 내가 지상에 떨어진 데르노에게 도착한 시간은 몇 초밖에 되지 않았다.

“크, 크윽. 이번에는 방심했지만 다음에는…….”

그 말과 함께 서서히 떠오르는 데르노의 몸.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데르노의 몸은 대략 3~4미터 정도 떠올랐지만 절대 놓칠 수는 없었다.

“다음은 없어! 영혼의 족쇄!”

촤르르륵!-

말뚝을 바닥에 꽂자마자 쇠사슬이 생겨나 데르노를 포함한 주변에 있는 모든 병력을 끌어 모았다. 물론 다른 병력들이야 신경 쓰지 않았다. 난 오로지 데르노를 향해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3,536.]

“그래, 그래도 보스급이라 이거지?”

마법사 주제에 기사보다도 방어력이 높은 거 같았다. 그러나 난 신경 쓰지 않으며 계속해서 데르노를 공격했고, 주변에 있는 병력들의 공격은 스킬 하나로 간단하게 무시했다.

“수호의 갑옷!”

채앵!-

만일 수호의 갑옷이 풀리면 또 사용하면 된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데르노만을 집요하게 공격했고, 영혼의 족쇄가 풀려 다시 사용한 뒤에야 데르노를 죽일 수 있었다.

“아, 안 돼…….”

파치칙!-

[적중 데미지! 3,508.]

“커, 커헉!”

툭-

마치 실이 끊긴 인형마냥 쓰러진 데르노. 동시에 나를 향한 공격이 멈췄다는 걸 깨달은 난 길드 퀘스트가 끝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C+ 길드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길드 등급이 C+로 올라갑니다.]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하시겠습니까?]

“후우.”

내가 다시는 길드 퀘스트를 하나 봐라.

어쨌든 지휘관이 죽자 병력들까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메시지와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한 길드원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이동한다.”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합니다.]

난 환호성을 지르며 뭐라고 외치는 길드원을 뒤로 한 채 먼저 이동하기로 했고, 그렇게 난 이전에 내가 있었던 길드성 회의실로 오게 되었다.

‘어쨌거나 황혼 최초 타이틀은 지켰군.’

아마 홈페이지에 황혼 최초로 C+ 등급으로 오른 길드라고 적혀져 나오지 않을까? 그래봐야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한 난 슬슬 회의실로 나왔고, 이내 랜덤 스킬북으로 어떤 스킬을 배울지 고민했지만 역시 랭크를 포기하고 투척 스킬을 배울 수는 없었다.

‘그러려면 현금 거래창에서 C랭크 정도로 구매하는 게 낫지.’

어떻게 할까?

“아, 맞다. 내일 실시간 경매장이니까…….”

거기에 기대를 걸어볼까? 근데 상위 50여 개의 물품만 소개되니 투척용 스킬이 나올 가능성은 낮았고, 설령 나오더라도 비싼 값을 지불해야만 될 거 같았다.

‘고민이네.’

이러나저러나 원거리 스킬을 습득해야 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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