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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38화 (138/211)

00138  第 30 話  =========================================================================

第 30 話 “44일째”

“멸살검.”

‘벌써 멸살검을?’

파밧!-

멸살검을 시전한 아이젠의 검에서는 이때까지 머물고 있던 색깔이 전부 사라지고 황금색 빛만이 생겨났다. 물론 각종 보조 효과로 데미지를 올리긴 했겠지만 지금껏 기사에게 준 데미지는 원거리 공격 한 번밖에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번 공격으로 죽일 자신이 있는 건가?

게다가 아이젠은 그렇게 시전한 멸살검을 기사가 아닌 말에다 휘둘렀다.

‘저건 또 무슨 짓이야?’

촤아악!-

어쨌든 멸살검을 맞은 말은 그대로 즉사. 하지만 놀랍게도 아이젠의 멸살검은 끝나지 않고 다시 한 번 휘둘러 말에서 내려온 기사를 향해 휘둘렀고, 기사는 황급히 방어 자세를 취했으나 멸살검의 황금빛은 그런 기사의 방어까지도 무시한 채 베어버렸다.

“커, 헉…….”

‘방금 뭐지? 두 번 휘둘렀나?’

지금까지의 멸살검은 한 번 휘두르면 끝이었다. 그런데 아이젠은 그걸 두 번이나 휘둘러 말과 기사를 단번에 없애버렸고, 이내 내 앞으로는 승리를 알리는 메시지가 생겨났다.

[1:1 대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이번 전투에 한해 생명력이 10% 상승합니다.]

와아아아아!!-

“역시 길마님!”

“멋져요!”

난 시끄럽게 떠드는 길드원을 뒤로 한 채 이쪽으로 다가오는 아이젠을 보며 말했다.

“멸살검을 두 번이나 쓸 수 있나 봐?”

“질문입니까? 그럼 서로 대답해주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 됐어.”

그래, 아이젠이 멸살검을 두 번을 쓰든, 세 번을 쓰든 무슨 상관인가. 혹시나 아이젠과 싸우더라도 내겐 엘시크의 환영이동. 혹은 수호의 갑옷으로 그걸 막아낼 수단이 있었다.

따각- 따각-

또 아이젠의 승리로 생명력 10%의 보조 효과를 받자, 다음에는 마법사로 보이는 상대 역시 말을 탄 채로 앞으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법이구나. 이번에는 내가 상대하마!”

[1:1 대결에서 승리 시, 이번 전투에 한해 데미지 10% 상승합니다.]

[이는 상대 진형에도 적용이 됩니다.]

“이번에는 데미지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떻게 하긴.”

난 거기까지만 말하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상대방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레이드 보스보다 강하겠는가? 진짜 안 될 거 같으면 우스트라도 소환해서 같이 싸우면 된다. 어떻게든 내가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나는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상대방을 올려다보았고, 그는 내게 지팡이로 가리키며 말했다.

“덤벼라!”

[대결 시작.]

“화염의 창!”

화르륵!-

대결 시작 메시지와 함께 그의 주변으로 생겨나는 다섯 개의 화염의 창. 그렇게 불꽃으로 된 창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창은 일제히 내게 날아왔지만…….

‘느려.’

1천이 넘어가는 민첩의 영향 탓인지 화염의 창은 여유롭게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날아왔다. 이런 공격에 맞아주는 것도 어렵겠다고 생각한 나는 몸을 살짝살짝 움직여 날아오는 창을 피해내고는 곧장 마법사를 향해 돌진을 감행했다.

“화염 장벽!”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마법사 앞에 솟아오른 화염의 벽을 거신의 질주로 부순다. 거신의 질주로 두 배나 상승된 민첩으로 화염의 벽은 생기자마자 부서진 것이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25.]

대신 화염의 벽과 부딪쳐 데미지를 입긴 입었지만 이 정도쯤이야.

“큭, 감히 내 화염 장벽을!”

마법사는 다급히 말을 움직여 나와 거리를 벌리려고 했으나 난 그보다 빠르게 접근해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파치칙!-

“히히힝!”

[적중 데미지! 5,522.]

‘말 방어력이 보잘것없군.’

아님 내가 강해진 건가? 어찌 됐든 그 공격에 말이 쓰러지며 덩달아 같이 내려오는 마법사를 확인한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다시 뇌룡의 포효를 휘둘러 끝내기로 했다.

“화, 화염의…….”

파치칙!-

[적중 데미지! 4,430.]

“크악!”

‘오, 생각보다 버티네.’

하지만 두 번은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인지 한 번 더 휘두른 뇌룡의 포효에 마법사는 힘없이 쓰러졌고, 그걸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다.

[1:1 대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이번 전투에 한해 데미지가 10% 상승합니다.]

‘이걸로 생명력이랑 데미지가 10% 상승했나?’

이러나저러나 도움은 될 듯하다. 지금은 숫자 자체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승리를 거둔 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고, 그런 날 발견한 길드원은 다시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부길마님이다!”

“설마 부길마님이 길드 퀘스트에 참여하시다니!”

“네임드 플레이어!”

‘에휴.’

다른 건 몰라도 네임드 플레이어 저 단어만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지금껏 게임하면서 이런 대접을 받기는 처음이라 그럴지도 몰랐다.

덧붙여 여긴 온라인 게임도 아니니…….

“수고하셨습니다.”

“수고까지야.”

아직 큰 전투가 남아있는 이상 수고했다는 말은 이를지도 몰랐다.

“다음은 내가 상대해주마!”

‘아직도 안 끝났네.’

이놈의 1:1 대결은 몇 번이나 하는 거지? 난 이번에 나온 상대를 살펴보았다. 특이하게도 두 자루의 도끼를 든 덩치 있는 녀석이었는데, 앞에 두 놈과는 다르게 말을 타지 않은 상태였다.

[1:1 대결에서 승리 시, 이번 전투에 한해 마나력과 지구력 소모가 10% 감소합니다.]

“마지막이군요.”

“아, 세 번이 마지막이야?”

“예.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왜 그걸 물어봐? 아이젠의 물음은 이번에도 내게 부탁한다는 뜻인 거 같았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전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기에 내가 할 일은 대충 끝났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솔직히 보조 효과가 없어도 되겠는데.’

1:1 대결에서 나와 싸운 녀석을 보니 딱히 어려운 전투 같지도 않았다.

물론 다른 길드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내 대답에 아이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인을 내보냈고, 이전과 확 바뀐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다인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걸어 나갔다.

“장비가 꽤 바뀐 거 같네?”

“던전이 워낙 많으니까요.”

한마디로 던전에서 맞춘 장비라는 뜻이다.

“지금 던전이 몇 개인데?”

“총 46개가 있습니다.”

“46개?”

“이후에도 계속 늘어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46개나 되다니.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모르긴 몰라도 수도 근처에 있는 대부분의 던전은 엠페러 던전이 아닐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다인과 도끼를 든 녀석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하아압! 혼신의 일격!”

콰앙!-

“칫, 잘도 피해 다니는군!”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녀석의 공격을 피한 다인의 움직임은 상당히 빨랐다. 이대로 가면 무난하게 이기지 않을까? 실제 보스를 상대한다면 몰라도 저런 인간과 싸울 때의 다인은 나름대로 강했기에 난 다인의 승리를 예상했다.

“가속.”

“……?”

순간, 그냥 싸워도 이길 거라 생각했던 다인은 S랭크 스킬까지 사용해 상대방을 난도질하기 시작했고, 그중에는 관통 데미지도 섞여 있었는지 몇 초 지나지 않아 승부가 결정된 것을 볼 수 있었다.

[1:1 대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뭐, 그래도 우리 중에서는 제일 빨리 끝냈군.’

어쩌면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S랭크 스킬을 사용했을지도 몰랐다.

“제기랄! 전군 돌격하라!”

[C+ 길드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어? 바로 시작하나?’

난 이곳을 향해 몰려오는 수백 명의 기마병을 보고는 곧바로 옆에 있는 아이젠에게 말했다.

“승리 조건이 뭐야?”

“지휘관을 잡으면 됩니다. 아마 성벽 위에 있겠죠.”

“알았어.”

성벽 위에 있는 지휘관. 그 말을 들은 난 달려오는 기마병을 보며 빨리 결정하기로 했다. 여기서 저 기마병을 잡고 올라가? 아님 나 혼자 뚫고 지휘관을 잡아도 된다.

‘하긴, 이런 전투는 오래 끌수록 피해만 생기니까.’

결국 지휘관을 잡기로 결정한 나는 곧장 정면으로 달리고는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아이템 창을 열어 한 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환.”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를…….]

“그오오오!”

“전부 쓸어!”

칭호를 교체하지 않고 소환한 우스트지만 웬만한 길드원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난 거의 내 앞으로 다가온 기마병을 발견하고는 곧장 스킬을 사용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으아아악!”

지금의 내가 거신의 질주를 사용하면 근력은 2천이 넘어갔다. 이는 엄청난 수치였는지 기마병과 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말과 함께 날아가는 기사들을 볼 수 있었고, 그렇게 내 근력이 높다는 것을 파악한 난 주저하지 않고 계속 정면을 향해 달렸다.

“저기 적이 온다! 쏴라!”

‘기마병 다음에는 보병인가.’

“거신의 질주!”

쾅!- 콰콰쾅!!-

날아오는 각종 마법과 화살. 그러나 황당하게도 날아오는 공격보다 달리고 있는 내가 더 빨랐다. 기마병을 뚫고 보병까지 도달한 시간이 불과 5초도 걸리지 않았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보병들은 내 돌진으로 인해 사방으로 날아갔고, 그렇게 난 성벽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성벽까지의 높이가…….’

10~20미터 정도? 이 정도 높이라면 가능하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일순간 시야가 뒤바뀌며 성벽 위로 이동한 나는 주변부터 살펴보았다. 지휘관을 찾기 위해서인데, 그런 지휘관을 찾기도 전에 성벽 위에서 돌아다니던 기사와 내 등이 부딪쳐 은신 자체가 풀리고 말았다.

‘어?’

“이놈! 감히 혼자서 올라오다니!”

“적이다!”

“적이 성벽 위로 올라왔다!”

“거신의 질주!”

찾고 있던 지휘관 대신 기사와 병사들이 달려든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것부터 처리하기로 한 나는 거신의 질주를 사용한 채 성벽을 타고 계속해 달렸고, 내게 부딪친 모든 병력들은 사방으로 튕겨져 성벽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휘관부터 찾아야 되는데 이런 떨거지들이 덤벼들다니.’

그나저나 지휘관은 어디에 있지?

“혼자서 여기까지 오다니. 대단하구나.”

‘위쪽?’

고개를 들어보니 한 마법사로 추정되는 녀석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그 마법사의 복장은 내가 아까 상대했던 녀석과는 다르게 그럭저럭 화려한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네가 지휘관?”

“그렇다. 내가 이들을 지휘하고 있는 데르노다!”

‘미친.’

찾긴 찾았는데 마법사라니. 그것도 공중에 뜬 상대였기에 최악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까지 올라온 너의 무력에 감탄했으나 더는 봐줄 수가 없구나. 죽어라!”

파바밧!-

보고 있으니 데르노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푸른색을 띈 빛의 화살을 만들어 내게 쏘았다. 문제는 그 숫자. 딱 봐도 20~30개는 되어 보이는 그 화살이 내게 쏘아지자, 난 생각할 것도 없이 방패를 들어 막아냈다.

콰콰쾅!- 콰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53.]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데미지까지 들어올 줄이야.’

내 마법 방어력을 생각하면 이 화살 공격이 데미지 2천 정도가 된다는 말이다. 아무리 봐도 F~E랭크 스킬에 불과한데 무슨 데미지가 2천이나 되지? 황당하긴 했지만 이대로 계속 방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없었지만…….

“씨발, 영혼 해방!”

내가 가진 스킬이라고는 영혼 해방밖에 없다는 점. 난 급한 대로 영혼 해방을 사용해 공격을 시도했으나 데르노는 다시 빛의 화살을 만들어 쏘았다.

당연히 그 빛의 화살을 맞은 영혼은 그대로 사라지며 남은 화살은 내게 날아왔고, 난 재빨리 앞으로 뛰어 그 화살 공격을 피해냈다.

‘저 더러운 새끼.’

나도 아이젠처럼 원거리 스킬이나 하나 배워놓는 건데.

슬쩍 봐도 데르노가 떠 있는 높이는 40~50미터 정도였다. 환영이동을 사용해도 닿지 못할 높이란 뜻이다. 거기다 영혼 해방까지 막혔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콰콰쾅!- 콰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데미지를…….]

‘다른 쪽 상황은 어떻지?’

이런 공격이야 몇십 번을 맞아도 죽지 않았기에 성벽 밑으로 시선을 돌린 난 아직까지도 열심히 싸우고 있는 엠페러 길드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우스트가 있는데도 저렇게 막상막하로 싸우다니.

그것도 우스트가 압도적으로 적들을 학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 거 같았다. 우스트는 나무뿌리와 독 안개를 내뿜으며 근처에 있는 기사를 모조리 죽였으나, 다른 길드원은 이런저런 적들의 합공에 그대로 죽어버렸으니 말이다.

‘차라리…….’

난 생각을 바꿔 밑에 병력들과 싸우기로 했다. 지금의 나로서는 저 지휘관을 공격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이번 길드 퀘스트가 끝나는 대로 원거리 스킬을 꼭 구매하기로 결심하고는 이곳에서 물러서기로 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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